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만들어지지 않는 관계적 주체
우리는 흔히 한 사람의 인간을 다른 사람과 구별되는 독립된 개인으로 생각합니다. 각자는 자신의 생각과 의지를 가지고 선택하며, 자신이 내린 선택과 행동에 일정한 책임을 집니다. 근대사회가 발전하면서 이런 개인의 독립성과 자유는 인간의 존엄을 구성하는 중요한 가치로 자리 잡았습니다. 누구도 타인의 삶을 완전히 대신 살아줄 수 없으며, 자신의 삶에서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는 오로지 자신에게 달려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과 분리된 독립적인 개인으로만 이해하면 충분히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 생깁니다. 우리가 소통할 때 사용하는 언어는 스스로 만들어낸 것이 아니며, 무엇을 중시하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가치와 기준 역시 혼자 만들어낸 것이 아닙니다. 말하자면 인간은 스스로 생각하는 존재이긴 하지만, 그 생각을 가능하게 하는 많은 것들은 이미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 자신에게 주어진 것입니다.
심지어 ‘나’라는 생각과 자기정체성도 따져보면 관계와 완전히 분리되어 형성되는 건 아닙니다. 우린 누군가의 자녀이고 친구이며, 동료이기도 하고 여러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살아가면서 자신이 누구인지를 이해합니다.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거나 거부당한 경험, 사랑받거나 갈등했던 경험 역시 자신을 바라보는 방식에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칩니다. 그렇다고 인간이 관계에 의해 일방적으로 결정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중요한 건 ‘나’가 처음부터 홀로 완성되어 관계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닌,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과정에서 계속 형성되고 변화한다는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인간은 독립된 주체면서 관계 속에서 형성되는 존재입니다. 따라서 <건너가는 인간>에선 ‘관계적 주체’로 부르고자 합니다. 관계적 주체란 관계의 영향을 받으며 자신을 만들어가지만, 그 관계를 성찰하고 선택하며 필요하면 새롭게 변화시킬 수도 있는 존재입니다.
Beyond every boundary, a new possibility begi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