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생각해도 웃음을 참을 수 없구나.
5월 5일 날 밤, 김경혜와 함께 우리 집 2층 마루에 앉아, 없는 친구들에 관한 이야기, 중고등학교 시절 이야기 등등으로 이어지다 그 당시 단체 관람했던 영화 이야기 구절에서 “로미오와 줄리엣” OST를 같이 불렀지.
What is a youth - Glen Weston
"What is a youth? Impetuous fire. 젊음이란 무엇일까? 격렬한 불꽃이지.
What is a maid? Ice and desire. 아가씨란 무엇일까? 냉정과 열망이지.
The world wags on. 세상은 돌고 도는데.
A rose will bloom. It then will fade. 장미는 피어났다가는 곧 시들고 말지.
So does a youth. 젊음도 그러하고
So do-o-o-oes the fairest maid. 가장 아름다운 아가씨도 그렇다네.
Comes a time when one sweet smile 한 달디단 미소가
Has its season for a while... 잠시 절정에 이르는 때가 오면
Then love's in love with me. 나도 사랑에 빠진다네."
그런데 여기까지는 가사를 기억해서 같이 불렀는데 이 다음 구절부터가 가락은 아는데 가사는 기억이 안나고, 그래서 그다음 니가 어쨌는 줄 기억 나니? 어차피 흥은 달아 올랐고, 에라, 예서 멈출 수 없다, 한순간의 망서림도 없이 바로 안면몰수하고 대뜸 더 확신에 찬 목소리로 치고 들어가 얼렁뚱땅 황당무계 즉석 개작가사로 노래를 끝까지 훌륭하게 마무리했던 거? 술 한 잔한 자리에서 너 아니면 할 수 없는, 일말의 수치심이라도 있으면 아무도 못할 재롱을 오랜만에 보고 김경혜랑 내가 마루바닥을 구르며 얼마나 웃었는지.... 이 노래를 처음 듣는 사람이었으면, 그리고 영어에 익숙치 않은 사람이었으면 네가 개작한 날궂이 옹알이 가사의 내용은 이 곡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는데 전혀 장애가 될 수 없었지.
"Some they think only to marry, 어떤 이들은 오직 결혼만을 생각하고,
Others will tease and tarry, 다른 이들은 집적대며 망설이는데,
Mine is the very best parry. 내 방식이 최선책이라네.
Cupid he rules us all. 큐피드가 우리 모두를 지배하므로.
Caper the cape, but sing me the song, 어깨 망토를 휘날리며 신나게 뛰놀며, 내게 노래를 불러주게.
Death will come soon to hush us along. 꿀보다 더 달콤하고 쓸개만큼 쓴 죽음이
Sweeter than honey and bitter as gall. 곧 우릴 잠재우러 올거라네.
Love is a task and it never will pall. 꿀보다 더 달콤하고 쓸개만큼 쓴 사랑은
Sweeter than honey...and bitter as gall 하나의 의무이며 결코 시들지 않을 것이네.
Cupid he rules us all. 큐피드가 우리 모두를 지배하므로.
A rose will bloom 장미는 피어났다가는
It then will fade 곧 시들고 말지
So does a youth. 젊음도 그러하고
So do-o-o-oes the fairest maid. 가장 아름다운 아가씨도 그렇다네."
이어서 영화 "스잔나"의 OST도 그런 지경으로 소화해냈는데, 부탁하건대 종룡아, 앞으로도 절대 노래가사에 연연하여 외울 생각일랑 아예 하지 말고 니만 할 수 있는 “후안무치 얼렁뚱땅 황당무계 즉석 개작가사”로 우리를 기쁘게 해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