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6년 8월 1일 김해국제공항이 개항하며 하늘문을 열었다. 부산은 물론 인근 경남과 울산, 대구, 경북 등 남부권의 관문이자 자랑거리였다. 세월이 흘러 국제항공 수요가 급증하자 제2관문 역할을 할 신공항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 부산을 비롯한 5개 시·도가 힘을 모은 덕으로 내년 9월 최종 후보지가 결정된다. 하지만 시·도별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후보지 선정을 놓고 벌써부터 파열음이 일기 시작했다. 지역 이기를 떠나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남부권 모두의 자랑거리가 될 수 있게끔 초심을 유지하며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부산 가덕도 장단점
부산시가 생각하는 신공항 입지 조건은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다. 급증하는 남부권의 국제항공 수요를 충족시켜 주민 불편을 해소하고, 동북아 물류중심도시의 근간인 항공 인프라를 구축해 국가경쟁력을 강화하는 게 최우선돼야 한다는 점이다. 자칫 지역 이기나 정치적 논리에 빠져 실패한 숱한 내륙공항들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됨은 물론이다.
부산시는 우선 신공항 입지 선정의 3대 요소인 24시간 운영 기능과 광역교통망 구축, 배후물류산업단지 조성에 자신하고 있다. 늘어나는 항공 수요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24시간 비행기가 뜨고 내릴 수 있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민원 요인인 소음피해가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 화물은 물론 여객을 원활하게 수송하기 위해서는 사통팔달의 광역교통망이 구축돼야 하며,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항만과 공항을 개발하는 복합물류체계가 확립돼야 한다.
부산시가 최근 국토연구원에 가덕도 남쪽 해안을 후보지로 추천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가덕도 남쪽 해안의 경우 다른 시·도의 후보지와는 달리 민원 요인인 소음피해가 없다. 그 때문에 24시간 전천후 운항이 가능하다. 이렇게 되면 부산·울산·경남 등 동남권의 김해공항 국제선 이용객 절반과 동남권에서 발생하는 수출입 항공화물 90% 이상이 인천공항을 통해 빠져나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광역교통망 구축과 관련해서는 이달 개통되는 부산~울산 간 고속도로와 2015년 예정인 부산~울산 간 동해남부선 복선전철, 부산~마산 간 경전선 복선전철이 가덕도 신공항의 접근성을 높여준다. 2010년 거가대교와 2017년 거제~통영 간 고속도로가 개통되면 가덕도는 섬이 아니라 사통팔달의 교통 요충지로 거듭나게 된다.
약점으로 거론되는 대구·경북 지역과의 거리 문제는 신대구~부산 고속도로를 가덕도로 연장하고, 대구~부산 KTX 정차역인 부전역과 가덕도 간 철도망(부전~마산 간 복선전철 및 신항 배후철도 활용)을 활용하면 해결된다.
무엇보다 가덕도의 장점은 항만과 연계된 항공 인프라 구축이 다른 곳보다 월등하다는 데 있다. 싱가포르와 홍콩, 상하이 등이 모두 항만과 공항의 복합물류체계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동북아 물류중심도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동남권 신공항과 신항만 간의 연계체계가 구축돼야 한다. . 부산시는 이러한 장점들이 이미 교통관련 연구기관에서 입증됐다는 판단하고 있다.
이와 관련, 시 관계자는 "신공항이 제 기능을 발휘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가덕도가 최적지란 결론에 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진 기자 jin92@busanilbo.com
·경남 밀양시 하남 장단점
경남도는 올해 초 동남권 신공항 후보지 확정을 위해 경남발전연구소(경발연)에 관련 용역을 의뢰해 놓고 있으며, 그 결과를 오는 15일을 전후해 발표할 예정이다.
경발연은 당초 경남도 내에서 후보지 10곳을 선정해 1차 조사를 벌인 뒤 현재 밀양시 하남읍과 마산시 구산면, 거제시 장목면, 하동군 금성면, 사천시 서포면 등 5개 지역으로 압축해 정밀 분석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들 후보지 중 현재까지 제반 평가항목에서 단연 높은 점수를 얻고 있는 곳은 밀양시 하남읍으로 알려졌다. 이곳은 영남권 대도시인 부산과 대구, 울산, 창원·마산 등에서 1시간 이내 거리에 있는 지리적 여건이 최강점으로 꼽혀 경남도가 일찌감치 유치 의지를 표명해 왔다.
특히 '남해안시대'를 주창하는 경남도는 "이곳이 남해안 해양권과 낙동강의 물길 수송, 경부선, 신항만 관련 철도 및 고속도로망 등 각종 기능별 수송능력을 보유하거나 연계가 가능해 영남권을 아우르는 공항의 입지로 최적지"라고 주장한다.
여기에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5월 경북도청에서 열린 대구·경북 업무보고 자리에서 당시 영남권 신공항 건설과 주장에 대해 "신공항은 대구와 경북 차원이 아니라 부산과 울산, 경남이 다함께 활용할 수 있는 지역이면 좋겠다"는 입장을 밝힌 점도 "밀양지역에 다소 유리한 게 아니겠느냐"며 은근히 기대하는 눈치다.
그러나 하남읍 일원은 해발 544m의 덕암산과 삼범고개(467m), 애기바위(367m), 석룡산(493m) 등 주위에 산이 많은 데다 자연마을의 이전, 하남읍 등지의 항공기 소음 민원 등이 예상되는 게 단점이다.
이밖에 하동군 금성면과 사천시 서포면은 영남과 호남권을 연계할 수 있는 지리적 여건은 좋지만 영남권 중심의 동남권 신공항으로서는 서부지역으로 치우쳤다는 평이다. 또 거제시 장목면과 마산시 구산면은 부산시 후보지로 이미 결정된 가덕도와 인접해 경쟁력에서 다소 밀릴 가능성이 있다는 평이다.
초기에 경남 후보지 중 하남읍과 함께 최고 유력지로 떠올랐던 창원시 대산면은 인근에 세계적 철새도래지인 주남저수지가 있어 2차 정밀분석 대상지에서 제외됐다. 경남도는 이달 중 하남읍 등 5개 후보지 가운데 한 곳을 정해 국토해양부에 추천할 방침이다.
한편 대구·경북권은 경북 영천시, 울산시는 울주군 서생면을 각각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병기 울산시 건설교통국장은 "객관성과 공정성을 확보해 영남 5개 시·도에서 접근성이 1시간 이내인 곳이 최종 선정돼야 하며, 특정지역 개발을 염두에 둔 위치 선정은 지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