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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답장을 주셔서 고맙습니다.
영어 조기교육을 반대하신다는 말씀 고맙고 반갑습니다.
그런데 한자교육에 대해서는 저와 생각이 다르고 보내주신 글을 읽으면
소신을 알 수 있다고 하셨으나 바쁜 일이 있고 있어서 미루었습니다.
마침 어제 토요일이라 시간이 좀 있어서 첨부하신 글을 읽어보니
너무나 제 생각과 달라서 제 의견을 느낀대로 적어 첨부로 보내드립니다.
바쁘게 생각나는 대로 적어서 잘못된 것이 있을 것입니다.
바로잡아 주시면 고맙겠니다. 앞으로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참고로 며칠 전에 제가 쓴 글도 함께 보내드립니다.
2월 28일
이대로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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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통신 신문에 제가 쓴 글
http://www.jabo.co.kr/serial_read.html?uid=30840§ion=sc16
고영근 교수님이 쓸 글에 대한 제 의견
韓國語文會 寄稿
漢字敎育의 强化方案
高永根
얼마 전 미국 LA에서 있었던 韓日野球 競技의 결과에 대하여 아나운서가 “아쉽게도 일대 영으로 석패하고 말았다”라고 報道하는 것을 보고 한자교육을 强化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석패’는 漢字語로서 ‘惜敗’를 음으로 읽은 것이다. ‘惜敗’는 “경기에서 약간의 점수차로 아쉽게 지다”라는 뜻이다. 이 어휘 안에 ‘아쉽게’란 뜻이 담겨져 있으니 ‘아쉽게도… 지다’와 같은 말은 ‘역전 앞, 철교 다리’와 같은 겹문자이다. 이런 겹문자는 報道文의 原稿를 쓴 사람이 ‘석패’가 그냥 ‘지다’를 뜻하는 줄 알고 저지른 잘못된 예이다. 우리 주위에는 일상 언어생활에서 이런 잘못을 저지르는 일을 많이 볼 수 있다. 이는 각급 學校에서 漢字敎育을 제대로 실시하지 않는 것과 직접 관련이 있다.
1. 저는 ‘석패’라는 한자말을 쓴 아나운서가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이 말은 평상시에 잘 쓰지도 않고, 그래서 이 말 뜻을 잘 모르는 사람이 많습니다. 이제 어려운 한자말을 쓸 게 아니라 쉬운 말을 써야 합니다. 교육을 전혀 받지 않은 노인과 어린아이까지 듣는 방송에서 온 국민을 상대로 소식을 알리면서 그런 어려운 말을 한 자체가 큰 잘못입니다. 아마 그 아나운서도 평상시 말할 때는 “일대 영으로 아깝게 졌다.”라고 할 것입니다.
2. 잘못된 교육을 받은 국문과 출신이 보도문을 그렇게 써주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잘못된 국어교육과 한자말을 섬기는 사회문화 풍토가 문제라고 봅니다. 겹말 문제도 똑같은 흐름이라고 봅니다. 제가 국어교육자라면 책임감을 느끼고 부끄러워할 일이지 한자교육을 강화해야겠다는 생각을 절대로 하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한자 과목이라면 몰라도 국어교육은 말을 이해하고 바르게 하는 교육이어야 합니다. 또 제가 국어교육자라면 ‘LA’라고 로마자를 드러내 쓰지 않겠습니다.
우리 民族은 數千年에 걸쳐 漢字와 漢文을 公用하면서 文字生活을 營爲하여 왔다, 한자와 한문을 加工하여 口訣을 만든다든지 吏讀文을 지을 때에도 그 根源은 모두 漢字와 漢文이 그 바탕에 놓여 있었으며 중세에 創製된 한글도 기본적으로 漢字와 混用되는 運命을 타고 났다.
1. 우리가 한자를 수천 년 동안 쓴 것은 우리 글자가 없어서 어쩔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중국식 한문이 어렵고 불편해서 ‘구결’과 ‘이두’까지 만들어 썼고, 한자와 한문이 그 바탕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게 한글세상이 다 된 오늘날 초등학교에서부터 한자를 가르치고 한자와 혼용할 운명을 타고 났다는 건 억지라고 봅니다. 오히려 중국 한문에서 벗어나서 우리다운 말글살이를 하려고 애쓴 선조의 정신을 본받아서 한글을 살려 쓸 생각을 해야 옳다고 봅니다.
2. 그래서 저 같으면 ‘文字生活을 營爲하여 왔다’ 는 말은 “말글살이를 해 왔다.”라고 하겠습니다. 괜히 읽기 힘든 한자로 쓰고, 알아듣기 힘든 한자말을 쓰고 한자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하지 않겠습니다. 누구나 읽기 쉬운 한글을 쓰고, 누구나 알아듣기 쉬운 말을 하겠습니다.
3. 구결이나 이두문을 보는 눈과 생각이 저와 많이 다르다는 걸 느꼈습니다. 저는 수천 년 동안 한자를 쓴 것은 우리 글자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쓴 것이고, 구결이나 이두문을 쓴 것은 중국식 한문이 불편해서 우리식 말글살이를 하려고 몸부림친 본보기요 시초로 봤습니다. 그래서 제가 쓴 책 ‘우리말글 독립운동의 발자취’에서 신라의 ‘설총’을 국어독립운동 할아버지로 보았고, 조선의 세종대왕을 아버지로, 대한제국의 주시경은 손자, 그리고 그 뒤 대한민국의 여러분과 저도 그 흐름의 끝자락에 있는 자손들로 봤습니다.
우리나라가 中國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自主國이 된 19世紀末부터 國文, 곧 한글이 公用文字의 역할을 하기 시작하였으나 결과적으로는 국한문혼용으로 방향을 잡아 나갔으며 이점 日帝 强占期에도 큰 차이가 없었다.
1. 세종대왕이 배우고 쓰기 쉬운 우리 글자를 만들어 주셨지만 한문나라인 중국에 눈치를 보는 조선의 정치인과 중국 문화의 노예가 된 학자들은 국가 차원에서 공식문서에 한글을 쓰기는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훈민정음이 창제된 15세기 중반 이후 일반 백성들은 물론이고 궁녀와 대비들까지 개인 차원에서는 한글을 썼고,17~8세기에는 양반들과 문인들도 많이 한글로 시를 짓고 글쓰기를 다투어 하였습니다.
2. 그러다가 19세기 말인 고종 때는 중국의 눈치를 안 보게 되면서 한글을 나라 글자로 공식 인정하게 되었으나 이미 깊숙하게 침투한 일본 문화와 세력의 영향으로 일본처럼 한자혼용을 하게 되었고,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완전히 일본식 말글살이인 한자 섞어 쓰기가 뿌리를 내린 것입니다. 19세기 기독교나 독립신문처럼 한글로만 글을 쓰고 입말은 그대로 글로 옮기는 언문일치 말글살이를 했으면 나라도 말글도 살고 빨리 발전했을 겁니다.
解放이 되면서 한글전용의 실마리가 풀리기 시작하였다. 초중등학교 敎科書를 엮을 때 漢字語는 일단 한글로 내세우되 해당 漢字는 괄호 안에 넣었다. 이렇게 된 배경으로는 첫째는 民族解放이라는 政治·社會的 要因을 들 수 있고 다음으로는 우리말을 적는 데 合理的이라고 公認된 朝鮮語學會(지금의 ‘한글학회)의 ’한글맞춤법통일안‘의 영향도 적지 않았던 것 같다. 이 점 北韓도 큰 差異가 없었다. 처음은 조선어학회의 맞춤법을 準用하다가 ‘朝鮮語新綴字法’(1948/1950)을 거쳐 ‘조선어철자법’(1954)에 와서 그들 나름의 맞춤법을 완성하여 한글전용의 語文政策을 推進하여 나갔다.
1. 다행히 광복이 되어 교과서와 공문서부터 우리 글자인 한글로만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조선어학회를 중심으로 우리말을 도로 찾아서 쓰고 우리 토박이말을 만들어 쓰려고 애썼습니다. 당연한 일이고 잘 한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일본 시대에 태어나 일본말을 국어로 배운 경성제국대학 출신 국어학자와 그 제자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일본처럼 한자혼용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앞장서서 하면서 토박이말을 살려 쓰고 새로 말을 만드는 걸 헐뜯고 일본 한자말을 더 살려서 쓰려고 애쓰니 일반인들은 그게 옳고 바른 줄 알고 따랐습니다. 그래서 한글만 쓰기는 더 앞으로 나가기 힘들었고 학생과 국민만 힘들었습니다.
解放된 지 60餘年이 지났다. 우리의 주변에는 漢字를 常用하는 中國과 日本이 있고 21世紀는 東北 아시아가 歷史創造의 主役이 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현재는 과거 어느때보다도 세 나라의 接觸이 빈번하다. 앞의 아나운서의 보도에도 보다시피 젊은 世代는 한자에 대한 知識을 거의 갖추고 있지 않다. 이는 앞에서 잠시 언급한 바와 같이 각급 學校에서 漢字敎育을 실시하지 않은 데 그 직접적 原因이 있다.
1. 오늘날 거의 모든 책과 신문이 한글만 쓰지만 우리가 일상생활을 할 때 쓰는 말을 글로 적는, 이른바 언문일치 말글살이를 하고 국어교육만 잘 하면 문제가 없습니다. 다만 일본 식민지 교육을 철저하게 받은 학자와 지식인이 일본 책을 베껴서 자기가 지은 책인 것처럼 내놓은 대학 교재나 전문서적들이 문제입니다. 이 책들은 일본 한자말을 그대로 우리 소리로만 옮겨놔서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는 게 많습니다. 그건 참된 한글전용이 아닙니다.
2. 우리 식민지 통치를 위한 앞잡이 양성소인 일본 제국대학 출신과 그 제자들은 한자를 잘 알고 쓸 수밖에 없으나 오늘날 대한민국 젊은이들은 한자를 잘 모르고 안 쓰는 게 당연한 것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일본 강점기 때 일본 국민으로 태어나 일본어를 국어로 교육받은 이들과 그 제자들이 학자, 정치인, 언론인, 기업주로서 이 사회를 지배하고 일본식 한자혼용 말글살이를 하면서 주장까지 해서 문제가 컸습니다.
3. 저는 건국 초에 새로 만들거나 살려서 쓰던 세모꼴, 흰핏돌, 쑥돌, 셈본, 말본, 이름씨 같은 우리말로 쓴 교과서로 교육을 받았고 아무 불편이 없었는데 일제 혼용 세력이 교과서에서 그 쉬운 말을 빼버리고 일본식 한자혼용 세상을 만들려는 것을 보고 60년대 국어운동대학생회라는 모임까지 만들어 지금까지 40년이 넘게 그 반대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4. “...각급 學校에서 漢字敎育을 실시하지 않은 데 그 직접적 原因이 있다.”는 말씀은 지나치게 한자교육을 강조하다가 중, 고교에서 한자를 가르치는 진실을 숨기는 실수를 하신 거 같습니다. 중, 고교에서 하는 한자교육을 제대로 하자고 해야지, 중, 고교 한자 교육은 엉터리로 하면서 초등학교에서 하자고 해서 안 된다고 봅니다.
19世紀 末 國文이 公用文字의 資格을 얻었을 때 교과서는 國漢文混用을 指向하였다. 이 점 朝鮮語 抹殺政策이 强行되는 1930년대 말까지 變動이 없었다. 앞에서 본 바와 같이 解放이 되면서 모든 敎科書는 한글전용으로 편찬되었다. 한자를 괄호 안에 넣음으로써 이전의 主體的인 자리에서 從屬的 자리로 格下시켰다. 常用漢字를 制定하여 한자한문교육을 실시한다고 하였으나 時代가 내려올수록 한자는 우리의 言語生活에서 외면을 당하였다.
1. 앞에서도 말했지만 고종 때 이미 우리는 일본의 침투와 영향을 받기 시작하면서 일본식 한자혼용이 퍼지기 시작했고 일제 때는 더 말할 수 없이 한자혼용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대한제국 때 선각자들이 성경이나 독립신문을 한글만으로 글을 쓴 노력이 성공하고 계속 발전했다면 일본제국에 강제로 나라를 빼앗기지도 안고 힘센 나라가 되었을 것입니다.
2. 오늘날에 한자가 외면을 당하는 것이 안타깝게 생각할 게 아니라 반갑게 생각해야 합니다. 중국이나 일본은 한자로부터 벗어나려고 해도 벗어날 수가 없는데 우리는 한글이란 세계 으뜸글자가 있어서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3. 오히려 19세기 말에 한글을 살려 국민 지식수준을 높이고 나라의 힘을 키웠더라면 일본의 식민지가 안 되었을 것이란 안타까움을 느껴야 할 것입니다. 오늘날 대한민국 젊은이들이 한글을 살리고 지키고 빛내어 누구나 글을 읽고 똑똑한 국민이 되게 했고 그 바탕에서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을 빨리 할 수 있었던 것을 고마워하고 기뻐하면서 말입니다. 오늘날 한자가 외면을 당하고 한글이 빛을 보는 건 시대흐름이고 역사 과정입니다. 그걸 거스르려고 하는 게 잘못입니다.
특히 지난 世紀 70년대 이후의 政府의 한글전용정책과 90년대 이후의 개인용 컴퓨터의 보급으로 우리의 文字生活에서 한자는 거의 자취를 감추다시피 하였다. 新聞 등의 大衆媒體도 이제는 한자가 거의 눈에 뜨이지 않을 정도로 한글화되었다. 한글만으로 文字生活이 가능해지니 한자에 대한 관심도 줄고 그 교육도 소홀히 될 수 밖에 없다. 그러니 결과적으로 앞에서 든 아나운서의 보도와 같은 겹문자적 표현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1. 한글은 과학을 바탕으로 만든 글자여서 과학시대인 셈틀(컴퓨터)을 쓰는 정보통신시대에 딱 맞는데 한자는 그렇지 않습니다. 한글이 우리말을 적는 데 가장 적합하고 편리하며 한글이 한자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잘난 글자이기 때문에 한글세상으로 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또 한글사랑운동을 하는 분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한자가 외면을 당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역전 앞’과 같은 겹말이 나온 것은 말 다듬기와 국어교육을 제대로 안하고 한자 타령만 한 때문이며 바로잡으면 됩니다. 참된 국어교육자라면 반성하고 뉘우치고 우리말 다듬기에 힘써야 할 것입니다.
2. 저는 1967년에 국어운동대학생회를 만들고 한글만 쓰기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왜냐하면 한글은 진짜 훌륭한 글자라고 가르치면서 실제는 잘 활용하고 쓸 생각을 하지 않는 얼빠진 일본제국 식민지 교육을 철저하게 받은 어른들이 한글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옛날부터 나라가 힘들 때에 민중이 일어나 지켰듯이 젊은 대학생들이 일어나 한글이 자리를 잡도록 했습니다. 그렇지 않고 모두 교수님과 같은 생각으로 가만히 있거나 한자혼용을 주장했었다면 아직도 한자혼용 세상일 것입니다.
우리말에는 漢字語 起源의 어휘가 너무나 많다. 우리는 될 수 있는 대로 어려운 한자어휘는 우리의 固有語로 바꾸어야 한다. 지난 60여년 동안 남쪽은 國語醇化運動에 힙입어서 어려운 한자어휘가 많이 醇化되었고 북쪽 역시 문화어운동의 영향으로 많은 한자어 기원의 어휘가 固有語로 다듬어졌다. 南北이 情報를 교환하지 않은 상태에서 말을 다듬다 보니 개중에는 意思疏通을 어렵게 하는 말도 적지 않게 태어났다. 北韓語 辭典이 나오게 된 것이 바로 그 사이의 사정을 잘 대변한다고 하겠다. 그러나 모든 漢字語를 다 固有語로 되돌릴 수 없다. 특히 高度의 抽象性이 요구되는 哲學用語나 인문사회과학의 學術用語는 고유어로 바꿀 수 없는 것이 많다. 정도는 덜 하지마는 自然科學도 例外가 아니다. ‘理’와 ‘氣’는 오랜 세월에 걸쳐 성리학 용어로 정착되어 있다. 이런 어휘를 어떻게 고유어로 되돌릴 수 있겠는가. 北韓에서도 抽象的인 어휘는 醇化의 대상으로 삼지 않고 대신 한자교육을 통하여 바른 사용을 誘導하고 있다. 북한의 한자교과서를 보면 그 실상을 잘 알 수 있다.
1, 우리 글자가 없어 한자를 빌려 썼으니 한자 어휘가 많은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이제 우리 글자인 한글을 쓰는 때이니 어려운 한자말을 쉬운 토박이말로 바꾸어야 합니다. 우리는 광복 뒤 조선어학회를 중심으로 조금 하다가 일본한자혼용 세력의 방해로 중단했고, 북쪽은 좀 더 열심히 했으나 한자의 뿌리가 깊고 남한이 안하니 중단한 상태입니다.
2. 그러나 한자말을 다 바꿀 게 아니고 통하지 않는 일본과 중국 한자말부터 바꾸면 됩니다. 그리고 새로 만든 말이 일본 한자말 숭배자들뿐만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처음엔 낯설 것입니다. 가만히 앉아서 우리말을 살리고 지키려고 하기보다 노력을 하고 그 값을 치룰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봅니다.
3. 수천 년 된 한자 뿌리를 다 뽑으려면 100년도 더 걸릴 수도 있습니다. 교수님처럼 한자말은 한자로 써야 하고, 온 국민에게 한자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분이 많으면 수천 년이 가도 마찬가지일 것이며 제대로 된 한글만의 말글살이가 안 될 수 있다고 봅니다.
4. 저는 1966년 대학에 들어가서 일제 때에 동경제국대학을 나온 교수들에게 농업과 농업경제학을 배웠는데 광복이 되고 20년이 지났는데도 동경제국 대학 때 베낀 공책을 가지고 가르치는 분도 있었고 한글만으로 시험지를 쓰면 학점도 제대로 안 주는 분도 있었습니다.
5. 그러나 광복 뒤 미군정시대에 당신의 아들딸 이름을 우리말, 한글로 지은 철학교수님은 시험지를 한글로만 쓴 제게 100점을 주셨습니다. 양심을 아진 대한민국의 참된 학자라면 어려운 일본 한자말을 그대로 쓸 게 아니라 쉬운 말로 바꾸는 일을 열심히 해야 할 것입니다.
나는 모든 한자어를 되살리자는 復古主義者가 아니다. ‘人口에 膾炙되다’란 말은 이미 익은 표현으로서 많이 쓰이기는 하나 ‘膾炙’와 같은 어휘는 그렇게 쉬운 말이 아니다. 이런 말은 그냥 ‘입에 오르내리다’라는 고유어로 얼마든지 대치할 수 있다. 일부에서는 한자를 가르치면 고유어의 使用과 發展을 위축시킨다고 하여 한자교육을 반대하고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生産보다는 受容에 중점을 두는 한자교육은 우리말의 정확한 사용과 발전에 오히려 도움을 준다. 앞에서 든 ‘아쉽게도 석패하고 말았다’도 ‘석패’가 한자어 ‘惜敗’ 를 音讀한 단어라는 알고 있었다면 겹문자적인 표현은 쓰지 않았을 것이다. 적어도 國民敎育에서 일정한 수효의 한자를 習得해 놓으면 어려운 한자어휘를 醇化하는 데도 도움을 받을 수 있고 우리말을 정확하게 사용하고 우리말 중심의 어휘체계를 定着시키는 데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충실한 한자교육이 傳統文化와의 疏通을 원활하게 하는 基盤造成으로 이어진다는 것은 누구든지 異議를 제기하지 않는다.
1. 저도 한자교육을 해야 한다고 보지만 중, 고교에서 잘 가르치자면 된다는 것이고 일반인 말글살이에 한자를 섞어 쓰지 말자는 것입니다. 그리고 귀로 들어서 바로 알아듣기 힘든 “인구에 회자하다”라는 말처럼 어려운 한자말은 될 수 있으면 쓰지 말자는 것입니다. 그리고 한자와 한문 전공자를 많이 키워서 수천 년 동안 써 논 많은 한문책을 쉬운 서둘러서 한글과 우리말 투로 바꾸어야 합니다. 점점 한문을 아는 사람이 줄기 때문입니다.
나는 이 자리에서 각급 학교 敎科書를 편찬할 때에는 적어도 漢字 起源의 어휘에 대하여는 한자로 露出하기를 제안한다. 지난 60여년 동안 교과서를 만들 때 한글을 앞세우고 필요할 때에는 괄호 안에 한자를 넣었는데 앞으로는 반대의 순서로 配置한다는 것이다.
1. 아이들은 자라면서 아직 한글도, 또 한자도, 영어도 배우지 않았는데 ‘학교’나 ‘유치원’, ‘전화’, ‘책’, ‘연필’ 같은 한자말들과 ‘텔레비전’ 같은 외래어도 무슨 뜻인지 알고 있습니다. 굳이 한자의 훈과 음, 획수, 부수, 쓰는 순서 등을 알지 않고도 의사소통과 뜻 전달에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텔레비전’이란 외래어도 로마자도 쓰지 않아도 그게 무언지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교수님이 처음부터 끝까지 예로 든 “아쉽게 ... 석패”의 사례는 한자교육으로만 풀 문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교수님 식으로 제 뜻을 한자말로 만들어 쓰면 “國語敎育의 根本은 言解敎育이지 漢文 文字敎育이 아니다. 諺解敎育과 言文一致敎育을 잘하는 것이다.”란 것이고, 그 문제는 말하기, 듣기, 낱말 교육을 잘해서 풀 일이지 한자교육을 강화해서 풀려고 해선 부작용이 더 큽니다.
이를테면 독립협회는 만민공동회라는 큰 규모의 민중 대회를 열었다(『주시경: 마르지 한글 샘』)(한글을 빛낸 자랑스러운 인물 ①), 한글학회-국립국어원,
위의 표현에서 漢字語는 ‘독립협회’, ‘만민공동회’, ‘규모’, ‘민중 대회’이다. 이들 네 어휘에 대하여 한자로 露出시키면 다음과 같이 된다.
獨立協會는 萬民共同會라는 큰 規模의 民衆 大會를 열었다
반면, 개별 한자의 音과 새김은 脚註를 이용하는 方案을 제안한다.
1. “獨立協會는 萬民共同會라는 큰 規模의 民衆 大會를 열었다”라는 글은 일제 때 한자혼용으로 쓴 ‘3.1 독립선언서’가 주는 느낌을 주는군요. 모든 한자말을 국어책이나 다른 교과서에서 드러내 쓸 것이 아니라 중, 고교 한자시간에 한자를 잘 가르치면 얼마든지 해결 될 문제라고 봅니다. 고 교수님이 쓴 이 글의 한자도 중, 고교 한자 교육을 제대로 가르치면 누구나 다 읽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내가 제안한 교과서의 漢字露出은 중세의 龍飛御天歌와 杜詩諺解의 漢字露出이나 開化期와 일제 强占期의 漢字露出 방식과 근본적인 차이가 없다. 차이가 있다면 脚註를 이용하여 음을 달고 그 새김을 달아 주는 것뿐이다. 이 방식은 釋譜詳節과 刊經都監의 佛經諺解의 한자음 달기와 비슷한 면이 있다. 해방 후의 각급 學校 敎科書에서 한글음을 앞세우고 한자를 괄호 안에 넣는 방식은 世宗代의 月印千江之曲의 방식을 결과적으로 繼承한 것이다. 물론 이 방식이 가장 理想的이라고 하겠으나 인제는 漢字文盲이 너무나 많아 이를 退治하는 길은 교과서에서 한자를 露出시켜 한자교육을 强化하는 수밖에 없다. 이런 방식의 교과서는 돌아가신 남광우 선생이 1980년대 중반 율촌장학회의 支援을 받아 초등학교용 『韓國語』와 敎師用 指針書를 편찬하여 初等學校에서 한자를 단계적으로 가르치는 模型을 제시한 바 있다. 교과서에 한자를 노출시킨다고 하여 일상 言語生活에서조차 이를 따르라는 것은 아니다. 한자를 괄호 안에 넣는 방식을 택하면 학습자들이 漢字學習을 외면하여 우리말의 정확한 사용을 萎縮시키거나 건전한 발전을 沮害하는 원인을 제공하기 때문에 窮餘之策이지만 이런 방식을 채택하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1. 오늘날은 용비어천가나 두시언해를 쓴 조선시대가 아닙니다. 그 때는 한자만 아는 사람이 많고 한글은 모르는 사람이 거의 모두로서 한글세상이 아니니 그렇게 할 수 밖에 없고, 그렇게 쓴 것도 대단하고 과감한 시도였습니다. 한자를 모르는 어린애가 ‘전화’라는 한자말을 알아듣고, ‘텔레비전’이란 영어를 알아듣듯이 () 안에 한자를 꼭 쓰지 않아도 됩니다.
2. 교과서에 한자를 드러내 쓰면 국어가 발전할 것이라고 했는데 저는 그 반대라고 봅니다. 우리말이 더 발전하지 못하고 그대로 있거나 더 죽는다는 것입니다. 국어나 다른 과목 교육도 제대로 안 되고 한자교육시간이 됩니다. 더욱이 오늘날 쓰는 한자말로 된 학술 용어는 거의 일본 전문용어란 걸 잘 아실 것입니다. 광복 뒤 일본 전문용어를 다듬을 힘도 마음도 시간도 없어서 그대로 두었고, 굳어버렸다고 오늘날에도 모두 그대로 둘 것이 아닙니다. 이제라도 귀로 들어서 알기 힘든 말을 쉽게 고치거나 새로 말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야 학문도 정신도 문화도 일본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2. 1980년대 재일 교포 출신 기업인인 농심의 신사장이 일본처럼 한자를 섞어 쓴 한국어 책을 만들어 뿌린 일이 있다는 것을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한자를 드러내 섞어 쓴 그 책은 제가 어렸을 때 제 부모님이 배운 일본 교과서와 너무 비슷했고 같은 느낌을 주었습니다. 그 때 저는 율촌 장학회 분들과 전화 통화도 했는데 일본사람 말투였고 우리말이 어눌했습니다. 그분들은 우리말과 한글보다 일본 말글을 더 잘 아는 분으로 보였고, 일본과 뗄 수 없는 환경에 있는 분으로 보였습니다.
각급 학교 교과서에 한자를 露出시킨다고 할 때 국어 교과서에 限定할 것인지, 아니면 전 課程에 확대할 것인지에 대하여 論議가 있을 수 있다. 나는 적어도 어떤 교과서든지 한자를 노출시키는 것이 학습의 極大化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단 音을 달거나 새김을 붙이는 일은 국어 교과서에 限定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漢字 露出의 範圍를 ‘漢文敎育用 基礎漢字’를 기준으로 할 것인지 그 이상을 넘어설 것인지도 쉽게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한자의 導入 時期를 초등학교 1학년부터 잡을 것인지 아니면 중간 학년인 4학년부터 適用할 것인지도 쉽게 결정할 수 없다. 내 생각으로는 初等學校 1학년에서부터 도입하여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현재의 영어 조기교육과 관련시킬 때 더욱 그러하다.
1. 한자의 음을 달고 새김을 붙이는 것은 중, 고교에서 가르치는 한자 교과서에서 하면 됩니다. 국어 교과서는 말할 거 없고, 일반 교과서에도 안 됩니다. 그렇게 하면 국어교육도 과학교육도 안 됩니다. 제가 고등학교 때 농업교육을 받는 데 일본 한자말을 좋아하는 분이 한자를 쓰면서 교육하니 농업교육이 아니라 한자교육을 하다가 시간과 힘을 빼버리는 경험을 한 일이 있습니다. 그래서 대학에 가서 한글전용운동에 앞장을 서게 되었습니다.
2. 초등학교에서 영어 조기교육을 시키는 것이 잘못이듯이 한자 조기교육도 마찬가지입니다. 며칠 전 일본의 법령을 그대로 베낀 우리 법령이나 법학 책으로 공부한 법조계 출신 국회의원을 만났는데 교수님과 똑 같은 생각이었으며 그런 분들이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조금만 더 넓고 깊게 멀리 보면 그 잘못과 피해를 알 수 있습니다. 제발 눈앞의 이익만 보다가 더 큰 피해를 못 보아선 안 됩니다.
敎科書에 한자를 露出시키면 올바른 國語使用과 國語發展을 다그치는 效果만 거두는 것이 아니다. 中國, 韓國, 日本, 그리고 越南, 琉球(현재의 오끼나와)는 전통적으로 한자를 공용하여 왔다. 英祖 때의 실학자 洪大容은 燕行 길에서 筆談을 통하여 얻은 지식과 주고받은 편지를 이용하여 유명한 『乾淨同筆談』을 엮기도 하였거니와 재래로 우리의 학자들이 중국학자들과 交友할 때 필담을 통하여 意思疏通을 한 예는 許多하였다. 실제로 나는 海外旅行에서 한자를 써서 일본학자, 중국학자들과 情報를 交換한 일이 많다. 영어나 독일어가 금방 떠 오르지 않을 때는 한자를 써서 금방 의사소통이 되는 예를 많이 經驗하였다. 앞으로 東北 아시아 사람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接觸할 기회가 많아질 것이다. 學問的인 情報交換과 商談을 하는 경우에 意思疏通이 되지 않으면 傳統社會에서와 같이 한자를 써서 이를 補充하는 일이 많아질 것은 분명하다.
1. 일본인과 중국인을 만나서 한자로 무역 상담을 하고 학술토론을 한다는 말씀은 보편성도 없고 이 시대에 맞는 말이 아닙니다. 우리도 한자와 한문만을 쓰던 조선시대는 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중국은 제가 2년 동안 중국 대학생들에게 한국말을 가르치며 살아봐서 아는데 중국 젊은이들은 우리가 쓰는 한자를 배우지도 않고 모릅니다. 그리고 두 달 전에 제가 중국에서 만난 어문정책 국장의 말을 들으니 중국은 절대로 옛 한문시대로 돌아갈 수도 없고 갈 생각도 없다고 했으며 문자개혁운동을 계속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니 그들이 어른이 되면 우리가 쓰는 한자는 더 안 쓰게 될 겁니다. 중국을 내세워 한자 조기교육을 하고 혼용하자고 하는 것은 웃기는 소리입니다. 오히려 한자보다 중국어와 일본어를 배우자고 해야 한다고 봅니다.
2. 15년 전에 제가 한자를 많이 아는 노인들과 중국 자유 여행을 갔는데 가기 전에 자기는 한자를 잘 알기에 걱정 없다고 큰소리를 치며 저를 비웃더니 중국에 가서 물 한 모금 사먹지도 못했습니다. 그래서 한자를 잘 알지 못하는 제가 간단한 중국어로 물과 우유도 사주고 모시고 다녔습니다. 요즘에 한자 혼용을 주장하는 학자와 함께 중국도 가보았고 학술회의도 참석해 봤습니다. 그도 마찬가지 중국인과 인사말도 제대로 나누지 못하는 것을 제 눈으로 봤습니다. 한자가 아니라 중국어와 간체자를 알아야 물 한 모금 사 먹을 수 있는 실정이니 우리가 한자를 배워 중국, 일본과 무역과 외교와 학술토론을 한다는 것은 참으로 거짓된 말입니다. 책을 읽고 글을 쓸 때는 조금 도움이 된다는 걸 경험했고 압니다.
開化期 때 일본 漢字統一會 會長 가네코(金子堅太郞)의 글을 번역하여 語文政策의 基調로 삼은 일이 있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가네코는 한자는 中國, 韓國, 日本을 결합시킬 수 있는 좋은 사슬[連鎖]이 될뿐만 아니라 세 나라 사람의 思想을 교환하고 또 貿易을 발달시킴에 있어서 둘도 없는 利益을 얻을 수 있다고 하였다. 더욱이 그는 한자를 잘 활용하면 東洋의 文化的 優位性을 宣揚하는 데도 크게 寄與한다고 보았다. 최근 들어 논의의 대상이 되고 있는 東洋 三國의 漢字標準案도 東北 아시아 文化圈에 賦與된 時代的 要求를 충족시킬 필요성에서 제안된 것이다. 東洋의 한자도 나라에 따라 字體의 變種이 심하니 이를 어떻게 標準化할 수 있겠는가 하고 반대하는 사람도 없지 않다. 그러나 우리나라나 臺灣과 같이 正體字 중심의 교육을 잘 시켜 놓으면 일본의 略字나 중국의 間體字를 익히는 것이 그렇게 어렵지 않다. 이들은 모두 정체자의 變容이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동양의 세 나라가 公用할 수 있는 標準字體의 制定으로 이어져야 한다.
1. 100년 전까지는 우리도 한자만 쓰고, 중국도 번체자를 사용했으니 개화기 때는 한,중, 일 세 나라 사람이 필담을 할 수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그 때 일본인 가네코의 말이 먹혔을지 몰라도 지금은 3국 한자 통일이나 표준이 불가능하거나 불필요합니다. 중국에 가보니 그들이 쓰는 상용한자 대부분인 2300여 자를 간체자로 바꾸어 쓰고 있고, 일본도 약자를 많이 만들어 쓰고 있습니다.
2. 옛 한자를 알면 중국어 배울 때 처음엔 뜻을 이해하거나 간체자 익히기 좀 쉽습니다. 그러나 한자를 아는 게 중국말을 익히는 데 걸림돌이 됩니다. 제가 중국 대학에 있을 때 그 학교에서 외국인 교수에게 중국어를 가르쳐주어서 서양 교수와 함께 배워봤습니다. 그 때 한자를 전혀 모르는 서양인보다 우리가 처음에 간체자를 익히고 뜻을 이해하는 데는 빠른데 시간이 갈수록 한자를 모르는 서양인이 말을 더 잘했습니다. 저는 어려서부터 익힌 우리식 한자발음이 먼저 떠올라 중국 발음을 익히기 힘들기 때문이었으며, 저만 그런 게 아니라 한자 혼용을 주장하는 한국인 붓글씨 선생도 그런 하소연을 했습니다. 무조건 한자를 배우면 중국어 공부에 도움이 된다는 건 틀린 말입니다.
각급 학교 교과서에 漢字語 起源의 어휘를 한자로 露出시키는 편찬방식은 올바른 우리말 使用과 發展의 基盤을 쌓음은 물론, 傳統文化와의 斷絶을 막고 東北 아시아 時代에 대비하는 一石三鳥의 效果를 거둘 수 있다. 현재대로 漢字敎育을 외면하거나 소극적으로 실시하면 앞의 ‘석패’와 같이 우리말을 잘못 사용하는 일이 늘어갈 것이고 갈수록 傳統文化와의 斷絶이 깊어질 것이며 머지 않아 우리나라는 東北 아시아의 文化的 孤兒가 될 것이다. 語文政策 立案者의 決斷을 促求해 마지 않는다.(09. 5. 4)
1. 아이들은 자라면서 아직 한글도, 또 한자도, 영어도 배우지 않았는데 ‘학교’나 ‘유치원’, ‘놀이방’, ‘전화’, ‘책’, ‘연필’ 같은 한자어 기원의 어휘가 포함된 말들과 ‘텔레비전’ 같은 외래어도 무슨 뜻인지 알고 있습니다. 굳이 한자의 훈과 음, 획수, 부수, 쓰는 순서 등을 알지 않고도 의사소통과 뜻 전달에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아쉽게도 처음부터 끝까지 예를 드시는 “아쉽게 ... 석패”의 사례는 그래서 한자교육 문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2. 교과서에서 한자말의 한자를 드려내고, 초등학교에서부터 한자를 가르치고, 온 국민에게 중국 옛 한자와 일본 한자말을 그대로 쓰게 하자는 게 교수님과 한자단체의 희망이고 목적일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 말글살이가 더 어지럽고, 우리 한글은 빛을 잃게 되며 겨레도 시들게 됩니다. 우리가 가야 할 바른 길, 우리 꿈은 우리 토박이말과 한글을 살리는 길입니다. 그러려면 한자로 이름을 짓고 새로 말을 만들려고만 하지 말고 한글로 이름도 짓고 새로 말을 만들려는 연구와 노력을 많이 해야 합니다.
3. 학생들이 한자를 잘 읽지 못하고 쓰지 못하니 초등학교에서부터 한자를 가르치고 모든 글에 한자를 드러내 쓰게 한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유치원 놀이방에서도 한자를 가르치게 되고 한자 사교육을 더 늘어나고 검정시험을 더 많이 보게 되겠지요. 그러면 한자 검정시험 시행자나 한자교재 판매자는 돈은 잘 벌겠지만, 애들은 엄청난 공부에 시달리고 과학이나 기술 교육, 역사와 건강 도덕교육은 받을 시간도 줄게 될 겁니다. 한자로 새 말을 더 만들게 되고 새로운 한자말과 한자가 더 생길 겁니다. 온 국민이 한자 배우다가 늙는 조선시대로 되돌아갈 겁니다. 그러면 겨레도 나라도 우리말도 죽게 될 겁니다.
저는 요즘 한 일본인이 쓴 ‘한자의 운명’이란 책을 읽고 있는데 중국과 일본이 한자 때문에 얼마나 고통을 받고 있으며, 그 고통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치고 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중국과 일본도 머지않아 베트남이 한자를 버리듯이 한자를 버릴 것으로 느껴집니다. 제가 중국 대학에 근무하면서도 그런 느낌이 들었습니다. 두 달 전에 중국 북경에서 중국 어문정책국장 이우명과 정보통신을 연구하는 중국신식학회 조우치 회장을 만났는데 “한자는 수만 자지만 상용한자는 5천여자이다. 그런데 그 5천자를 모르는 국민도 많고 학자들도 그 상용한자를 컴퓨터로 글을 잘 쓰지 못한다. 한글만 쓰는 한국이 부럽다.”고 말했습니다. 우리는 복 받은 국민입니다. 그런데 한글만 쓰기로 하는 어문정책을 바꾸라는 정치인과 학자가 있으니 한심하고 서글픕니다. 이제 복 떨지 말고 한자나라 중국과 일본을 따라가려고 하지 말고 독립할 생각을 하면 좋겠습니다.
우리 애들은 초등학교에 가기 전에 글자를 알고 있으니 초등학교 때 우리말을 완전히 익히게 한 다음에 중, 고교에서 한자나 외국말을 잘 배우고 익히게 하는 게 이익입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한자와 영어를 가르치면 그 이익보다 피해가 더 많다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며칠 전에 국회에서 ‘초등학교 한자교육의 필요성’에 관한 토론회를 열었는데, 국무총리를 지낸 이들과 국회의원들도 많이 찬성한다며 한문학과 교수와 학생들까지 가세해서 조선시대 한자세상처럼 만들려고 떠드는 것을 보고 한마디 하고 왔습니다. 그러나 영어 때문에 우리 국어와 역사 교육시간도 줄고, 한문과도 사라질 위기에 처한 줄은 모르고 엉뚱한 꿈을 꿀 것이 아니라 언문일치 국어교육과 말글살이를 잘 할 연구와 노력을 해야 합니다.
끝으로 한자문제는 중, 고교에서 한자교육을 제대로 가르쳐서 풀고 옛 한문책을 국역하는 일과 영어로부터 피해를 막는 데 모두 함께 힘쓸 것을 제안하면서 줄입니다.
첫댓글 개인적으로 저도 초등학교에서 한자를 가르쳤으면 했던 사람입니다. 오늘 이글을 읽고 우리 한글에 대해 자부심과 아울러 무한한 가능성과 국제화 시대에 절대 뒤지지 않는 언어임을 깨우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