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매화 향기 그윽한
진부령에서
/梅谷堂 김 경숙
*일시: 6/11, 12시 00분 사당역 출발
6/12, 산행
*날씨: 맑음
(04:05) 미시령(767m) 도착
(04:45) 상봉샘터
(04:58) 바위전망대
(05;07) 825.7m봉(바위봉)
(05;11) 헬기장
(05;23) 상봉(1,241m)-일출
(05;37) 암릉위험지대-로프 없음
(06;03) 화암재(신선봉 전 안부)
(06;11) 신선봉오름길 바위전망대
(06;19) 신선봉정상 갈림길
(06;26) 신선봉 헬기장
(06;28) ▲신선봉(1,214m)
(06;39) 신선봉정상 갈림길
(06;40) 1,094m봉(암봉-우회)
(07;17) 헬기장-삼각점(설악 415, 2007 재설)
(07;24) 군벙커(마산봉과 마주하는 곳)전망 좋음
(07;36) 대간령(641m, 새이령)-식사
(08;25) ▲890m봉-마산봉 서북방향 조망
(09;08) ▲병풍바위
(09;34) ▲마산봉(1,052m)-삼각점(간성 24, 2004 이설)
(09;39) 마산봉정상 갈림길, 마산봉정상?/ 알프스스키장 2Km/ 신선봉 8Km
억새밭
(10;13) 알프스스키장 리프트 탑승지
(10;22) 마산봉 들입목(진부령정상 4.0Km/ 흘리마을 0.8Km/ 마산봉 1.4Km)
- 폐알프스리조트 건물 임도
(10;33) 임도삼거리(길주의-우측길 버리고 좌측 향로봉대대 흘리소대 정문방향)
(10;35) 능선길(길주의-임도 만나 좌측으로 조금 따라가다 우측 철조망 따라서)
(10;39) 눈물고개(철조망 지나 2분후)
(10;40) 진부령 피망하우스단지(좌측-차도 따라 진부령, 우측-대간능선길/임도)
(11;19) 백두대간완주등반기념비
(11;26) 진부령정상(850m)
오늘은 다른 일 모두 제쳐두고라도 진부령 산행기를 마쳐야겠다 생각하고 짙은
커피 한잔 대령하여 컴퓨터 앞에 앉는데, 혼자 떠들고 있던 T.V에서 흘러나오는
소리가 갑자기 청각을 자극하여 온다. 회전의자를 90도 돌려 자막을 읽어보니
"폐암 이긴 숲의 힘"이란 제목이 구미를 당겨온다.
그렇잖아도 봄이면 늘 고충을 받아오던 천식으로부터 해방을 얻은 터였기에, 숲
에서 암을 치료받았다는 소리가 예사롭게 흘려지지 않았다. 대전(?)에 사신다는
김점백씨는 어느날 의사로부터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진단결과를 받았다고 한다.
대장암 3기, 글쎄요 암 선고를 받은 사람의 심정이 어떨 것이라는 건 대충 짐작을
해보지만 막상 그런 입장이 돼 보지 않고 '그 마음을 다 헤아린다'고는 말할 수 없
을 것 같다.
'몇 개월 밖에 살 수 없다'는 그 말은 '곧 죽게 된다'는 의미도 된다. 누구나 때가
되면 죽게 된다고는 하지만, 죽음이 준비되지 않은 사람이 막상 그런 말을 들어야
했다면 아마도 두려움에 떨지 않을 사람 아무도 없을 것이다.
김점백씨는 살기 위해 숲으로 들어갔다. 숲속에 움막을 짓고 그 속에서 마음을 비
우고 숲과 함께 호흡을 하였다. 겨우 살아야 1-2년 살 수 있다던 그가, 지난 3월 검
사 결과 암으로부터 졸업을 했다는 쾌거를 얻어냈다.
숲에서 암을 치료하였다는 사례는 많이 있다. 그렇다면 숲의 어떤 요소가 암환자
들에게 생명을 부여했을까?
숲의 마법은 시각, 청각, 후각적인 다방면에서 효능을 보이지만, 그 중에서도 숲이
우리에게 베푸는 가장 큰 혜택은 피톤치드라는 물질이다. 피톤치드란 식물이 해충
이나 곰팡이, 병원균 등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발산하는 화학물질의 통칭
을 일컬음이다. 즉, 공기정화 및 살균작용을 하는 일종의 항생제라 할 수 있겠다.
자연에서 추출되는 항생제, 말만 들어도 기분 좋고 믿음이 가지는 물질이다. 이 고
마운 녀석이 글쎄 항암단백질의 수를 증가시키는 역할을 한다네요.^^
그냥 산에 오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 오르고 기분이 업 되어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 같은데, 숲에서 이렇게 좋은 녀석을 몸안에 들일 수 있다니 산을 오
를 수 있다는 것이 그 또한 큰 복이 아닐까 해진다. 더우기 우리가 지금 걷고 있는
백두대간 능선상에서 얻어지는 것이 어찌 그뿐이겠는가? 높은 정상에서 산하를 내
려다보며 날려보내는 스트레스야말로 건강에 가장 큰 보탬을 하는 일등공신이 아닐
까 해지면서..
아, 생각만 하여도 가슴이 뿌듯하고 기분이 상쾌 해진다. 그 날들의 산봉우리에서
느껴지던 건강한 공기의 그 내음들이..!
미시령 옛길을 오르는 동안 가슴이 조마조마 하였다. 내가 걱정을 안해도 알아서들
잘 하실텐데 가슴은 왜 그리도 콩당거리고 멈춰지질 않던지?
화암사로 오를까 하던 산행일정이 미시령 정상에서 시작되었다. 미시령에 새벽 4시
5분 도착하고 보니 감시초소엔 불이 환하게 밝혀져 있고, 안에는 사람이 없는 듯 보
였다. 스케일[scale] 큰 사람들의 태도는 어디가 달라도 달라 보였다. 먼저 내린 몇
사람의 서슴치 않고 주의를 둘러보는 태도가 어찌 그리도 미덥던지..?ㅎㅎ
신백두대간 장장 796Km의 긴 거리를 단 11회에 걸쳐 이곳까지, 짧은 기간에 당도한
사람들의 마지막 얼마 남지 않은 15.6Km의 대간길을 국립공원에서도 막을 도리가 없
었는가 보다. 가겠다는데? 국토사랑의 캐치프레이즈(catchphrase)를 걸고 진부령까
지 밀어부치겠다는데, 그 막강한 대한민국 최고의 산방 "J3" 백두대간 종주자들의 발
걸음을 도저히 막을 수가 없었는가 보다. 주위엔 승용차 한대도 세워져 있지 않았다.
가지 말라는 길은 기어코 더 가고 싶어지는 법이다. 백두대간을 종주 할만한 사람들
이 국토사랑 하는 마음 없이 그 어려운 길을 감당해 낼 수 있을 법이나 하겠는가? 하루
속히 꼭꼭 걸어잠근 철대문을 활짝 열어제끼고 당당히 그 선을 넘어 진부령까지, 아니
백두산까지 줄기차게 걸어볼 수 있는 날이 하루속히 오기를 희망하면서..
백두대간 마지막구간인 미시령~진부령구간 산행길에 참석하게 된 주 목적은, 물론
12구간 종주자들 중 가장 고령자이신 노송님과 그리고 블루문님 외 나머지 팀원들의
축하가 우선이었다. 그런 다음 얼마남지 않은 백두대간 구간중 진부령까지 서너구간
남겨두고 있는 나로서, 이번 마지막 구간이 답사 겸하여 어쩌면 미리 당겨서 하게 되는
졸업날이 될 수도 있겠기에 더욱 깊은 의미를 부여하고 싶어진다.^^
* 산행코스 ; 미시령 -- 상봉 -- 신선봉 -- 대간령 -- 병풍바위-
- 마산봉 -- 폐알프스리조트 -- 진부령
* 산행거리 : 대간거리 15.6km/접속거리 0km/실거리 15.6km(7시간)
미시령은 차량통행이 많아 쉽게 접근할 수 있어 구간 종주의 시작점으로 아주 편리한
곳이다. 454번 국도가 지나는 미시령은 해발 767m로 눈이 오면 제일 먼저 통제되는
고개이기도 하다. 과거 군사도로였던 것을 2차선으로 확.포장하여 설악산과 속초를 찾
는 관광객들의 자동차가 많이 지나는 곳이다. 동해와 속초시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이곳은 조망이 뛰어나 전망대로도 유명한 곳이다.
"미시령에 도착하여 사실은 감시초소에 인사를 여쭙고 철책을 넘고 싶었는데, 아니
계시기에 무단으로 월장을 하니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하시옵길.."^^(사진; 대진님)
감옥소의 담장만큼이나 높아 보이는 철책을, 도움을 받아 겨우 월장을 하였다. 도망
치듯 급히 오르는 능선 아래로부터 바람소리에 묻어오던 밤의 새소리는, 쿵쾅이며 달
아오르는 심장에 진정제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해주고도 남을만 하였다.(4;06)
뒤쫓아 오르는 12구간 종주자들의 숨소리에 떠밀려 길 비켜줄 여력도 없이 한참을
허우적거리며 올랐다. 사실 내 숨소리만 컸지 내 뒤를 쫓는 그들의 숨소리는 전혀 들
리지도 않았다. 일반 산악회에서라면 비켜달라 하고, 아니면 좁은 길을 비집고 어깨
정도 툭~ 치고 앞질러 가버렸을 일이나 너무도 조용하였기에 등 뒤에 그렇게나 긴 줄
이 이어져 있는 줄 짐작도 하지 못하였다. 그만큼 내가 열심히 힘겹게 올랐다는 이야
기도 되겠다.ㅎㅎ..
한참 후 노송님의 '비켜 드리라'는 말을 듣고서, 겨우 작은 공터를 찾아 비켜서고 나
서야 줄줄이 그야말로 끝도 없이 이어질 것 같은 발빠른 사람들의 행렬이 길게 이어지
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하기사 경남지부에서 오신 분들도 있었으니 꽤나 긴 행렬이
이어지고 있었지. 그것도 눈치 못채고서는.,?^^(4;39)
잠시 멈추었던 곳에서 앞질러 가는 일행들의 뒤를 쫓아 5분정도 진행하다 보니 하얀
안내표지판이 길을 막아선다. '위험지대니 더 이상 진행하지 말고 되돌아 가라'는..
(04;45)
그 안내판이 원래 서있어야 할 자리는 어디인지 어둠 속이라 분간은 안되었으나, 한
참을 진행하다가서야 왜 그런 표지판이 세워져 있었는지를 알아차리게 되었다.
위험지대엔 로프 하나도 매어 있지 않았다.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함인지 아니면
자연을 보호하자는 의도인지 예전에 설치되어 있다던 자리에도 로프 하나 매어져 있
는 곳이 없었다. 주의 하라는 경고판 하나 겨우 뚫려있던 길을 막아 세워놓고는 로프
를 모두 끊어버린 듯 보였다. 모두가 그랬을 것이다. 길을 막고 세워 놓은 안내표지판
을 발로 밟고 지났듯이 나 또한 그렇게 그 위를 딛고 앞으로 진행을 하였다.
"출입금지 구역입니다.
위험지대에 로프가 없습니다.
안전과 자연보호를 위하여 되돌아 가시기
바랍니다."
뚫려있는 길을 사람이 지나지 말란 법 있는가? 가지 말라는 구역에 길은 닳고 닳아
반들반들 한데..?
그 지점엔 약수가 흐르고 있다. 상야님 말씀으로는 양수이며 특히 여자들에게 좋은
물이라는.. 그래서 갈증은 일지 않았으나 찬찬히 흐르는 물을 잠시 받아 몇 모금 마셔
보았다. 유달리 단맛이 느껴지고 시원하기 이를데 없던 그 샘물의 이름은 무엇일까?
낭만적인 이름 하나 걸고 있을 줄 알았더니 '상봉샘터'란다. 여성성을 띄어 이곳의
물이 양수라 하기에 여자와 관련된 아름다운 이름 하나 지녔기를 기대했는데..ㅎㅎ
화암재에서 오르면 이곳까지 2시간 40여분이 소요된다는 이야길 들었다. 우리는 미
시령에서 올랐기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음 박꽃향긴 죽어나야 하는 것인디.. 2시간은
벌고 들어가는 셈이다. 아, 정말 운이 좋은..!
"산(山)은 움직이지 아니하는 정(靜)이며 물(水)의 성질은 움직이는 동(動)이다. 따
라서 산은 음(陰)이고 물(水)은 양(陽)이 된다.
물은 명당(明堂)을 둥글게 감싸고 돌아야 하며 직류(直流) 하거나 급류(急流)하지
아니하여 서서히 흐르며, 산과 물이 조화를 이루어 생기(生氣) 충만하게 융합(融合)을
이루는 것이 좋다.
혈(穴)을 향(向)하여 흘러 들어오는 것을 득수(得水) 흘러 나가는 것을 파수(破水)
라 하며, 고여 흐르지 아니하는 물(水)은 흉격(凶格)이며 유유히 흐르는 물은 길격
(吉格) 이다.
청룡(靑龍)의 내면(內面)을 따라 흐르는 물을 양수(陽水) ,백호(白虎)의 안쪽을 따라
흐르는 물을 음수(陰水)라 하고, 양음수(陽陰水)가 합치는 곳이 수구(水口)가 된다."
풍수지리에서 음택(陰宅)에 나오는 말인데, 이 샘물이 왜 양수가 되는지 완전히 파악
은 되지 않지만, 아무튼 여자에게 좋다하니 마셔 보았다. 그런 이유를 들지 않는다 해
도 그냥 마시기만 해도 느낌이 좋은 물, 산꾼들에겐 더욱이나 꼭 필요한 생명수가 될
것이다.
금지된 구역임에도 불구하고 길은 뚜렷하게 나있다. 어둡고 우거진 잡목을 헤치고
나가야 하는 길이지만 느낌은 좋다. 5월 열하루의 상현달이 제법 불러오는 배를 내밀
고 야릇한 미소를 내린다. 어슴프레한 달빛 아래 갈참나무 잎 사이로 마루금이 머리
위에서 보였다 안보였다 한다.
샘터 위로 대간길은 좌측으로 틀어 이어지더니 12분 진행한 후 조망이 트여왔다.
바위능선이 시작되는 전망대이다.(04;58)
동남쪽으로 황철봉 공룡능선 대청봉까지 이어지고 미시령 아래로 울산바위가 두드러
지게 솟아있으며, 바로 밑으로 454번 국도가 이어져 오른다. 여명을 뚫고 눈에 들어오
는 조망은 그렇게 선명하진 않다. 안개가 옅게 드리웠기에 그나마 내다볼 수 있는 것만
으로도 아쉬움을 면할 수 있어 다행이다.
큰 바위 뒤로는 황철봉의 골격이 어둠속에서도 어렴풋이 드러나고..
조금전 미시령에서 오르던 대간능선길이 이곳까지 진록의 숲 사이로 이어져 오르고
있다. 광활한 녹색의 바다에 좁은 틈 사이로 심호흡을 하며 긴 오르막을 올랐을 난, 마
치 바닷속을 헤엄치는 한마리 물고기와 같았을 것이다. 잠시 서서 방금 전 숨가쁘게 오
르막을 치고 오르던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여 보았다. 불과 50분만에 이곳까지 올랐으
니 얼굴 빛은 한껏 익어 막 터져나오려는 석류알처럼 살갗이 팽팽하고 붉게 부풀어 오
르고, 동해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인지 아무튼 잘 불어주는 시원한 바람에 차츰 컨디
션이 제 자릴 찾아가고 있는 듯 하였다.
그후 능선은 너덜로 이어진다. 전망대에서 잠시 내렸다가 너덜지대를 다시 오르면
바위로 이뤄진 825.7m봉(암봉)이다.
05;07, 암봉에서..(825.7m) 해가 솟아오르려 동쪽 하늘이 붉어지고 있다. 사진은 역
광이라 실루엣만..ㅎㅎ
능선은 암릉으로 이어지고,
일출 직전 바위능선을 지나며 바라본 신선봉..
헬기장으로 내려서기 전 바위능선에 피어있는 "미국딱총나무꽃"과 함께.. 어쩌다 이
렇게 거칠고 척박한 곳에 자릴 잡게 되었는지?
"미국딱총나무꽃"(사진;노송님)
바위능선을 통과하니 헬기장이다. 그곳에 먼저 오른 회원님들이 기다리고 있다가 맞
아주신다. 아주 보기 좋고 흐뭇하였던 광경이다.
미시령에서 경남지부 회원님들과 인사를 못나누고 급히 올랐기에, 이곳에서 만나 서
로 인사를 나누고 기념촬영을 하기로 하셨던 듯.. (사진;대진님)
상야님의 발상으로 갑작스런 이벤트가 있게 되어 잠시 당황을 하는 순간, "이럴 땐
난 어찌해야 하나?"
백두대간 12회 졸업 플랭카드로 드래스를.. 노송님 뒤에 섰는 줄도 모르고ㅎㅎ..
어젯밤 꿈속에 난
진록의 양탄자를 타고 하늘을 날았다.
발 밑엔 산과 바다가 번갈아 나타나고
산 위에 내릴까
바다 위에 내릴까
망설이다
난 녹음이 짙은 설악의 능선에
사뿐히 내려앉았다.
숲에는 온통 흰꽃이 반겼고
숲 그늘엔 곰취가 흐드러졌는데
내 심장만큼이나 한 곰취 잎을
한 웅큼 꺾어 좋아라 하다
이걸 누구와 함께 즐겨야 할까 하는데
내 앞엔 멋진 왕자님이 서있었다.
왕자님은 날 데려가야 한다며
손에 든 곰취잎을 빼앗아
어깨 위에 얹어주었는데
그 곰취잎이 날개가 되어 난
어느새 하늘을 날고 있었다.
('11.06,12)
정말 꿈같은 일이 펼쳐지고 있다. 내게 날개가 있어 한번쯤 하늘을 날아보았으면
하던 일이 어젯밤 꿈속에 이루어졌고, 오늘 그 일이 현실로 다가왔다. J3 회원님들
과 대간능선 위를 훨훨 날아보려고 그런 꿈을 꾸었는가 보다.
"오늘 내 생일이 아닌가? 아니야, 백두대간 12구간 졸업산행 날이야. 그러니까 어
서 꿈에서 깨어나라고!"^^
(사진; 노송님)
박꽃향기가 아주 소중한 한순간을 담게 되었다.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
니다.^^ 오래간만에 만난 블루문님, 아더님과도 한컷..
정말 예쁘죠? 나도 저런 때가 있었을거야. 그렇죠? 신선한 향기가 물씬~~^^
노송님, 아더님과 함께..
상야님께서는 유명인사와 함께..? 노성임 대장님, 이번 12회 완주자들 중 유일한 여
성완주자로..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카메라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남들보다 한발 앞서 떠나보려 하지만 모두 다 따라 나선다. 그곳에서 한참 머물러 주
기를 바랐는데.. 상봉을 향해 Go~Go~~!
5;23, 너덜길을 밟고 상봉에 오르니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해무가 끼어 조금 늦은
시간 만족한 일출 광경은 아니었지만, 아쉬운대로 상봉에서 일출을 맞이하고..
상봉은 1,241m의 암벽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정상부근은 너덜지대이다. 바람이 센
곳이라 소문이 나있는 곳인데 오늘은 상봉이 부드럽게 우릴 맞아준다.
(사진;블루문님)
등에 흥건히 고여있던 땀을 이곳에서 다 날려버리고, 노송님과 함께..
상봉에서 신선봉을 배경으로..
상봉에서 신선봉으로 가는 길은 너덜길로 불손하다. 우람한 나무와 우거진 숲은 하
늘을 가려 터널을 이루고, 잔돌이 돌출하여 여간 조심스럽지가 않다. 그렇더라도 앞
서가는 일행들은 불평불만 한마디 없이 거친 파도를 거슬러 헤엄쳐 가는 바닷고기처
럼 스무스(smooth)하게도 잘들 헤쳐나간다. 이만한 것쯤이야 하고 특별한 의미를 부
여하며 신선봉으로 향한다.
상봉(1,242m)은 대간 능선상에 있지만 신선봉은 대간길에서 약간 오른편으로 벗어
나 있다. 능선은 상봉에서 신선봉으로 곧장 이어졌지만 길은 매우 위험하다. 상봉에
서 내려서며 뒤돌아본 암봉의 모습이다. 상봉의 동쪽사면은 바위직벽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상봉에서 신선봉 방향은 위험이 도사린 급경사 바윗길로, 미시령에서 어둠속에 오르
막을 오르며 길을 막고 누워있던 안내표지판에 '위험하니 돌아가라'하던 바로 그 내용
의 위험구간이 이곳이라는 걸 알게 된다.
노송님은 물 만난 물고기처럼 바위 위에서도 날으신다. 박꽃향기에겐 계속 훈수를 두
시면서..ㅎㅎ
그렇게 위험지대를 내려오며 또 다른 암봉 하나를 우측에 두고 우회하는가 했더니
어느새 일행들이 정상을 점령하고 있다. 남들은 우회한다 하는 바윗덩이를..ㅋㅋ
저 가파른 바윗덩이를 어떻게 오르는가 걱정 했더니, 처음이 어려워서 그렇지 시작을
해놓고 보니 오를만 하였다. 조심스럽게 기어올라...
정상에 서있는 분은 무조건대장님?
정상에 올라서기 직전, 동해바다를 내려다 보았다. 바닷물에 붉은 윤슬을 띄우며 혼
신을 다하던 해의 분신, 해무 속에서 내뿜던 빛살이 마치 바닷속에서 장작불을 지피는
듯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직접 보기 어려우면 간접으로라도 접하라 한다. 마치 태양의 속살을 들여다 보는 듯
또 다른 느낌이..
해를 앞에다 두고 진행하다 보니 사진이 아깝다는 생각이.. 아쉬운대로 내가 그 자리
에 있었음을 만족으로 대신한다.
뽀얀 안개속에 아직도 동해바다는 정체를 드러내지 않고 있다. 그렇기에 신비감은
더하지 않았나 해지면서..
앞에 있는 나무가 무언가 하여 당겨보니, 설악의 구상나무네요. 아침이어서 그런지
신선함이 한결 더하는 것 같다.
이건 설악잣나무..?
나무 한그루 햇살 한줌도 설악의 품에선 아름답지 않은 것이 하나도 없다. 산릉이
너덜지대인데도 식물들은 바위 사이사이에 뿌리를 내리고, 각자 개성있는 모습으로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 역시 설악은 설악이다. 저 건너 울산바위를 비롯하여 금강산
에 한발 가까워진 이곳 신선봉까지도 바위에서 뿜어대는 산의 정기가 가슴으로 전해
져 온다. 밟히는 것마다 온통 바윗덩이이니 그럴만도 하였다. 거칠다는 생각보다는
차라리 미덥고 신비한 감마저 떠돈다.
80여년 전 노산 이은상은 설악행각 마지막 계조암을 보고 이렇게 표현했다,
이 계조암에서 가장 눈 뜨이는 것은
집도 돌이요, 벽도 돌이요, 문도 돌이요, 뜰도 돌인데
뜰도 돌인 그것입니다. 완전히 돌의 세계입니다.
계조굴 너덜바위 길도 바위, 문도 바위
바위뜰 바위방에 석불같은 중을 만나
말없이 마주 섰다가 나도 바위되리라
그러다 다시 보니
이같이 온통 바위투성이로 된 곳에서
순전히 바위로 이루어진 봉우리라 처음엔 신선봉인가 하여 올랐다. 오르고 보니 신선
봉이 저만치서 내려다 보고 있다.
바다에 잠긴 태양이
금방이라도 신선봉 자락을 태울 것처럼
이글거리고 있다.
동해바다로부터 올라오는 붉은 빛으로하여
아직은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새벽녘
밤새 검은 숯덩이처럼 속을 태운 신선봉이
새벽을 가르고
세상을 향해 호령한다.
귓전을 울리는 요란한 소리에
흠칠 놀라 일어서는 자아
어서가자, 끝이 아닌 끝에서
또 다른 세상을 잇기 위한
잠깐동안의 쉼표를 위하여
('11.06,12)
너덜지대를 어렵게 내려와 잠시 걷다보면 오래간만에 포근포근하고 편편한 지대를
만난다. '화암재'다. 이곳도 한 때는 용대리와 속초를 잇는 고갯길이었는데, 지금은 자
취마저 희미하다. 화암재에서 바로 신선봉으로 오르지 않고 길은 왼편 기슭을 따라 이
어진다.(06;03)
박새가 군락을 이룬 너른 공터의 화암재에서 5-6분 올랐을 거다. 뒤쪽으로 조망이
트이는 곳 바위전망대이다. 그곳에 누군가 기다리고 있다가 노송님을 반긴다.
(경남지부장님이라 했던가요? 제가 잘 몰라서 그러니 혹여 틀리더라도 이해 해주시
기를..^^)
지나온 능선이다. 전망대부터 상봉 그리고 암봉으로 이뤄진 봉우리들이 따라 붙는
다. 우측 가장 높은 봉우리가 상봉이다.
신선봉은 금강산의 시작점이고 금강산 일만이천봉 중 남쪽에서 첫번째 봉우리이다.
신선봉은 대간길에서 약간 우측으로 벗어나 있다. 길에서 벗어나 있다고 신선봉이 백
두대간이 아닐 수는 없다. 편의상 길이 그렇게 나졌을 뿐, 그리고 힘들다고 금강산의
첫 봉우리인 신선봉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다. 이 멋진 봉우리를 덤으로 가는 것이라
생각하고 포기하는 종주자들이 많은 것 같다. 신선봉은 1,214m로 상봉보다 낮지만
상봉을 왼편으로 비켜 솟은 암봉에서 조망하는 풍광은 가히 압권이라 말할 수 있겠다.
동해와 설악전역과 그 주변의 넓이를 모두 보여준다.
화암재에서 15분 걸려 신선봉 갈림길에 닿았다. 그곳엔 군작전용 물자가 보관 되어
있고 '접근금지' 표지판이 세워져 있는 곳이다. 신선봉은 우측으로 오른다. 5분 정도
우거진 숲을 헤치고 오르면 너덜지대이다.
신선봉 정상까지는 너덜로 오른다. 에너지 보충할 시간이 되어가는가 보다. 힘이 좀
부친다.
정상에서 남쪽으로는 헬기장이 설치되어 있고,
정상은 완전 바위로 이루어져 있다. 정상석은 자연석에 '신선봉'이라 검은 페인
트로 쓰여져 있다.(사진;블루문님)
신선봉(神仙峰)은 좌우 두 개로 된 암봉이고, 우측의 암봉이 조금 더 높다. 정상에
서의 조망은 압권이다. 지나온 대간능선이 한눈에 조망되고, 황철봉. 울산바위등이
한눈에 들어온다. 앞으로 가야할 대간능선도 펼쳐져 오고, 진부령 오르는 도로도 멀
리 내려다 보인다.
바위봉 위에 올라 앉았으려니 그렇게 심하게 불어오는 바람이 아닌데도 정상이
흔들흔들 거리는 듯 느껴지면서 현기증이 인다. 금방이라도 허물어져 벼랑으로 곤
두박질 칠 것만 같다. 정말 시원했다. 오를 때 힘들었던 마음이 어느새 사라지고, 신
선봉을 다시 내려가야 하는 아쉬움을 이렇게 표지석과 가까이 하고..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에 자리 잡은 신선봉은 국내의 비경 중 숨어있는 절경중 절경
인 곳이라 말할 수 있다. 설악산의 주릉이 황철봉을 지나 미시령에서 잠시 숨을 멈추고
북단의 진부령, 금강산을 향하다 마지막 절경을 빚어낸 곳, 이 곳은 특히 백두대간의
남쪽방향에서 최북단의 첫 번째 코스로 대간종주자들에겐 잘 알려진 곳이다.
능선으로 이어지는 기암에 걸친 노송과 가문비나무는 천년세월에 빚어낸 아름다움이
눈앞에 펼쳐진 설악산 울산바위, 동해바다와 잘 어우러지며 절경을 연출한다. 또한 신
선봉 신선대 자락 아래 자리 잡은 화암사는 금강산 일만이천봉 팔만구암자 중 첫 번째
의 암자로 알려져 있고, 신선봉은 그 첫 번째 봉우리로 불리우는 금강산과 맥을 같이하
는 곳으로 불린다.
봉우리 하나 하나 올랐다 내릴 때마다 아쉬움이 너덜길로 이어져 간다.
정상에서 5분정도 머무르다 내려와 다시 신선봉 갈림길이다.(06;39)
신선봉 삼거리를 지나며 우측으로 작은 암봉 하나를 두고 좌측으로 우회하여 급하
게 내려서다 북쪽을 향해 눈길을 둔다. 멀리 마산봉 뒤로 향로봉이 어렴풋이 조망된
다. 능선은 좌측에서 우측으로 편안한 마루금을 그으며 이어지고..
뒤돌아서서 올려다본 암봉..
이후 내리막은 너덜로 이어지지만 크게 어려운 곳은 없다. 이후는 전형적인 심산의
울창한 나무 숲, 아주 싱그러운 내음이 함께 한다. 오늘 코스 중 드물게 오르내림이
없는 평이한 길이 이어져 내린다. 잎 큰 갈참나무가 온통 녹색을 뿜어내고, 간간히 서
있는 소나무가 근무 중인 초병같이 근엄한 분위기를 풍긴다. 높이 20m 안팎의 나무
밑에는 온갖 풀과, 꽃을 져버린 야생화들이 나무 잎과는 색감이 다른 연록을 띄며 융
단처럼 펼쳐진다.
날씨마저도 시원하게 대간길에 보태오니 몸과 마음이 그들이 내주는 피톤치드에
휘감겨, 정신은 맑아지고 육체는 최고의 컨디션으로 바뀌어지고 있다. 오래 지속되는
길은 아니었지만 이 밀림의 순탄한 내리막길은 참으로 기분 좋은 대간길이 되어 주
었다.
어디가나 눈에 거슬리는 부분이지만, 특히 이 구간은 멧돼지의 삶이 적나라하게
전개되는 곳이다. 이렇게 한심한 헤쳐짐을 오늘날까지 우리가 노력하여 돌려받은
자연적인 현상이라며, 사람의 발길을 끊게 만들면서까지 반기는 사람은 과연 어떤
사람들일까?
신선봉 갈림길에서 25분정도 잡목 숲을 빠져나오면 앞이 트이면서, 키낮은 잡목
숲으로 덮인 능선이 이어진다. 가슴이 후련해지면서 건너편 산자락엔 층층나무들
이 이름 그대로 숲의 사이사이에 층층이 하얀 꽃을 피워 장관을 이룬다.
층층나무는 불교와 인연이 있는 듯 하다. 초파일이면 층층나무의 여린 잎을 따서
쌀가루 반죽을 발라 튀겨내, 한 접시 수북하게 괴어 부처님 전에 올렸다던 옛 이야
기가 있는 걸 보면..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층층나무가 팔만대장경의 경판용으로도 사용되었다는 사실
이다. 알아본 바로는 팔만대장경의 재료가 자작나무가 아니라 주변에서 자라는 산벚
나무와 돌배나무가 70%로 주류를 이루지만, 층층나무. 고로쇠나무. 후박나무. 사시
나무 등으로도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이는 나무 재질이 너무 단단해도 안되고, 너무
물러서도 안된다는 것이다.(사진; 노송님/층층나무꽃)
층층나무의 꽃은 부처님 오신 날을 전후하여 만개 하는데, 이는 늦봄에 더위가 시작
되려 할 때 만개하는 것과 같다. 이처럼 키가 큰 나무에서 작은 꽃다발이 여러개 뭉쳐
피어 있는 모습을 보면 소담스럽기 그지 없는데, 이처럼 키 큰 나무의 꼭대기에 피는
꽃에 대한 비유를 들어 부처님의 덕성을 찬탄한 게송이 있다.
여름의 첫 더위에
숲의 나뭇가지마다 꽃을 피워내듯이
열반으로 인도하는 부처님의 숭고한 가르침은
가장 높은 목표를 향한 가르침이다.
이 소중한 보배는 부처님 안에 있다.
이런 부처님의 진리에 의해 모든 존재들에게 평안이 있기를!
(라따나경-Ratana sutta(보배경) 12번 게송, 숫따니빠타에서, 일아스님역)
이를 달리 해석하면,
키 높은 나무에 피어난 꽃처럼
부처님 가르침 드높은 부처님 법은
최상의 행복인 열반의 세계로 인도한다.
보석경(ratana-sutta)에 나오는 12번째의 게송이다. 불법승 삼보를 찬탄하는 이 경
에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키 높은 나무에 피어난 꽃'으로 비유하였다.
나무 위에 꽃이 피었다. 그런데 그 꽃이 상당히 오래 간다. 거의 한달 가는 것 같다.
'화무십일홍'이라고, 대부분의 꽃들이 핀지 10일이 지나면 시들어 떨어지는데 나무
위에 핀 꽃은 한달이 다 되어도 떨어질 줄 모른다. 꽃이 층층이 피어난다고 하여 '층
층나무꽃'이다.
낮은 키의 잡목을 헤치고 완만한 대간능선을 내리는 일은 상쾌하다. 하늘이 허리춤
까지 내려앉고 바람은 가슴팎까지 파고 지난다. 지나는 길섶엔 노린재나무와 산조팝
나무가 꽃을 한창 피워내며 줄을 잇는다. 산자락은 온통 싱그러운 꽃의 향기로 뒤덮이
고, 그 향기가 어디에서 나는지를 몰라 노린재나무꽃에 코를 대 보았다.
노린재나무의 꽃에선 짙은 향기가 나지 않는다. 어디일까? 층층나무 꽃일까? 산자락
을 온통 휘감고 있는 하얀 꽃의 무리가 층층나무인 걸 보면 그 향기가 틀림없을 법도
한데..? (사진;노린재나무꽃)
"산조팝나무꽃"(사진;노송님)
마산봉이 마주 보이기 시작하면서,
07;17, 헬기장 도착이다. 삼각점(설악 415, 2007 재설)..
참았던 갈증이 한번에 이는 듯 작은 병으로 가득한 물을 목줄을 타고 넘겨버렸다.
헬기장에서 빠져나와 5분 더 진행하니 방공호가 파여진 곳이다. 전망 좋은 곳이다.
890m봉 뒤로 병풍바위와 마산봉이 우뚝 솟아 보인다. 대간능선은 대간령에서 병풍
바위로 오른다. 그런 후 마산봉으로 다시 이어진다.(7;24)
그후 편안한 내리막길을 진행하다 지도상에 1,094m봉으로 표기된 봉우리를 지나고
헬기장에서 17분만에 출입금지 표지판을 지나면서..(07;36)
금지 구역으로부터 해방이 되어 홀가분한 마음으로 대간령에 닿았다. 예상하였던 대
로 신선봉에서 앞서 내린 일행들이 그곳에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07;36)
'대간령(641m)'은 강원도 인제군과 고성군 토성면의 경계를 이루는 고개로, 백두대
간 능선상에 있다. '큰새이령'이라고도 불리는 이 곳은 설악산맥 북쪽 신선봉(1,204m)
과 마산봉(1,052m) 사이에 위치하고, 이 고개는 소간령과 대간령으로 나뉜다. 북동쪽
은 1,000m급 이상의 험준한 산지로 급경사다.
주변 형세를 살펴보니 돌을 쌓은 주거 등의 흔적이 제법 넓게 흩어져 있다. 숙박 또는
주막집이거나 마소의 외양간이 있어서 오고가는 발걸음을 늦추고 잠시 쉬어가거나 하
룻밤 묵어가기 좋을 듯한 상상이 그림으로 그려진다.
이곳은 예로부터 영동과 영서를 잇는 주요 통로였으나, 한계리에서 미시령을 넘어 속
초를 연결하는 도로와 용대(龍垈)에서 진부령을 통과하는 지방도가 생기면서 자연스레
유명무실해져, 사람의 발길이 끊기고 이름만이 겨우 고개로서의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흘리령 또는 새이령, 샛령이라 불리우는 대간령 주위에는 주막이 번창했던 옛 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흔적이 아직도 남아 산객의 마음에 묘한 파장을 일으킨다. 대간령 좌측
으로 내려가면 샘물과 작은 새이령이 있고, 아직도 민가 두채가 남아 약초를 채취하며
살아가고 있다.
마장터는 간성사람들이 소금을 가져와 인제 사람들의 감자와 물물교환을 하던 곳이
며, 작은 새이령을 넘으면 46번 지방도로와 연결되는 용대리가 자리잡고 있다. 이곳에
남아 있는 집터의 흔적은 그 당시 상황을 잘 설명 해주고 있다. 곳곳에 남아 있는 움막
터는 주막집이라도 있었을 법 하고, 샛령(마장터) 방향에 있는 샘터를 비롯한 민가터는
이승복어린이 사건 때 화전민촌 철거작업으로 모두 폐허가 되었다. 그 당시 남아 있던
두 가구의 집에는 현재도 사람이 살면서 산나물과 약초로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
(사진; '09. 9월 22일)
이곳에서 간단하게 식사를 끝내고 잠시 서쪽 계곡으로 내리는 길목에 섰다가 그곳에
서 고광나무꽃(산매화)을 만나게 되었다. 몇년만에 만나보는 고광나무꽃인지..? 오래
전 태백에서 보았던 이 꽃 때문에 6월만 되면 태백으로 가고싶어 안달이 날 정도로 난
이 꽃에 매료 되었었다.
대간령에서의 탈출로는 왼쪽 계곡을 타고 마장터로 내려선 다음 작은새이령(소간령)
을 넘어 창바위로 빠진다. 2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 거리다.
대간령에서 마산봉을 오르는 길은 예상 밖이었다. 예전엔 알프스리조트에서 올라 거
꾸로 내렸었으니 그 느낌이 같을 수는 없겠지만..
이번 구간에서 오래간만에 밟아보는 육산인데, 오르막이 길어 만만하지가 않다.
대간령을 떠나 부지런히 걸어 20분만에 암릉지대를 오른다.(08;12)
아더님은 쉽게도 올라섰는데,
박꽃향긴 이렇게 바위벽에 붙어 한참을 뭉개다가 겨우..ㅎㅎ
바위벽을 딛고 올라서면 전망좋은 봉우리에 서게 된다.(08;15)
노송님께서 뭔가 아래로 향해 열심히 찍고 계셨는데, 뭘 찍으시는가 했더니 정향나무
꽃을 찍고 계셨다. 이제야 서서히 의문이 풀려가고 있다. 신선봉에서 대간령으로 내리
는 길에 코를 자극시키던 향기가 층층나무꽃인가 하였더니만, 알듯 말듯 하던 그 향기
의 주인공을 이제서야 알것 같다. 정향나무꽃이었다.
6월-7월 사이 설악에 들면 취하던 정향나무꽃(산라일락) 향기였다. 중청에서 대청봉
으로 오르는 길목에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바로 그 꽃이다.
꽃개회나무, 수수꽃다리, 정향나무 모두 같은 꽃으로 알았는데 알고보니 조금씩 다르
다. 꽃의 생김새와 색깔로 보아 고지대에 피는 이 꽃은 정향나무가 틀림이 없는 듯 보인
다.
먼 곳을 향해 셔터를 날리시는 것 같은데, 이번엔 뭘 찍으시는가요?
노송님은 겉모습 보고 생각했던 것보다는 훨씬 섬세하고 부드러운 남자여요. 꽃도
좋아 하시고요.ㅎㅎ..
이거겠지요? 지나온 대간능선.. 신선봉, 상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서쪽으로는 용대리 방향의 조망이 펼쳐지고.. 물굽이계곡과 마장터가 녹색의 융단
으로 펼쳐지며 아주 편안한 시선으로 내려다 보인다.
마산봉으로 오르는 길은 정말 지루하고 생각보다 깁니다요. 한번 더 치고 올라야
890m봉이란다. 이 봉우리 오르는 길엔 또 다시 너덜길이 마주한다.
이런 길에서 노송님께서야 신이 나실 일이지만, 박꽃향긴 곤욕입니다요. 무릎에 보
호대도 착용 않고 여기까지 버텨왔는데..
이 부근 야생화는 정향나무가 주를 이루고 있다. 꽃내음 정말 죽여줍니다~^^
이리 보고 저리 보고 좀 더 안전하게 발 디딜 자릴 찾아 기웃거리다가..
몇분간의 고초를 겪고 이렇게 890m봉에 올라서서.. "아~ 시원하다~~" 흐흐..
여기만 오르면 마산봉까지 쉽게 올라질줄 알았는데, 앞이 막막하네요. 한번 내렸다가
또 다시 죽을 힘을 보태봐야 할 것 같어여. 저 기가 마산봉이래요. 거꾸로 내릴 땐 좋았
는디..890m(암봉전망대)봉 정상엔 허물어진 군참호가 있고..
암봉전망대에서 내려다본 동해 고성 바닷가...('09년 9월 22일)
안부로 내렸다가 다시 오르막을 치고 오르는데, 노송님 날 보고 앞 뒤로 꺼떡꺼떡 움
직여 주라 하신다. 반동(反動)에서 오는 힘을 이용하라는 말씀, 그러나 그것도 훈련이
안되어서인지 힘이 더 드는 것 같았다. 에라 그냥 생긴대로 밀어부칠랍니더.ㅎㅎ..
어거지로 오르려니 몸은 땀으로 범벅이 되어버리고, 그렇게 죽기살기로 35분 정도
긴 오르막을 오르고 보니, 지난 날 이곳에서 점심 먹던 기억이 난다. 갓 담은 깻잎김치
를 가지고 와 맛있게 먹던 생각이..ㅎ
전엔 이곳을 벼락바위봉이라 불렀던 것 같은데, 반대쪽에서 보면 마치 병풍을 두른
것처럼 보인다 하여 병풍바위라 불리는 곳이다. 언제부터 그렇게 친해졌는지, 나도
몰라라우. 벼락바위봉에 올라 벼락같이 친해져 버렸으니..ㅋㅋ
병풍바위(1,058m)는 바위로 이루어진 봉우리이며 주위 조망이 좋다. 산록(山麓)의
숲이 바다처럼 펼쳐져 있다. 사방이 열려져 있어 남으로는 신선봉과 상봉, 대청봉과
화채봉이 보이고, 가리봉 주걱봉 서북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북쪽으로는 향로봉, 칠
절봉, 금강산까지도 조망되는 곳이다.
병풍바위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병풍바위의 모습이다.(사진;2009년 9월 22일)
병풍바위에서 내리다 좌측길로 빠져 마산봉으로 향하는 길도 쉽지 않다. 20분 정도
내렸다 다시 오르는 길이 죽을 맛이다. 언제 내가 이 길을 와봤던가 싶을 정도로 지난
날의 기억은 모두 어디에다 저장을 해두었는지, 이곳 산행이 이렇게 힘들었던가 새삼
스럽기만 하다.
그래도 고지가 바로 조긴데, 조금만 더 힘을 내 보기로 한다. 길도 좀 편안하여진 것
같고, 배낭 다시 메라 할까봐 들입다 도망을 놓아 버렸다.ㅎㅎ..
한참 너덜길을 올랐던 것 같다. 올라서고 보니 마산봉 갈림길이다. 정상은 삼거리에
서 우측으로 조금 더 올라야 한다. 병풍바위에서 24분만에 마산봉 정상에 섰다.(09;34)
마산봉(1,052m), 대단위 종합레저타운이었던 폐알프스 스키리조트를 서쪽 기슭에
품고 있는 마산은 예전에는 고원의 널널한 평원 흘리를 품고 있는 수수한 산이었다.
노송님은 정상석을 들었다 놓았다..기운 참 세니다~ㅋㅋ
이쯤에 다다르고 보니 목적지인 진부령이 가까워졌음이 느껴진다. 진부령 건너의
향로봉이 건너다 보이고, 그 너머로는 언젠가는 밟아야 될 북녘의 백두대간이 한눈에
조망된다.
날이 맑은 날이면 비로봉을 비롯한 금강산 연봉의 어슴프레한 산줄기가 두눈에 가
득찬다. 고개를 돌리면 동쪽으로 끝없이 펼쳐진 동해의 푸른 물이 시름을 씻으라는
듯 푸른 물결로 빛난다.
마산봉엔 삼각점(간성 24/ 2004 이설)이 있고, 입구 쪽에 '생태보호지역 안내판'이
서 있다.
동남쪽으로 난 길을 따라 들어가면 '2006 백두대간 훼손지(마산봉)복원, 복구사업'
표지석이 안내문과 함께 서있고..
09;39, 삼거리에 다시 와 섰다.
마산봉에서 그대로 내리막길을 타면 알프스리조트로 내릴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는
훨씬 더 길게 내린다. 내리고 오르고를 서너차례 반복한 후에야 알프스리조트 담장에
설 수 있다.
폐알프스리조트 담장까지 내리는 길은 마지막에 급경사 내리막을 내려서야 한다. 길
이 닳고 닳아 흙은 패여 흘러내리고, 마치 흙으로 빚은 미끄럼틀과도 같아 비탈에 선
나무를 끌어 안으며 겨우 내려야 한다.
리프트 탑승지에 도착하여, 야~ 끝이다! 하며 좋아라 했는데, 그 뒤로도 얼마를 더 걸
어야 했던지..ㅎㅎ
녹슨 시계탑에 시계바늘이 멈추어 선 그 시간이 알프스리조트가 문을 닫게 된 그 즈
음이리라.
철책을 따라 내리다 수많은 대간표지기가 걸려있는 곳에서..
귀하게도 대간령에서 고광나무꽃을 만나고 왔는데, 마산봉에서 폐리조트로 내리는
길섶엔 고개를 돌리는 곳마다 이 꽃이 눈에 띈다. 태백에나 들어야 만날 수 있는 꽃인
줄 알았는데, 이곳에서도 볼 수 있다니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유달리도 꽃잎이 희고
투명하여 마치 천사의 마음을 노래하는 듯한 그런 착각에 들게 하는 야생화다.
고광나무꽃(山梅花)이여!
천사의 마음이나 저 빛을 닮았을라나
어찌도 그 빛이 청정해 보이던지
그 자리 그대로 허물벗고 눌러앉아
山梅花로 피어나고 싶었던
太白山 골짜기에서
고요가 넘쳐 적막으로 덮쳐오던
太白의 밤하늘로부터
거칠 것 없이 쏟아져내리던 어젯밤 별빛이
고광나무 덩굴 위에 앉아
눈이 시린 빛을 가슴 안으로
마구 부어대고 있었기에
단 하룻만의 깊이를 잴 수 없는
은밀한 언어들을 시상의 줄에 꿰어
열락(悅樂)의 무아경(無我境)을 넘나드는
천의무봉(天衣無縫)한 시 한 수 낚고 싶었다.
내 어찌 그 꽃이 될 수 있으랴마는
淸明한 빛이라도 마음에 담아볼까 하였기에
산매화 향기 그윽한 여인이고 싶었다
그 빛 닮은 시인이 되고 싶었다.
이토록이나 모질게도 내 마음 흔들어놓는
고광나무꽃이여!
('08.06,13)
숲을 빠져나오니 이정목이 반긴다. 폐알프스리조트 아파트단지 옆 공터로 이어지는
들입목이다. 지루하게도 내린다 하였는데, 시간상으로는 마산봉정상에서 40분도 채
안걸렸다.(10;22)
이정표, 진부령정상 4.0Km/ 흘리마을 0.8Km/ 마산봉 1.4Km..
알프스리조트는 우리나라에서 두번째로 개장한 스키장이었다. 5년 전에 문을 닫은
뒤, 이제 이곳은 사람의 발길도 잘 닿지 않는 을씨년스러운 마을이 되어버렸다.
대간길은 계속 이어진다. 아직도 진부령까지는 4Km가 남아있다. 포장도로를 따르다
우측 숲길로 가로지른다. 그후 에스곡선을 그으며 임도를 걷다 작은 물웅덩이가 있는
곳에서 앞에 보이는 향로봉대대 흘리소대 정문을 향하여 논둑길을 따른다.
300m간격으로 이정표가 세워져 있어 알바할 일 없어 좋다. 좀 더 편하게 진부령정상
에 닿는 방법은 알프스리조트에서 포장도로를 따라 도는 방법이다. 차도를 이용하라
는 말씀이다. 그러나 대간능선은 오른쪽 임도를 따라 이어진다.
물웅덩이 있는 곳 못미쳐 군벙커 있는 곳에 미나리아재비가 한창 꽃을 피우고 있다.
꽃순이가 꽃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서..
향로봉대대 흘리소대 정문 앞 삼거리를 지나며..우측길 버리고 좌측 정문 앞 통과..
(진부령 3.1Km 지점)(10;33)
향로봉대대 흘리소대 정문 앞을 통과하여 철조망을 따라 우측 숲길로 진행한다.
나즈막한 동네 뒷산 같은 야산이 펼쳐진다.
철조망 지나 2분후 눈물고개로 내려서서..(10;39)
대간길은 우측으로 이어진다. 좌측 길을 따르면 차도로 진부령에 닿게 된다. 임도
(농로) 양쪽으로 피망재배단지인 하우스단지가 펼쳐진다. 이곳은 백두대간 지원 사업
으로 운영되고 있다. 피망단지에서 한참 직진하다 좌측(북쪽)으로 꺾이는 곳에 이정목
이 세워져 있다.
피망단지를 지나다 노송님 갑자기 밭으로 들어가시기에 뭔 일인가 하였더니, 산자락
밑에 섬초롱꽃이 무더기로 피어 있다.
이곳은 지금 아카시아꽃이 한창이다. 오래간만에 달큰한 아카시아꽃 향기를 맡으며..
좌측(북쪽)으로 꺾이는 곳에 전봇대가 서있고, 이 전봇대가 향로봉까지 계속 이어
지게 되는가 보다. 지난 날 향로봉을 오르며 전봇대를 목표로 세며 진행하던 생각이
나서 슬그머니 미소 짓는다. 진부령에서 향로봉정상까지 477개였던 것으로 기억을
한다. 그 숫자를 잊지 않으려고 진부령으로 되돌아 오는 길에 477..477.. 하며 걸었던
기억이 새롭다.
5분 더 진행하여 이정목 세워진 곳에서.. 진부령정상 1.6Km/ 마산봉 3,8Km..(10;58)
임도따라 걷기를 40분 남짓 하다보면 싫증이 날 때쯤 흰색 스레트집을 지나면서
좌측으로 꺾이는데, 임도는 비포장으로 이어진다. 숲길로 들어서자마자 개짖는 소
리가 요란하다. 이 길을 가며 대간종주자들이 어지간히도 길을 물었었나 보다. 경계
표시한 철관엔 "등산로? 우리는 모른다. 절대 묻지마"라고 쓰이고 그 밑에는 "출입
금지"라고 쓰인 글씨가 희미하게 남아있다.(11;06)
비포장도로로 진행하다 포장도로와 다시 만나고, 포장도로를 따르다 좌측으로 휘어
내리는 지점에서 대간길은 다시 산길로 들어서 비포장도로로 이어진다. 진부령정상
1Km지점 이정표가 서있는 곳이다.(11;08)
5분 후엔 이정표, 진부령정상 0.7Km/ 마산봉 4.7Km 지점을 지나게 된다. 이어서 2
분 후면 통나무계단으로 길게 내려서게 되는데, 그쯤 다다르면 사람들 환호하는 소리
가 들려온다.
2차선 포장도로에서 우측으로 돌아내리다 보니 한발 앞서 진행한 일행들이 '백두대
간 완주등반기념비' 세워진 곳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곳에서 대간능선은 숲을
가로질러 내리게 되어 있으나 막혀 있기 때문에 계속 포장도로 우측으로 따르게 된다.
11;19, '백두대간 완주등반기념비' 있는 곳에 도착..
'백두대간 완주기념비'와 함께.. "상야님, 그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감사드립니다~"
대간표지기와 함께.."노송님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축하드립니다~"
좌측으로 다시 돌아 내리는 곳, 숲을 가로지르는 입구에 "진입금지" 표지판이 붙어
있다.
대간능선은 그 지점에서 맞은 편 숲으로 이어져 내린다. 숲을 빠져나와 '백두대간 등
산안내도'가 있는 곳을 지나면 '백두대간 진부령 표지석'과 곰상이 서있는 곳, 진부령
정상이다.(11;25)
백두대간을 5구간으로 종주한 분이 있다 들었는데, 빨간 티셔츠의 야생화님이셨다.
"만나 뵈서 반가웠습니다. 그리고, 5구간 종주 축하드립니다~"
아! 진부령입니다.
기나긴 대간의 여정이 끝나는 시간
그동안 힘겨웠던 순간들에 가슴이 복받쳐
함성이라도 질러보고 싶은 심정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완주가 아니라
미완성의 노래일 뿐입니다.
일단 이곳에서 쉼표를 찍으며
종지부를 찍을 그 날을 기약해야 할 것입니다.
향로봉만 넘으면 금강산이 바로인데
어찌하여 이곳에서 멈춰야만 하는지
서글픈 현실에 목이 메입니다.
지난 날 향로봉에서 올려다보던 금강산까지의
백두대간을 머릿속에 이어봅니다.
그리고 손꼽아봅니다.
그 날이 언제일지?
구름과 바람과 새와 짐승들만이 오갈 수 있는
백두대간 길입니다.
탐탁치 못한 현실을 다시 한번 돌아보면서
오늘은 진부령에서
미완성의 노랠 불러봅니다.
가자! 백두산까지~~
('11.06,12)
오늘 12구간 완주하신 20인의 종주자님들께 다시 한번 축하의 인사를 올립니다.
"큰 고생 하셨습니다. 아울러 앞날에도 건강과 행복이 함께 하시기를 빌면서.."
“진부령(陳富嶺)“은 강원 인제군 북면과 고성군 간성읍을 잇는 백두대간의 고개로
높이 529m이며 백두대간에 속한다.
소양강의 지류인 북천과 간성읍으로 흐르는 같은 이름의 소하천, 즉 북천의 분수계
가 되어 있는 곳이며,
간성 ~ 한계리 국도가 지나는 이 고개는 중부지방 백두대간의 여러 고개 중에서는
높이가 가장 낮은 고개이다.
그외 진부령 정상에는 노출콘크리트로 마감한 진부령미술관이 고독하게 앉아 있다.
진부령미술관은 화가이자 영화인인 전석진 관장이 1999년 ‘진부령문화스튜디오’로 개
관, 2009년 11월 ‘진부령미술관’으로 진화한 문화공간이다. 진부령 고갯마루를 지날
일이 있을 때 이곳에서 자동차를 잠시 쉬게 하고, 뜻밖의 공간에서 문화의 향기에 흠
뻑 취해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진부령미술관 : 강원도 고성군 간성읍 흘리 32-28
흘리는 한자말 그대로 '산 우뚝 솟을 흘' 산꼭대기에 있는 마을이다. 요즘은 미시령
터널 개통으로 드나드는 사람들이 적어진, 진부령 꼭대기에 있는 작은 마을이다. 일제
시대부터 자연설 슬로프로 이용되다 공식적으론 1976년 남한에서는 두번째로 문을 열
었던 알프스 스키장이 있던 이곳은, 2006년 리조트가 문을 닫고 나서는 사람 구경 하기
가 힘들게 되었다. 지금은 한적하다 못해 을씨년스럽기까지 하지만, 흘리는 사실 우리
나라 스키 역사가 시작된 곳이라 할만큼 엄청난 적설량을 기록하던 곳이다. 가장 최근
인 2008년엔 하루동안 내린 눈이 1m를 넘은 적도 있었다. 그래서 심설산행 하면 흘리
를 떠올리게 된다. 흘리는 또한 백두대간의 한 줄기로 일반인들이 갈 수 있는 남한의
최북단이다. 지리산에서 시작한 백두대간 종주는 마산봉과 흘리를 거쳐 진부령에서
끝난다. 때문에 등산을 목적으로 하는 사람들도 그 의미와 상징성 때문에라도 마산봉
과 흘리마을을 들려보려 한다.
마산봉(1,051.9m)은 설악산 국립공원에서 제외되어 있다. 때문에 자유롭게 오를 수
있는데, 마산봉은 원래 예로부터 금강산 줄기의 하나로 보아온 곳이다. 금강산의 봉
우리들이 일만 이천 개나 되니 그럴만도 한데, 사람들은 미시령 북쪽의 산줄기를 금
강산이라 여겼다. 마산봉과 함께 남쪽의 신선봉, 향로봉, 북쪽의 칠절봉, 둥글봉 등
민통선 안의 봉우리들도 모두 금강산인 것이다. 높이는 그리 높지 않지만 정상에 서
면 주변 조망이 트여 동해바다와 영서의 산들이 한눈에 들어오는데, 겨울철엔 그만큼
세찬 바람이 불어오는 곳이다.
등산로는 알프스리조트 슬로프를 따라 곧장 이어진다. 본래 백두대간 길을 따르려면
진부령에서 백두대간 표지석 뒤로 난 길을 따라가야 하지만, 이곳부터 흘리마을까지는
생략하고 곧바로 리조트부터 시작하는게 일반적이다.
멈추어버린 커다란 시계탑만이 눈에 들어오는 알프스스키장은 마치 시간을 거슬러
간듯한 풍경이었다.
사람들로 북적이던 옛 영화는 어디가고
여행객들이나 백두대간 종주자들이 가끔씩 찾아주는
미시령을
마지막이라는 그럴싸한 감상에 젖어보지도 못한 채
밤도둑처럼 담장을 넘었던 지난 밤
환영나온 상현달이
대자연과 조화를 이뤄
삼삼한 설악의 밤풍경을 연출하던 시간
이미 수없는 선답자의 발걸음이 스쳤을
마루금을 밟으며
바닷내음까지도 느낄 수 있으리만치 예민한
나의 감성으로
국토사랑과 자연보호라는 차원에서
대간길 위에 뜨거운 눈물을 울컥였었다.
오늘의 진정 끝이 아닌 진부령에서
잠시 쉼표를 찍고
그리 멀지 않은 날
또 다른 시작의 빵빠레가 울려퍼지길 기원한다.
지난 날 향로봉에 올라
금강산까지 뻗어오르던 백두대간을 떠올리며
눈으로 밟아본 그 마루금 위에
직접 발자국을 찍고
백두산 정상에서 종지부를 찍을 그 날을
고대하노니
가자! 백두산으로..
그 날이 언제가 되었든
우린 그 날을 위해 남은 시간들을
기도해야 한다.
아직 남겨둔 몇구간이 있기 때문일까
실감이 나질 않는다.
2년여에 걸쳐 이곳까지 거침없이 달려온
지난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눈앞을 스치면서..
'11.06,12
(11.06,12)
첫댓글 산행기 정말 정성드려 쓰신 것 같습니다. 마치 같이 산행을 한 듯 하는군요. 수고많이하셨습니다.
많은 것을 배우게 하는 산행기 입니다.. 고맙습니다.. 자주 부탁 드려도 될까요 덕분에 공부 많이 했습니다.
대간 졸업산행에 상야 선배님과 함께 뵙게되어 반가웠습니다. 상세한 기록과 좋은 글과 사진 잘 보았구요 수고 많으셨습니다~
j3클럽에서 박꽃향기님의 글을 대할 수 있다는게 반갑고도 행복한 일입니다..좋은 글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