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선생님, 테리선생님 안녕하셨습니까, Simon입니다.
너무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ㅜㅜ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 :)
우선 저의 근황 보고부터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중앙대 통번역대학원 2년 과정을 무사히 마쳤습니다.
논문이 아니라 통역 및 번역 시험을 통해서 졸업 여부가 정해지는데, 전 운이 좋게도 통과를 하였고 통번역사 자격을 인정받게 되었습니다.
통과율이 50%도 안 되고, 동시통역/순차통역/전문번역 등 총 8개 과목을 3일에 걸쳐 치는 시험이기에 2년 내내 큰 스트레스였습니다. 정말로 한시름 놓았습니다.
최근 얼마간은 통번역사로의 취직 준비에 매진해왔고, 청주 소재 엘지화학 전기차배터리 사업장으로부터 합격 통보를 받았습니다.
처우 및 연봉에 대한 협의를 앞두고 있으며, 전도유망한 전기차 분야 그리고 업계 최고 수준의 기업에서 일할 수 있다는 점은 개인적인 커리어에도 큰 도움이 될 것 같아 마음 떨립니다 :)
이렇게만 말씀드리면, 마치 제가 운으로 만사형통을 이룬 것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대학원 생활.. 정말로 쉬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통역과 번역이라는 일의 특성상, 정말로 잘해봐야 본전이고 조그만 실수도 크게 부각되어 나타나기 마련이니까요.
또한 주변의 날고기는 동기들과 끊임없이 비교되기 마련이구요.
솔직한 심정이라면 '내 실력에 어떻게 졸업시험 통과했지?' '더 나아가, 이 실력으로 사회에서 밥줄 안 끊기고 살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는 것도 사실입니다 ㅎㅎ
추가합격으로 간신히 입학했기에 늘 실력 컴플렉스가 있었고, 그저 무적에서 체득한 것처럼 무식하고 우직하게 매일매일 아침부터 밤까지 통번역 연습만을 반복했을 따름입니다ㅜㅜ
'왜 저 오빠는 대학원 도서관을 떠나지 않는거냐. 김*후를 찾으려면 도서관으로 가라'라는 말이 돌았을 정도로요 ㅋㅋ
다만 이젠 힘들어서.. 무적 때처럼 새벽 6시 반~밤 10시 공부는 못하겠더라구요ㅜㅜ 그래서 아침 9시-밤 10시 공부를 지켰습니다!
외우고외우고, 듣고듣고, 말하고말하고, 쓰고쓰고... 그렇게 공부했습니다.
취업 과정도 험난하긴 마찬가지였습니다.
졸업 후 취직 안 되는 통번역사가 없을 정도라고 항상 얘기를 들어왔는데,
최근 2개월 간 동기들이 취직 잘 하는 동안 저는 이력서를 서른 통 넘게 썼고,
거의 대부분 서류에서 탈락하기를 반복했습니다. (엘지화학이 두번째로 본 면접이었습니다)
그리고 저를 무수히 퇴짜 놓았던 회사 중에는 한때 제가 몸담았던 현대자동차도 있었구요 ㅎㅎ
자동차에 대한 지식이 있고 업무 분위기를 잘 이해하고 있다고 아무리 어필해도 조직의 배신자에 대해선 단 한 번의 기회도 주지 않더군요.
대기업의 몽니는 과연 차원이 틀리구나.. 뼈저리게 깨달았습니다.
지금은 뉴욕 타임스퀘어 근처 숙소에서 본 메일을 작성 중입니다.
입시 기간까지 합쳐 몇 년을 쉬지 않고 달려온 스스로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첫 미국여행을 다니고 있습니다.
뉴욕과 워싱턴을 오가는 여행 계획을 짜고 여기저기를 방문하다 보니 하나 공통점이 있더군요.
'내가 찾은 곳들, 가려고 하는 곳들 전부 원장쌤이 청취왕, 독해왕에서 다루셨던 곳들이네!'
쉐프 데이비드 챙의 모모푸쿠 누들 바와 밀크 바, 뉴욕 자연사박물관, MoMA, 구겐하임 미술관, 스미소니언 재단 박물관들과 백악관, 국회의사당 등등..
특히 구겐하임 미술관은 건축가 프랭크 L. 라이트의 역작으로 꼽히지요. 프랭크 L. 라이트가 누굽니까. 우리 무적커에게는 건축가 김수근보다 친숙한, '온돌' 이야기의 주인공 아닙니까 ㅋㅋㅋ
아직도 머리에 희미하게 남아있는 50 Wonders - '온돌' 부분을 읊조리며 프랭크 L. 라이트의 건축 디자인을 감상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대했던 목적지는 다름아닌 워싱턴 소재 NPR 본사였습니다.
여행 계획을 짜면서 국내 가이드북 말고 Lonely Planet을 참고하길 정말정말 잘했어요. 워싱턴 추천 리스트에 NPR이 소개되어 있더군요! 저의 워싱턴 행은 순전히 NPR 때문이었습니다 ㅎㅎ
저를 비롯한 무적커들에겐 애증의 대상인 NPR 뉴스캐스터 잭 스피어, 모닝에디션 호스트 스티브 인스키프 등을 만나보고 싶었으나 보안 문제로 직원과의 접촉은 허락되지 않았습니다ㅜ
1시간 남짓의 가이드 투어였지만 저에게는 정말로 성지 순례를 한 듯한 벅찬 감동이 가득했습니다.
여기 직원 분들도 "한국에서 왔고, 10년 넘게 NPR로 영어공부 중이다"라고 했더니 '뭐? 한국에서도 NPR을 들어??'라며 놀라움+고마움+감동이 섞인 반응을 해주시더군요.
다시 한 번 원장쌤의 앞선 감각에 탄복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보안 때문에 '성지 순례' 사진을 많이 찍지 못해 아쉬웠습니다. 간신히 찍은 몇몇 사진은 첨부해 두었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또 다른 목적이 있다면 '안내문 수집'이었습니다. 장소를 가리지 않고 여기저기 붙은 수많은 안내문들을 사진으로 찍었는데요,
원어민의 언어감각이 아니고는 도저히 나올 수 없는 간단명료한 표현들을 참고하고자 하였습니다.
('잔디밭에 들어가지 마시오'를 Do not enter the grass라 하면 직역 느낌을 피할 수 없는데, 이걸 센트럴파크에선 'Please keep out'으로 끝내더군요 ㅎㅎ)
아무쪼록 앞으로 영어로 먹고 살아야 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서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느낀 유익한 여행이었다고 자부합니다 :)
17년 초에 대학원 추가합격으로 황급히 올라간 이후 지금까지는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어엿하게 뭔가 하나라도 이룬 다음에 내려가서 인사 드려야지'라는 생각에 미처 찾아뵙질 못했습니다.
이제는 이룬 것이 있으니ㅋㅋ 내려가서 인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늦은 감이 있지만, 원장선생님 테리선생님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
빠른 시일 내에 학원에 찾아가 뵙는 것으로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