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현장 시공사에 건축자재를 납품했다가 대금을 받지 못하게 되었다면, 자재납품업자는 건축자재 납품된 현장의 부동산에 대해 유치권을 행사할 수 있을까? 납품된 자재가 유치권을 행사하는 해당 부동산의 건축을 위해 사용되었다는 점에서, 유치권의 견련성과 관련해서 의문이 있을 수 있다. 이에 대해 최근에 대법원 판결이 선고되어 이 판결을 중심으로 정리해보기로 한다.
판례는 유치권성립을 부정하고 있다.
★대법원 2012. 1. 26.선고 2011다96208 건물명도
1. 가.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제1심판결을 인용하여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하였다.
(1) 피고는 주식회사 에이치00(이하 ‘에이치00’라고 한다)로부터 부산 사하구 00동 529-14 및 529-22 지상 한울00 주상복합건물 신축공사를 도급받은 주식회사 한울(이하 ‘한울’이라고 한다)에게 2003. 4. 1.부터 2004. 7.경까지 위 공사현장에 시멘트, 모래 등 건축자재를 공급하였고, 그 대금 중 136,384,293원을 지급받지 못하였다.
(2) 에이치00는 위 건물에 관하여 2004. 7. 5.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쳤고, 원고는 2005. 2. 15. 개시되어 2005. 2. 17. 경매개시결정 기입등기가 이루어진 강제경매절차에서 위 건물 중 원심 별지 목록 기재 부동산(제5층 제503호, 이하 ‘이 사건 아파트’라고 한다)을 매수하여 2010. 5. 6. 대금을 납부하고 소유권을 취득하였다.
(3) 피고는 한울과 에이치00의 승낙을 받아 2004년 말부터 이 사건 아파트에 거주하면서 2005. 1. 20. 전입신고를 하였고, 위 경매절차에서 2005. 3. 10. 경매법원에 다른 공사업자들과 함께 이 사건 아파트를 비롯한 위 건물의 각 호실에 대하여 유치권 신고를 하였다.
나. 원고는 피고가 위 건물 신축공사에 시멘트와 모래 등 건축자재를 공급하였을 뿐이므로 건축자재대금채권에 불과한 피고의 채권은 이 사건 아파트와 견련관계가 없어 유치권의 피담보채권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하여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아파트의 인도를 구하였고, 이에 대하여 원심은, 피고가 위 건물 신축공사에 필요한 자재인 시멘트와 모래 등을 공급하였고 위 건축자재가 공사에 사용되어 이 사건 아파트의 구성부분으로 부합된 이상, 위 건축자재대금채권은 이 사건 아파트와 견련관계가 인정되어 이 사건 아파트에 관한 유치권의 피담보채권이 된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위 주장을 배척하였다.
2.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수긍할 수 없다.
(1) 민법 제320조 제1항은 “타인의 물건 또는 유가증권을 점유한 자는 그 물건이나 유가증권에 관하여 생긴 채권이 변제기에 있는 경우에는 변제를 받을 때까지 그 물건 또는 유가증권을 유치할 권리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유치권의 피담보채권은 ‘그 물건에 관하여 생긴 채권’이어야 한다.
(2) 그런데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피고는 위 건물 신축공사의 수급인인 한울과의 약정에 따라 그 공사현장에 시멘트와 모래 등의 건축자재를 공급하였을 뿐이라는 것인바, 그렇다면 이러한 피고의 건축자재대금채권은 그 건축자재를 공급받은 한울과의 매매계약에 따른 매매대금채권에 불과한 것이고, 피고가 공급한 건축자재가 수급인 등에 의해 위 건물의 신축공사에 사용됨으로써 결과적으로 위 건물에 부합되었다고 하여도 건축자재의 공급으로 인한 매매대금채권이 위 건물 자체에 관하여 생긴 채권이라고 할 수는 없다.
(3)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피고의 건축자재대금채권이 이 사건 아파트와 견련관계가 인정되어 이 사건 아파트에 관한 유치권의 피담보채권이 된다고 판단하였는바, 원심판결은 유치권의 성립요건인 채권과 물건 간의 견련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단을 그르친 것이다.
★ 광주고등법원(전주부) 2011. 6. 16.선고 (전주)2010나2553 물품대금
☞레미콘 공급업자가 아파트시공사에 공급한 레미콘대금채권을 근거로 아파트부지와 아파트 건물에 대해 유치권을 주장한 사안
--원고가 00건설에 공급한 레미콘 제품 대금채권과 이 사건 아파트 사이에 위와 같은 견련관계가 인정되는지에 대하여 보면, 레미콘 타설공정은 사회통념상 레미콘의 특성에 따른 공급방법에 불과하다고 보이는 점, --에 의하면 원고는 00건설로부터 레미콘의 물량에 따른 대금만을 지급받기로 하였을 뿐 별도로 타설에 따른 비용까지 지급받기로 약정한 것은 아니었던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원고가 유치권의 피담보채권이라고 주장하는 레미콘 제품 대금채권은 물품대금채권에 불과할 뿐이어서 이 사건 토지나 아파트와의 견련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또한 원고가 00건설에 공급한 레미콘 제품은 이 사건 아파트 공사를 위한 것이므로, 이 사건 아파트가 아닌 이 사건 토지에 대해서까지 유치권을 주장하는 것은 주장 자체로 이유 없다).
결국, 건축현장에 공급된 자재가 건축된 부동산에 부합되었는지 여부 그 자체가 아니라 채권의 본래 성격을 중심으로 종합적으로 견련성을 판단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이러한 판단은, 다음의 하급심판결과 같이 부합 여부를 견련성판단과 그대로 결부시키는 견해가 적절치 않음을 분명히 한 셈이다).
★ 광주고등법원 2008. 5. 9.선고 2007나1956【유치권부존재확인(상고포기)】
☞ 경매 중인 토지 및 지상 목욕탕건물 중 특히 목욕탕건물에 대해 각종 비용투입을 이유로 시공업자가 유치권을 주장하자, 다른 채권자가 유치권부존재확인청구소송을 제기했는데, 이 사건에서는 시공업자가 주장하는 여러 채권들이 시공업자가 유치권을 주장하면서 점유하고 있는 사우나 건물(토지가 아님)과 견련성이 있는지가 쟁점이 되었고, 주장하는 개별 채권별로 견련성 여부가 판단된 것에 특징
“1. 우선, 온천공시공에 대해서는, --전00가 이 사건 건물을 신축할 당시 피고에게 이 사건 건물 신축과 관련하여 온천개발 및 한증막 설치공사를 맡겼고, 피고는 --이 사건 온천공 3개에 관한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하고 이 사건 온천공을 설치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를 종합하면, 이 사건 온천공은 지하수를 퍼올리기 위해 이 사건 건물 뒤편의 ‘익산시 00면 00리 166’ 위에 설치한 것이고, 위 토지는 전00과 피고가 공유하고 있는 토지로 전00과 피고는 위 온천공을 함께 개발하기로 약정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위와 같이 이 사건 온천공이 위 토지에서 지하수를 퍼올리기 위해 위 토지에 설치된 점, 위 온천공 및 위 토지가 모두 전00과 피고의 공유라고 보이는 반면 이 사건 건물은 당시 전00의 단독 소유였던 점, 위 온천공이 이 사건 건물에 바로 붙어 시설되지 않은 점, 이 사건 온천공은 온천공이 위치한 토지로부터 쉽게 분리하기 어렵고, 토지로부터 분리할 경우 경제적 가치가 현저히 감소하는 점 등을 종합해 보면, 이 사건 온천공는 이 사건 건물에 부합하여 그 독립성을 상실하였다고 보기 어려우며, 오히려 위 토지에 부합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이 사건 온천공 시공으로 인한 피고의 공사대금채권은 이 사건 건물에 관하여 발생한 채권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피고는 이 사건 온천공 시공을 위하여 투입한 공사대금채권을 피담보채권으로 하여 이 사건 건물에 대해 유치권을 행사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2. 한편, 텔레비전, 정수기, 에어컨 등 물품대금에 대해서는,
-- 피고는 이 사건 건물에 텔레비전, 정수기, 에어컨 등을 설치하면서 금 50,000,000원을 지출하였다고 주장하나,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그 비용이 건물에 대한 유치권의 피담보채권이 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3. 마지막으로, 돔형 한증막시설 부분에 대해서는,
---를 종합하면, 전00이 이 사건 건물을 신축할 당시 피고에게 목욕탕 시설로 사용할 이 사건 건물 신축과 관련하여 그에 부착된 사우나 시설인 이 사건 각 돔형 한증막 설치공사를 맡겼고, 피고는 ---이 사건 각 돔형 한증막을 완공한 사실이 인정되므로, 피고는 이 사건 각 돔형 한증막 시공에 투입한 140,000,000원의 공사대금채권에 기하여 이 사건 건물 전체에 대하여 유치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이에 대해 원고는, 이 사건 각 돔형 한증막이 이 사건 건물로부터 분리사용이 가능하고, 이 사건 건물과 독립된 효용가치가 있으므로 이 사건 건물에 부합된 것으로 볼 수 없으며, 따라서 이 사건 각 돔형 한증막 설치를 위하여 피고가 지출한 공사대금은 이 사건 건물에 관하여 발생한 채권으로 볼 수 없으므로, 피고는 이 사건 각 돔형 한증막에 관한 공사대금채권에 기하여 이 사건 건물에 대하여 유치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주장하나, ----에 의하면, 이 사건 각 돔형 한증막은 목욕탕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 건축된 이 사건 건물과 연결되어 축조된 것으로 이 사건 건물 내부에서 이 사건 각 돔형 한증막으로 통하는 출입구가 설치되어 있으며, 목욕탕 이용객들이 목욕을 하다가 이 한증막에 들러 사우나를 할 수 있도록 설치되어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위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각 돔형 한증막은 이를 훼손하지 않고서는 이 사건 건물에서 분리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이를 분리할 경우 그 기능을 전혀 발휘할 수 없는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이 사건 각 돔형 한증막은 이 사건 건물에 부합되었다고 할 것이므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