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당의 자중지란(自中之亂) ◈
“차은우보다 이재명”을 외친 민주당 안귀령 부대변인의
이른바 ‘아부 공천’엔 원조가 있어요
문재인 정권 3년 차이던 2019년, 박경미 당시 민주당 의원이
‘박경미가 문재인 대통령께’란 유튜브 영상을 올렸지요
그는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를 피아노로 연주하며
“호수에 비치는 달빛의 은은함” 어쩌고 하더니
“달빛 소나타가 문 대통령의 성정(性情)을 닮았다”고 했어요
“문 정부의 피날레는 월광 소나타의 화려한 3악장처럼
뜨거운 감동을 남길 것”이라고도 했지요
아부 치고는 ‘월광 소나타’ 급이었어요
보는 사람의 손발이 오그라들게 할 정도 였지요
아부 결과 몇 달 뒤 그는 민주당 공천을 받아
서울 서초을에 출마했어요
그러나 달빛처럼 차거운 민심에 선거에서 떨어졌지요
그런데 낙선의 아픔은 잠시뿐이었어요
그는 곧 청와대 교육비서관에 발탁됐고,
수석 대변인으로 영전해 정권 임기 말까지 자리를 지켰지요
‘달빛소나타’ 아부의 힘은 대단 했어요
비슷한 시기 박범계 의원이 대국민 사과를 한 문 대통령을 향해
“아 대통령님!”이라며 안타까워하는 글을 올린 뒤 닷새 만에
법무장관에 임명된 일도 있었지요
이재명의 민주당이 그렇듯,
문 정부 시절에도 낯 뜨거운 아부나 충성 맹세가 비일비재했어요
그래서 ‘문(文)비어천가’란 말이 유행할 지경이었지요
사실 친명(親明)의 비주류 찍어내기가 논란을 부르고 있지만
이것의 원조도 친문이지요
2020년 총선 당시 금태섭 민주당 의원이 공천에서 탈락했어요
공수처 설립에 반대하고 ‘조국 사태’를 비판하면서
배신자로 낙인찍힌 탓이었지요
친문 행동대원 김남국·정봉주가 금태섭을 잡겠다며 달려들고
‘문빠’ 홍위병들이 집중포화를 퍼부은 끝에 그는 경선에서 졌어요
금태섭은 당 징계까지 얻어맞고 결국 탈당하고 말았지요
지금 벌어지는 비명(非明)의 연쇄 탈당과 스토리 구조가 다르지 않았어요
4년 전 총선 때도 사당화(私黨化) 논란이 있었지요
청와대 참모를 비롯한 친문 인사가 무더기로 공천받아
민주당과 국회를 장악했어요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윤건영, 소통수석 윤영찬, 대변인 고민정 등이
그때 금배지를 단 ‘문재인의 사람’들이지요
염치없게도 울산 선거 개입 사건에 연루된 황운하까지
공천장을 거머쥐었어요
친문들이 대거 단수 공천되거나 좋은 지역구를 차지하는 바람에
‘친문 양지, 비문 험지’란 말이 나왔지요
당시 친문은 민주당뿐 아니라
국가 권력마저 사유화했다는 지적을 받았어요
국정 운영에서 다른 목소리를 억압하고 소득 주도 성장,
탈원전 같은 정파적 정책을 힘으로 밀어붙였지요
대통령의 30년 지기를 당선시키려 청와대가 선거에 개입하고,
대통령 심복이란 이유로 내로남불 조국을 법무장관에 기용했어요
친명이 독단적 당 운영으로 민주당을 분열시켰다면,
친문은 편 가르기 진영 정치로 나라를 두 쪽으로 갈라 놓았지요
자기 세력, 자기 진영의 이익을 앞세워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갈등을 조장한 점에서 두 파벌은 오십보백보이지요
아니 더하면 더했지 작지 않아요
나라를 노골적으로 양분해 놓은 원흉(元兇)이지요
‘친문의 황태자’ 임종석이 민주당 공천에서 탈락하자
억울함을 호소하며 반발했어요
문 정권 때 그는 권력 사유화를 주도하고
울산 선거 개입의 사령탑으로 지목받은 가해 세력의 핵심이었지요
고민정 의원은 공천 파행에 항의해 최고위원을 사퇴했지만
그 역시 문 정권의 국정 폭주에 앞장서고
박원순 성폭력 피해자를 ‘피해 호소인’이라고 우긴 장본인이었어요
공천 탈락 위기에 몰린 윤영찬 의원 또한 비우호적 기사를
올렸다는 이유로 “카카오, 들어오라고 해”라고 호통치며
비판 언론을 억압한 정권의 수비대장이었지요
탈당한 이원욱 의원은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을
“주인 무는 개”에 비유하며 공격했고,
김종민 의원은 조국의 비리를 방어해주는 호위 무사로 활약했어요
컷오프당한 홍영표 의원은 원내대표 시절 공수처법과
검경 수사권 조정법을 밀어붙였고,
설훈 의원은 김의겸의 재개발 투기와 윤미향의 위안부 할머니
돈 편취를 싸고돈 사람이지요
권불십년 화무십일홍(權不十年 花無十日紅 )이라 했어요
‘십 년 가는 권력은 없고, 열흘 붉은 꽃은 없다’는 뜻으로
‘한번 성하면 반드시 쇠하고, 권력은 유한하다’는 의미이지요
그렇게 세몰이 하며 5년간 권력을 휘두른 친문이
비주류로 전락해 이재명을 만났어요
계파 싸움엔 도가 튼 친문에게도 이 대표의 거친 폭주는
한 번도 경험 못 한 ‘독한 맛’일 것이지요
이 대표는 가는 곳마다 적을 만드는 지독한 난세(亂世)형 정치가인데
그는 친형 가족과 싸워 원수가 됐고 수많은 ‘이재명 저격수’를 출현시켰어요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 유동규,
경기지사 비서실 7급 출신 조명현,
성남시장 수행비서 출신 김진성 등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잇따라 등을 돌려 그에게 불리한 증언을 쏟아내고 있지요
측근 5명이 연달아 숨을 거둔 것도 예사롭지 않아요
측근들의 목숨따위에는 눈도 깜짝 않하는 마피아 강심장 이지요
그러니 계파 패권주의의 원조인 친문들이 상상도 못 한
강적을 만나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지요
지금 벌어지는 친명·친문의 전쟁에서 누가 가해자고,
누가 피해자냐를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어요
모두가 그늠이 그늠이기 때문이지요
양쪽 다 파벌 이익에 목숨 건 비정상 집단이니
누굴 동정할 필요도 없어요
세상만사가 그렇듯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은법 뿌린대로 거두는 것이지요
우리말에 축구서종(畜狗噬踵)이란 말이 있어요
기르던 개가 발꿈치를 문다는 뜻으로,
도와주고 은혜를 베푼 사람에게 도리어 화를 입는다는 의미인데
한마디로 자중지란(自中之亂)이지요
친문 패권이 저물자 한층 더 센 친명 패권이 등장했어요
대를 이어 계파 패권주의가 판치는 민주당은
더 이상 고쳐 쓰기 힘든 정당이 됐지요
그러나 강건너 불구경도 조신(操身)하게 바라봐야 하지요
좋다고 손벽치다가는 불똥이 튈수 있어요
-* 언제나 변함없는 조동렬 *-
▲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난 2월 28일 서울 서대문구 피트니스에서 가진 직장인 간담회에서
운동 기구에 오르자 TV 화면에 임종석 전 비서실장의 공천 반발 회견 모습이 보이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