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03 전원생활
밥상에서 건강 찾는 민족의학자 장두석
우리 속담에 "삼정승(三政丞) 부러워 말고 내 한 몸 튼튼히 지키라."는 말이 있다. 이는 건강한 것이 삼정승보다 낫다는 역설적인 표현이다. 건강에 대한 관심과 중요성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한 전직 대통령은 "머리는 빌릴 수 있어도 건강은 빌릴 수 없다."며 아침 조깅에 열을 올려 한 때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잘 알면서도 소홀히 하기 쉬운 것이 또한 건강이다. 광주시 지산동에서 민족의학을 보급하고 있는 장두석 회장(63)은 건강을 우리 민족의 전통생활 속에서 찾는다. 그는 현재 민족생활의학연구회장을 맡고 있는데 민족생활학교를 운영하면서 일반인을 비롯해 각종 성인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을 건강생활로 이끌고 있다.
민족생활의학은 그가 조상 전래의 민간요법과 각종 자연요법, 중의학, 동의학, 현대의학 등 동서의학을 연구해 우리 실정에 맞게 체계화한 것이다.
장 회장은 건강유지를 위해 우리의 전통적인 식생활을 강조한다. 특히 식사를 할 때는 오행(五行)과 오색(五色), 오미(五味)를 골고루 배합해 먹으라고 말한다. 즉 매일 대하는 밥상을 약상(보약상)이 되게 하라는 것이다.
"우리 조상들은 음식상 하나를 차려도 자연순환계 원리에 맞게 차렸습니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의 밥상은 약상이었다고 할 수 있지요. 전통적인 우리 밥상을 보면 오행(五行)과 오색(五色), 오미(五味)가 골고루 배합돼 있습니다. 이렇게 다섯 가지 요소를 조화롭게 섞어 음식을 만들면 각 음식이 가진 독성이 제거되고 약성만 남아 그보다 더 좋은 보약이 없지요."
우리 민족은 장이 길어 채소류 많이 먹어야
그는 현대인들이 각종 성인병에 쉽게 노출되는 것도 잘못된 식생활에서 찾고 있다. 우리는 체질적으로 채식 위주의 식사를 해야 하는데 육식이나 가공식품을 지나치게 많이 먹어 탈이 난다는 것이다.
"본래 우리 민족은 장이 길기 때문에 섬유질이 풍부한 채소를 많이 먹어야 합니다. 그래야 섬유질이 장을 청소해 주고 배변을 도와줍니다. 반면 육류를 많이 섭취하는 서양사람은 동양인에 비해 장이 짧은데, 이는 육류의 지방이나 단백질이 분해·배설과정에서 많이 나오는 독소를 빨리 배출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런데 장이 긴 우리가 분해·배설과정에서 독소를 많이 배출하는 육류 및 가공식품을 다량 소비하니 어떻게 되겠습니까. 간장에 독소가 장시간 머물러 바로 성인병의 원인이 되는 것이지요."
의생활도 건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는 우리의 전통적인 의복문화를 이해해야 건강을 지킬 수 있다고 말한다. 옷은 통풍이 잘 되고 편해야 피부가 본래의 기능, 즉 호흡·배설·흡수작용 등을 충분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답답한 서양식 옷 대신 개량한복 등이 일상화된다면 국민건강이 지금보다는 더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그는 항상 한복을 입고 생활한다. 국내에서 뿐만 아니라 외국에 나갈 때도 한복차림으로 다닌다고 한다.
꽉 조이는 옷은 피부호흡 막아
그럼 민족생활의학을 통해 건강 전도사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얼마나 건강할까. 혹시 남 좋은 일만하고 정작 자신의 건강은 돌보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의사나 약사라고 해서 반드시 건강하라는 보장이 없듯이…. 그러나 그는 건강하다. 63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감기 한 번 안 걸린다는 것이다. 피부도 탄력이 있고 윤기가 흐른다. 성인이 돼 병원신세를 진 것은 교통사고로 골절상을 입은 때 외에는 없다. 추운 겨울밤에도 그는 외풍이 심한 방에서 얇은 이불을 덥고 잔다. 그의 수면시간은 하루 3∼4시간에 불과하다. 그래도 그는 피곤한 줄 모르고 바쁘게 생활한다.
백해무익이라는 담배도 하루에 한 갑 반 정도나 피운다. 기분 나쁜 일이 있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3갑까지도 불사한다. 그렇다고 술을 마시지 않는 것도 아니다. 이틀이 멀다 하고 하루에 소주 두세 병을 마신다.
장 회장은 "언젠가는 민족생활학교 수료생들이 따라주는 술을 다 받아 마시다 보니 청주를 100잔 정도까지 마신 적이 있었다."면서 "술을 술이라고 생각하면 도저히 못 마시지만 물이라고 생각하면서 마시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인체에 치명적인 술·담배를 이렇게 많이 하면서도 장 회장은 젊은이 못지 않은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 그는 이를 채식 위주의 균형 잡힌 식사와 생수, 소금, 새벽 체조 등의 덕이라고 말한다.
물 자주 마시고 독소 중화시킨 볶은 소금 먹어야
실제 그의 건강비결을 논하면서 생수와 소금을 빼놓을 수 없다. 이 두 가지는 어디를 가나 그를 따라다니면서 에너지를 보충해 준다. 그는 물 이상의 보약은 없다고 말하면서 생수를 자주 먹는다. 주의할 것은 반드시 끓이지 않은 물을 마셔야 한다. 생수를 마셔야 물 속에 살아 숨쉬는 생명력까지 흡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은 하루 2ℓ 정도를 마시되 조금씩 자주 마시는 것이 좋다고 한다.
소금섭취에 대해서도 색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다. 그는 현대의학이 각종 난치병을 고치지 못하는 것은 소금 섭취량을 지나치게 제한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소금은 제독·소염·살균·정혈작용 등을 하는데다 신진대사를 촉진시키고 노폐물의 배설을 돕는 역할을 합니다. 또한 체액의 중화를 도와 체질을 개선해 주고 혈압과 체중의 균형을 유지시켜 줍니다. 문제는 제대로 만든 소금을 올바로 먹는 것이 중요합니다."
장 회장이 말하는 소금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먹는 소금이 아니다. 서해안의 천일염을 이용해 만든 볶은 소금과 죽염을 말한다. 즉 소금의 독성인 핵비소를 중화시키고 각종 무기물질이 풍부한 좋은 소금을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볶은 소금은 가정에서도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어 죽염 대용으로 적합하다고 한다.
그러면 소금은 얼마나 먹는 것이 알맞을까. 성인은 노동량에 따라 8∼20g을 섭취하면 되지만 보통의 경우 8g 정도면 된다. 소금을 음식에 넣지 않고 그냥 섭취할 때는 물과 함께 먹지 말고 소금을 먹은 뒤 20분 정도 있다 물을 먹는 것이 좋다. 이는 소금과 함께 물을 먹을 경우 염분이 신장을 자극해 장기가 약화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소금이라도 과잉되면 좋지 않기 때문에 20일마다 하루는 염분섭취를 금해야 한다. 그래야 과잉된 소금을 배설시켜 주고 체내 각 부분의 염분농도를 고르게 해준다는 것이다.
그는 매일 새벽 4시경이면 일어나 마당에서 30분 가량 운동 겸 체조를 한다. 체조는 온 몸을 부드럽게 마사지해 준 다음 가벼운 동작부터 시작해 뛰고 당기는 운동 등을 통해 몸 구석구석을 풀어 주는 것이다.
장 회장은 소년 시절 심한 간질환과 폐수종 등으로 사경을 헤매다 기적적으로 병이 완치된 뒤 자연의학에 눈을 떴다. 그는 제도적인 교육은 많이 받지 못했다. 그러나 모든 것을 독학으로 깨우치고 동서고금의 의서를 섭렵하면서 자연과 우리 일상생활에 기초를 둔 민족생활의학을 정립했다.
장 회장은 "생활을 떠난 건강이론은 의미가 없다."면서 "지나친 욕심을 삼가고 자연을 거스르지 않으면서 바른 식생활을 유지한다면 건강은 절로 우리를 찾아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