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일시: 2016년 01월 08일 (금) 저녁 7시 50분 / 01월 10일 (일) 아침 6시 30분 재방송
인천광역시 어느 한적한 동네. 검은 베레모에 하얗게 센 머리, 외모에서부터 화가 포스를 팍팍 풍기는 이 사람, 86세 이삼영 할아버지다. 아흔이 다 되어 가는 나이에도 여전히 그림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현직 화가로 활발하게 활동 중인데. 그림 그릴 때가 제일 행복하다는 할아버지. 그 옆엔 예술에 대한 혼을 불태울 수 있게 평생 묵묵하게 조수 역할을 해준 아내 엄정희(82) 씨가 있다. 예술에 대해 관심은 별로 없지만 남편이 좋아하는 일을 위해서라면 늘 헌신해 온 아내. 매일 아침 직접 배양한 유산균으로 요구르트를 만들고 간식으로 견과류를 떨어지지 않게 볶아 챙겨놓는다. 마시는 물 한잔도 그냥 내놓는 법 없이 한여름에도 꼭 따뜻하게 데워 물을 대접했다니 내조 점수로는 100점!
예술밖에 모르는 천진난만한 화가와 내조의 끝, 내조 여왕의 이야기를 <장수의 비밀>에서 공개한다.
# “선생님은 그림하고 결혼 했어요~”
미술 교사로 일하며 틈틈이 작품 활동을 해오다 20년 전 은퇴를 하면서 본격적으로 화가 생활을 시작했다. 먹으로 밑그림을 그리고 담채를 하는 게 할아버지 작업 방식. 그래서 ‘서양화와 동양화의 조화를 이뤄낸 새로운 한국화‘라는 수식어도 얻었다.
할아버지는 밀가루 반죽을 해도 조각상을 만들어놓고 반찬 그릇에도 생선, 채소 등의 그림을 그려 놓는다. 그야말로 ‘생활이 곧 예술’ 그 자체. 앉으나 서나 미술 생각뿐이다.
아침, 출근 준비를 마치고 할아버지가 간 곳은 2층 화실. 일주일에 3일, 문하생들을 가르치는데 대부분이 할아버지의 명성을 듣고 찾아와 부탁, 사제 관계를 맺은 사람들이다. 할아버지가 제자로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본 건 그림에 대한 열정. 그 열정만 있다면 나이의 많고 적음, 직업, 학력은 전혀 상관없다. 자신의 작품 활동 시간을 쪼개 제자들의 그림을 일일이 봐주고 나침반이 되어주는 할아버지. 보통 네 시간씩 가르치는데 절대 앉지를 않고 서서 꼬박 열혈 강의를 하신다. 그래서 제자들은 할아버지를 이렇게 설명한다. “우리 선생님은 그림하고 결혼했어요”
# 셋방살이부터 시작했는데... “남편이 기가 막혀”
문하생들을 가르치고 남는 시간엔 사생을 나가고... 할아버지가 미술에만 전념하고 살 수 있었던 건 할머니의 내조 덕분이었다.
고추장을 좋아하는 할아버지를 위해 매일 고추장찌개를 끓이고 반찬도 고추장을 넣고 할 수 있는 것들로 준비한다. 할아버지의 건강을 위해 20년 동안 매일 아침 유산균을 배양해 요구르트를 만들었고 그림 그릴 때 입 심심하지 말라고 아몬드에~ 땅콩에~ 각종 견과류를 프라이팬에 일일이 볶아서 소파 옆에 놓아뒀다. 그림만 그리는 할아버지의 운동을 위해 사교댄스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이었던 옛날에도 기꺼이 파트너가 되어주었다니 이만한 현모양처가 또 어디 있을까. 그런 할머니의 넓은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할아버지는 그동안 ‘기록’을 위해 할머니 모르게 샀었다는 카메라들을 꺼내놓는데. 캠코더 초창기 모델부터 최신형, 게다가 필름 카메라까지. 족히 10대는 되어 보인다. 할아버지가 좋아하는 거라면 무조건 해주고 집안일에 나몰라라 해도 다 참았던 할머니지만 탁자 위 가득 올려놓은 카메라들을 보니 기가 막혀 말문이 막히는데...
# 쌍둥이의 팔씨름 대결! 승자는?
새해를 맞아 서울과 부천에 사는 자녀들이 손자들을 데리고 찾아왔다. 하루하루 다르게 자라는 아이들을 기록하기 위해 카메라부터 꺼내든 할아버지. 올해 9살이 된 쌍둥이 손자들은 너무 똑같이 생겨 아직도 헷갈리는데 누가 쌍둥이 아니랄까봐 앞니까지 똑같이 빠졌다.
얼마나 자랐는지 보자며 쌍둥이에게 팔씨름을 제안하는 할아버지. 이게 뭐라고 쌍둥이들은 ‘힘을 줬네 팔을 밀었네’ 하며 시작 전부터 신경전 치열~ 게임은 생각보다 싱겁게 끝나 버리는데
진 녀석이 닭똥 같은 눈물을 쏟으며 대성통곡을 한다. 웃자고 시킨 팔씨름인데 집이 떠나가라 울어대니 난감하기만 한 할아버지. 손자를 달래기 위해 할아버지가 꺼내든 비책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