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2023.4.11) 우연히 제주에서 만난 지인과 표선면 신산리 해안길로 드라이브를 나갔다.
환해장성로 올레3길이 지나는 신산리는 2016년 봄, 은퇴후 첫 한달살이 때 마을 안의 독채를 빌려 생활했던 곳이다.
5월의 감귤향기가 환상적이었고, 50m 거리에 파도가 춤을 추며, 광활한 짙푸른 수평선이 펼쳐지고, 바닷가 올레길이 지나가는 곳이다.
마을분들은 친절했고 조용하고 한적하며 편안했다. 제방에 앉아 돌고래를 기다리고, 아담한 마을카페에 앉아 책을 읽고, 김밥 싸서 표선이나 섭지코지까지 대여섯시간 걷기도 하였다.
내가 사랑하고 즐겨 찾았던 곳 중 하나는 마을 주민들이 직접 운영하는 신산리마을카페였다. 이장님과 청장년주민들이 국고지원을 받아 펼친 마을 문화관광소득사업이다.
100여평 대지에 1층 20여평의 작은 매장을 갖춘 카페는 바다쪽으로 큰 창을 내고 창틀아래 긴 탁자를 놓아 손님들이 옆으로 길게 앉아 차를 마실 수 있게 했다.
짙푸르고 끝없는 수평선을 바라보며 무상의 상태에서 녹차라테를 마시면 제주남쪽 바다의 향기가 온몸으로 채워지는 황홀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월요일 방문에서 나는 귀를 의심케 하는 소식을 들었고 크게 낙담하였다. 일주일 후면 문은 닫는다는 것이었다.
알바를 한다는 아주머니는 주변에 생긴 너무 크고 좋은 카페들 때문인 것같다고 한다.
더 높은 건물, 안락한 의자, 더 아늑하고 화려한 인테리어, 더 고급 품질의 음료와 디저트들이 있는 거대자본의 카페들이 주변에 이미 들어섰거나 건축 중이었다.
정말 자본의 문제 때문만인지는 확실히 알지 못한다. 흔히 마을 단위 소득사업 와중에 빈발하는 운영상의 갈등이 원인일 수도 있겠다. 진실은 항상 병풍 뒤에 있다.
어떤 이유에서든 한때 젊은 올레꾼들의 핫스팟이었던 신산리마을카페의 페업소식은 안타깝고, 사실이 아니기를 기원해본다. 일주일 지나기전에 다시한번 찾아가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