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브리서 개관
1. 히브리서의 명칭과 저자
본서의 원래의 명칭은 확실하지가 않습니다. 초기 헬라어 사본들에서 본서의 제목이 ‘프로스 에브라이우스’ 즉 ‘히브리인들에게’란 형태로 나와 있으나, 이 명칭은 필사자가 본 서신의 내용을 추론하여 붙인 제목으로 여겨집니다. 또 그보다 더 후기에 쓰여진 사본들에서는 본서의 제목을 ‘파울루 에피스톨레 프로스 에브라이우스’, 즉 ‘히브리인들에게 보낸 바울의 편지’라고 기록하고 있지만, 이 제목 역시 본서의 저자를 바울이라고 생각했던 4세기 이후 서방 교회의 전통을 반영하여 첨가한 것입니다. KJV의 경우 후기 사본의 제목을 따라 표제를 사용하고 있으나, 대부분 영어 성경들은 ‘히브리인들’(Hebrews)을 제목으로 삼고 있으며 한글 개역 성경도 이와 같은 입장을 따르고 있습니다.
본서의 명칭이 불확실하듯이 본서의 저자 역시 확실하지가 않습니다. 역사적으로 본서의 저자로 생각된 대표적인 인물로는 바울과 바나바, 아볼로가 있습니다.
먼저 바울 저작설은 4세기경에 아다나시우스(Athanasius)가 히브리서를 바울의 저술로 발표한 이후 서방 교회(로마 천주교)의 전통적인 입장이 되었으나 종교 개혁 시대에 루터(Luther)와 칼빈(Calvin) 등은 바울 저작을 부인하는 입장을 취했으며 오늘날에도 바울 저작설은 대체적으로 부인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다음으로 바나바 저작설은 어떤 의미에서는 바울 저작설보다 더 설득력이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이미 2세기경에 터툴리안(Tertullian)이 ‘바나바의 히브리서’란 말을 사용한 바 있으며, 이러한 입장은 근래에 이르기까지 상당수 학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그 다음으로 많이 유포된 주장은 아볼로 저작설인데, 이 견해는 종교 개혁자 루터가 처음 주창한 것으로 근대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지지를 받았습니다. 아볼로 저작설이 지지받는 이유는 아볼로가 본서의 본문에서 자주 인용된 70인역(LXX) 성경이 보편적으로 활용되었던 알렉산드리아 출신이며, 성경 지식과 학문이 풍부하였으므로(행 18:24) 매우 논리적이고 신학적인 내용의 본서를 쓰기에 적합하다는 것입니다.
이외에도 클레멘트(Clement), 실루아노, 빌립 집사 등 여러 사람들이 본서 저자로 거론되기도 했지만 크게 지지받지는 못했습니다. 그런 가운데 알렉산드리아의 교부인 ‘오리겐’(Origenes, 185?- 254?)은 “어떤 교회가 본 서신을 바울의 것이라 하거든 그렇게 하도록 두라. 그러나 사실인즉 본 서신을 누가 기록했는지는 오직 하나님만이 아신다”고 하였고, 많은 사람들이 이런 오리겐의 말을 히브리서의 저자 문제에 대한 결론으로 여깁니다.
이처럼 본서의 저자를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으나 그가 유대 전통과 구약 성경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가진 유대인으로서 헬라어 70인역 성경을 상용하며 유려한 헬라어를 구사할 수 있는 사람으로서 바울의 영향을 받았으나 그보다 약간 후대의 사람인 것은 분명합니다(히 13:7).
그리고 본서의 기록 시기에 대해서는 본서의 내용 중에서 기독교인들이 박해를 받는 중에 있음이 언급되었으며, 아직도 성전에서 제사가 행해지고 있음을 시사하는 언급들이 있고(히 8:1 이하; 9:6, 9; 10:1 이하; 13:10 이하), 디모데가 투옥되었다가 석방이 되었음을 언급하는 반면(히 13:23) 바울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는 것으로 보아 바울의 사후(A.D. 67년)로부터 예루살렘 멸망(A.D. 70년) 이전의 시기인 A.D. 67-69년 사이로 추정이 됩니다.
2. 히브리서의 주제
본서의 일차적인 수신자는 유대인 출신으로 기독교인이 된 성도들로서, 외적인 고난과 기독교 진리에 대한 온전한 이해의 부족으로 다시금 유대교로 되돌아가고자 하는 배교 행위를 막기 위해서 기록이 되었습니다. 본서의 수신인들은 큰 고난과 시련을 당하고 있었는데(2:15; 12:4), 이 시련은 아마도 동족인 유대주의자들로부터 받는 박해와 더불어 로마 정부로부터 오는 박해까지 포함된 듯합니다.
기독교 선교의 초기에는 로마 제국에서 기독교를 유대교와 같은 종교로 취급하여 특별한 제재나 핍박이 없었으나, 로마 화재 사건으로 시작된 네로의 기독교 핍박 이후 유대교는 로마 정부로부터 승인을 받은 상태여서 직접적인 박해를 받지 않았으나 기독교는 사교(邪敎)로 간주되어 극심한 박해를 받게 되었습니다.
이런 가운데 고난을 피하여 유대교로 되돌아가려는 자들이 많이 생겨나게 되었으며, 실제로 예수 그리스도를 부인하고 배교하는 이들도 있었던 것입니다(10:26-31). 이에 대해 본서의 저자는 그처럼 ‘하나님 아들을 밟고 자기를 거룩하게 한 언약의 피를 부정한 것으로 여기고 은혜의 성령을 욕되게 하는’ 범죄에 대해 하나님의 두려운 심판이 있을 것을 경고하는 한편, 수신자들로 하여금 기독교만이 절대 진리의 종교임을 확신케 하여 어려운 박해의 상황과 배교의 유혹 속에서도 믿음을 지키며 끝까지 인내할 것을 권면하고 격려하고자 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처럼 유대인 출신의 기독교인들이 환난을 당하여 믿음이 요동하거나 뒤로 물러나는 것은 그들의 신앙이 온전히 성숙하지 못했기 때문이며, 특별히 그들이 기독교 복음의 진리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갖지 못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들 중에 많은 사람들은 '오직 믿음'만을 강조하는 기독교와 달리 성전 중심의 희생 제사와 율법 준수의 종교 행위를 유지하고 있는 유대교가 상대적으로 더 거룩하게 생각이 되고 매력적으로 여겨져 다시 유대교로 돌아가려는 위험성도 상존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에 대해 본서 저자는 당시 유대교에서 행해지던 천사 숭배를 염두에 두고 천사들보다 탁월하시며, 또 유대인들이 추앙하는 구약 율법의 대표자인 모세보다 탁월하신 그리스도의 완전성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그리스도께서 자신을 제물로 드린 영원한 단번의 제사로 구약의 희생 제사가 예표하던 하나님의 구속의 뜻이 온전히 성취됨으로써 이제 더 이상 구약 방식의 희생 제사가 필요치 않음을 설명하면서, 구약의 제사 제도들이 어떻게 예수 그리스도의 영단번의 제사로 온전히 성취가 되었는가를 여러 각도에서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특별히 본서는 구약과 신약을 약속과 성취, 그림자와 실체라는 관계 속에서 어떻게 구약의 예언들과 제사 제도들이 그리스도의 구속 사역으로 성취가 되었는가를 논리적으로 설명해 줌으로써 모형론(Typology)적인 성경 연구에 대한 가장 탁월한 지침서가 되고 있기도 합니다.
3. 히브리서의 구조와 내용
Ⅰ. 뛰어나신 그리스도(1:1-4:13)
1. 계시의 종결자이시며 천사보다 우월하신 그리스도(1:1-2:18)
2. 모세보다 뛰어나신 그리스도(3:1-4:13)
Ⅱ. 온전한 대제사장이신 그리스도(4:14-10:18)
1. 그리스도의 대제사장직의 탁월성(4:14-7:28)
2. 새 언약의 중보자이신 그리스도(8:1-13)
3. 그리스도께서 이루신 완전한 속죄(9:1-10:18)
Ⅲ. 선진들의 믿음의 모범과 인내에 대한 권면(10:19-13:25)
1. 믿음의 능력과 선진들의 믿음의 모범(10:19-11:40)
2. 믿음의 경주와 더 나은 제사에 대한 권면(12:1-1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