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독도입니다 : 보라, 동해에 떠오르는 태양. 누구의 머리 위에 이글거리나.
독도에 발 디디고자 돌섬 우산국을 맴돈 지 여러 날, 여러 달이 지났습니다. 많은 시도 끝에 마침내 발을 디뎠습니다. 마음도, 정신도 아득하였습니다. 첫 발을 디딜 때, 떠오른 것은 내 나라, 내 겨레라는 노래였습니다. 대중노래이나 서사적인 그 노랫말이 좋아서 떠올랐을 것입니다. '우리가 간직함이 옳지 않겠나.' 그리고 그 기쁨은 그리 길 수 없었습니다.
배에 오르니 매체법에 관한 국회 본회의장 표결 상황이 텔레비전에 나왔습니다. 며칠 전 보도방송에서, 직권상정이 아니고서는 이룰 수 없을 것이라는 국회 의장의 이야기 소개가 있었습니다. 그 일을 끝내 하겠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부의장에게 진행이 넘어가고, 한 가지씩 가결이 나올 때마다, 마음이 괴로웠습니다. 무엇 때문에 저토록 열띤 찬반 속에서 그 열기를 차분하게 가라앉히지 않은 채 밀어붙이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여당과 야당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누가 감히 말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에게는 여당과 야당이 아니라 우리 나라에 관한 생각을 하는 게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다시 내 나라, 내 겨레라는 노래가 떠올랐습니다. '보라, 동해에 떠오르는 태양, 누구의 앞길에서 훤히 비치나.' 마침!
일식이 벌어지는 하루였으니 그 태양의 두 겹 그림자가 몹시 이상한 기분을 일으키기도 하였습니다.
우리가 간직하기만 하면 괜찮은 것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하였습니다.
그리고 이 노래의 첫 머리를 새겼습니다.
보라, 동해에 떠오르는 태양, 누구의 머리 위에 이글거리나.
피-맺힌 투쟁의 흐름 속에 고귀한 순결함을 얻은 우리 위에.
보라, 동해에 떠오르는 태양, 누구의 앞길에서 훤히 비치나.
찬란한 선조의 문화 속에 고요히 기다려-온 우리 민족 앞에.
숨-소리 점점 커져 맥박이 힘-차게 뛴다.
이 땅에 순결하게 얽힌 겨레여.
보라, 동해에 떠오르는 태양, 우리가 간직함이 옳지 않겠나.
우리 나라를 위하여, 우리 나라의 민주주의를 위하여, 그리고 민주주의의 참뜻인 국민의 행복을 위하여 우리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다시 스스로를 들여다보고 서로를 마주하여 할 이야기가 더 귀한 때라는 생각을 하며 독도를 멀리 보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