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에 이은 2차 시모노세키 여행이다. 4개월 여간 카카오톡으로 다져진 친분을 바탕으로 시모노세키 일한친선협회 회원들에게 일정을 알렸다.
너무나 반가워하는 일본인 친구들에게 줄 간단한 선물을 준비하고 부산국제여객터미널에서 하마유호에 승선했다.
밤새 달려 시모노세키항에 도착해서 입국수속을 하고 나가니 하시모토 카요코, 야마다 유카리, 세노오 하쯔미, 야마모토 요코, 요시카와 에이코 등 일한친선협회 회원 5명이 마중을 나와 있었다.
시모노세키역 인근의 비즈니스호텔에 짐을 맡겨놓고 시모노세키역에서 기차를 타고 고쿠라역으로 향했다. 20분 정도 걸린 것 같다. 비가 오고 강한 바람이 부는 거리를 걸어서 고쿠라성으로 갔다.
후쿠오카현(福岡県) 기타큐슈시(北九州市)에 있는 고쿠라성은 13세기 중엽 무렵에는 무라사키강(紫川) 하구 서쪽의 언덕에 있었다고 하나 에도시대(江戸時代) 전후에 모리카쓰 노부(毛利勝信)가 현재의 장소에 성곽을 쌓았고 호소카와 타다오키(細川忠興)에 의해 1620년 본격적으로 축성되었다.
1877년 서남전쟁 때에는 고쿠라성에 주둔하고 있던 보병 제14연대가 노기 장군의 통솔하에 출정하고 그 후로는 보병 제12여단과 제12사단의 사령부가 있었다. 태평양전쟁 후에는 미국에 접수되었지만 1957년에 해제돼 1959년 시민들의 열망에 의해 천수각과 망루(櫓), 정원, 다이묘야시키(大名屋敷) 등이 복원되었다.
이 천수각은 ‘카라츠쿠리의 천수각’이라고 불리는데 4층과 5층 사이에 처마가 없고 5층이 4층보다 크게 만들어진 것이 특이하며 성의 돌담은 깎지 않은 자연석으로 쌓아올려 소박하면서도 호쾌한 풍정이 흘러넘치고 있다.
현재 석담 일부와 해자가 남아있고 천수각 내부는 민예자료관으로 꾸며져 있으며 천수각 최상층의 전망대에서는 리버워크와 시청, 무라사키강 등을 전망할 수 있다.
고쿠라성에 소속된 가이드가 동행해 친절하게 안내해줘서 고대 한일관계를 생각하면서 여유 있게 관람할 수 있었다.
오후 1시부터 시모노세키에서 열리기로 한 벚꽃놀이 행사가 비바람으로 인해서 취소된 바람에 부득이하게 일정을 변경해야했다.
지난해 8월 3일 개관한 고쿠라역 인근의 기타큐슈 만화박물관으로 향했다. 만화 및 게임 전문점이 모여 있는 상업시설 ‘아루아루(あるある)City’의 5, 6층에 있다.
열람존ㆍ소믈리에 코너에서는 시민들의 기증품을 포함해 약 5만권의 만화가 전시되어 있어 좋아하는 작품을 자유롭게 읽을 수 있으며 만화에 관한 문의에 응답하는 소믈리에 카운터도 있다.
박물관 내에서 강연회 등도 개최되며, 개관을 기념해 은하철도 999의 작가 마츠모토를 비롯한 기타큐슈시에 연고가 있는 만화가들의 원화, 등장인물 피규어 등을 모은 기획전을 개최하기도 했다.
쇼핑센터에 들렀다가 호텔에서 잠시 쉰 후 이자카야에서 함께 회식을 하고 가라오케에서 한일 노래대결(?)을 펼친 후 숙소에 들었다.
다음날은 푸른 바다로 유명한 시모노세키 북쪽에 위치한 아름다운 섬, 렉서스가 멋지게 바다 위를 달리는 CF를 찍은 곳으로 유명한 쯔노시마를 관광하기로 했다.
쯔노시마 대교는 외딴섬과 연결되는 다리 가운데 무료로 건널 수 있는 일반도로로서는 일본 굴지의 길이(1,780m)이며, 특유의 선명한 청록빛 바다를 가르는 경관과 조화를 이룬 자태는 니시나가토 해안지역 제일의 경승지이다.
아름다운 바다로 인해 영화 HERO와 4일간의 기적의 촬영지로도 유명하며 해수욕장, 등대공원, 하마유우(문주란 : 바다근처에 서식하는 난초) 등이 계절마다 다른 쯔노시마를 기대하게 한다.
1876년부터 빛나기 시작한 쯔노시마 등대는 지금 역사기념관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이날은 바람이 너무 세서 문을 열지 않아 관람할 수가 없었다.
쯔노시마에서 다시 시내로 나와서 쇼핑센터로 가서 시간을 보내다가 승선에 맞춰 시모노세키항으로 나갔다.
항구에서 만난 시모노세키 일한친선협회 안도 회장은 “비바람이 심하게 불어서 벚꽃놀이 행사를 하지 못해서 아쉬움이 크다”며 “앞으로 양국의 친선을 위해서 다 같이 노력하자”고 부탁했다.
시모노세키항에서 정성껏 준비해온 간식과 함께 배웅하는 일본친구들의 배웅을 받으면서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채 성희호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