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섰던 그 자리에-
김 기 성 육 군 중 장 (예)
전) 제 2 군 단 장
1950년 6월25일. 북한의 불법기습 남침으로 한반도가 피로 물들었던 6.25전쟁 제67주년을 맞는 오늘에 우리는 자유와 평화 수호를 위해 굳건한 한미동맹의 틀 위에서 튼튼한 안보를 강화 하며 한반도의 비핵화속에 세계평화를 추구하고 있다.
이러한 우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노골화된 핵능력 고도화와 무모하기 짝이 없는 위협과 미사일 발사를 통한 무력시위로 한반도의 안보위기는 더욱 가중되고 있으며, 더욱이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국들과의 갈등과 대립이 심화되고 있는 매우 어려운 시기에 직면하고 있다.
이러한 위기 속에 우리 군은 혈맹으로 맺어진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굳건하게 유지하는 가운데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한 치도 흔들림 없는 굳건한 안보태세를 유지하고 온 국민이 하나되어 국민대통합을 위해 지혜와 슬기를 모으고 있다.
이러한 중요한 시기에, 지난날 조국의 안보일선에서 혼신을 다해 복무했었던 쌍용군단의 장병들의 초청으로 역대 군단장들이 최고의 전투력을 갖춘 후배 전우들과 만나는 귀한 시간을 갖게 되었다.
자랑스런 후배장병들의 열열한 환영을 받으며 군단의 핵심전력인 최정예 특공연대를 방문했다.
먼저, 부대에 전시된 미래전장을 주도할 각종 신무기들과 현대화된 장비와 물자로 무장한 특공용사들을 만나본 후, 이어서, 찌는듯한 폭염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수사불패의 투혼과 조국수호의 의지를 담은 매서운 눈초리 속에 적들의 간담을 서늘케할 특공용사들의 하늘을 찌르는 함성과 함께 쏟아내는 특공무술은 자나 깨나 이 나라의 철통같은 국가안보만을 걱정 하고 있는 우리 노병들의 근심을 단숨에 날려 버리게 해주는 믿음직하고 자랑스런 모습 이었다
무술시범이 끝나고 후배용사들과 식판에 가득담은 점심식사와 격의없는 대화 속에서 이제 조국지킴이의 숭고한 사명은 이들이 훌륭히 이루어 내리라 믿어 의심치 않으면서, 자신감 넘치는 파이팅함성 속에 환송 인사를 받으며 믿음직한 후배들을 뒤로하고 군단을 떠나 올수 있었다.
군단의 공식 일정을 마치고 마침 이곳 쌍용군단에서 아버지의 뒤를 이어 자랑스런 군인의 길을 걷고있는 아들을 만나러 ㅇㅇ산 대대를 찾았다.
이 대대는 내가 반세기전 초임장교로 부임후 대대작전장교로 근무하면서 시작한 아내와의 첫 보금자리였으며 수많은 추억과 땀이 어린 바로 그자리에 이제 내 아들이 서있기에 남다른 감회에 젖게했다
눈 녹은 산하에 이제 막 개나리 진달래가 망울을 터트려 점점 붉게 물들기 시작한 교통호를 걸으며 경계근무를 시작하였고 폭설로 키를 훌적 넘게 쌓인 눈 덮인 고지에 길을 뚫으며 사계절의 긴 나날을 전우들과 함께 누볐던 그 능선과 계곡! 내가 섰던 바로 그 고지, 그 자리에 이제 아비의 뒤를 이어 내 아들이 오직 조국수호의 소명을 이어받아 서 있다니...!
이 얼마나 자랑스럽고 고맙고 대견한 일인가?
ㅇㅇ산 1073고지!
나의 지난 40년 군생활의 첫걸음이 시작된 그 고지에 이제 내 아들이 눌러쓴 철모 밑에 두 눈을 부릅뜨고 붘녘을 지켜보며 자랑스럽게 서있는 것이다.
반갑게 맞아주는 아들을 껴안으며 뜨겁게 나눈 포옹은 부자간의 진지교대임무의 인수인계와 같은 굳은 맹세였다.
이제 내뒤를 이어 또 다른 전선에 서있는 아들과 함께 우리 삼부자는 조국수호의 숭고한 사명을 현역으로써 또는 예비역으로써, 각자의 몫을 다할 것을 다짐하며 이제는 반세기전 내가 지켰던 그때 그 자리를 사랑하는 아들에게 맡기고 다시 내 일상으로 돌아온다.
자랑스런 자유 대한민국 수호와 국군장병들의 건승을 기원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