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보게 된 영화인데... 여러가지 잔상이 조금 남아서 몇자 적어 봅니다.
영화는 스위스에서 시행되고 있는 [존엄사]에 대한 이슈를 연인의 사랑 그리고 가족의 사랑 등의 이슈와 엮어 드라마틱하게 담아냅니다.
여주인공은 평범한 가족에서 가족들의 궂은 일을 하며 자기보다 가족을, 남자친구를 더 먼저 챙기는 여인이었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부유한 집안의 한 장애인을 돌보는 6개월 계약직 직업을 얻게 되면서 다른 인생을 살게 됩니다.
남자 주인공은 그 장애인은 장래가 촉망받는 금수저(?)에다가 엘리트인 훨칠한 사람이었다가 불의의 사고로 척수외상을 입게 되어 목 아래로 그 어느것도 움직일 수 없는 상태가 되었지요.
하루하루, 아침에 눈을 뜨는 것 자체가 고통인 삶. 더이상 나아질 수 없는 몸 상태.
나는 감히 상상할 수 없기에, 그 사람의 존엄사 결정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얘기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하루를 살더라도 그 안에서 작은 행복과 감사를 느꼈으면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여주인공이 그 남자에게 해주었던 것 또한 그러한 방식이었죠. 그렇게 해서라도 그가 웃음으로 행복했으면 하는 그녀의 소망이었습니다.
여주의 바람대로 그 남자는, 여자를 아침에 눈을 뜨며 살고 싶게 만드는 유일한 대상으로 생각하게 되었지요. 그러나 삶은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 그 남자의 지론이었습니다.
저는, 사람에겐 태어나고 싶은 태어나는 생명의 선택권이 없는 것처럼 죽음도 스스로 선택할 권리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신이 우리에게 주시는 삶의 사명들이 있을 거라고 믿었던 사람 중에 하나였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 참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만들더군요.
물론, 남주는 엄청난 금수저였기때문에 그 많은 혜택들을 누리며 재활과 관련된 서비스를 받았겠지요. 영화가 아마도 좀 더 극적인 스토리를 원했기때문에 금수저 엘리트와 온몸을 사용하지 못하는 척수장애를 선택했겠지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존엄사에 대한 제 생각을 조금 더 유연하게 해준 듯 합니다....
실존주의 철학에선 우리의 삶은 태어날 때 부터 부여된 의미가 없다고 보고 있기에 우리 스스로 창조하며 의미를 발견해야 한다고 합니다. 만약, 이걸 거부한다면... 스스로 의미부여하기를 거부한다면 우리 삶은 정말 의미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여주인공은 끝까지 남자가 살기를 원합니다. 그에게 희망을 주고 싶어합니다. 그때, 남주는 여주에게 "당신에게 자유를 주라"고 합니다. 남자 주인공 자신을 위해 여주의 인생이 희생되기를 원치 않는 것이지요. 그러면서 의미있는 유산을 여인에게 남겨주기도 합니다. 여인이 다른 사람보다 자기 자신을 위하기를 바라면서요...
만약 어떤 한 사람의 삶이, 타인의 자유를 침해한다면 과연 그것은 의미있는 삶이라 할 수 있을까요?
가족들을 위해, 여자친구를 위해 고통스러워도 살아야겠다는 삶을 택했다면, 그것은 정작 본인에게 의미있는 삶이라 할 수 있을까요?
아직도 저는 여전히 우리는 우리 스스로 삶을 포기할 권리가 없다고 생각을 하곤 있지만, 영화를 보고 나선 그러한 생각 또한 저마다의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게 되었습니다.
물론, 생각과 행동은 다릅니다. 우리가 존엄사를 존중하고 내가 그러한 상황이 되었을 때 그렇게 행동할지 그렇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삶에서 무엇보다 나를 먼저 생각하고 선택하는 것은 의미있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것이 존엄사였다는 것이 이 영화에서 묵직한 메세지를 던져주고 있네요.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첫댓글 아버지가 치매와 지병으로 생의 시간이 다 되어갈 무렵 의사가 물어봤습니다. 인공호흡 하실건가요? 그때 고민했습니다. 생명을 연장할 것인가? 아니면 보내드릴 것인가? 사람은 그 순간에 참 이기적이라고 인공호흡을 포기하면 의사는 나를 어떻게 볼까...그런 제 자신을 보면서 참 사람은 자기 안위만 생각하는 구나...싶었네요. 그러고 나서 아버지를 보니 더 괴로워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아버지라면 어떤 선택을 하고 싶을까..치매가 심해서 판단도 못하시는데...얼마간 망설이고 나서 인공호흡 안 하겠습니다. 라고 말하면서 죄책감도 들었지만 생명을 판단하는 것이 힘들었습니다. 존엄사라면 누구를 위해 생명을 판단할 것인지 자신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아마도 영화의 주인공은 자신으로 인해 주변인들이 그런 죄책감과 고민으로 힘들어하지 말고, 자기 자신의 인생을 살기 원해서 그런 결정을 하게 된거란 생각에 남주의 결정을 존중하게 되더군요...
모리님의 그 마음, 그 결정에 대해 뭐라할 자격은 그 어느누구에게도 없네요..
애썼어요. 스스로에게 자유를 주세요...
심리를 많이 공부하셔서그런지 깊이가 다르네요...
말씀 감사합니다!
저도 영화를 봤는데, 이런식의 접근을 하지 못했는데 일상속에 상담을 적용해봐야한다고 들었는데 선생님 깊이가 다르시네요. 의미있는 삶에 대해 저도 여러 고민이 드는 영화였어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네,, 삶의 의미... 내 삶을 유지하기 위해 누군가의 삶을 침해하는 것.. 고민을 참 많이 하게됐던 영화였는데. 함께 고민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저는 책을 먼저 읽고 영화를 봤는데요 주제와는 좀 벗어난 내용일 수 있지만 책이 가지고 있는걸 영화는 다 담아내지 못해서 아쉬웠습니다. 저는 그냥 슬픈 로맨스라고만 생각했는데 전문가로서 보는 영화는 제가봤던 것과 또 다르네요. 흥미롭네요~
아, 저도 책을 읽어봐야겠군요. 더 깊이 있게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될 듯 합니다. 전문가의 관점보다는... 삶의 의미관점에서 존엄사와 연계해서 생각해보게 되었네요. 흥미롭게 읽어주셔서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