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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원의 여행일기 (47) 구례, 하동
2일간 지리산을 한 바퀴 돌아왔더니. 3월 31일자 조선일보 만물상에서 오태진 논설위원의 ‘봄꽃’이라는 제목이 눈에 뛴다. 이번에 다녀온 구례와 하동의 여행길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 같다.
“남녁 봄은 섬진강을 거슬러 온다. 제주도를 밝힌 꽃불이 하동과 광양 사이 하구(河口)로 날아든다. 3월 중순 섬진강 서안(西岸)에 매화로 내려앉는다. 광양 *쫓비산 언덕에 소금 뿌리듯 백매(白梅)가 만발하면, 구례 지리산 자락에 노란 산수유 꽃 흐드러진다. 4월 초 섬진강 동쪽 화개장터 길과 19번 국도는 벚꽃 터널이 된다. 그 길에 꽃비 내릴 즈음 구례 화엄사 *흑매(黑梅)가 피같이 붉은 꽃 매단다. 섬진강은 열꽃 돋듯 피고 지는 곳으로 꽃으로 한 달 내내 봄을 앓는다.”
* 쫓비산: 섬진강을 끼고 매화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산.
* 흑매: 천연기념물 485호로 지정돼 있는 화엄사 홍매화는 꽃이 붉다 못해 검붉어서 '흑매' 라고 한다.
* 여행일정 (2015년 3월 30일-31일 : 1박2일)
1일 : 이천 출발 - 단성IC - 연화식당 - 성철스님기념관과 겁외사
- 산내면 실상사 - 지리산자연휴양림
2일 : 휴양림 - 지리산 성삼재휴게소 - 구례 화엄사 - 하동 쌍계사 - 동백식당
- 화개장터 - 하동 매화마을 - 하동IC - 이천 도착
1. 이천출발 - 단성IC - 연화식당
<20번 국도는 주홍색의 신도로와 노란색의 구도로가 있다>
(1) 당초 2박3일의 일정으로 계획한 여행이다. 지리산휴양림과 하동에서 2박하고 봄꽃을 실컷 즐기기로 했다. 고속도로에서 이천IC에 올라, 35번 중부고속국도 남단의 경남 단성IC까지 가면되는 외길이다. 9시에 이천IC를 통과했다.
(2) 단성IC에서 직진, 20번 구도로 첫 번째 사거리에서 우회전, 1.3Km 지점에서 좌회전, 1.5Km 더 가면 겁외사 앞 노타리에 도착한다. (단성IC에서 직직, 두 번째 사거리에서 우회전하는 새로 가설된 20번 국도는 겁외사 가는 길이 아니다.)
겁외사에 도착하니 12시가 넘었다. 겁외사 건너편에는 휴게소와 연화식당이 있다. 이곳에서 유일한 식당인 연화식당에는 산채비빔밥이 8천원, 오리고기정식이 1만 원 등이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
2. 성청스님기념관과 겁외사(劫外寺)
(1) 성철스님의 생가 터가 있는 경남 산청 겁외사 부지에 성철스님기념관이 개관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일부 개관한 기념관은 마당 정돈작업과 실내 보충작업 등을 마치고 4월24일 회향식을 갖고 정식 개관한다.
기념관 입구를 중심으로 양 벽면에는 성철 스님의 출가송과 오도송이 원형 직경 3m의 크기로 조각·설치됐고 성철 스님의 모습들이 담긴 사진 100여장의 타일들이 성철 스님을 추억할 수 있도록 양 벽면에 구성됐다. 또한 이 사진들은 성철 스님이 머물렀던 백련암에서 발견된 사진들을 모은 것으로, 성철 스님이 함께 수행했던 대덕 스님들의 모습과 수행도량을 발견 할 수 있다.
성철스님기념관은 성철스님을 참배하고 큰 스님의 가르침과 수행을 전파하고자 설립된 3층 높이의 현대식 기념관이다. 1층은 성철 스님을 참배하는 법당이며, 2층은 방문하는 이들이 성철 스님이 살아생전 강조하던 수행을 정진할 수 있도록 별도의 공간이 마련됐다.
성철 스님 기념관 125평의 1층 내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석굴 성불문이다. 좌우 성철 스님의 한글법어가 새겨진 문을 지나면 흰 대리석으로 불사된 성철스님의 설법상이 장엄하게 설치되어 있다. 설법상 뒤쪽으로는 과거세 연등불, 현재세 석가모니불, 미래세 미륵불을 모셨고, 전체적인 석굴 벽면에는 금동 석가모니불 천불을 모셔 석굴 안에 영험을 더하고 있다.
성철스님기념관의 불사는 성철 스님 탄신 100주년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2011년 불필 스님과 원택 스님을 비롯한 문도 스님들이 성철스님의 생가 터가 있는 겁외사가 단순한 기념관이 아니라 불자들이 신앙생활을 정진할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의견을 모으면서 시작됐다. 2012년 말에 기념관 설계도를 완성했고, 열반 20주기였던 2013년 5월에 불사에 착공했다. 총 20억 원이 소요되는 이번 불사에는 나라의 지원 없이 오직 불자들의 보시금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지금까지 700명이 넘는 불자들이 동참했다.
백련문화재단 이사장 원택 스님은 “성철 큰스님의 선 수행 정신과 선 사상을 세상에 널리 알리기 위해 참배 및 수행 공간을 마련했다. 성철스님기념관 옆에 요사채를 마련하는 등 수행에 힘쓸 수 있는 환경을 최대한 조성하고자 한다. 많은 신도들이 성철 스님의 가르침을 실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성철스님기념관과 원택스님>
<성철스님기념관>
<성철스님기념관 정문>
<성불문>
<성철스님 설법상>
<풍경>
(2) 겁외사는 성철스님기념관과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하고 있다.
겁외사는 성철(性徹 1912~1993)스님의 생가 터에 있는 사찰로, 2001년 3월 30일 창건 회향법회를 열었다. 전국에 있는 15곳의 성철스님 문도사찰(門徒寺刹) 중 한 곳이다. 백련불교문화재단 이사장이자 20여 년간 성철스님을 시봉했던 원택스님이 창건하였다.
겁외사(劫外寺)는 시간 밖의 절 즉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절이라는 의미로, 그 이름은 성철스님에 의해 지어졌다. 스님은 만년의 몇 해 동안 겨울철이면 백련암을 떠나 부산의 거처에 주석하였고, 그곳을 겁외사라고 부르게 하였는데 그로부터 사명(寺名)을 딴 것이다.
사찰 입구에는 일주문 대신 기둥 18개가 받치고 있는 커다란 누각이 있다. 누각 정면에는 지리산겁외사(智異山劫外寺)라는 현판이, 뒷면에는 벽해루(碧海樓)라는 현판이 걸려 있는데, 벽해루라는 이름은 스님이 평소 즐겨 얘기하던 ‘홍하천벽해(紅霞穿碧海; 아침의 붉은 해가 푸른 바다를 뚫고 솟아오른다는 뜻)’라는 문구로부터 지은 것이라 한다. 누각을 지나면 마당 중앙에 성철스님의 입상을 비롯하여 커다란 염주·목탁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겁외사>
<벽해루>
<성철스님 입상>
<성철스님>
<염주와 목탁>
<겁외사 대웅전>
(3) 성철스님 동상 뒤편으로 2000년 10월 복원한 스님의 생가가 있다. 이곳은 스님이 대원사로 출가하기 전, 이영주라는 속명으로 스물다섯 해를 살았던 곳으로, 모든 건물은 새로 건립된 것이다. 혜근문(惠根門)이라는 현판이 달린 문을 통과하면, 정면에 선친의 호를 따서 율은고거(栗隱古居)라고 이름붙인 안채, 오른쪽에 사랑채인 율은재(栗隱齊), 왼쪽에 기념관인 포영당(泡影堂)이 있다. 안채에는 해인사 백련암에서 생활할 때의 방 모습이 재현되어 있으며, 사랑채와 기념관에는 누더기가사·장삼·고무신·지팡이·친필자료·안경·필기구 등 스님의 유품이 전시되어 있다.
<혜근문>
<율은고거>
<포영당>
3. 실상사(實相寺) - 지리산자연휴양림
<실상사와 지리산자연휴양림>
(1) 겁외사를 나와 예약된 숙소인 지리산자연휴양림으로 가는 길에 실상사가 있다. 단성에서 산내면 실상사까지 가는 길이 찾기 힘들다. 단성IC로 다시 들어가 생초IC까지 가서 1034번 지방도를 따라 실상사까지 가기로 한다.
(2) 지리산 자락인 남원시 산내면에 실상사는 신라 구산선문 중 처음으로 문을 연 사찰이다. 암자인 약수암과 백장암의 문화재를 포함하여 국보 1점과 보물 11점 등 넓은 경내가 비좁으리만치 단일 사찰로는 가장 많은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다.
신라 흥덕왕 3년(828)에 홍척 증각대사(洪陟 證覺大師)가 창건하였다.
천왕봉을 바라보며 지리산 여러 봉우리를 꽃잎으로 삼은 꽃밥에 해당하는 자리에 앉은 실상사는 여느 지리산 자락의 산사와 달리 평지에 들어서 있어 분위기가 색다르다. 사역을 따라 담장을 낮게 두르고 담 안쪽으로 키 큰 나무들을 둘러 세운 풍광이 푸근하고 고즈넉하다.
<실상사 보광전>
<실상사 3층석탑>
<산수유나무>
<실상사 3층석탑>
(3) 보광전 안에 있는 범종은 현종 5년(1664)에 제작되었으며, 종을 치는 자리에 일본의 지도 비슷한 무늬가 그려져 있는데, 이 종을 치면 일본이 망한다는 소문이 있어서 일제 말기에는 주지가 일본 경찰한테 문초를 당하기도 했다고 한다.
<실상사 범종>
(4) 숙소로 예약한 마천면 지리산자연휴양림은 지리산 동북쪽 자락의 중턱에 위치하며, 개울물 소리가 요란하다. 이제는 해가 져도 밤바람이 차갑지 않다.
<지리산자연휴양림>
4. 성삼재(性三峙)휴게소 - 화엄사(華嚴寺)
(1) 아침부터 가는 봄비가 오락가락 한다. 구례와 하동의 벚꽃을 찾아가기 위해서는 함양 산내에서 구례까지 지리산을 종주하는 861번 국도를 지나야 한다.
861번 국도에서 만수천을 끼고 뱀사골과 달궁마을을 지나면 지리산 정상에 가까운 성삼재휴게소가 나온다. 이 휴게소는 지리산 노고단으로 가는 등산길의 기점이기도 하다. 빗방울이 조금 굵어졌다. 휴게소 식당에서 오뎅을 한 그릇(5천원) 시켜먹고 속을 따끈하게 준비했다. 휴게소 주차장에서 오뎅 한 그릇 먹는 시간을 주차했는데 주차안내원이 그냥 가란다. 이른 시간 노부부가 산중턱까지 올라온 정성이 기특했던 모양이다.
지리산 종주의 종점격인 천은사(泉隱寺)를 지나서 안내판을 따라가면 화엄사를 쉽게 갈 수 있다. 천은사를 지나 화엄사 가는 길에서부터 벚꽃세상은 시작한다.
<성삼재휴게소>
(2) 화엄사는 민족의 영산 지리산 자락에 위치한 화엄사는 백제 성왕 22년(544년)에 인도에서 온 연기대사에 의해 창건되었다. 화엄경의 ‘화엄’ 두 글자를 따서 화엄사라 명명되었으며, 현존하는 목조건물로는 최대의 규모를 자랑하는 각황전과 세련된 조각이 아름다운 사사자 삼층석탑,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기가 큰 각황전 앞 석등, 각황전 안의 영산회괘불탱 등 4점의 국보와 대웅전, 화엄석경, 동·서 오층석탑 등 4점의 보물을 비롯해 천연기념물 제1040호로 지정된 올벚나무까지, 빛나는 문화유산을 간직한 천 년 고찰이다.
(4) 화엄사 입구의 고목 동백나무가 인상적이다. 천왕문을 지나 계속된 계단을 올라가는 절간 풍경이 아름답다. 그 유명한 화엄사 각황전 앞의 흑매 하며, 물맛도 보고, 입구의 분홍색 매화꽃 아래서는 내자도 한 컷을 눌렀다.
<화엄사 일주문>
<화엄사 입구>
<화엄사 입구의 고목 동백나무>
<화엄사 대웅전>
<화엄사 흑매>
<분홍매화앞의 내자>
5. 쌍계사(雙磎寺) - 동백식당 - 화개장터
<남도대교 주위가 화개장터>
(1) 화엄사를 나와 18번 국도에서 19번 국도로 갈아탄다. 구례에서 하동까지 섬진강을 따라 양쪽 도로(19번 국도와 861번 지방도)에 펼쳐지는 백리 길은 벚꽃들의 잔치다. 특히 화개면에서 1023번지방도로 좌회전하면, 쌍계사까지는 완전히 벚꽃터널이다. 쌍계사 계곡에 사람들이 많은 이유를 알만하다. 평일인데도 상춘객들도 많고, 벚꽃 아래 장사꾼과 식당도 많다. 주말이면 복잡하기가 상상이 안 간다.
<쌍계사 가는 길 1>
<쌍계사 가는 길 2>
<쌍계사 가는 길 3>
(2) 쌍계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22교구 본사 대흥사의 말사이다. 신라 문성왕 19년(857년) 도선(道詵)이 창건하였다. 절 양옆으로 시냇물이 흘러서 쌍계사라 불렀다고 한다.
<쌍계사 일주문>
<쌍계사 대웅전>
<쌍계사 석탑>
(3) 쌍계사를 나와 왔던 길을 되돌아가면 화개장터에 동백식당이 있다. 게장, 은어와 빙어, 재첩국을 잘한다. 재첩국 1인분에 8천원, 은어튀김 소(小)자가 3만원이다. 은어튀김 한 접시가 7마리다. “데게 비싸네요!” 했더니 주인이 계면쩍게 웃는다.
동백식당 건너편 가게에 “벚굴”상점이 있다. 벚굴 하나에 5천원이다. 크기가 애기 주먹만 하다. 1만원에 맛만 보았다.
<동백식당>
<동백식당 메뉴, 재첩국과 은어튀김>
(4) 동백식당 길 건너 다리를 중심으로 양쪽이 식당과 상점들이 “화개장터“다. 세상에서 없는 것 빼고는 다 있다는 곳이다. 다리 이쪽은 전라도 광양, 다리를 건너면 경남 하동이다. 내자는 며느리와 손자들이 좋아한다는 고사리를 세 봉지(1만원씩)사고, 다리입구에서 쑥떡을 7개에 5천원어치 샀다. 복잡하고 좁은 도로와 협소한 주차장을 빼고는 재미있는 장터다.
<화개장터 표지석>
<화개장터 상점>
6. 매화마을 - 하동IC - 이천도착
(1) 화개장터를 나서서 19번 도로에 접어들면 바로 우측에 남도대교가 나온다. 남도대교를 건너 861번 지방도를 따라 16Km를 남진해야 매화마을에 바로 갈 수 있다. 이곳 861번 지방도도 벚꽃들이 줄지어 만개했다.
<섬진강변의 매화>
(2) 광양 매화마을에는 유명한 “청매실농원“이 있다. 주차장부터 한산하다 싶었는데 역시나, 청매는 지난 3월 20일 경이 절정이었고 매화는 다 떨어지고 새순이 움트고 있었다. 청매실농원을 들어서서 할매가 팔고 있는 쑥부쟁이 나물(3천원)과 쑥(2천원)을 사서 돌아서고 말았다. 아직도 봄비는 부슬부슬 내고 있다.
<청매실농원 입구>
<매화마을>
(3) “볼 건 다 봤으니 집으로 가자”는 내자의 말에 따라 가까운 하동IC로 향했다. 섬진강교를 건너 하동IC까지 잘 정비된 도로 양쪽에서 벚꽃이 배웅을 하고 있다.
하동IC를 올라서니 3시다. 35번 중부고속국도를 따라 진주, 함양, 대전을 거쳐 이천에 도착하니 6시 반이 지나고 있었다. (과속한 건 아니다. 규정 속도로만 갔음.)
* 여행후기
(1) 이 여행기를 보고 이번 주말을 지나서 구례와 하동을 갔다가는 헛걸음하기 십상이다. 벚꽃의 꽃말은 “절세미인(絶世美人)”이다. 꽃들은 양지쪽이 빨리 피고, 음지쪽은 늦게 핀다. 꽃불은 빨리 피고, 이내 지면서 북쪽을 향해 줄달음을 친다. 절세미인도 2·8청춘과 같이 잠깐인 것이 닮았는가보다.
그래도 봄꽃구경은 할 수 있다. 벚꽃, 진달래, 철쭉과 같은 봄꽃은 아직 북쪽에까지 올라오지 못했다. 잘 계획을 세우면 이번 봄은 꽃불에 데겠다.
(2) 구례와 하동 쪽의 먹거리는 참게, 은어, 재첩 등이다. 이번에는 벚굴까지 맛을 보았으니 목표는 달성했다. 먹거리가 많으면 뭐하나? 먹지도 못하는데.
첫댓글 겁외사를 세우고, 성철스님기념관을 창건 중인 원택스님은 경북고 44회 동기생이며,
연세대 정외과를 졸업한 ROTC 5기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