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라에 전해 내려오는 이런 이야기들은 대부분 지은이가
분명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사씨남정기 는 그런 이야기들과는 달리 지은이가 분명합니다.
또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것이 아니라
글로 적혀 책으로 남았습니다.
사씨남정기 를 지은 사람은 김만중입니다.
김만중은 유서 깊은 양반 가문에서 태어났지만
태어나자마자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어렵게 살아야 했습니다.
김만중의 어머니는 성품이 곧고 지혜로운 부인이었기 때문에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자식들을 훌륭하게 키웠습니다.
자식들을 위해 이웃에게 책을 빌려다가 직접 베껴 주기도 했다합니다.
김만중은 스물여덟 살에 과거에 합격해서 암행어사 등
여러 관직을 맡았지만 조정에 복잡한 일이 생긱 때마다 관직을 잃거나
귀양을 갔습니다.
그가 죽은 곳도 귀양을 떠난 남해 바닷가의 마을이었습니다.
김만중이 마지막으로 귀양을 떠난 이유는 유명한 장희빈 사건 때문이었습니다.
장희빈은 임금의 첩인 후궁이었는데 당시 임금 이던 숙종은 장희빈을 매우 사랑해서
원래의 왕비를 몰아내고 장희빈을 왕비로 삼았습니다.
조정의 먾은 대신이 이 일에 반대하다가 관직을 잃거나 귀양을 갔는데
김만중도 그 중이 한 사람이었던 것이지요
김만중은 숙종이 장희빈의 아름다움에 빠져 왕실의 법도를 어지는
일을 안타깝게 여겨서 이 소설 사씨남정기를 썼습니다.
작품을 읽은 사람은 곧 알겠지만 정숙하고 현명한 사씨는 원래의 왕비이던
인현왕후를 나타내고 얼굴은 더할 수 업이 아름답지만 마음은 흉악하기
짝이 없는 교씨는 장희빈을 그리고 교씨의 모함에 눈이 어두워져 사씨를
내몰고 자신도 수많은 어려움을 겪는 유연수는 숙종을 나타냅니다.
김만중도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통해서 숙종의 잘못을 깨우치기 위해
이 소설을 쓴 거죠
숙종은 아마도 사씨남정기 를 읽지 않았겠지만 어쨌든 몇 년 지나지 않아서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장희빈을 왕비의 자리에서 물린 뒤 마침내 사약을
내려 죽게 합니다.
김만중이 죽은 지 3년 만의 일이었지요
이런 사실을 생각하면 왜 김만중이 소설의 무대를 우리 나라가 아닌 중국으로
삼았는지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 당시 임금을 비판하는 일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더군다나 김만중은 귀양을 가 있던 처지였지요.
그러니 중국의 이야기라고 슬쩍 돌려서 말함으로써
할 말은 하되 너무 속생각이 더러나지는 않게 한 것입니다.
실제로 김만중은 당시의 많은 선비들과는 달리
우리의 생각은 우리 글인 한글로 써야 한다.
우리 글을 버리고 중국의 글자인 한문으로 글을 짓는다면
그것은 앵무새가 사람의 말을 흉내내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라고 주방했을
만큼 우리의 것을 사랑한 사람입니다.
그래서 사씨남정기 도 그의 다른 소설인 구운몽 과 마찬가지로
한글로 쓰여졌습니다.
그때까지 한글로 쓴 소설은 허균의 홍길동전 이 거의 전부였거든요
고전은 옛날을 배경으로 삼고 있지만
많은 시간이 지난 뒤에도 사람들에게 생각할 거리와 책 읽는
줄거움을 안겨 주는 작품입니다.
위에서 말한 역사적인 사실을 모르고 보더라도
우리는 이 작품을 통해서 여러 가지를 느낄 수 있습니다.
나쁜 일을 저지르는 사람은 당장은 뜻을 이루고 의기양양할지 모르지만
결국 벌을 피할 수 없다는 단순한 교훈에서부터 사람의 아름다움이란
겉과 속이 조화를 이룰 때에야 완전해진다는 것
또 원하는 것을 모두 얻었다고 해도 그 방법이 나쁘면 마음에 평화를
얻을 수 없다는 것
또 옳은 길을 걷고자 할 때는 곁에 옳은 사람을 두어야 한다는 것 등
이 작품이 안겨 주는 깨닫음은 헤아릴 수 없이 많지요.
물론 시대가 다른 만큼 우리가 쉽게 고개를 끄덕일 수 없는 내용도 많습니다.
집에는 대를 이을 아들이 꼭 있어야 하다는 것
여자는 시집에서 쫓겨나도 그 집안 사람으로 남으려고 해야 한다는것
높은 사람은 재판도 없이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것 등이 그렇지요
하지만 아무리 좋은 교훈을 잔뜩 담고 있다고 해도 재미가 없으면
소설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지 못하는 법입니다.
사씨남정기는 교씨와 동청의 기기묘묘한 흉계들
그들 따라 흔들리는 유연수의 어지러운 마음 모함을 당해 쫓겨난
사씨 부인이 겪는 갖은 고생들을 생생하게 그려 보임으로써
읽는 이들에게 흥미진진함을 안겨 줍니다.
그런 힘으로 사씨남정기 는 오늘날까지 살아 있는 고전이 된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