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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회]
콰~앙!
한 줄기 폭음이 터지며 혁련후의 몸이 뒤로 튕겨나갔다.
“크헉!”
그의 입가로 검붉은 선혈이 흘러나왔다. 입가에 걸려있는 내장 부스러기, 그것은 이미 그의 속이 짓이겨졌다는 것을 뜻했다.
혁련후는 강하다. 아마 일 대 일로 그를 이길 수 있는 존재는 거의 없을 것이다. 대륙십강이라는 칭호는 허명이 아니었으니까.
만약 삼태상이 일 대 일로 싸웠다면 결코 이런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은 최소한 혁련후보다 반 수 이상은 쳐지는 상대이니까.
하지만 백 년 동안이나 지하 공간에서 같이 생활하며 마치 한 몸처럼 움직이는 동안, 그들은 아주 작은 몸짓만으로도 상대의 의중을 알아차릴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
때문에 셋이서 마치 한 몸처럼 혁련후를 공격했던 것이었다.
“흐흐~! 네가 우리가 무림에서 은퇴한 뒤로 마도의 절대자라는 허명을 얻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제는 다시 그 호칭을 우리에게 돌려줘야겠다.”
소오노조가 음소를 흘리며 자신의 백옥선을 흔들었다. 그의 몸도 곳곳에 상처를 입고 있었으나 혁련후가 입은 상처에 비하면 양호한 편이었다.
“너무 오랜 시간이 흘렀어. 백 년이라니......”
삼태상의 셋째인 홍우귀가 자신의 손에 흐르는 선혈을 핥으며 중얼거렸다.
피 맛을 못 본 지도 백년이 넘었다. 비록 자신의 상처에서 흐르는 피였지만 그는 그것이 무척이나 달콤하게 느껴졌다.
“마물들..........”
혁련후가 삼태상을 보면서 이를 바득 갈았다.
몸 전체가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다. 백무와의 혈투, 이어 삼태상과 대결. 그 어느 것 하나 만만한 것이 없었다.
오랫동안 쓰지 않았던 몸은 연이은 격전으로 심각한 부상을 입었지만, 상대에게는 별다른 타격을 입히지 못했다.
자존심이 문제가 아니었다. 이대로 저들을 밖으로 내보낸다면 세상에 재앙이 닥칠 것이다. 그런 일은 막아야 했다.
백 년 전에도 저들을 제압하기 위해 소림에서는 엄청난 피를 흘렀다. 이젠 자신이 피를 흘릴 차례였다.
혁련후는 최후의 수를 쓰기로 마음먹었다. 그의 시선이 자신도 모르게 별채 쪽으로 향했다.
‘혼자서도....... 잘 살아가겠지.’
마음 한쪽이 아려왔다. 이대로 자신이 죽는다면 저 아이는 혼자 남을 것이다. 하지만 똑똑한 아이니 혼자서도 잘 살아갈 것이다.
혁련후의 눈이 빨갛게 물들어갔다.
하지만 그에겐 해야 할 일이 있었다. 목숨을 걸어서라도.
씨익~
혁련후의 입가에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어렸다. 죽음을 각오하니 속이 후련해지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너무 오래 살았어. 백 년의 삶이면 충분히 축복받은 삶이지.’
그는 나직이 중얼거리며 조용히 마마군림보를 펼쳐냈다.
그의 보보마다 악령의 숨은 그림자가 느껴졌다. 그것은 마마군림보가 극성으로 발휘될 때 일어나는 현상이었다.
순간 삼태상이 혁련후의 모습에서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서로 전음을 나눴다.
‘주의해라. 늙은 호랑이가 마지막 발악을 하려는 모양이다.’
‘빨리 끝장내고 들어가서 쉽시다. 오늘 너무 많이 움직였더니 배가 고프오.’
‘흐흐흐! 그래 어서 마무리를 짓자.’
소오노조의 섭선에 붉은 기운이 어렸다.
이어 혈발사신의 붉은 머리칼과 홍루귀의 두 주먹에도 심상치 않은 기운이 몰렸다. 백 년 전의 그들을 있게 만든 절기를 펼치려는 것이었다.
백련후는 마마군림보에 마라삼천겁수의 최절 초인 마령현세(魔靈現世)의 초식을 준비했다.
각자의 절기만으로도 일세의 철학들이지만, 둘이 합쳐지게 되면 그 위력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었다.
단, 그 부작용이 어떻게 나타날지는 아무도 몰랐다. 이론상의 조합이기 때문이다.
혁련후가 밟은 자리마다 악령의 환영이 나타났다. 그리고 악령들은 혁련후와 마찬가지로 천지양단(天地兩斷)의 자세를 취했다.
혁련후가 악령이고, 악령이 곧 혁련후의 모습이었다.그의 입이 열리고 고함이 터져 나왔다.
“챠핫! 마령현세(魔靈現世)!”
그 순간 삼태상 역시 자신들의 절기를 펼쳐냈다.
“혈해천하(血海天下).”
“육한만폭(六合滿爆).”
“혈~귀령(血鬼靈).”
쿠오오오~!
눈부신 빛이 발산되며 강기와 강기가 격돌했다.
번~쩍!
세상이 하얗게 물들어갔다.
콰콰콰콰!
이어 사방으로 엄청난 폭풍이 몰아쳤다.
“안 돼!”
어디선가 여인의 절규가 들려왔다.
혁련혜는 문 밖으로 몸을 내밀고 절규를 했다.
그의 아버지가 펼치는 초식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녀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녀의 아버지는 죽음을 각오하고 초식을 펼친 것이다.
혁련혜의 눈에서는 굵은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녀의 눈에는 핏발이 붉게 서 있었다.
홍염화와 무이가 그녀는 붙잡고 있었는데 혁련혜는 한 발씩 폭발이 있던 자리로 힘들게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혁련혜의 눈에는 오직 혁력후의 모습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 이외의 것은 눈에 들어오지도, 귀에 들리지도 않았다.
쉬익!
그 순간 백무가 별채 밖으로 모습을 드러낸 그녀를 노리고 쇄도했다. 하지만 위기의 순간, 신황이 나서 백무의 숨통을 끊었다.
아직도 사십여 명이 이르는 백무가 날아오고 있었다. 이제 홍염화와 혁련혜, 무이마저 모습을 드러냈기에 그들을 지키는 것이 그다지 여의치 않은 신황이었다.
그 역시 혁련후가 위기를 맞이했다는 것을 알아차렸으나, 그를 도와주러 간다면 여인들을 지킬 수가 없었다. 둘 중의 하나는 포기해야 할 상황, 그는 혁련후를 포기했다.
대신 차갑게 중얼거렸다.
‘복수는 확실히 해주지.’
“아~빠!”
등 뒤에서 들리는 혁련혜의 절규를 들으며 신황은 월영인을 펼쳐 눈앞의 상대를 도륙했다.
털썩!
혁련후가 차가운 바닥을 나뒹굴었다.
갈비뼈가 송두리째 드러난 그의 모습, 바닥에 피를 흘리며 누워 있는 그의 얼굴에서는 이미 산 자의 생기를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의 눈동자에 어려 있던 기운은 이미 서서히 빠져나가 회색으로 물들어갔다.
“내.....딸!”
콰득!
순간 소오노조의 발이 혁련후의 가슴을 송두리째 뭉개며 작렬했다.
그의 모습 또한 혁련후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살아있었다. 비록 상처를 입었지만 그는 살아 움직였다.
그러나 그들의 막내인 홍루귀는 바닥에 싸늘한 시신으로 나뒹굴고 있었다. 혁련후와 격돌한 결과였다.
혁련후의 마지막 공격은 정말 놀라울 정도의 위력을 가지고 있어 세 명이 같이 힘을 모았는데도 그 여파를 견디지 못했다.
결국 홍루귀의 내장은 모두 으스러지고 만 것이다.
혈발사신은 탁기를 뿜어낸 후 소오노조의 곁으로 다가왔다. 중상을 입기는 그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움직이는 데는 별 무리가 없었기에 확실히 혁련후의 숨통을 끊으려 했다.
“막내를 죽이다니..........”
이미 혁련후의 숨은 거의 끊어져 있었다.
하지만 소오노조와 혈발사신은 분통을 참지 못하고 육괴나 다름없는 그의 몸을 향해 무공을 펼치려 하고 있었다.
“으아아~!”
그 모습에 혁련혜가 이성을 읽고 혁련후에게 달려 나갔다.
홍염화와 무이가 사력을 다해 그녀를 잡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녀는 그야말로 무서운 힘으로 두 사람을 뿌리치고 앞으로 달려갔다,
“안~돼!”
“언니!”
홍염화와 무이가 소리쳤으나 이미 혁련혜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기이잉!
신황의 손에 월영륜이 떠올랐다. 그의 보호에서 벗어난 혁련혜를 향해 백무가 벌떼처럼 몰려드는 모습이 보였다. 신황은 망설임 없이 백무들을 향해 월영륜을 날렸다.
쉬익!
스거억!
월영륜이 가차없이 백무의 살점을 헤집으며 사방으로 피가 비산했다. 다수의 백무가 이 한 수에 떨어져 나갔으나, 두 명의 백무만큼은 무사히 살아남았다.
그들은 무심한 눈을 번뜩이며 다시 혁련혜를 향해 자신들의 무기를 휘둘렀다.
이미 이성을 잃은 혁련혜, 그녀는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백무를 보면서도 피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이런!”
신황이 이를 악물며 다시 월영륜을 형성했다. 그러나 상황은 너무나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월영륜이 채 형상을 갖추기도 전에 백무의 검은 혁련혜의 지척까지 다다랐다.
하지만 그렇다고 홍염화와 무이를 두고 신황이 혁련혜에게 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때였다.
콰~아~앙!
그야말로 지축을 울리는 굉음이 대지를 흔들었다. 그것은 너무나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이었다.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사람들이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해했다. 하지만 오직 한 사람, 신황만은 눈앞에서 일어난 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봤다.
마치 바위처럼 거대한 남자가 그 육중한 몸통으로 혁련혜를 공격하던 백무 두 사람을 그대로 들이 받았다.
충돌의 충격이 얼마나 거대했는지, 그의 몸통에 들이 받친 백무들이 마치 고깃덩이처럼 처절하게 짓이겨져 있었다.
단순히 몸통박치기만으로 이런 위력을 낼 수 있는 초식은 천하에 오직 단 하나밖에 없었다. 그리고 신황은 그 초식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낙....산암(落山巖).”
거대한 바위가 산에서 굴러 내리며 모든 것을 가루로 부숴버린다는 의미에서 지어진 이름이다. 그리고 낙산암은 분명 그 정도의 위력을 가진 초식이었다.
거대한 덩치를 가진 남자가 입을 열었다.
“오랜만이야. 형!”
거대한 덩치에 마치 농사꾼의 얼굴처럼 순박한 얼굴을 하고 있는 남자,
그는 예전에 홍염화와 무이가 만났던 신원이었다. 그는 혁련혜의 수혈을 잡으며 신황에게 손을 흔들어 보였다.
“오랜만이구나.”
“후후~! 어떻게 할까?”
“일단 정리가 먼저다. 이야기는 그 후에.”
“그래!”
신황의 말에 신원이 대답을 하며 뒤로 손을 휘둘렀다.
퍼석!
그의 등 뒤를 기습하던 백무 하나가 그의 주먹에 머리가 부서지며 무너져 내렸다. 단순히 휘둘렀을 뿐인데도 백무는 그 충격을 감당하지 못했다.
그 만큼 신원의 힘은 절대적이었다.
십오 년 만에 만난 형과 동생, 할 말이 무척이나 많았지만 그들은 결코 흥분하지 않았다.
형제간의 해후를 나누기 전에 먼저 이곳을 정리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단 한 사람의 가세였지만 조금 전보다 훨씬 위험한 기운이 전장을 가득 매웠다. 그 정도로 신원의 존재감은 발군이었다.
신원이 자신을 향해 불나방처럼 달려드는 백무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아! 깜빡 잊고 있었는데, 이 녀석들..... 백무귀(白霧鬼), 그 녀석들을 변형시켜 만든 존재 같아.”
“역시.... 그랬었나! 그렇다면 귀원사(鬼元寺)가 다시 세상에?”
그의 말에 신황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역시 백무와 싸우면서 그런 의심을 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더욱 용서할 수 없군.”
“그래!”
두 사람의 얼굴에 비슷한 종류의 살기가 떠올랐다.
원래 무심한 신황이야 말할 것도 없었고, 순박한 얼굴의 신원마저 지금 이 순간 신황의 얼굴과 똑같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무이와 홍염화는 두 사람을 번갈아 보며 입을 벌리고 있었다.
신황에게 형제가 있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지만, 그의 동생이 예전에 자신들이 만난 적이 있던 신원이란 사실이 더욱 놀라운 것이었다.
신황의 체형은 보통 사람들과 다를 바 없다. 생김새도 평범하다.
만약 그가 무공을 펼치지 않는다면 그들 무림인이라고 생각할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그는 평범하게 생겼다.
하지만 그에 비해 신원의 덩치는 신황에 비해 머리 두 개는 더 컸다.
백용후마저 아래로 볼 정도로 거대한 덩치를 가진 신원, 전혀 닮은 구석이 없는 두 사람이 형제라는 사실이 잘 믿기지 않았다.
그러나 신황과 신원, 두 사람이 살기를 뿜어내자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그들은 놀라울 정도로 닮아있는 것이다.
“신가가의 동생이라니.............”
“정말 덩치 큰 숙부님이네.”
황당해 하는 홍염화와 달리 무이는 신원의 큰 덩치를 보며 놀라움을 표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신황의 동생이라면 무이 자신에게는 숙부라는 것을.
신원이 움직이자 마치 거대한 바위가 움직이는 듯했다.
그의 정면에서는 십여 명의 백무가 달려들고 있었다. 그들의 손에서 섬뜩하게 빛을 발하고 있는 무기들이 기를 가득 머금고 있었다.
신원의 손에는 신황처럼 월영인이 맺혀있는 것도 아니고, 또한 무기가 들려있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는 자신을 향해 몰려드는 백무를 향해 망설이지 않고 달려들었다.
쉬익!
그의 목과 팔다리를 노리고 백무의 무기가 일제히 휘둘러졌다.
검기가 맺혀있어 무섭게 빛나고 있는 검가 여러 무기들이 신원의 몸을 난도질할 듯 쇄도했다.
순간 신원의 몸이 급격한 회전을 일으켰다. 왼발을 축으로 오른쪽으로 회전하는 신원의 거대한 신형.
까가강!
그의 몸에 부딪쳤던 무기들이 힘을 잃고 제멋대로 밖으로 튕겨나갔다.
백무가 놀라 다시 무기를 휘두르려 했지만 신원의 몸을 쳤던 무기들을 잡은 손이 짜릿하게 저려왔다.
검기를 두른 무기가 튕겨져 나온 것에 미처 놀랄 사이도 없이 신원의 공격이 시작됐다.
부웅!
신원의 팔꿈치가 타원형의 궤도를 그리며 제일 앞에 섰던 백무의 머리로 날아왔다. 그에 백무가 검기를 두른 검으로 방어를 했다.
맨몸과 검기가 맺힌 검이 부딪친다면 당연히 팔이 깨끗하게 잘리고 말 것이다. 그것이 세상의 상식이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상식을 거부하는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콰드득!
검기를 두른 검이 신원의 팔꿈치에 부딪쳐 산산조각이 나며 시산했다. 신원의 팔꿈치는 검을 부순 것으로도 모자라 백무의 머리까지 송두리째 박살내고 말았다.
혈천주(血天柱)라는 초식이었다. 단순한 팔꿈치 공격이지만 신원의 공력이 송두리째 담겨있기에 그 위력은 가히 파천황(破天荒), 그 자체였다.
이어 신원의 지르기가 터졌다. 분명 단순한 지르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 결과는 놀라웠다.
우지끈!
신원의 지르기에 당한 백무의 허리가 그대로 꺾였다. 그리고 두 번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척추가 통째로 으스러졌기 때문이다.
이것은 일전격(一電擊)이라는 초식으로, 신황의 가문에서는 단순한 지르기를 수대 째 갈고 닦아 엄청난 위력을 가진 초식으로 거듭 완성해냈다.
콰드득!
우직!
신원의 팔에 걸리는 것은 그것이 무기이건 사람의 몸이건 그대로 부서졌다. 그의 피부는 도검보다 더 단단했고, 그의 팔다리는 무쇠기둥이나 다름없었다.
폭풍처럼 움직이며 휘두르는 그의 팔다리에 백무는 제대로 반항 한 번 해보지 못하고 철저히 부서졌다.
일발분쇄(一發粉碎). 한방이면 가루가 되고 만다.
신원의 주먹에 담긴 위력을 그대로 보여주는 단어였다.
신원이 자신에게 달려들던 백무를 쓰러트리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거릴지 않았다.
그가 자신의 발밑에 누운 백무의 시체를 바라보며 고개를 들자 신황 역시 자신에게 달려들던 백무를 모조리 쓰러트리고 그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소오노조와 혈발사신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미처 그들이 어떻게 손을 쓰기도 전에 일어난 일이었다. 백무 칠십여 명이 순식간에 몰살을 당하고 말았다.
어떤 과정을 통해서 백무가 조련되는지 잘 알고 있는 그들은 이 결과에 경악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백무. 그들은 자신이 죽더라도 반드시 상대의 몸에 상처를 입힌다. 그래서 두려운 존재였다.
그러나 신황과 신원의 몸에는 어떤 상처의 흔적도 없었다.
그들은 가슴에 찬바람이 들어오는 것을 느꼈다.
“너희들은 누구냐? 누군데 감히 무림맹의 행사에 방해를 하는 것이냐?”
소오노조가 두 사람을 보며 고함을 쳤다.
그러나 신황과 신원은 말이 없었다. 그들은 소오노조와 혈발사신을 향해 말없이 걸음을 옮길 뿐이었다.
단지 걸음을 옮기는 것뿐인데 무거운 기운이 일어나 소오노조와 혈발사신의 가슴을 짓눌러왔다.
문득 신황이 입을 열었다.
“왼쪽, 오른쪽?”
“왼쪽.”
“그럼 내가 오른쪽이군.”
그렇게 상대가 정해졌다.
오른쪽에 있는 자는 소오노조였다.
신황은 소오노조를 향했고, 신원은 혈발사신을 상대로 정했다.
단지 둘뿐이었고, 덩치 차이도 심했지만 두 형제가 같이 있는 것만으로 장내가 꽉 차는 듯했다.
“누구냐? 네 정체를 밝혀라!”
혈발사신이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신원을 향해 대갈을 터트렸다.
그러나 신원은 묵묵히 그를 향해 다가갔다.
“네....놈!”
자신을 무시하는 신원의 태도에 혈발사신이 이를 바득 갈았다.
신원은 혈발사신의 발밑에 쓰러져있는 혁련후의 몸통을 슬쩍 한 번 바라보더니 무겁게 입을 열었다.
“죽은 이의 시신을 이리 훼손하다니....... 아무래도 당신 역시 곱게 죽긴 글렀군.”
“뭐?”
“최선을 다해야 할 거야. 시신이라도 온전하게 남기고 싶다면.”
“이 놈이.............”
아직 서른도 안 된 애송이가 자신에게 하는 말버릇이라니, 백오십 년을 살아오면서 그가 언제 이런 무시를 당해봤을까.
화르를~!
혈발사신의 붉은 머리칼이 허공에 일렁이기 시작했다. 그의 독문무공인 혈황마공을 펼칠 때 일어나는 현상이었다.
그것은 심장 약한 사람이 봤다면 심장이 멎을 만큼 음산한 광경이었다.
하지만 혈발사신의 모습을 보는 신원의 표정에는 전혀 변화가 없었다.
뚜두둑!
대신 그의 주먹에서 요란한 뼈 소리만 터져 나왔을 뿐이었다.
신황은 신원이 있는 곳을 보지 않았다.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자신의 동생이 어느 정도의 수준에 올라왔는지.
그의 동생인 신원이 세상에 나왔다는 것은, 그의 아버지가 그를 인정했다는 의미였다. 그런 동생을 걱정한다는 것은 그를 모욕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때문에 신황은 신원을 걱정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앞에서 섭선을 살랑거리고 있는 소오노조에 집중할 뿐이었다.
촤아앙!
신황의 월영갑이 발동되며 장포가 갑옷처럼 일어섰다.
그 순간 소오노조의 얼굴이 눈에 띄게 경직됐다. 신황의 모습에서 그의 정체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네가 신황이란 애송이냐?”
신황의 월영갑은 이미 무림맹 구석구석까지 소문이 퍼져있는 상태였다.
이미 신황의 월영갑은 철수진기(鐵手嗔氣)와 같은 형태의 무공 중에 최고봉으로 인식되고 있었다.
때문에 갑옷처럼 일어선 장포를 보고도 신황을 떠올리지 못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봐야했다.
“내가 애송인지는 모르겠지만, 신황인 것은 맞아.”
“감히 내 앞에서 그딴 말을 하다니. 너의 몸에 백옥선으로 바람구멍을 내주마.”
“그 말 그대로 돌려주지. 넌 그 부채로 인해 배에 바람구멍이 날 거야. 내가 장담하지.”
“애송이가 헛소리를 하는구나.”
신황의 눈에 진득한 살기가 넘실거렸다.
이미 소오노조의 부채질은 멈춰있었다. 그는 백옥선을 접고 신황을 노려봤다. 정말 신황이라면 그의 상대로 손색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의 백옥선에 기가 주입됐다.
“애송이, 죽어라!”
예고도 없이 소오노조의 공격이 펼쳐졌다.
원래 그의 신분상 기습이라는 단어는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던 단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따지기에는 자신이 처한 상황이 너무나 불리했다.
상대는 명왕(冥王), 자신들의 손에 죽은 혁련후와 동급의 인물이다. 그를 죽이는데 세 명이 힘을 모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 혼자 신황을 상대해야 했다. 아까와는 너무나 다른 상황이었다.
화~악!
백옥선(白玉扇)의 이 초식인 천폭선(天爆扇)의 초식이 신황을 향해 펼쳐졌다.
천폭선은 백옥선을 이루고 있는 부챗살에 강기를 담아 발출하는 초식으로, 한 번에 수십 개의 강기가 폭사하기에 방어하는 것이 매우 까다로운 수법이었다.
쉬릭!
신황이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강기들을 향해 월영인을 발출했다.
콰콰콰콰!
폭발을 일으키는 강기.
허공에 찬연한 빛이 가득 일렁였다.
“어디서 잔재주를..........”
소오노조는 자신의 초식이 별다른 위력을 발하지 못하고 중간에 소멸되자 이를 갈며 백옥선의 세 번째 초식을 펼쳐냈다.
“옥선혈아(玉扇血牙).”
퓨퓨퓩!
다시금 붉은 빛이 일렁이며 소오노조의 전면 공간을 환하게 물들였다.그 순간이었다.
신황이 붉은 빛으로 스스로 몸을 날리며 팔을 수직으로 쭉 그었다.
그러자 허무하게도 붉은 빛의 장막이 갈라지며 틈을 보였다. 신황은 자신이 만든 틈으로 주저하지 않고 몸을 날렸다.
기이잉!
월영륜이 허공을 갈랐다.
“젠장!”
소오노조가 욕을 뱉어내며 급히 몸을 피했다. 한눈에 보이게도 월영륜에 담긴 기세가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월영륜을 피해 허공으로 뛰어오르면서도 백옥선을 펼쳐 신황을 견제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이어 그는 주위 상황을 살폈다. 저쪽에서는 한참 혈발사신과 신원의 대결이 벌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상황도 그리 좋은 편은 되지 않는 것 같았다.
별 수 없이 자신이 신황을 제압한 후에 그를 도와야할 것 같았다.
그러나 소오노조가 잠시 시선을 돌린 사이 신황은 그의 공세를 해소하고 어느새 지척까지 접근해오고 있었다.
무심한 눈을 번뜩이며 갑옷처럼 일어선 장포를 휘두르는 신황의 모습,
생사가 걸린 와중에도 평정심을 넘어 무심함을 유지하는 그의 모습에 소오노조는 자신도 모르게 피가 싸늘히 식는 것을 느꼈다.
실전에서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은 무엇보다 힘이 드는 것이었다. 더구나 생명이 걸린 상황이라면 더욱 그렇다.
때문에 무림문파에서도 제자를 뽑을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덕목 중에 하나가 용단(勇斷)이었다.
상황에 따라 자신의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 하지만 그런 능력을 가진 젊은이를 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물며 무림에서 오래 굴러먹은 늙은 생강이라 할지라도 자신의 생명이 걸린 상황에서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이제 서른 정도로 밖에 안 보이는 남자가 평정심을 넘어 무심함을 내비치고 있었다.
자신의 목숨이 걸린 상황에서도 무심을 유지할 수 있다면 둘 중의 하나였다. 자신의 목숨에 초연하거나, 아니면 자신의 감정을 마음먹은 대로 조절할 수 있다거나.
소오노조는 후자라고 생각했다. 강호에 떠도는 신황의 소문은 진짜인 것이었다.
쩌~어~엉!
그가 채 생각을 정리하기도 전에 신황의 주먹이 백옥선에 작렬했다.
찌릿, 찌릿!
순간 손에서 느껴지는 찌릿한 느낌. 신황의 주먹에 담긴 기운이 손을 통해 그의 내부를 거세게 흔들어 놓았다.
“크으~!”
소오노조의 입에서 자신도 모르게 신음이 터져 나왔다.
쉬익!
그 순간 신황의 거센 공세가 시작됐다.
팔꿈치가 허공을 가르며 월영인이 소오노조의 목젖을 노리고 짓쳐들었다.
그에 소오노조가 급히 백옥선에 내공을 주입해 월영인을 막았다.
쩌~엉!
다시금 쇳소리가 터져 나왔다.
지근거리의 접전이었다. 서로의 숨소리가 느껴질 만큼 지근거리. 그것은 바로 신황의 간격이었다.
소오노조는 서둘러 자신의 절기를 펼치려 하였으나 신황이 용납하지 않았다. 소오노조의 무기가 백옥선 하나인데 반해 신황은 온몸이 흉기나 마찬가지였다.
스거억!
그의 발이 스친 소오노조의 허리 부분에 길게 혈선이 나타났다.
기겁하며 소오노조가 신황의 곁에서 멀어지려 하였으나 신황은 마치 그의 그림자라도 된 것처럼 그의 옆에 따라붙어 팔을 휘둘렀다.
“감히!”
찰거머리처럼 달라붙는 신화을 때어놓지 못하자 소오노조가 분노하며 백옥선의 절초인 무정혈선(無情血扇)을 펼치려 했다.
그러나 그가 채 내공을 운용하기도 전에 신황의 팔이 백옥선을 들고 있는 그의 팔을 마치 미끈한 독사처럼 타고 올라왔다. 그리고는 마침내 종국에는 그의 팔을 완전히 휘감았다.
“이, 이.........놈!”
무기를 든 손을 제압당했다는 수치심에 소오노조가 몸을 부들부들 떨며 신황을 떨치려 하였다.
그러나 소오노조는 신황의 무기가 무엇인가 조금 더 생각했어야 했다. 또한 그의 절기가 무엇인지 확실히 생각했어야 했다.
스거억!
“크아악!”
소리도 없이 소오노조의 팔이 어개 부위에서 송두리째 떨어져 나갔다. 소오노조의 팔을 휘감은 채 월영인을 펼친 결과였다.
신황이 소오노조의 잘라진 팔을 들었다. 그리고 어깨에서 느껴지는 불같은 통증에 신음을 내뱉는 소오노조의 입에 그대로 처박았다.
푸욱!
소오노조의 눈이 부릅떠졌다. 잘려진 손에 들려있는 백옥선이 그의 식도를 찢는 감촉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신황은 자신이 장담했던 방법 그대로 소오노조를 공격했다.
“난 거짓말은 절대 안 해. 그리고 헛소리도 안 해.”
신황이 싸늘히 중얼거리며 소오노조의 옆구리를 향해 월영인이 맺힌 주먹을 작렬시켰다.
푸~욱!
거침없이 소오노조의 옆구리를 헤집고 들어가는 신황의 손.
“아, 아........!”
소오노조의 입에서 신음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자신의 입에 박혀있는 자신의 손 때문에 그 소리조차 시원하게 내지 못했다.
스거억!
“지옥에서 보자.”
차갑게 말하며 신황이 팔을 횡으로 그었다. 그러자 소오노조의 옆구리에 박혀있던 그의 팔이 밖으로 빠져나왔다.
“며....엉...왕. 너얼.....기다리....겠다.”
몸이 무너져 내리며 소오노조가 신황을 원독에 찬 눈으로 바라봤다. 하지만 그의 눈동자는 곧 회색으로 변했다. 숨이 끊어진 것이다.
“얼마든지.....”
신황은 피가 흘러내리는 소맷자락을 털어내며 신원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콰지끈!
신원의 주먹이 혈발사신의 팔뚝에 작렬했다. 그러자 혈발사신의 몸이 저만치 뒤로 밀렸다.
“크으!”
혈발사신은 자신도 모르게 신음을 터트렸다. 신원의 공격을 막았던 팔뚝은 어느새 퉁퉁 부어올랐다.
그는 분명 내공으로 팔을 보호했다. 다른 이도 아니고 자신의 공력이 집중됐다면 오히려 공격한 이의 팔이 부러졌어야 정상이었다.
그런데 이것은 정반대였다.
방어를 해도 충격이 온몸을 울려왔다. 마치 온몸을 관통하는 듯한 충격.그의 눈에 질렸다는 빛이 떠올랐다.
“괴.....물!”
자신도 모르게 그런 소리가 나왔다.
산만한 덩치로 바람처럼 움직이는 신원을 보면 볼수록 기가 질렸다. 더구나 거대한 덩치가 움직이면서 주는 압박감이란 상상을 초월했다.
“폭혈만참(爆血萬斬).”
혈발사신은 혈황마공의 절초를 펼쳤다. 그러자 그의 붉은 머리칼이 일 장 이상 쭉 늘어나면서 신원의 몸을 휘감아왔다.
머리카락 한 올 한 올에 혈발사신의 필생내공이 담겨있기에 그 어떤 예리한 칼날보다도 날카로웠다.
그의 머리카락에 감긴다면 거대한 아름드리나무라 할지라도 수백, 수천 조각으로 잘리고 말터였다.
휘리릭!
혈발사신의 기를 머금은 머리칼이 신원의 몸을 뱀처럼 휘감았다.
그리고 뜻 밖에도 신원은 혈발사신의 공격을 피하지 않고 고스란히 몸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흐흐~! 어리석은 놈, 네놈의 몸을 천참분시(千斬分尸)하리라.”
자신의 머리칼에 누에고치처럼 휘감긴 신원을 보며 혈발사신이 음소를 터트렸다.
이대로 머리칼만 조인다면 저 덩치만 큰 괴물은 이제 수백 조각의 육편으로 나뉠 것이다.
그는 잠시 후에 느껴질 짜릿한 쾌감을 기대하며 내공을 운용했다.
그러나 아무리 그가 내공을 운용하고 기를 주입해도 신원을 휘어감은 그의 머리칼은 꼼짝을 하지 않았다.
그때 신원의 목소리가 그의 귀로 흘러들어왔다.
“늙은이가 지저분한 수를 쓰는군.”
말과 함께 그가 자신을 휘감고 있는 머리칼을 움켜잡았다. 그리고 힘껏 잡아당겼다.
휙!
혈발사신은 나름대로 천근추를 펼쳐 힘껏 버티려고 했다. 하지만 그런 노력도 헛되이, 그의 몸은 너무나 쉽게 신원을 향해 딸려왔다.
부웅!
신원의 주먹이 엄청난 기세로 쏘아졌다. 미처 주먹이 들이닥치기도 전에 옷이 펄럭일 만큼 흉맹한 기세였다.
“젠장!”
혈발사신은 신원의 주먹을 옆으로 흘려버릴 작정으로 팔쭉을 쳐냈다. 하지만 그것은 그의 명백한 오판이었다.
뿌드득!
“크어!”
신원의 팔뚝에 닿은 그의 손가락이 마치 수수깡처럼 부러져 나갔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지르기처럼 보였지만 신원의 팔에는 맹렬한 회전이 걸려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모르고 덥석 손으로 잡았으니, 혈발사신에게 닥친 상황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그러나 혈발사신에게 있어 진짜 재앙은 지금부터였다.
과~앙!
“크아악!”
신원의 주먹이 혈발사신의 손가락을 부서트린 기세 그대로 그의 가삼에 작렬했다.
신원의 주먹에 격타당한 혈발사신의 가슴뼈가 송두리째 가라앉았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콰콰콰콰콰!
신원이 팔이 굽어지며 팔꿈치가 혈발사신의 목에 작렬하고, 뒤이어 그의 몸이 폭풍처럼 회전을 하며 어깨와 몸통, 박치기가 혈발사신의 몸통을 두드렸다.
우드드득!
“허억!”
혈발사신의 입이 떡 벌어지며 검붉은 선혈이 토해져 나왔다. 군데군데 보이는 내장 부스러기. 이미 그의 가슴뼈와 옆구리는 처참하게 뭉개져 있었다.
하지만 대뇌가 고통을 미처 인지하기도 전에 신원의 다리가 혈발사신의 두 다리를 썩은 나무처럼 부러트렸다.
“크아아~!”
그제야 처절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혈발사신의 몸이 뒤로 훨훨 날아갔다.
이미 그의 숨은 거의 끊어져 있었다.
온몸의 뼈란 뼈가 모조리 가루로 부서져 내린데다 오장마저 철저히 짓이겨 있었다. 그의 몸은 이미 사람의 형태를 잃은 하나의 고깃덩이에 불과했다.
투~웅!
그런데도 신원은 마지막까지 그의 심장에 한 줄기 충격파를 날리는 것을 잊지 않았다. 확실히 숨을 끊어 후환이 될 가능성마저 철저히 말살한 것이었다.
철푸덕!
마침내 혈발사신이 바닥에 떨어졌다.
그의 몸은 이미 사람의 형체를 잃고 있었다.
온몸의 뼈란 뼈가 모조리 부서져 이리 저리 뒤틀린 그의 모습은 차마 두 눈으로 보기 힘들만큼 끔찍했다.
이것이 바로 연환칠전격(連環七電擊)의 진정한 위력이었다.
엄청난 덩치와 그에 걸맞는 힘이 갖춰졌을 때야만 펼칠 수 있는, 오직 살상을 위한 초식. 그것이 바로 연환칠전격이었다.
인간의 내부를 부수기 위해 만들어진 손바닥 무공인 참공파(斬空破), 지르기의 일종인 일전격(一電擊), 팔꿈치 공격인 혈천주(血天柱),
어깨 공격인 천공벽(天空劈), 몸통 공격인 낙산암(落山巖), 이마를 극한으로 단련해 무쇠보다 강한 충격을 주는 박치기인 금강두(金剛頭),
그리고 각법인 천패각(天覇脚)이 합쳐져 연환으로 펼쳐질 때 나타나는 극한의 위력을 가진 초식. 그것이 바로 연환칠전격이었다.
철저하게 인간의 존재 자체를 말살하기 위해 만들어진 무공, 그것이 신원이 익힌 무공이었다.
그때 신황과 신원이 있는 별채가 또다시 시끄러워졌다. 소란을 보고받은 무림맹의 총관인 백이문이 수하들을 이끌고 들어오면서 나는 소리였다.
“이게 무슨.......?”
백이문이 눈앞에 펼쳐진 끔찍한 참극에 그만 입을 딱 벌이고 말았다.
이제까지 수십 평생 칼 밥을 먹고 살아온 그였지만 이처럼 처절한 모습은 처음이었다.
“이.....게 어덯게 된 일입니까?”
백이문은 백무의 존재 자체를 몰랐다. 그렇기에 그가 의문을 가지는 것은 당연했다.
신황은 백이문을 보며 싸늘히 말했다.
“정체불명의 무리가 마선(魔仙) 어른을 습격해서 돌아가셨다. 난 이 일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그......게!”
신황의 말에 백이문이 당황하는 빛을 띠었다.
무림맹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사실 여부야 어찌됐든, 무림맹 내부에서 마선이 죽었다는 것은 큰 문제였다.
향후 이 사태가 어떻게 천하에 영향을 끼칠지 그 누구도 알 수 없었다.
그때 홍염화가 기절한 혁련혜를 업고 무이와 함께 신황의 곁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신원 역시 신황에게 다가왔다.
“오랜만이야. 형!”
“그래, 오랜만이다. 원아.”
신황과 신원이 서로의 손을 맞잡았다. 신황의 입가에는 훈훈한 미소가, 신원의 얼굴에는 순박한 웃음이 떠올랐다.
누가 그들을 보고 그렇게 무섭게 무공을 펼치던 사람이라고 생각할까?
십오 년 만의 해후였다.
그때 홍염화가 신원에게 다시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전 홍염화라고 해요. 형님하고는 오랫동안 같이 지낸 사이에요.”
“그렇군요. 전 신원이라고 합니다.”
홍염화는 묘한 어감을 풍기며 말을 했다.
그러나 신황이나 신원, 둘 다 그런 사소한 것에 신경을 쓰는 사람이 아니었다.
“기억하시죠? 저, 팽무이에요.”
“기억하다마다. 네가 형님이 데리고 다닌다는 아이였구나.”
“절 아세요?”
“소문은 들었단다. 만나서 정말 반갑구나.”
“저도요.”
무이가 웃음을 지었다.
왠지 모를 친근감의 정체는 바로 이것이었다. 신황의 형제라서 그리 친근감이 들었던 게다.
“들어가자. 하고 싶은 말이 많다.”
“나도 그래.”
두 형제가 나란히 길을 걸었다.
그 뒤로 무림맹의 무사들이 서둘러 뒷수습을 하는 모습이 들어왔다.
십오 년 만에 만난 형제, 그들의 만남이 무림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짐작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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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감사합니다
즐감요
즐감
잘 보고갑니다.
즐거운 하루
혱제의 만남 보기좋습니다
형제의 만남이라 무시 무시하겠어
잘봅니다..~~
감사합니다
고맙게 잘보고 있어요~~~
즐독
잘 보고갑니다
ㄳㄳ
즐독
잘봅니다
즐감 하구 갑니다
감사합니다
즐감
신황 신원............................앞으로.............
즐감하고 갑니다.
재미 있게 읽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즐.독 하고 있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