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 절 사미계의 범위와 지범(指犯)
앞에서 사미계는 비록 십계뿐이지만 비구(니)의 구족계에 대해
서도 따라서 학습하고 수지해야 한다고 설명하였다. 여기에서 하
나의 문제가 숨겨져 있는데, 바로 사미는 아직 구족계를 받지 않
았으므로 어디에서 비구계를 학습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이것은 여태껏 어떤 사람도 물어 본 적이 없는 문제인 것 같
다. 소중(사미 ‧ 니)은 대중(大衆)의 설계나 갈마를 들어서는 안 되기
때문에 고덕들도 아직 구족계를 받지 않는 자는 대계를 열람해서
는 안 된다고 알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적주(賊住)」가 되므로 대계를 받는데 장애가 된
다. 들어서도 안 되고 또한 열람해서도 안 된다면 장차 무엇을 의
지해 배울 것인가? 어쩌면 승단의 생활 중 체험하는 것으로 학습
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것도 결국 성립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비구는 매 반월마다 한 차례씩 계를 들고, 또 오년
이라는 시간이 되어야 비로소 계율을 잘 배울 수 있는데, 하물며
사미는 어찌하랴?
그래서 내 생각에 구족계를 받지 않는 자가 계를 들어서 안 되
는 주요원인은 계를 범한 비구가 설계와 갈마를 할 때에 발로 ‧
참회 ‧ 출죄를 하는 등의 사정으로 인해 소중(小衆; 사미 ‧ 니)이나 속
인이 듣고 가볍게 여기고 비방이 일어나는 과실을 방지하는 것이
라고 생각된다.
대계의 계상 조문에 대해 적어도 사미는 열람할 수 있어야 하
고, 외도나 올바른 믿음이 없는 속인은 열람해서는 안 된다. 남전
불교 국가의 속인은 대율을 연구할 수 있으며, 이런 예외를 둔 원
인은 아마 이러한 관념에 근거한 것 같다.
하지만, 《승기율》 중에는 『비구가 만약 구족계를 받지 않는 자
에게 오편칠취의 명상만 말하여도 월비니죄(越毘尼罪)을 범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이것은 비구가 소중이나 속인에게 계율을 보라고
권장해서 안 되는 유력한 근거이다.
그러나 구족계는 비구 ‧ 비구니에 대해 오편칠취로 나누었는데,
곧 다섯 등급의 죄명에 일곱 종류의 죄행을 말한다. 사미 ‧ 사미니
에 대해서는 단지 하나의 돌길라의 죄명뿐이다. 대계의 돌릴라 죄
를 범하여도 돌길라이고 대계의 바라이죄를 범하여도 돌길라이다.
단지 십계의 앞에 네 가지 근본계의 돌길라를 범하였다면 당연히
승단에서 축출되며, 이것을 「멸빈(滅擯)」이라 한다.
만약 대계 바일제죄 중의 「악견(惡見)을 내다(부처님께서 음욕을 행하
여도 도법에 장애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는 등).」를 범하면, 비구가 그에
게 세 번까지 충고를 하였는데도 여전히 악견을 버리지 않는 자
는 승단에서 축출시킨다. 만약 그 나머지 다른 계를 범하였다면
모두 돌길라법의 참회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선견율》제17권에 의하면 『사미가 십악을 가지고 있으
면 응당히 멸빈시켜야 한다. 열 가지란 살인 ‧ 도둑질 ‧ 음행 ‧ 거짓
말 ‧ 음주를 하였거나 불 ‧ 법 ‧ 승을 훼손시켰거나 사견을 갖거나
비구니의 정계를 파괴한 것이다.』라고 말한다. (《대정장》24 ‧ 792상)
단 앞의 아홉 가지의 악을 범하고 만약 지극정성으로 참회하고
간절히 죄를 뉘우친다면 계속 비구계를 받을 수 있지만, 「비구니
의 정계를 파괴한 죄」를 범한 자는 목숨이 다할 때까지 출가할
수 없다. 사실상, 차난 중의 「변죄」가 즉, 십악 중의 앞의 네 가
지 악을 범한 것에 속하는데, 이것은 네 가지 변죄를 범하여도 만
약 지성으로 참회하고 간절히 뉘우치면 비록 변죄를 범했더라도
계속 비구계를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사미(니)은 대계를 따라 배워야 하지만 전부를 따라 배우는 것
은 아니다. 의정삼장의 《남해기귀내법전》제3권의 〈수계궤칙〉 중
에 『단 율장에는 12가지의 무범(無犯)이 있다.』
『12가지란 무엇인가?
(1). 가사를 분별해 입지 않는 것
(2). 가사를 지니지 않고 잠자는 것
(3). 불을 붙여 음식을 만드는 것
(4). 한 번만 먹는 것
(5). 생종자(生種字)를 훼손하는 것
(6). 생풀 위에 부정한 것을 보는 것
(7). 높은 나무에 오르는 것
(8). 보배를 만지는 것
(9). 밥을 남겼다가 묵혀서 먹는 것
(10). 땅을 훼손하는 것
(11). 먹을 것을 타인의 손을 거치지 않고 받는 것
(12). 생묘(生苗)를 훼손하는 것이다.』라고 말하며,
또 『이 12가지에 대해 두 소중(小衆; 사미 ‧ 사미니)에게는 허물이
아니지만, 정학녀(식차니)는 뒤의 다섯 가지는 범함이 된다.』고 말
한다. (《대정장》54 ‧ 219중)
여기에서 간략히 설명을 덧붙일 필요가 있다. 비구는 삼의를
가지고 있고 비구니는 오의를 가지고 있으므로 어떤 경우에 따라
어떤 옷을 입고 휴대해야 하는지에 대한 분별이 있으나, 사미는
단지 두 벌의 같은 모양의 바느질이 없는 만의를 가지고 하나는
상의로 다른 하나는 하의로 사용하고 있으므로 분별이 없다.
비구 ‧ 비구니는 삼의를 여의고 잠을 자면 안 되며, 중요한 것
은 대의이나 사미는 대의가 없으므로 범함이 없다. 비구는 불을
붙여 음식을 끓여 먹을 수 없으나 사미는 불을 붙여 병든 비구를
위하여 죽을 끊이거나 대중을 위하여 밥을 덥힐 수 있다.
비구는 가령 아침 일찍 정찬을 다 먹은 후에 설령 정오가 되지
않아 단월이 맛있는 음식을 가지고 와 공양을 하고 또 배가 차지
않아 더 먹을 수 있을지라도 다시 먹어서는 안 되는데, 이것을
「족식(足食)」이라 한다. 만약에 꼭 먹고 싶다면 아직 족식이 끝나
지 않은 다른 비구에게 「여식법(餘食法)」을 청하여 그 작법을 해주
는 다른 비구에 의해 먼저 한 입 먹은 연후에 자기가 다시 먹는
다.
사미는 나이가 어려서 배고픔을 참을 수 없으므로 족식의 제한
을 받지 않는다. 생종자란 오곡과 오이 종류(瓜果)의 종자를 말하
며 비구는 이를 손상시키서는 안 되지만 사미는 대중을 대신하여
처리할 수 있다. 부정(不淨)은 대소변이나 콧물가래 등의 더러운
것을 말하고 높은 나무에 오르면 위의를 잃게 되므로, 이 두 가지
는 속인들의 비방을 방지하기 위하여 제정하였다.
비구는 보물을 만지거나 가져서는 안 되지만 사미는 대중을 대
신하여 만지고 보관할 수 있다. 이미 손을 댄 음식이 하루 밤 지
난 것을 남은 음식[殘食]이라 하며, 이 남은 음식과 함께 한 방에서
자는 것을 ʻ잔숙식(殘宿食)ʼ 이라 하는데, 비구는 이것을 다시 먹어
서는 안 되지만 사미는 다시 먹을 수 있다.
비구는 직접 땅을 파거나 다른 사람을 시켜 땅을 파게 해서는
안 되지만 사미는 대중을 위하거나 삼보를 위해서 땅을 팔 수 있
다.
모든 음식물은 다른 사람을 거치지 않고 주는 것을 비구는 대
체로 먹을 수 없지만 사미는 제한을 받지 않으며 또 비구를 위해
다른 사람으로부터 음식을 받을 수 있다.
생묘(生苗)는 초목을 말하며 초목은 귀신들이 의지하는 곳이므로
풀을 뽑거나 나무를 베서는 안 되지만 사미는 제한을 받지 않는
다. 정학녀는 식차마니의 의역이다.
이 12가지의 조항 중에 앞의 일곱 가지는 지키지 안 해도 무법
(無犯)이지만, 뒤의 다섯 조항은 지키지 않으면 범함이 된다. 이것
이 사미와 사미니의 차이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