경찰국 설치 논란에 대한 담론
김상명(제주국제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비상임논설위원)
최근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찰 장악․경찰 사유란 논란에도 불구하고 31년 전 사라졌던 행안부 산하 경찰국 설치를 강행하고 있다. 이에 국민의힘 권은희 의원은 경찰국 설치가 왜 법치주의의 훼손인지 조목조목 반박하면서 행안위 재의요구와 장관 탄핵소추까지 꺼내 들었다. 전국경찰서장 회의에서도 행안부 내 경찰국 설치와 지휘규칙 제정 방식의 행정통제는 역사적 퇴행으로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내놓은 바 있다.
경찰국 설치에 분노한 경찰
지난달 행안부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는 경찰의 민주적 관리․운영과 효율적인 업무수행을 위해서라는 미명하에 행안부 내 경찰 지원조직 신설, 장관의 경찰청장에 대한 지휘 규칙 제정, 감찰 및 징계 제도 개선 등이 담긴 권고안을 발표한바 있다.
무엇이 문제일까. 경찰국은 1960년대 내무부 산하 조직 치안국일 때처럼 행안부의 통제를 받게 돼 사실상 경찰국 부활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는 사실상 31년 전에 폐지한 치안국 기능을 부활한 조치다. 이후 치안국은 치안본부로 승격되었으나 1991년 경찰법이 제정되면서 내무부 외청인 경찰청으로 분리됐고 행안부 업무에서도 치안업무는 빠졌던 제도다.
행안부 경찰국 설치로 우려되는 지점은 무엇일까. 현행 경찰법상 국가경찰위원회의 심의․의결사항인 경찰 인사에 행안부가 행정통제하는 것은 경찰의 중립성, 책임성, 독립성 등의 훼손이다. 이는 경찰개혁의 후퇴다. 대통령령과 부령을 통해 경찰국 설치와 경찰청장 지휘 규칙 제정해 사실상 치안사무를 관장하려는 시도는 법치행정에 정면으로 반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직접적인 행정통제는 정치권력에 의한 경찰권 사유화라는 비판에 직면할 것이다.
행안부 장관이 경찰청장과 시․도경찰청장을 포함한 총경 이상 고위직 인사에 임용제청권을 갖게 되는 경우에는 정치권력에 충성하는 조직으로 경찰력이 운영될 위험성이 아주 크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는 경찰국 철회를 요구하는 호소문을 발표한 뒤 릴레이 삭발과 단식 투쟁에 이어 1인 시위로 철회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권은희 의원이 경찰국 설치는 법치주의 훼손이므로 행안부 장관이 시행령 개정을 시도한다면 헌법상 법률 우위의 원칙 혹은 정부조직법, 경찰법 위반으로 탄핵사유가 된다고 경고장을 날리기도 했다.
경찰법 제10조는 경찰의 주요정책 및 경찰의 운영․개선에 관한 사항 등에 대해 심의․의결한 사항은 국가경찰위원회가, 행안부 장관은 재의요구권에 한정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입법취지에 맞다. 사회적 함의와 법률 개정 없이 시행령이나 부령 등으로 총경급 이상의 인사에 장관에게 승인권을 갖도록 하려는 것은 결국 국가경찰위원회를 무력화하려는 시도로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국민적 공감대가 선결조건
경찰은 검경수사권 조정 등으로 수사권이 확대되어 경찰의 민주적 통제는 필수적이다. 무엇보다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선결조건이다. 그럼에도 입법절차를 거치지 않고 시행령 등으로 경찰국 설치와 경찰청장 지휘규칙을 제정해 시행하려는 것은 수사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물론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이 개정되면서 경찰수사권이 확대됨에 따라 경찰권력의 민주적 통제는 강화되어야 한다. 정권의 입맛에 맞는 정치적 통제가 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행안부는 경찰법에 따른 합의제 행정기관인 국가경찰위원회를 통해 경찰과 인사 및 예산을 민주적으로 통제해야만 한다. 아울러 경찰 권력은 언론에 의한 통제와 더불어 국민이 참여하는 다수의 장치로 민주적으로 통제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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