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우 송덕희 씨는 생활은 매일 긴장의 연속이었습니다.
성우라는 직업이 목소리만 가지고 연기를 해야 하고
녹음이 잘못되었다고 해도 다시 할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항상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해야 했습니다.
이렇게 하다 보면 집안 일에는 자연히 소홀해지기 마련인데
그녀의 시어머니는 이런 며느리를 감싸주며 손자도 봐 주시고,
청소는 물론 아들 며느리를 위해 손수 저녁상까지 봐 주십니다.
송덕희 씨 부부가 아무리 같이 살자고 청해도 어머니는
“그러면 오히려 너희들이 불편해진다.”고 사양하시며 아침저녁 아들 집으로 출퇴근하십니다.
또 그녀의 시어머니는 칭찬을 후하게 하시는 편인데,
송덕희 씨가 일하러 가기 위해 옷을 갈아입으면
“넌 어쩌면 그렇게 예쁘니. 참 날씬도 하다.”라고 말씀하시곤 했습니다.
그러면 송덕희 씨는 어깨를 들썩이며 기쁜 마음으로 일하러 나가는데
그날은 다른 날보다 일이 훨씬 잘 되었습니다.
하루는 시어머니와 식사를 하고 있는데 식탁 밑에서 벌레가 기어 나왔습니다.
“엄마, 벌레다!”
딸아이가 먼저 발견하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깜짝 놀라 식탁 밑을 내려다보니 돈벌레였습니다.
송덕희 씨는 자신도 모르게 “으악”하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 순간 시어머니는 벌레를 잡으려고 손을 뻗으셨습니다.
그녀는 시어머니를 말리며 의자에 걸쳐 있는 수건으로 벌레를 덮었습니다.
돈벌레는 꼼짝없이 수건에 갇히게 되었습니다.
“그래, 우리 집에 돈이 많이 들어오려나 보다.
돈벌레는 죽이면 안 된다는데 네가 죽이지 않고 잡았구나. 참 지혜롭다.”
송덕희 씨는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자신이 벌레가 무서워 죽이지 못한 것을 뻔히 아실 텐데
이런 말씀을 하시는 것을 보니 정말로 지혜로운 사람은 자신이 아니라 시어머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남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
따스한 말 한 마디를 전할 수 있다는 것은 무척 소중한 일입니다.
가까울수록 소홀하게 대할 수 있는 것이 가족 관계입니다.
쑥스러워서,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표현하지 못했던 가족간의 사랑을
보리사 불자님들이 먼저 표현해 보면 어떨까요?
사랑이 담긴 말 한 마디가 세상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