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스텐레스로 된 보온보냉 물통도 많고 물통이 없다면 페트병에 담아서 그냥 편하게 먹을 수 있고 곳곳에 정수기도 있어 채워 넣을 수도 있다.
특히 야전에 나가 있는 군인들의 경우 물의 소중함은 더 할 것이며 훈련시나 작전시 누구에게도 양보하지 않을 만큼 물을 아껴 먹는다.
그렇다고 무거운 수통을 많이 가지고 다닐 수 없다.
또한 개울이나 산속에 냇물은 보기에 깨끗하지만 함부로 먹었다가 배탈이 나기도 하고 병을 얻기도 하기에 정수제를 타서 소독을 하여 먹기도 한다.
보통 허리에 차고 다니는 물통은 1개를 주지만 극서지나 베트남 전장 같은 곳에서는 2개를 휴대한 경우도 있었고 미군들의 경우는 추가로 대용량의 물통을 휴대할 만큼 다양한 것들이 있었다.
물론 우리군도 다양한 것들을 개발하여 일선에 지급하고 나눠주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내가 군생활 하던 시절에도 2차 세계대전 때 쓰던 것 6.25때 쓰던 것 60년대 쓰던 것 등 말들이 많았다.
객관적으로 2차세계 대전 때나 6.25 때 쓰던 것이 국산화된 국군의 것 보다 뒤 떨어지거나 나쁘지 않았다.
미군의 것들은 산업화가 정착된 후 만들어진 제품이고 실전을 통해 증명된 것이기에 신뢰성과 내구성 등에 있어 더 좋은 것도 많았고 다른 개인장비에 있어서도 미제를 더 선호하고 음성적으로 쏟아져 나오는 군수품을 비싸게 사서 쓰기도 했다. 그것이 최소한 80년대 초반까지 였던 것 같다.
어디 수통뿐이랴. 군화, 군복 심지어는 장군의 별계급장까지도 국산별이 있음에도 미제별을 쓰다가 70년대 초중반 무궁화 받침이 추가된 장군계급장이 나왔다.
80~90년대에도 개인화기의 국산화가 되고 있었지만 당시에도 말이 각인된 미국 콜트사의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리고 내구성과 신뢰도가 높은 미제가 50년 넘게 남아서 지급될 만큼 재고량 또한 어마어마 했었다.
문제는 어딘가에 쌓여 있는데 미제든 국산제든 필요한 곳에 지급되지 않았고 낡았음에도 교체해주지 않았던 것이 문제였고 계급에 따라 휴대한 장비의 상태가 달랐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동원예비군물자가 더 좋은 것이 많아 예비군 훈련시 낡은 현역의 장비를 몰래 교체하기도 했다.
임무의 필요에 따라 지급한 것이 아니라 계급에 따른 힘의 반영으로 새것과 좋은 것을 차지하고자 했다.
그리고 불편해도 참는 것이 군인된 자세라는 고정관념이 위나 아래나 팽배해져 있었다.
방탄모가 그렇게 많음에도 대부분 무거운 철모를 쓰고 근무했다.
어쩌면 군산복합체에 의해 형성된 미국이 공여해준 장비를 계속 쓰는 것이 부끄러울 것도 이상할 것도 없는게 당시 우리군의 뒷모습이었다.
그러나 이젠 우리의 기술로 장거리 화포도 만들고 K자가 들어가는 각종 장비를 내놓고 있고 세계적인 의류기술과 제화기술을 토대로 여러 종류의 피복과 군화를 지급하고 있다.
적어도 이젠 우리것이 제대로 지급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연도가 지나면 아쉬워 하지 말고 폐기하자. 아끼는 것도 좋지만 바꿔줄 건 바꿔주고 꼭 필요한 곳 부터 지급해주고 쓸 수 있도록 하자.
문제는 상당수의 예비역들이 병으로 끌려 갔다온 피해의식도 있겠지만 외부에서 보는 이런 발전된 이미지 보다는 여전히 부족하고 개선할 것이 많고 개인 돈으로 군생활에 필요한 것을 보충해야 한다는 것과 함께 현실과는 동떨어진 정책과 운영을 하는 군의 상급지휘부나 군의 어른들에 대한 불만이 많은 것 같다.
군의 말단을 형성했던 의무복무자들이 바라는 건 뭔가 대단한 것을 기대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적어도 사회 발전에 걸맞는 복무환경과 그에 따른 피복과 장비 그리고 말끝마다 신성한 국방 어쩌고 하지 말고 작은 것에 신경써주고 의무복무자를 아껴주는 윗사람들의 작은 사랑이 필요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