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음악의 조율체계와 음계에 대한
음향학적 고찰
권
오 연
I 들어가는 글
20세기에 들어 한국음악이 본격적인 학문의 연구대상이 된 후 국내외의 많은 학자들에 의해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연구들이 행해져왔다. 특히 한국음악의 음계와 조율 체계의 정립에 대한 문제는 학자들의 꾸준한 연구 대상이 되어왔고 근래에 들어서 이 분야의 연구 논문들이 더욱 활발히 발표되고 있다.
한 음악이 만들어질 수 있는 기본적 틀은 음체계 (음조직)의 확립에서부터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즉 정확한 조율체계와 음계의 연구는 음악연구의 가장 기초적인 연구 분야라고 할 수 있는데 한국음악의 기초를 이루는 조율체계와 음계는 아직도 학계의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 분야의 대부분의 연구들을 보면 그 연구의 방법론에 있어서 크게 두 가지로 구별됨을 알 수 있다. 첫 번째는 음악가 (연주자, 음악학자)의 입장에서 행해지고 있는 연구로써 이것들은 순수한 음악적 관점에서 이루어졌는데, 이런 연구는 주로 청각에 의존해서 이뤄지는 실제음악의 채보나 연주자와의 인터뷰가 연구의 기초자료를 이루기 때문에 객관성을 획득하는데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이것은 실용음계를 연구할 때 잠재되어있는 문제점이기는 하지만 이런 연구에 내재된 주관성 때문에 연구 결과들은 많은 논란의 대상이 되어왔다. 좀 더 객관적인 연구를 추구하는 학자들은 한국음악의 조율체계와 음계의 연구를 과학적인 연구 방법을 통해서 하려고 노력했고 그 결과 두 번째 연구방법이 되는 음향학적 측정 방법, 즉 물리적으로 음높이를 측정하는 방법이 사용되기 시작했다. 자연과학분야에 속하는 음향학적 연구방법을 이용한 한국음악의 연구는 자연과학자인 박흥수, 성굉모등에 의해서 1970년대 말부터 꾸준히 행해져 왔지만 그 수가 많지 않고 또한 이들이 음악학자가 아니라는 점에서, 즉 자연과학자들은 음악에 대한 전문지식이 부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점과 함께 한계가 잠재하고 있다. 이와 반대로 음악학자들은 음향분석을 위한 전문지식을 갖추고 있는 경우가 드물어서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한국음악의 연구를 할 수 있기가 힘들었다. 그러나 근래에 들어서는 이 두 분야의 공동작업이 활발해져 음악학자들과 음향학자들의 상호협조 속에서 연구된 공동연구논문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특히 순수 한국음악 학자들이 발표하고있는 최근의 연구들에서 음향학적 방법을 택하고있는 연구들은 주목할만하다.
국립국악원은 1990년부터 지속적으로 "한국전통음악 음체계의 표준화 작업"을 추진해왔다. 즉 국립국악원은 "우리소리찾기" 사업의 일환으로 한국음악의 음고와 음정의 연구와 한국음악의 기본음 결정을 위한 연구들을 지원했고 이를 통해서 다수의 연구가 이루어졌다. 이 연구들은 앞서 언급한 두가지 연구방법들을 모두 취하고 있어서 음악적 측면 뿐 만 아니라 음향적인 측면에서의 음계와 조율체계 연구의 큰 맥을 형성하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국립국악원은 한국전통음악에 대한 보다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연구를 위해서 음고 분석 프로그램의 제작을 기획하고 이를 서울대학교 부설 뉴미디어 통신공동연구소 음향공학연구실에 의뢰하여 PC를 활용하여 음고를 측정, 분석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인 "아리랑 1.0"을 완성하여 2000년에는 이것을 배포하기도 하였다.
본 글은 한국음악의 음계와 조율체계의 정립에 관한 연구들 중에서 음향학적인 방법을 통해서 이루어졌던 주요 연구들의 내용과 결과를 살펴보고 이들 연구들을 통하여 한국음악의 음계와 조율체계에 대한 연구에서 드러나는 문제점을 밝히고 기본음 정립을 포함한 조율체계의 정립과 음계정립의 가능성을 살펴보고자 한다. 더 나아가서 한국음악의 이해를 위해 음향학적 연구 방법이 어떤 의미를 갖을 수 있을 지에 대해서도 숙고해본다.
이를 위해서 본 글은 크게 기본음정립과 조율체계와 음계정립이라는 두 개의 부분으로 나누어서 논의를 이끌어갈 것이다. 우선 기본음정립의 음악적 당위성에 대해 숙고해보고 외국의 경우를 살펴본 후 현재 한국음악이 이 문제에서 당면하고 있는 문제를 생각해 본다. 이것을 토대로 이제까지 이뤄졌던 기본음의 음고 측정과 정립에 관한 주요 연구들을 고찰해 보도록 한다. 그 다음으로 조율체계와 음계의 정립에 대한 연구들을 고찰해 보고 이 분야의 연구에서 고려되어야할 문제점들에 대해서 논해보도록 한다.
II. 본론
1. 기본음 정립의 문제
1) 문제의 제기
음악이 만들어질 수 있는 기본적 틀은 음체계 (음조직, 음계)의 확립에서부터 시작된다고 이미 언급하였다. 이론적으로 한국음악의 음 체계는 삼분손익법 (三分損益法)에 의해서 만들어진다. 조선시대(성종 24년)에 쓰여진 「악학궤범」에 의하면 한국음악은 삼분손익법에 의한 12율에 근본을 두고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삼분손익법이란 중국의 음체계 즉 중국의 조율법의 기초를 이루는 것으로 우리나라 조선시대의 음악이론은 중국이론에 크게 의존하고있었기 때문에 우리나라 「악학궤범」도 이렇게 기록하고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이론서에 나오는 조율체계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다. 즉 이것이 현재까지 어떻게 변천되어 왔는지에 대한 확실한 연구는 존재하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즉 현재 한국음악의 실용음계의 기초를 이루는 조율체계에 대해서는 연구가 되어있지 못한 것이다.
조선시대에는 삼분손익법이란 조율체계 이외에도 음계의 기본음이 되는 황종(黃鐘) 기본음을 산출하는 율관 체계(표준 율관)인 황종율관 (黃鐘律管)이 존재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조선시대의 표준 율관과 국악 음계의 기본음이 되는 세종 황종척(黃鐘尺) 등은 남아 있지 못한 상태이다. 이렇게 사라져 버린 한국음악의 기본음 황종의 절대 음고를 찾고자 하는 노력이 최근 몇 몇 학자들에 의해서 이뤄졌는데 특히 물리학 교수였던 박흥수는 황종척(34cm)을 재현하여 황종율관(길이: 31.23cm, 내경: 1.2cm)을 만들어 그것에 의한 기본음 황종의 음고가 269.5 Hz라고 발표하기도 했다(박흥수1990:166).
그 뿐만 아니라 삼분손익법도 공식화된 조율 체계로 완전하게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결국 공식화된 기본음과 조율 체계가 없으므로 악기 제작자들은 제작자의 경험이나 감각에 의존해서 악기를 만들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현재 국악에는 공식화된 기본음고도 조율 체계도(음계) 존재하고 있지 못한 것이다. 이렇게 한국음악이 표준화된 음 체계를 갖고 있지 않음으로 해서 황종 기본음의 음고나 각 음간의 거리인 음정이 악기마다, 연주자마다, 또는 연주시마다 다를 수밖에 없고, 이런 상황에서 이뤄지는 합주에서 음이 서로 맞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상태가 아닐 수 없다. 물론 독주시에는 기본음의 표준 음고가 정해져 있지 않아도 큰 무리가 없다. 그러나 합주시에는 상황이 달라진다.
2) 서양에서의 기본음
기본음 (표준음, standard pitch, absolute pitch)은 여러 연주자들이 사용하는 음들을 일치시키기 위해서 음계에서 상대적인 음정관계에 있는 음들 중 어느 특정 음의 높이를 일정한 진동수를 지닌 고정된 음으로 정했을 경우 이 고정된 음을 의미하는데 이렇게 설정된 기준음을 중심으로 다른 음들의 절대적 높이가 조율 체계에 의해서 정해지게 되는 것이다.
그럼 서양음악의 경우를 잠깐 살펴보도록 하자. 서양음악에서는 통용되는 표준 기본음인 a'의 진동수가 440Hz로 정해져 있어서 언제나 일정한 음높이로 연주될 뿐더러 이 기본음을 기초로 조율된 음계가 서양음악의 틀을 이루고 있다.
서양음악도 현재처럼 기본음을 a'로 정하고 그것을 440Hz로 정하기까지는 여러 가지 어려움과 혼란을 겪었다. 1752년 최초로 독일 베를린에서 제정됐던 a'의 높이는 422Hz였다. 그 이후 a'의 절대음고에 대한 논란이 많이 있었고 한 때는 466Hz까지 올라가기도 했다. a'를 440Hz로 서양음악의 기본음 표준음고가 정해진 것은 1937년 런던 국제회의에서였고 그 이전에는 여러 종류의 기본음 음고가 혼용되었다(Brüderlin 1983:42). 16세기이래 서양음악에서 사용된 a'의 음높이는 34가지나 됐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것들은 377-563Hz 사이에 들어 있었기 때문에 그 차이가 약 85Hz(약 완전 4도 이상)에 달했다. 이처럼 서양 음악의 기본음 음고가 서로 달랐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교류가 활발하지 않았던 중세나 르네상스 시대에는 각 지방마다 도시마다 다른 기본음 음고를 갖고 있어도 그리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그들은 자신들의 고유한 기본음 음고를 포기하고 공통적인 기본음 음고를 채택하지 않을 수 없게된 것이다. 각 시대 혹은 각 지방마다 고유한 기본음 음고가 있었다면 그것은 나름대로의 이유를 갖고 있었을 것이다. 보통 기본음 음고가 높으면 전체적으로 음악의 음높이가 높아지게 되므로 그 반대의 경우보다 화려한 음향(특히 현악기의 경우)을 만들어 낼 수가 있다. 특별한 음향적 효과를 내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높은 혹은 낮은 기본음 음고를 선호했을 수도 있다. 이런 이유에서 서양 음악 중에서도 특히 옛 음악을 연주할 때 그 시대에 사용되던 악기를 그대로 재현해서 사용해야할 뿐만 아니라 기본음의 음고도 그 시대의 기본음에 따라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것은 당시의 음악 미학적 견해에 충실하고자 하는 태도일 것이다. 현재도 음향적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 기본음의 음고를 다르게 조율하는 경우가 있다.
서양음악에서 국제적인 단일 기본음 음고가 책정된 배경에는 평균율에 기초해서 24개의 조로 자유롭게 전조를 할 수 있는 조성 음악의 확립과 이러한 음악의 연구를 가능케 하는 악기들의 개량과 합주, 특히 대편성 관현악의 발달과 음악 활동의 국제화가 있었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음악에서도 서양음악에서처럼 기본음을 정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의견에는 별 의의가 제기되지 않는 것 같다. 특히 해방 이후 서구 음악의 조율 체계에 길들여져 버린 우리의 귀는 정확한 음정을 요구하고 있어서 기본음 음고 뿐만 아니라 고정된 음체계까지도 함께 요구되고 있다. 한국음악에서 기본음과 조율 체계가 표준화되지 못하는 것은 한국음악의 대중화에도 걸림돌이 되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은 독주의 경우보다 합주의 경우 더 심각하다. 이 뿐만 아니라 기본음이 정해져있지 못하고 조율체계가 정해져있지 못하기 때문에 학교교육에서 한국음악교육은 심각한 문제를 갖게된다. 예를 들어서 단소와 같은 한국음악교육에 중요한 국악기를 표준화된 규격과 음체계로 만들 수 없기 때문에 학생들은 서로 다르게 조율된 악기로 교육에 임해야 하고 이로써 음체계에 대한 학습을 제대로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서로 다르게 제작되고 조율된 악기들로 같은 음악을 연주할 때 야기되는 부조화적인 음악을 통해서 학생들은 한국음악에 대한 흥미까지도 잃게될 수가 있다.
이런 이유로 1990년 7월부터 국립 국악원 주관으로 "우리 소리 찾기" 사업이 시작됐는데 이 사업을 통해서 한국음악의 통일된 기본음 음고와 음계를 정립하고자 하는 노력은 본격화되었습니다.
3) 한국음악의 기본음
기본음의 절대적 음고를 정하기 위한 연구를 하기 전, 과연 한국음악에서 어떤 음이 기본음으로 정해져야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부터 숙고 되어야한다. 본 글은 글의 처음부터 황종음이 한국음악의 기본음이라는 전제에서 논의를 이끌어 왔지만 이 것은 몇가지 전제 조건 하에서만 인정될 수 있는 것이기에 한국음악의 음계를 설명할 때 기본음을 어떤 음으로 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를 생각해 보기로 한다.
현재 한국음악은 크게 정악과 민속악으로 나눌 수 있는데 정악은 또 당악과 향악으로 나누어진다. 당악은 중국에서 영향을 받은 문묘악, 종묘악, 합악과 같은 음악을 말하며 이 음악에서는 중국 아악의 악기인 편종, 편경등이 대표적인 악기이다. 당악도 기본음으로 황종을 사용하고 있지만 이 황종은 c음에 가깝다고 알려져 있어서 향악에서 사용하는 황종음과 그 이름은 같으나 절대음고는 전혀 다른 것이다. 정악 중 당악에서 사용하는 조율체계를 당악율이라고 한다. 이 반면 편종, 편경을 제외하고 향피리나 거문고와 가야금 같은 향악기가 중요한 역활을 하는 정악을 향악이라고 하는데 즉 향악이 한국 고유의 귀족음악을 지칭하는 것이다. 향악에서의 기본음도 황종이지만 e┒에 가깝다고 알려져 있고 이 때 사용되는 조율체계를 향악율이라고 한다(황병기 1990:178). 현재 한국음악의 정악이라 하면 주로 당악 보다는 향악을 지칭할 경우가 많다. 현재 정악에서는 모두 12율명 (律名)을 사용하지만 향악율의 높이는 당악율의 높이와 다를 것이다. 이처럼 다른 이유는 {악학괘범} 제 1권의 악조총의 (樂調總義)에서 “아악 (중국계 정악)은 음이 낮아서 황종을 첫음으로 삼고, 속악 (향악)은 음이 높아서 협종을 첫음으로 삼는다”는데 기인한다. 즉 현재 향악율의 황종이 대체로 협종에 흡사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황병기 1990:179). 이처럼 한국음악의 정악에는 이미 두가지 기본음이 (막연하게) 존재하지만, 실제로 연주될 때 그 기본음의 정확한 진동수는 객관적으로 설정되어있지 못하다.
한국음악에는 정악 이외에도 민속악이 있는데 민속악에서는 정악처럼 음악 전체에 통용되는 표준기본음을 정하는 것이 어렵고 또 정당하지 못하다. 그 이유는 실제로 민속악은 성악이 주를 이루고 있고 또 부르는 사람마다 서로 다른 기준음 높이를 갖고 부르기 때문에 - 소위 청을 올렸다 내렸다 하면서 부른다는 것이 이것에 해당된다. - 어떤 기준음을 정해서 그 높이에 맞추어서 부르게 한다는 것은 현실성이 없다. 아마 한국 민속음악에서의 이런 현상을 비단 한국의 경우 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민속음악이 갖고 있는 특징중 하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민속음악을 합주로 연주할 경우에는 상황이 달라진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민속악단의 연주가 많아지고, 특히 여러 국내 관현악단들이 설립되어 전통적인 민속악을 편곡하거나 민속악적 어법으로 창작된 곡의 연주를 많이 하고 있다. 이런 경우에는 여러 악기의 음을 일치시키기 위한 기본음의 설정이 요구된다(황병기 1990:182).
현재 국악관현악단들은 민속악을 연주할 때 대체로 두가지 기본음을 쓰는데, 즉 시나위청 (산조청)과 민요청이 그것이다. 이 방면의 연구자들에 의하면 (백대웅, 황병주, 황병기 등) 시나위청을 대략 C∼Db 이고 민요청은 대략 Eb∼E 인데 황병기는 민요청을 Eb정도로 하여 정악의 황종에 해당되도록 하고 시나위청은 C로 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황병기 1990:182). 그러나 여기서 민요청은 정악의 황종보다 1 옥타브 위임을 유의해야한다. 이렇게 관현악단의 시나위청과 민요청이 확정지었졌다고 해서 민속악 전체의 표를 기본음이 정해지는 것은 아니다. 즉 민속악 연주자들은 앞서 언급한대로 마음대로 청을 잡아서 연주해야 민속악 본연의 자유분방한 생동감을 갖기 때문이다.
앞서 고찰한 대로 정악과 민속악에 있어서의 기본음이 황종음으로 정해지는 것이 무리가 없는 듯이 보이지만 한국음악의 관·현악기들의 합주에서 조율하는 모습을 보면 임종 (林鐘)이 기본음이라는 가정을 가능하게 한다. 즉 전통적으로 대금주자들은 조율을 위해서 임종을 불어주고, 나머지 악기들은 이 임종음에 맞추어 조율한다. 즉 이런 오랫동안 이어져 내려오는 임종청의 전통 때문에 약간의 갈등과 혼란이 야기 될 수는 있으나, 남상숙은"한국 전통음악의 기본음에 대한 사적 고찰"이란 논문을 통해서 "기본음이 황종이라는 것은 언급할 필요조차 없다"고 단언하며, 이런 혼란의 이유와 기본음이 황종이어야 함을 설명하였다 (남상숙 1990:145-157).
4) 황종 기본음의 음고측정 연구에 대한 고찰
황종이 한국음악의 기본음이라면 그것의 음높이를 결정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일 것이다. 그럼 황종음고를 측정하여 기본음의 음고를 확정하기 위해 노력한 연구들을 개괄해 보도록 한다. 현재까지 행해졌던 황종 기본음 음고 설정을 위한 연구들은 주로 당악과 정악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다. 그 이유는 민속악에서의 기본음 측정은 그 음악적 특성상 어려움을 내포하고 있을 뿐 아니라, 실제음악에서도 그 필요성이 정악만큼 크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이유로 황종 음고 측정이 당악음과 정악음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이런 이유에서 본 글에서는 이 분야의 연구 결과들을 당악율과 향악율로 나누어서 고찰해보도록 한다.
① 당악률 (당악의 황종음고 측정)
당악의 황종의 음고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대부분 편종, 편경과 같은 종경들이 측정대상악기로 사용되고 있다. 그 이유는 이런 악기들은 악기가 제작된 후, 거의 원형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서 옛 음악에 대한 연구에 좋은 조건을 제공해 주고 있고, 실제 음의 측정시에도 안정된 음고를 얻기 쉽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당악의 기본음인 황종음고를 측정한 연구는 192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21년 4월 5일 일본인 田邊尙雄은 조선조의 장악원에서 사용 되다가, 이왕직 아악부로 전해내려오는 종경들을 조사하여 황종의 진동수가 편종은 259.2 Hz, 편경은 265.4 Hz 특종은 248.8 Hz, 특경은 265.4 Hz, 편종의 청황종은 543.6 Hz (황종 271.8 Hz), 편경의 청황종은 538.8 Hz (황종 269.4 Hz) 라고 결론지었다. 이 연구에서 측정된 황종의 음높이는 248-271 Hz 정도로 23 Hz가 차이가 나긴 하지만, 약 서양의 Cb∼C# 사이에 위치하고 이것을 평균하면 263.3 Hz 정도로 C에 가깝다. 그 이후 1960년대 김기수는 국립국악원에 보존되어 있는 조선조 때의 편종과 편경의 음높이를 조사하였는데, 이 조사에서도 황종의 높이는 각각 달랐으나 대략 C에 가까운 것이 많았던 것으로 되어있다. 1966년 박흥수는 성균관이 소장하고 있는 편종을 조사하여 황종 음고가 266.2 Hz라고 하였고 이것을 C보다 조금 높은 수치이다(황병기 1990:179).
박흥수는 당악율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였고 1990년 성균관에 소장 되어있는 종경 중 종묘악에 사용되는 특종 (266.2 Hz), 특경 (278.1 Hz), 편경 (283.2 Hz)의 황종을 조사하고 동묘의 영정전 (永寧殿)에 보관중인 종묘악에 사용되는 특종 (257.0 Hz), 특경 (269.5 Hz), 편종 (256.9 Hz), 편경 (260.5 Hz)의 황종음을 조사하여 평균 275.8 Hz의 당악 황종음고를 측정하기도 했다. 이 연구에서는 성균관의 종경 소리가 영영전의 종경보다는 다소 낮은 수치를 보였고 일반적으로 (편)종의 소리보다 (편)경의 소리가 높게 나타났다. 성균관의 종경들의 평균치와 영영전의 종경들의 평균치를 다시 평균하니, 황종음의 높이가 269.25 Hz로 나타났다(박흥수 1983:167).
표 1: 한국전통음악의 기본음 진동수 측정치 (단위 Hz)(박흥수: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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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기명 |
평균 진동수 |
전체 평균진동수 |
문묘악
(성균관) |
특종 |
266.2 |
275.8 |
특경 |
278.1 |
편경 |
283.2 |
종묘악
(영영전) |
특종 |
257.0 |
특경 |
269.5 |
편종 |
256.9 |
편경 |
260.5 |
이상의 연구들은 그 연구방법, 즉 측정방법과 평가의 내용이 상세히 서술되어있지 않아서 연구내용에 대한 분석과 평가는 힘든 상태이다. 그러나 1990년 이 후 행해진 연구에서는 비교적 자세한 측정내용이 서술되어있다.
1990년 12월에는 국립국악원의 “한국전통음악 기본음 설정위원회"의 의뢰에 의해서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공학연구소에서 "편경의 황종 주파수 측정연구"라는 연구를 하였다. 한국전통음악 중 당악의 기본음에 관한 연구였다. 이 연구에는 국악원 악기보관실에 보관되어 있던 편경 (1번), 국악원 105 연습실 보관 편경 (종묘에서 사용, 소화 12년 개수) (2번), 국악원 연주용 편경 (소극장 보관, 1987 남갑진 제작) (3번), 국립 국악고등학고 소장 편경 (4번) 그리고 서울대학고 음악대학 국악과 소장 편경 (5번)등이 사용되었다. 측정 방법은 우선 각 편경 중 황음에 해당하는 편경을 하나씩 모아서 녹음하였다. 또한 각각의 주파수 특성을 비교하기 위해서 동일한 타점에 동일한 타법으로, 또한 동일한 타격기구로 3회 타격하여 녹음하였다. (스펙트럼 분석을 위해서는 Analogic사의 Data 6000 A가 사용되었다.) 신호음은 FFT(Fast Fourier Transform) 2048 point 그리고 Sampling 주파수는 40KHz이었다. 그 측정결과는 아래의 표2와 같다.
표 2: 편경의 황종 측정 주파수 평균치값(안수길 외: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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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종 기본주파수 |
한옥타프 아래 (½) |
국악원 1번 |
518 Hz |
259 Hz |
국악원 2번 |
520 Hz |
260 Hz |
국악원 3번 |
532 Hz |
266 Hz |
국악고 |
517 Hz |
258.5 Hz |
서울대 |
517 Hz |
260.4 Hz |
표 2에 의하면 편경의 황종주파수는 약 260Hz 정도가 됨을 알 수 있다. (평균율에서 C는 261.6 Hz, C#은 277.18 Hz 이다.)
1999년 국악학 전국대회에서 발표된 박정경의 「편종, 편경의 음고 측정 및 분석」이라는 연구에서는 5개의 편경과 5개의 편종이 측정되었다. 이 연구에서는 황종기본음의 음고만 측정한 것이 아니라 음계의 모든 음을 측정하였다. 측정대상이 된 악기는 아래 표 3과 같다.
표 3: 측정대상악기표
1) 국립국악원 박물관 편종, 편경 |
2) 국립 국악원에서 실제 종묘제례와 문묘제례에서 사용하는 편종, 편경 |
3) 국립국악고등학교 편종과 편경 |
4) 한양대학교 편종, 편경 |
5) 서울대학교 편경 |
6) 국립국악관현악단 편종 (국립극장 소장) |
이 연구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측정 프로그램을 3가지로 다양하게 사용하며 각각의 악기의 측정에서 3가지 다른 측정치를 제시하며 비교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이를 통해 현재 음고측정에 사용되는 프로그램의 장단점을 비교하려고 하였다. 이 연구에서 사용된 3가지 측정 프로그램은 표4와 같다.
표 4: 측정프로그램 표(박정경: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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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점 |
단점 |
Sound Forge 4.0 |
스펙트럼의 분석에 있어서 읽고자 하는 주파수의 정확한 부분에 커서를 댈 수 있다. |
주파수의 수치가 정수로 표시되어 오차의 한계가 크다. |
Cool Edit 96 |
녹음된 음악을 진행시킬 때 스펙트럼의 변화를 같이볼 수 있다. |
커서가 근음 주파수의 정확한 부분을 잡아내지 못한다. |
Acid Wav |
스펙트럼의 모양이 단순화 되어 근음과 배음의 구조를 ?기에 용이하다. 그리고 오차의 한계를 표시해 준다. |
근음 주파수를 나타내는 부분이 넓어서 커서가 정확한 위치에 있더라도 수치의 차이가 난다. |
이 세 프로그램중 음악의 파형을 보여주고 이에 다른 스펙트럼을 편리하게 분석하도록 제작된 것다. 이 세가지 프로그램에 의한 측정 결과는 다음 표 5와 같다.
표 5: 편경, 편종의 음고 측정치(단위 Hz)(박정경:132-145)
사용된 편경 |
방법 1 |
방법 2 |
방법 3 |
1) |
546 |
540.7 |
539.27 |
2) |
536 |
528.6 |
748.98 |
3) |
1036(518) |
1036(518) |
1038.6(519.5) |
4) |
530 |
528.6 |
529.28 |
5) |
526 |
528.6 |
분석불가 |
평균 |
534.5 |
531.45 |
의미없음 |
사용된 편종 |
방법 1 |
방법 2 |
방법 3 |
1) |
261 |
259.6 |
259.6 |
2) |
260 |
257.7 |
측정불가 |
3) |
265 |
263.7 |
262.89 |
4) |
265 |
286.82 |
289.61 |
6) |
399 |
395.69 |
399 |
평균 |
262.75 |
266.95 |
270.7 |
위의 표 6을 보면 현재 우리나라에 있는 종경들을 연구한 결과 대략 264.8 Hz가 당악율의 황종음으로 계산되었다. 이것을 서양의 평균율 C=261.6 Hz와 비교해 보면 거의 C에 가까운 수치이다. 3.2 Hz 정도의 차이는 측정시 내재해 있는 오차범위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당악율의 기본음이 황종의 절대음고를 측정했던 주요 연구들을 살펴보았다. 각 연구들에서 연구목적은 동일하지만, 서로 다른 악기들을 측정대상으로 하고, 또 측정방법도 동일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서로의 연구를 직접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불가능하였다. 대부분의 연구가 음향분석 (spektrum)을 통해서 황종음을 측정하려고 했지만, 타악기인 종경의 경우 배음이 규칙적이지 못한 관계로 배음을 통해서 기본음 주파수를 산출하는 것은 불가능하였기 때문에 대부분 기본 주파수를 직접 측정하는 방법을 택하였다. 측정된 주파수는 측정에 사용된 프로그램에 따라 그 주파수 해상도가 다르기 때문에 오차범위가 각각 다를 수밖에 없는데 이것에 대한 명확한 설명을 한 연구는 거의 없어서 결과를 해석하는데 어려움이 뒤따랐다. 즉 결과로 나온 황종음고의 오차범위가 제대로 명시가 안 된 경우가 많았다. 타악기인 종경들은 타격을 가해도 타격초기에는 매우 복잡한 파형이 생기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하나의 주파수를 갖는 sine파에 가까워지는데, 이때 남게되는 기본주파수와 3-4개의 배음들을 기초로 기본주파수를 측정하게 된다. 앞서 설명했듯이 종경들의 배음의 관계는 정배수 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만일 기본주파수 측정이 불가능한 배음을 통한 기본주파수의 계산도 거의 불가능하다(안수길외 1990:11-12). 이런 이유로 종경들의 황종 기본주파수 측정은 다른 악기에서보다 어렵다.
이론적으로 보면 한국음악 중 정악의 기본음 높이는 조선시대 박연이 황종 기본음 높이를 정한 후 한번도 변한 적이 없다. 그러므로 그 이후 제작된 악기는 같은 기본음 높이를 갖고 있어야 한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그것은 악기 제작자나 음악가들에 의해서 의도적으로 변화되었다기 보다는 악기 제작상의 미숙한 기술 때문에 초래된 결과라고 가정해 볼 수 있다. 특히 편경은 악기의 모습이나 크기는 고정되어 있고, 세밀한 음높이는 두께를 갈아서 조율하는 돌로 된 악기로서, 사실상 정확한 음높이를 만든다는 것이 어려운 특성을 갖고 있다. 결국 지금까지 연구된 악기들이 보여주는 황종음의 차이도 이런 측면에서 이해되어야 할 부분일 수도 있다. 그러나 1920년대에 당악의 황종음을 서양의 피치 파이프 (pitch pipe)의 C=261 Hz에 맞추어서 조율하도록 권장된 적이 있었기 때문에, 1920년대 이후 제작된 종경들은 황종음을 C에 맞추었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모든 악기제작자가 이렇게 한 것은 아니고, 일부는 옛 전통을 고수했기 때문에 지난 80여년간 황종음고에 대한 혼란이 가중됐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이유에서 1920년 이전에 제작된 종경들과 그 이후에 제작된 종경들을 구별하여 연구하는 것도 의미가 있으리라 생각된다. 우리나라 악기연구는 아직 초보적 단계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본 글에서 고찰의 대상이 된 연구들에서도 연구대상이 된 악기들에 대한 정확한 출처내지는 악기번호가 제대로 명시되어 있지 않아서, 비교 분석이 불가능했을 뿐 아니라, 앞으로의 연구에도 근거자료(기초자료)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기에는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우리나라 악기의 정리와 분류화 작업이 우선 선행되어야 객관적인 연구도 가능하리라 생각된다.
② 향악율 (향악의 황종음고측정)
향악의 황종의 음고를 측정하기 위해서 행해진 기존의 연구들을 보면 대부분 단소, 대금, 피리, 태평소와 같은 관악기들이 주로 측정대상이 되고 있다. 그 이유는 관악기인 대금이 향악 관현악단에 기준음을 불어주는 악기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음향 특성상 안정된 음고를 측정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국립국악원은 한국음악의 통일된 기본음 음고와 음계를 정립하고자 1990년이래 “우리소리 찾기”사업을 추진하여 1993-1997년까지 네차례에 걸쳐 서울대학교부설 뉴미디어 통신공통연구소 음향공학연구실에 의뢰하여 향악곡 음고측정을 하였다. 이 지속적인 연구결과는 향악의 황종음고 설정 뿐 아니라 향악의 음계 (음체계, 조율체계)의 연구에도 많은 기여를 하였다. 그럼 우선 이 네 차례의 연구결과를 정리해 보도록 한다.
a.“향악곡 음고측정에 관한 연구”(성굉모, 문현, 권범준 1993)
1993년에 행해진 "향악곡 음고측정에 관한 연구"에서는 국립국악원에 보유되어 있는 각종 음향자료 중 릴 테이프만을 측정대상곡으로 하였는데, 이 자료들은 국립국악원 연주장에서 공연된 현장 공연물이 대부분이었다. 이 연구는 이들 곡중 향악계통의 곡중에서도 독주나 이중주곡에 한해서 주로 관악기들의 음고측정에 초점을 맞추었다. 연구의 대상이 된 악기는 단소, 대금, 피리, 양금, 태평소 등으로 다양한 향악기가 측정되었다. 연구대상이 된 곡들도 여러 가지였고(유초신지곡 중 상령산 (풀가락), 유초신지곡 중 상령산 (1장), 중관지곡 중 상령산 (1장), 표정만방지곡 중 상령산 (1장), 청성곡, 경풍년과 가곡, 다스름, 도드리 (1, 2장), 중광지곡 중 일부, 도드리 등), 또한 연주시기도 60-90년대 까지 다양하게 분포되어있다. 즉 다양한 연주자(봉해룡, 김성진, 이상규, 유경조, 김응서, 윤병천, 정재국, 홍종진, 조창훈, 김중섭, 서한범, 곽태규 등)의 연주가 연구대상이 된 것이다. 어떤 특정음만을 연구해서 측정한 당악율의 황종음고 측정 연구와는 다르게 대부분의 악기에서 실제 작품의 연주에서 출현한 황종음을 측정하므로써 좀 더 음악 실제에 가까워진 연구라고 볼 수 있다.
한국음악의 기본음인 황종음은 요성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요성이 동반되는 경우 음의 일정한 음고를 측정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러나 느린 음악에서는 황종에 요성이 출현하기 전 어느 정도 안정된 음높이가 유지되다가 요성이 출현하기 때문에 이 연구에서는 되도록 느린곡을 중심으로 음고를 측정하였다. 향악곡 녹음자료는 70여곡 이었다. 이 연구에서는 원칙적으로 각 곡에 등장하는 모든 황종음에 대해 측정하였으나, 부분적으로 요성이 심하거나 음이 분명하지 않은 경우 또는 주변 소음이나 병주하는 다른 현악기에 가려서 분간이 곤란한 경우는 제외하였다. 측정을 통하여 얻은 2400개의 자료들은 먼저 각 곡별로 그 평균치를 구하고, 이것을 다시 악기별, 연주자별, 곡별, 녹음시기별로 평균과 표준편차를 구하여 각 요인들과의 상관관계에 대해서 알아 보았다. (이 결과 연주와 한사람에 대한 자세한 측정은 되지 않았다.) 즉 어떤 특별한 음악적 요소에 집중하여 연구하지 않았기 때문에 향악곡에서의 대표성을 갖는 황종음고 측정을 하였다고 할 수 있다. 연구결과는 표 7-9에서 볼 수 있다.
곡명 |
음고 |
표준편차 |
유초신지곡 중 상영산 (풀가락) |
321.6 |
9.4 |
유초신지곡 중 상영산 (1장) |
323.2 |
8.1 |
중광지곡 중 상영산 (1장) |
331.7 |
4.2 |
표정만방지곡중 상령산 (1장) |
323.1 |
8.6 |
청성곡 |
312.2 |
18.9 |
경풍년과 가곡, 다스름 |
335.5 |
12.8 |
도드리 (1, 2장) |
335.4 |
0.6 |
중광지곡 중 일부 |
319.4 |
4.9 |
도드리 |
318.2 |
16.0 |
표 7: 분석 악곡에서 황종음 측정결과 (곡별 평균) (단위는 Hz)(성광모 외 1993:17)
악기 |
음고 |
표준편차 |
단소 |
314.0 |
16.2 |
대금 |
326.4 |
7.0 |
피리 |
328.5 |
13.4 |
양금 |
313.5 |
- |
태평소 |
316.9 |
- |
표 8: 분석 악곡에서 황종음 측정 결과 (악기별 평균) (단위 Hz)(성광모 외 1993:18)
표 9: 분석 악곡에서 황종음 측정 결과 (녹음시기별 평균)(단위는 Hz)(성광모 외 1993:18)
녹음시기 |
음고 |
표준편차 |
80년대 이전 |
323.8 |
6.4 |
80 - 85년 |
331.1 |
9.6 |
85 - 90년 |
326.1 |
15.9 |
90년대 이후 |
322.5 |
9.0 |
표10: 분석 악곡에서 황종음 측정 결과 (연주자별 평균)(단위는 Hz)
(성광모
외 1993:19)
연주자 |
음고 |
표준편차 |
봉해룡 |
298.1 |
7.1 |
김성진 |
324.3 |
6.7 |
이상규 |
325.1 |
7.9 |
유경조 |
336.8 |
5.3 |
김응서 |
324.3 |
4.4 |
윤병천 |
318.8 |
0.9 |
연주자
|
음고 |
표준편차 |
정재국 |
326.6 |
12.1 |
홍종진 |
331.9 |
4.0 |
조창훈 |
319.4 |
5.4 |
김중섭 |
314.9 |
17.5 |
서한범 |
330.4 |
6.9 |
곽태규 |
328.5 |
4.0 |
연구결과를 보면 악곡별, 악기별, 녹음시기별, 연주자별로 다양한 황종음고를 나타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이할 만한 것은 연주 시기가 오래됐을수록 기준음고가 높아지고 있다는 연주자들의 생각과는 다르게 80년대 이전 (323.8 Hz)과 그 이후 즉 80-85년 (331.1 Hz), 85-90년 (326.1 Hz), 90년 이후 (322.5 Hz)에서 앞서 말한 경향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측정치들은 각 음고별로 너무 편차가 심하게 분포되어 있어서 (극단적인 경우는 312±19 Hz 의 경우도 있었다) 그 결과의 평균치를 계산한다는 것에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 측정된 황종의 음고는 312-335 Hz에 (많이) 분포되어 있으나 대략 320-330 Hz에서 만이 출현하고 있다. 전체 황종음고의 평균치는 323.3 Hz이고 표준편차는 12.5 Hz로 이 것은 약 52.5 Cent, 즉 ¼음 정도에 해당된다.
b. "향악곡 음고측정에 관한 연구 II" ( 성광모, 문현, 방희석 1994)
1994년의 연구는 93년의 연구와 반대로 한 사람의 단소 연주자, 김중섭을 택하여 국악원에서 보유하고있는 다양한 단소독주곡들 (영상회상 중광지곡, 요천순일지곡(청성곡))을 분석하여 황종음고를 측정하였다. 이를 통해서 한 연주자는 어떤 연주에서도 자신만의 황종음 음고를 정확히 유지하고 있는가를 알 수 있다. 결과를 보면 황종음은 312 Hz 정도였고 (청황종=310.1 Hz, 중청황종=314.4 Hz) 표준편차를 2-6 Hz 정도 (약 8 cent 정도)였다. 이 연구 결과는 동일한 연주자의 경우라면 아무리 여러곡을 연주해도 황종음고가 그렇게 심하게 변화하지 않고 비교적 고정적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한 사람의 연주에서만 측정된 황종음고를 표준 기본음으로서의 황종음고 책정에 반영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93년 연구에서 단소연주자 김중섭의 연주를 분석한 결과를 94년의 결과와 비교해 보면 (표 10 참조) 93년 당시에도 김중섭은 다른 악기 연주자들에 비해 황종음을 비교적 낮게, 즉 314.9 Hz로 연주한 것을 알 수 있다.
c. "국악곡 음고 측정에 대한 연구" (성광모, 권오연, 문현, 방희석, 박경수 1995)
1995년에 이루어진 “국악곡 음고 측정에 대한 연구”에서는 악기는 대금과 피리로 한정했지만 우리나라의 대표적 국악관현악단 소속인 16명의 연주자 (대금 8명, 피리 8명)들의 곡들을 분석함으로써 좀더 정확한 표준 황종음고를 측정하였다 (표 11 참조).
표 11: 연주자들에 관한 사항(성광모 외 1995:3)
|
연주자 |
소속기관 |
연주악기 |
1 |
황규일 |
국립국악원 |
대금 |
2 |
김정집 |
국립국악원 |
피리 |
3 |
윤병천 |
국립국악원 |
대금 |
4 |
곽태규 |
국립국악원 |
피리 |
5 |
이희명 |
KBS 국악관현악단 |
피리 |
6 |
임재원 |
KBS 국악관현악단 |
대금 |
7 |
강영근 |
KBS 국악관현악단 |
피리 |
8 |
유기준 |
KBS 국악관현악단 |
대금 |
9 |
김현숙 |
서울시립 국악관현악단 |
대금 |
10 |
박환영 |
서울시립 국악관현악단 |
대금 |
11 |
김현주 |
서울시립 국악관현악단 |
피리 |
12 |
윤병철 |
서울시립 국악관현악단 |
피리 |
13 |
김방현 |
서울시립 국악관현악단 |
피리 |
14 |
황규남 |
국립국악원 |
피리 |
15 |
김응서 |
국립국악원 |
대금 |
16 |
정재국 |
국립국악원 |
피리 |
연주자들은 황종평조와 황종계면조 (이후부터는 평조와 계면도로 표기함) 각각에 대해 음계를 연주한 후, 그 음계를 사용하는 악곡을 연주하고, 연구진은 그 연주를 DAT로 녹음하여 분석하였다 (표 12 참조). 즉 이 연구는 조(성)별로 나눠서, 즉 평조와 계면도로 구별하여 연구하였고, 조(성)이라는 음악적 요소를 황종음고 측정에 첨가시킴으로써 기존의 연구보다 음악적 조건을 조금 더 고려한 점이 두드러진다.
표 12: 연주자들의 연주내용(성광모 외 1995:3)
연주내용 |
비고 |
1옥타스 이상의 평조음계 |
연주자에 따라 음역에 차이가 있음 |
평조회상 세령산 초·2장 |
|
1옥타브 이상의 계면도 음계 |
연주자에 따라 음역에 차이가 있음 |
관악영산회상 세령산 초·2장 |
|
연주자들의 음계연주를 따로 녹음한 것은 연주자 자신이 생각하는 음계와 실제 연주시 연주자가 내는 각 음정들 사이의 차이가 있는지를 알기 위함이었다. 현재 한국음악의 향악곡 황종을 측정한다면 실제 악곡을 분석하는 것이 더 정확하겠지만 비교를 위해서는 음계를 따로 떼어서 연주하도록 하였다. 측정결과 황종음고는 조성에 따라 큰 차이가 없었다. 황종음고는 대략 330 Hz정도였다. 표 13과 14를 보면 대금과 피리도 연주된 악곡들에서 출현하는 각 음들의 음고 평균치가 나와있다.
|
평조 |
계면조 |
임종 |
486.46 |
|
남려(무역) |
|
|
청황종 |
661.73(331) |
664.35(332) |
청태주(청협종) |
728.38 |
|
청중려 |
882.2 |
889.07 |
청임종 |
980.65 |
984.80 |
청남려 |
1086.5 |
1170.8 |
표 13: 대금으로 연주된 악곡에 출현한 음들의 음고 (단위는 Hz)(성광모 외 1995:17)
|
평조 |
계면조 |
황종 |
329.24 |
326.12 |
태주(협종) |
360.10 |
393.86 |
중려 |
437.78 |
442.46 |
임종 |
492.21 |
492.45 |
남려(무역) |
570.10 |
590.10 |
표 14: 피리로 연주된 악곡에 출현한 음들의 음고 (단위는 Hz)(성광모 외 1995:17)
1995년의 연구결과는 93년과 94년의 연구에 비해서 가장 많은 연주자를 대상으로 측정했기 때문에 결과의 신뢰도는 가장 높다고 할 수 있다. 그 뿐 아니라 95년 연구는 95년에 녹음된 것이기 때문에 95년 당시의 경향을 반영하는 것이며, 결과의 표준편차도 가장 적게 나타났기 때문에 신뢰도가 높았다.
d. "정악곡 음계의 음고 측정"(성광모, 권오연, 문현, 방희석 1997)
1997년 연구에서는 1995년까지의 연구에서 자세히 다루지 못했던 악곡인
우조의 곡, 경풍년과 우조가곡을 중점적으로 측정하여 향악의 모든 대표적 악곡들이 연구대상에 최종적으로 포함될 수 있도록 하였다. 연주자는 모두 10명이었고, 소금 연주자와 일부 대금 연주자는 경풍년을 연주하였으며, 피리 연주자와 대금 연주자는 우조가곡 (초수, 삼수, 우편)을 연주하였다. 다음의 표 15에서 연주자, 소속기관, 연주악기, 연주곡명을 표시하였다.
표 15: 연주자와 소속기관 연주악기, 연주곡명(성광모 외 1995:25)
|
연주자 |
소속기관 |
연주악기 |
연주곡명 |
A |
유기준 |
KBS 국악관현악단 |
대금,소금 |
우조가곡(초수,삼수,우편), 경풍년 |
B |
황규남 |
국립국악원 |
피리 |
우조가곡 (초수,삼수,우편) |
C |
문응관 |
국립국악원 |
소금 |
경풍년 |
D |
정재국 |
국립국악원 |
피리 |
우조가곡 (초수,삼수,우편) |
E |
곽태규 |
국립국악원 |
피리 |
우조가곡 (초수,삼수,우편) |
F |
황규일 |
국립국악원 |
대금 |
우조가곡 (초수,삼수,우편) |
G |
강영근 |
KBS 국악관현악단 |
피리 |
우조가곡 (초수,삼수,우편) |
H |
김중섭 |
국립국악원 |
소금 |
경풍년 |
I |
윤병철 |
서울시립국악관현악단 |
피리 |
우조가곡 (초수,삼수,우편) |
J |
김현숙 |
서울시립국악관현악단 |
대금 |
우조가곡 (초수,삼수,우편) |
97년의 연구는 특히 출현하는 음의 길이를 고려하여 주파수 해상도를 충분히 고려하여 측정하는 배려를 해서 측정치의 신뢰도를 현격히 높이고 있다. 즉 주파수 해상도가 ±1 Hz 정도이므로 측정프로그램의 오류로 발생하는 오차를 최소화했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이 연구는 대금, 피리, 소금에 대해 악보상의 긴음 (0.5초 이상 : Moderato 속도의 4분음표 보다 약간 짧은)과 짧은 음 (0.2-0.5초)으로 나누어서 각각 측정하였는데 이들 중 긴 음에 대한 음고가 신뢰도가 높다고 할 수 있다 (표 16-17 참조).
표 16: 측정된 음계의 음고 (악보상의 긴음을 측정) (단위는 Hz)((성광모 외 1997:49)
|
대금 |
소금 |
피리 |
배임종 |
243.9 |
|
243.0 |
배남려 |
266.4 |
|
276.9 |
황종 |
331.8 |
|
330.4 |
태주 |
358.3 |
|
359.0 |
중려 |
446.8 |
|
441.0 |
임종 |
475.8 |
|
470.5 |
남려 |
535.9 |
|
542.5 |
청황종 |
668.0 |
|
667.8 |
청태주 |
715.6 |
|
713.3 |
청중려 |
903.2 |
903.3 |
|
청임종 |
|
974.3 |
|
청남려 |
1055.1 |
1062.0 |
|
중청황종 |
|
|
|
중청태주 |
|
1440.2 |
|
중청중려 |
|
1585.4 |
|
중청임종 |
|
|
|
중청남려 |
|
2109.9 |
|
표 17: 측정된 음계의 음고 (악보상의 짧은음을 측정) (단위는 Hz)(성광모 외 1997:50)
|
대금 |
소금 |
피리 |
배임종 |
240.9 |
|
241.3 |
배남려 |
268.6 |
|
266.1 |
황종 |
325.8 |
|
326.5 |
태주 |
360.5 |
|
354.8 |
중려 |
439.6 |
|
435.9 |
임종 |
479.7 |
|
468.6 |
남려 |
539.9 |
|
536.8 |
청황종 |
659.9 |
652.1 |
655.8 |
청태주 |
717.8 |
732.4 |
712.8 |
청중려 |
883.7 |
868.6 |
885.8 |
청임종 |
982.4 |
967.3 |
|
청남려 |
1075.0 |
1073.1 |
1075.5 |
중청황종 |
|
1282.1 |
|
중청태주 |
|
1426.5 |
|
중청중려 |
|
1629.4 |
|
중청임종 |
|
|
|
중청남려 |
|
2117.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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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결과를 보면 황종음고는 대략 320-330 Hz 정도임을 알 수 있는데, 특히 음역상 직접 황종음이 나타나지 않는 소금을 제외한 경우 대금(330.5 Hz)과 피리(329.8 Hz)에 대해 황종음은 330 Hz 정도에서 나타난다. 93년부터 97년까지 4회에 걸쳐 이뤄진 국립국악원 의뢰에 의한 "황종음고 측정"의 연구결과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93년의 연구결과에서는 황종음고가 대략 320-330 Hz 였던 반면 95년의 연구에서는 황종음고가 약 330 Hz로 압축된 것은 아마도 93년 연구에서는 여러 가지 다양한 악기로 연주된 곡을 분석했기 때문에 95년 연구보다는 큰 표준편차를 나타냈다고 볼 수 있다. 즉 각 악기마다 조금씩 황종음고가 차이가 있기 때문에 여러 악기를 분석했을 때 큰 표준편차가 나타났다고 할 수 있다. 그 반면 95년 연구는 피리와 대금이라는 두 악기만을 분석했기 때문에 표준편차가 비교적 적게 나타났다. 93년 연구에서 피리 (328.5 Hz)와 대금 (326.4 Hz)의 황종음고는 대략 325-330 Hz 정도를 나타내고 있는데, 이것은 다른 악기에 비해서 비교적 높은 수치이다. 95년 연구에서 대금은 약 331 Hz (평조와 계면조 평균), 피리는 약 333 Hz (평조와 계면조 평균) 정도의 황종음고를 갖고 있었고, 평균적으로 약 330 Hz 정도라고 할 수 있었다. 97년 연구에서 악보 상의 긴음 측정치(표 16 참조)를 기준으로 했을 때 대금의 황종음고는 약 331.8 Hz, 피리의 황종음고는 330.4 Hz 정도로 나타나고 있다. 이 역시 330 Hz 정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치이다. 결론적으로 93년, 95년, 97년의 연구결과를 피리와 대금만을 중심으로 비교해 본다면 황종음고의 변화는 불과 2-3 Hz 정도에 불과하다. 특히 현재 한국음악에서 쓰이는 황종표준음고를 기준으로 삼는다면 연구의 신뢰도가 가장 높은 95년과 97년의 결과에서 얻어진 330 Hz는 황종의 표준음고를 정하는데 중요한 의미를 줄 수 있다. 즉 한국음악 합주시 서양음악의 오보에처럼 대금이 기준음을 제공해 준다는 사실을 생각한다면 대금의 황종음고인 330 Hz정도가 황종기준음의 음고로 확정될 당위성이 가장 높다고 하겠다 (표 18 참조).
93-97년 연구에 따르면 결론적으로 한국음악의 향악곡의 황종음고는 325-333 Hz 사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330 Hz에 가깝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330 Hz는 평균율체계의 서양음악에서 e음에 정확히 해당되는 것이다. 기존에 가정되었던 것처럼 황종음이 eb (311 Hz)에 가까운 것이 아니라는 것도 밝혀진 셈이다.
연구결과는 실제 연주에서 출현하는 황종음들을 측정해서 나온 것이기 때문에 어떤 한 진동수로 집약되지 못하고 320-330 Hz라는 범위로 표현될 수밖에 없다. 서양음악에서도 a′음을 항상 정확히 440 Hz로 연주하지 못하고 - 피아노와 같이 고정적으로 조율된 건반악기를 제외하고 - 연주 도중에 약간씩 틀리게 연주해서 어느정도의 표준편차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감안하면 황종음이 약 10 Hz 정도의 표준편차를 보이는 것은 도리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표 18: 93-97년 측정된 대금과 피리의 황종음고 결과들(성광모 외 1997:51)
e. "정악대금 독주곡의 음고 및 요성 분석" (김영운 2000)
마지막으로 향악곡의 음고를 측정 연구하여 2000년 발표된 김영운의 “정악대금 독주곡의 음고 및 요성분석”이라는 논문을 소개하도록 한다. 이 논문은 대금 정악 독주곡의 음고와 요성을 분석하는 것 뿐만 아니라, 국립국악원의 의뢰에 의해서 서울대학교 부설 뉴미디어 통신공동연구소 음향공학연구실이 개발한 음고측정분석 소프트웨어 「아리랑 1.0」의 활용가능성을 모색해 보는 것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 논문에서 대금연주자 김성진이 연주한 3곡의 대금정악독주곡의 일부를 음고측정하여 분석하였다. 분석된 곡은 「상령산 (유초신지곡)」,「청성곡」, 「경풍년(평조두거)」였다. 「상령산」은 CD음반에서 나머지는 LP음반에서 발췌되었다. 음고측정은 비교적 음가가 길고, 음고가 일정된 음을 대상으로 하며 요성이 없는 부분만을 대상으로 측정하였다. 분석결과를 보면 「상령산」에서는 황종이 약 321.5 Hz 정도 나타냈고 (김영운, 표 1-2 참조), 「청성곡」에서는 약 320 Hz 정도, - 「경풍년」에서는 황종이 출현하지 않아서 황종음고가 측정이 안됨 - 였다. 하지만 3곡의 분석에서 나타난 각 음들의 음고를 보면 동일한 음이라도 악곡에 따라 음고가 차이가 있었다. (김영운, 표 7 참조) 이러한 사실을 통하여 대금정악독주곡의 경우 동일 연주자라 하더라도 연주할 때마다 음고가 달라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사실은 서울대학교 부설 뉴미디어 통신공동연구소의 94년 연구의 결과와는 서로 다른 결과이다. 94년의 연구에서는 한 연주자 (단소연주자 김중섭)는 어떤 연주에서도 자신만의 황종음 음고를 정확히 유지하고 있었다. 한 사람의 연주가의 연주라고 하더라도 그 녹음 (연주)시기가 비슷하지 않고, 차이가 크게 난다면 동일한 연주자가 연주한 악곡이라도 기준음고가 변했을 가능성이 없지는 않지만, 김영운의 연구에서는 발췌한 곡의 연주시기를 논문에 명시해 놓고 있지 않아서 확인해 볼 수 없다. 한사람의 연주가에서만 측정된 황종음고를 표준기본음으로서의 황종음고 책정에 반영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김성진의 대금 연주에서 측정된 황종음고인 약 320 Hz는 93-97년 서울대학교 뉴미디어 통신공동연구소의 연구결과보다 약 10 Hz 정도 낮게 나타나고 있어서 결과해석의 여지가 남아있다.
2. 조율과 음계 문제
기본음의 음고가 정해져 있지 못한 것과 마찬가지로 한국음악의 조율 체계와 음계 문제도 완전히 해결되지 못한 숙제로 남아있다. 이론 서적에 따르면 한국음악의 조율 체계는 삼분손익법에 의하고 모두 12개의 기본음들이 기초를 이루지만 실제 음악에서는 5음만을 주로 사용하는 5음 실용 음계를 갖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악인들은 삼분손익법이란 조율 체계는 그저 이론서에나 나오는 이야기일 뿐 현재 실제로 연주되는 음악과는 거리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즉 조선시대부터 한국음악의 기본 조율 체계였던 삼분손익법이 과연 현재 한국음악에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검증 작업이 필요한 것이다. 현재 2·3세대의 국악 연주가들은 삼분손익법보다는 평균율에 가까운 음감을 갖고 있다는 것에 대략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사실 국립 국악 관현악단과 같이 서양 음계인 7음계를 연주할 수 있도록 악기를 개량하고 이미 평균율화 된 다른 아시아 개량 악기들과의 합주를 시도할 경우 평균율 체계는 실제적인 효용성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창작 음악에서 자유로운 전조와 이조가 요구된다면 평균율 체계는 당연한 귀결이 될지도 모른다. 특히 요즈음처럼 태어나면서부터 거의 서양음악 또는 서양 음악적 음체계에서 만들어진 음악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생각해 보면 한국음악 고유의 음체계(그것이 무엇인지 아직 확실하지는 않지만)를 지켜나가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초등 학교 교육 현장에서부터 서양음악 위주의 음악교육이 주를 이루는 상황에서 실제로 한국음악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한국음악 고유의 음체계를 배우고 그것을 지켜나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수도 있다. 그렇다고 현재 국악인들의 음감이 평균율이라고 단정짓는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현재 한국음악은 어떤 조율 체계에 기초하고 있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검증 작업이 필요한 것이다. 예를 들어서 1995년 이뤄진 서울대학교부설 뉴미디어통신공동연구소의 「국악곡 음고 측정에 대한 연구」에서는 황종 기준음의 음고를 측정하기 위해서 황종음고만 측정한 것이 아니라 한국음악의 조율체계와 음계(음조직)을 연구하기 위해서 현재 활동중인 16명의 연주자들이 연주하는 악곡들에서 출현하는 다른 음들의 음고도 측정하였다. 이 연구의 결과에서 볼 수 있듯이(표 19와 20 참조) 현재 한국음악이 갖고 있는 음체계는 피타고라스 음률, 평균율, 순정율, 삼분손익법 그 어느 것과도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지만 그 중에서도 삼분손익법에 가장 가까운 모습을 보인다.
표 19: 95년 측정치와 피타고리안음률, 순정률, 평균율, 삼분손익법과의 비교(평조)(성광모 외 1995:18)(단위는 c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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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종 협종 중려 임종 무역 황종 |
피타고리안 음률 |
0 294 498 702 996 1200 294 204 204 294 204 |
순정률 |
0 316 498 702 1018 1200
316 182 204 316 182 |
평균율 |
0 300 500 700 1000 1200
300 200 200 300 200 |
삼분손익법 |
0 318 522 702 1020 1200
318 204 180 318 180 |
측정 결과(대금) |
0 270 505 683 982
270 235 178 299 |
측정 결과 (피리) |
0 328 527 713 1027
328 199 186 314 |
표 20: 95년 측정치와 피타고리안음률, 순정률, 평균율, 삼분손익법과의 비교(계면조)((성광모 외 1995:19) (단위는 c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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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종 태주 중려 임종 남려 황종 |
피타고리안 음률 |
0 204 498 702 906 1200 204 294 204 204 294 |
순정율 |
0 204 498 702 884 1200
204 294 204 182 316 |
평균율 |
0 200 500 700 900 1200
200 300 200 200 300 |
삼분손익법 |
0 204 522 702 906 1200
204 318 180 204 294 |
측정결과
(대금) |
0 165 497 681 859
165 332 184 178 |
측정결과
(피리) |
0 156 495 697 952
156 339 202 255 |
이 연구는 현재 우리 나라 2·3 세대의 한국음악인들의 음체계가 평균율이라고 말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삼분손익법, 평균율, 순정율의 음정 관계를 자세히 살펴보면 평조의 경우 황종과 태주간의 음정은 200 Cent와 204 Cent로 큰 차이를 나타내지 않지만 태주와 중려간의 음정은 삼분손익법에서만 318 Cent로 다른 조율체계에 비해서 약 18-24 Cent(1/4 반음)정도가 넓다. 이 결과 중려와 임종간의 음정도 삼분손익법에서만 180 Cent로 다른 음정에 비해서 20-24 Cent 좁게 나타난다. 즉 완전 5도를 이루는 황종과 임종의 간격은 고정적이지만 그 중간에 들어있는 태주와 중려의 위치가 삼분손익법에서만 그 외의 조율법에 비해서 다른 관계를 갖고 있다. 임종과 남려, 그리고 남려와 황종의 경우에는 반대로 순정율에서만 독특한 음정 관계를 나타낸다. 즉 순정율에서는 임종과 남려의 관계가 다른 조율 법에 비해서 약 20 Cent가 좁고 그 대신 남려와 청황종의 크기는 16-22 Cent정도 넓다. 물론 평조의 예만 들었지만 각각의 조율 체계의 특징은 모든 음정에 골고루 퍼져 있다기보다는 어떤 특정 음정들에만 나타난다고 볼 수 있다.
1997년 이루어진 뉴미디어통신공동연구소의 "정악곡 음계의 음고 측정"에서도 황종 뿐 아니라 다른 음들도 측정하여 조율과 음계문제를 연구하였는데 10명의 대금, 소금, 피리연주자의 우조가곡과 경풍년이 분석의 대상이 되었다 (II 1. 4) ② d)와 표 16과 17 참조). 1997년 연구에서는 출현하는 음들의 길이가 긴 음과 짧은 음을 나누어서 측정했는데 이 중 음고로서 좀 더 가치가 있는 것이 긴 음이라고 생각되어 긴 음 즉 표 16을 기초로하여 산출한 우조의 조율표가 표 21이다.
표 21: 1997년 연구에서 나타난 우조에서의 조율 (단위는 cent)(성광모 외 199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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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종 태주 중려 임종 남려 황종 |
대금 |
133 382 108 206 381 |
소금 |
200 295 187 180 308 |
피리 |
143 356 113 246 359 |
표 21에 따르면 대금과 피리의 경우 황종과 태주, 중려와 임종은 이론적 수치에 비해서 아주 좁고 태주와 중려, 남려와 황종은 아주 넓은 경향을 보인다. 소금의 경우는 이와 반대의 경향을 보이는데 즉 각 음들 간의 간격이 200cent 혹은 300cent로 서양음악에서 2개의 반음 혹은 3개의 반음 간격과 유사하게 나타나는 것이다. 이 것을 보면 소금은 거의 평균율에 가깝게 연주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97년 연구에서 소금을 제외하고 대금과 피리만 보면 95년 연구의 결과와 - 95년의 연구에서는 대금과 피리만이 연구되었다 -- 큰 차이가 없음을 알 수 있다 (표 19와 20을 21과 비교할 것). 즉 95년 연구에서도 97년 연구에서도 황종과 태주 사이의 음정은 133-165cent 정도로 이론적 수치보다 약 50cent 정도 (약 ½반음) 좁고 중려와 임종 사이의 음정은 184, 202, 108, 113cent 등으로 다양하게 나타나지만 이 음정이 이론적 수치 (180, 200, 204cent)보다 좁게 연주되는 경향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한국음악의 조율 체계와 음계를 알아내기 위한 작업으로 뉴미디어통신공동연구소의 95년 연구와 97년 연구에서는 악곡에 출현하는 모든 음정들을 측정하여 다양한 조율 체계 속에서 비교해 보았다. 이 연구들을 통해서 적어도 대금과 피리라는 두가지 악기, 그 중에서도 향악곡의 우조, 평조 그리고 계면조 곡들의 음계와 조율체계를 확립하기 위한 시도가 이루어지긴 했지만 그 결과만으로 한국음악의 음계와 조율체계를 확립하기에는 부족한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실제의 음악의 분석을 통한 이 방면의 연구가 지속되어야하고 그것을 위해서는 이 연구들은 좋은 시도로 평가될 수 있다.
서양음악의 경우도 평균율이란 조율 체계가 이론적 틀을 이루고 있긴 하지만 실제 연주시에 평균율에 정확히 맞는 음정들을 기대할 수는 없고 이런 현상을 소위 인토네이션(Intonation, 음조 현상)이라고 하며 각 음악, 각 악기, 각 장르마다 다른 인토네이션이 한 음악의 고유성을 설명하는데 중요한 부분을 이루고 있다. 즉 인토네이션은 개인적 다양성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어떤 한 종류의 음악이 갖고 있는 고유성을 설명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한국음악의 음계를 정립하기 위한 음고측정 결과에 대한 해석도 좀 유동적이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즉 어떤 한 조율 체계에 정확히 맞을 것을 기대하기보다는 어떠한 조율 체계의 특성을 보여주는 음정들을 중요한 해석의 부분으로 취급하는 것은 한 방법이 될 것이다. 예를 들면 평조의 경우는 태주와 중려 음정, 또 중려와 임종 사이의 음정을 주목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즉 태주와 중려의 음정이 다른 조율 체계에서보다 삼분손익법에서 유난히 넓은 점(즉 약 24 Cent 정도)을 감안해서 측정치를 해석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것이다. 95년 연구에서 평조 곡의 결과에서 보여주듯 대금의 경우는 태주와 중려가 332 cent, 피리의 경우 339 Cent로 아주 넓은 음정의 특성을 잘 보여주고 있으므로 넓은 단3도(거의 ½반음 정도 넓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97년 연구에서도 대금으로 연주된 우조곡에서 태주와 중려사이의 음정이 382cent, 피리로 연주된 곡에서는 356cent로 역시 아주 넓은(거의 ¾반음 정도 넓은) 음정을 나타내고 있다.
실제 음악의 음고를 측정해서 그것을 여러 가지 조율체계 속에서 비교하는 것은 음계를 정립하는데 중요한 첫 단계이긴 하지만 앞서 설명했듯이 실제 연주가는 이론적 조율 체계에 정확하게 맞게 연주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이탈 허용 범위가 감안되어야 한다. 즉 사람들의 음정인지 특성 중의 중요한 부분이 범주적 인지를 한다는 것입니다. 서양음악의 예를 들면 5도, 4도, 3도 등 각각의 음정들을 그 음정으로 인지하게 하는 고유 허용 범위는 그 음악적 상관관계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은 이미 밝혀진 사실이다.
결국 한국음악의 조율 체계와 음계를 연구하는 방법 중의 하나로 실제 연주 곡의 측정과 함께 음정 지각에 대한 청취 실험이 병행된다면 매우 유동적으로 보이는 음정 측정치에 대한 올바른 해석에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예를 들어서 가정이긴 하지만 악곡 분석 결과 태주와 중려 사이가 345cent의 음정 간격을 나타냈는데, 이 음정에 대한 범주적 인지 범위가 20cent 정도라면 이 음정은 삼분손익법 이외의 조율 체계 외에서는 설명될 수가 없을 것이다. 반대로 이 음정의 범주적 인지 범위가 50 Cent 정도였다면 이 음정은 피타고리안음률을 비롯한 다른 조율 체계 속에서도 설명될 가능성을 갖게 되는 것이다.
한국음악계에서도 한국음악 음의 음조직에서의 유동음에 대한 연구를 한 것이 있는데 예를 들면 최헌의 한국 전통 음악 음조직의 유동 음에 대한 고찰이 그것이다. 이 연구에서도 한국음악의 음들이 고정 음이 아니고 유동 음인 경우가 많아서 음조직(음계)의 정립에 어려움이 지적된 바 있다. 여기서 유동 음이란 음계의 구성 음이 하나의 진동수로 고정된 것이 아니라 여러 개의 진동수 또는 진동수의 범위로 설명되는 것을 말한다. 즉 이 연구는 음정의 범주적 인지를 전제로 하여 생각한다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것이기도 하다. 유동음적 현상이 가장 두드러지는 곳은 요성이나 퇴성과 같은 시김새가 나타나는 부분이 될 것이다. 특히 요성의 경우는 서양음악의 비브라토와 비슷하게 이해될 수 있는데 음고의 규칙적이고 반복적 변화에 의한 것이거나 강약의 규칙적 반복적 변화에 의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뿐만 아니라 서양식 비브라토와 달리 한국음악의 요성은 그 크기가 규칙적이기보다는 의도적으로 변화되는 경우가 많아서 음고의 확정에 어려움이 뒤따른다. 퇴성의 경우도 일정한 음에서 아래로 흘러내리는 것으로 되어있는데 그 중에서 어느 곳을 그 음의 음고로 측정해야할 것인가도 숙제로 남아 있다. 뿐만 아니라 시김새를 음계의 근간 음으로 보지 않는 것이 보통인 국악 이론에 따라 음계 정립에 시김새를 완전히 배제하는 것이 옳은가에 대한 문제로 다시 한번 검증되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요성과 퇴성과 같은 시김새 뿐 만 아니라 경과음에서 나타나는 유동음적 현상도 음고측정과 음계 정립에 어려움을 준다. 시김새나 경과 음은 근간음(주요음)보다는 음계 정립에 영향을 적게 미칠 수가 있다. 그러나 소위 어떤 한 조의 근간 음을 이루는 음들에서도 이런 유동적 현상이 나타난다. 그러나 이런 모든 유동음적 현상들은 앞서 설명한 "인토네이션"이라는 측면에서 설명될 수 있을 것입니다. 즉 바로 한국음악의 "인토네니션" 연구는 음체계나 조율체계의 정립에 도움을 줄 뿐 만 아니라 한국음악의 고유성을 설명하는데도 중요한 몫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이를 위해서는 기계적 음정 측정과 "청취 실험"이 함께 병행되어야 바람직할 것이다.
95년 뉴미디어통신공동연구소 연구 자료를 토대로 황종과 중려 음정을 비롯한 4도 음정에 해당되는 음정만을 골라서 조사한 것이 표 22이다. 그 결과를 보면 한국음악에서 가장 고정적(덜 유동적)인 음정으로 알려져 있는 황종과 중려 음정이 평조에서는 평균 499.5 Cent에 표준편차 20.5 Cent를 나타냈고, 계면조의 경우 509.5 Cent에 약 30 Cent의 표준편차를 보였다. 그 외의 경우에서 예를 들면 태주와 임종 음정 같은 경우는 502 Cent의 음정 크기에 56.5 Cent의 표준편차를 보여서 황종과 종려 음정에 비해서 태주와 임종의 음정이 훨씬 더 유동적임을 보여줍니다. 비교적 적은 표준편차를 보여서 황종과 중려간의 음정이 약 20 Cent의 비교적 적은 표준편차를 보여서 황종과 중려간의 음정과 함께 상당히 고정적 음정임을 보여준다 -- 이 음정의 출현 횟수도 높다 --. 물론 이 연구에서는 청취 실험을 통한 재검증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근간 음정을 찾아내는 데에는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표 22: 95년 연구에서 측정된 4도 음정의 수치 (단위는 c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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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조 |
계면조 |
합계 |
평균 |
표준편차 |
평균 |
표준편차 |
평균 |
표준편차 |
황-중 |
499.44 |
20.55 |
509.49 |
29.78 |
503.52 |
20.07 |
임-황 |
517.7 |
19.94 |
500.66 |
18.63 |
515.84 |
20.45 |
태-임 |
502.38 |
56.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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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2.38 |
56.45 |
남-태 |
498.25 |
5.59 |
|
|
498.25 |
5.59 |
중-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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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5.89 |
39.97 |
495.89 |
27.77 |
III 나오는 글
지금까지 한국음악의 기본음의 정립문제와 조율체계와 음계 정립문제를 음향학적인 연구 방법을 사용하여 다룬 연구들을 살펴보았다.
어떤 주파수를 한국음악의 향악곡의 표준기본음 음고로 정할 것인가는 한국음악계의 충분한 논의와 숙고를 통해서 결정되어야 할 것이지만, 앞으로 계속해서 많은 곡이 여러 가지 음악적 맥락 하에서 (악기, 연주자, 연주시기, 조성, 장식음 포함의 유·무등) 연구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 한국음악의 특성에 맞는 측정프로그램의 개발을 통해서 정확하고, 신뢰도가 높은 연구가 행해져야 할 것이라는 것이다. 위에 언급한 황종 기본음을 측정한 대부분의 연구에서는 대체로 장식음 (시김새)이 동반되는 음정이나 너무 짧아서 측정이 불가능한 음정들을 대략 제외하고 대체로 안정된 부분만을 측정대상으로 했다. 그 이유는 한국 음악의 표준음고를 찾기 위한 것이 연구의 주목적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95년과 97년 뉴미디어통신공동연구소 음향공학연구실에서 행한 연구에서는 음고 측정 시 정확도가 높았기 때문에 자료의 신뢰도도 높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음계나 조율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를 위해서는 장식음을 동반하거나 경과음 또는 아주 짧은 길이의 음들까지도 측정의 대상이 되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의 내용을 종합해보면 한국음악의 기본음의 정립을 위해서 뿐 아니라 음계와 조율 체계를 정립하기 위해서는 다방면의 연구와 검증이 불가피하다는 것은 분명해졌다. 기계를 이용한 정확한 음고측정을 기초로해서, 그것을 어떻게 해석해야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가 매우 중요한 것이다. 그저 한음이 너무 다양한 음고로 나타나기 때문에 어떤 조율 체계에도 속하지 못하는 음악이 한국음악이라고 보기보다는 그것을 한국음악적 특성에 맞춰서 어떻게 범주화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숙고가 이뤄져야한다. 하루 빨리 기본음이 정해지고 한국음악의 음체계와 조율 체계에 대한 정립이 이뤄지기를 바란다.
참고문헌
권오연
1995 "한국 전통음악 중 정악에서 나타나는 장식음의 음향학적 연구", 『한국음악연구』제 23집. 서울: 한국국악학회
1995 "한국 전통음악 중 정악에서 나타나는 장식음 연구 - 퇴성을 중심으로 -",『1995년도 한국음향학회 학술발표대회 논문집』. 서울: 한국음향학회
권오연, 최은규, 성굉모, 서우석
1996 "한국 전통음악의 인토네이션 연구 - 대금과 피리의 4도 음정을 중심으로 -", 『1996년도 한국음향학회 학술발표대회 논문집』. 안산: 한국음향학회
김경희
1999 " <평시조(청산리詞)> 음정 연구 - 중려와 임종을 중심으로 -", 『'99 국악학 전국대회 발표논문집』. 서울: 한국국악학회
김영운
2000 "정악대금 독주곡의 음고 및 요성 분석" 『국악원 논문집』제 12집. 서울: 국립국악원
남상숙
1990 "한국 전통음악의 기본음에 대한 사적 고찰", 『국악원논문집』제 2집. 서울: 국립국악원
박정경
1999 " 편종·편경의 음고 측정 및 분석", 『'99 국악학 전국대회 발표논문집』 서울: 한국국악학회
박흥수
1990 "전통음악에서의 기본음", 『국악원논문집』제 2집. 서울: 국립국악원
성굉모, 문현, 권범준
1993 『향악곡 음고측정에 관한 연구』. 국립국악원의뢰, 서울: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공학연구소
성굉모, 문현, 방희석
1994 『향악곡 음고측정에 관한 연구 II』. 국립국악원의뢰, 서울: 서울대학교부설 뉴미디어통신공동연구소
성굉모, 권오연, 문현, 방희석, 박경수
1995 『국악곡 음고 측정에 대한연구』. 국립국악원의뢰, 서울: 서울대학교부설 뉴미디어통신공동연구소
성굉모, 권오연, 방희석, 최철민
1997 『정악곡 음계의 음고 측정』. 국립국악원의뢰, 서울: 서울대학교부설 뉴미디어통신공동연구소
안수길, 이주헌, 김재범, 고준모, 구경모
1990 『편경의 황종주파수 측정연구』. 국립국악원의뢰, 서울: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공학연구소
황병기
1990 "현행 국악에서의 기본음", 『국악원논문집』제 2집. 서울: 국립국악원
René Brüderlin
1983 Akustik für Musiker. 3판, Regensburg: bosse Verlag
<Abstract>
Studie zur akustischen Untersuchungen des Tonsystems von der koreanischen traditionellen Musik
Kwon, O-yeon
Seitdem die traditionelle koreanische Musik ein Gegenstand der wissenschaftlichen Forschung wurde, ist man ständig bestrebt, eine spezifische Musiktheorie für sie zu entwickeln. Dafür zahlreiche Untersuchungen an verschiedenen Bereichen wurden durchgeführt. Aber die akustischen Untersuchungen von der koreanischen Musik, die die objekteven Beschreibung und Verstehen der koreanischen Musik ermöglichen, wurden selten gemacht. Besonders akustischen Untersuchungen des Tonsystems und der Intonation sind selten und erfassen den Gegenstand nur unvollständig. Sogar die Höhe des Standardtones der koreanischen traditionellen Musik wird nicht festgesetzt
Das Tonsystem zu untersuchen ist sehr wichtig, weil es eine grundsätzliche Voraussetzung für das Musikverstehen ist. In der Untersuchung des Tonsystems können die Probleme von dem Standardton, dem Stimmungssystem, der Modi usw. behandelt werden.
In dieser Studie werden die Untersuchungsarbeiten des Tonsystems (z.B. des Standardtones, Stimmungssystems) der koreanischen traditionellen Musik, die mit den akustischen Methoden durchgeführt wurden, werden zusammengefasst und kritisch gewürdigt. In diesen Untersuchungsarbeiten werden die verschiedenen akustischen Messungsmethode für Tonhöhen- messung verwendet. Welche Methode bzw. welche Untersuchungs- arbeit zur Untersuchung des Tonsystems der koreanischen traditionellen Musik ideal ist, wird in dieser Studie diskutiert.
Ein Ziel dieser Studie besteht darin, eine akustischen Untersuchungsmethode zu finden, die in Theorie und Praxis der koreanischen Musik gerecht 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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