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레 / 고성만
우리 마을에서는 씹할 놈 씹도 못할 놈과 같이 차마 입에 담기 힘든 욕 대신 흘레라는 말을 사용했는데 교미처럼 점잖은 말과는 달리 하다보다는 붙다를 결합시키는 게 보통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사실 돌아보면 붕어는 강물을 흘려 수정하고 닭은 벼슬을 쥐어뜯으며 잠자리는 공중전을, 사람은 방구석에서 일을 치른다
열일곱 겨울, 그애와 내가 눈 내려 구죽죽 물 녹아 흐르는 강변 제방에서 행여 빨아 신은 운동화를 더럽히지 않을까 조바심치다가 발견한 개 샴쌍둥이처럼 뒤로 붙어 있는 몸과 몸 사이 막대기가 걸쳐 있었다 얼굴이 붉어져 멀리 돌아가는 그애를 따라 걷던 너무 어렸을 때의 일이었다
바람 마르는 소리 들리는 늦가을 오후
사촌누이와 나는 뒤안 장독간에 박혀서 흘레붙는 뱀을 보았다 친친 뒤엉킨 얼룩무늬를 뚫고 유난히 빨갛게 부풀어오른 부위
사랑은 그렇게 춥고 외로운 일인가
― 시집 슬픔을 사육하다 (천년의시작. 2008)
................................................................................................................................................
흘레는 교미, 짝짓기를 뜻한다. 어떤 유식한 분은 연애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연애한다 하는 것은 사모한다 그리워한다는 뜻으로 다음에 결혼 전까지의 전 과정을 뜻한다. 요즘에는 짐승들처럼 짝짓기까지 포함한 좀 불량스런 말로 인식되어 가고 있다으니 개탄스럽다. 사랑한다는 말은 또 어떠한가. 환경에 따라서 연령에 따라서 그 의미도 뜻도 조금씩 다르게 말한다. 그건 그렇다 하고, 혼례는 결혼식을 치르는 과정이다. 짐승이나 사람이나 동물이 교미가 없다면 지구는 어떻게 변해졌을까 갑짜기 궁금해 진다.
나는 누군가를 사랑하지 않으면 살맛이 나지 않아서 재미가 없다. 재미없는 삶을 이어간다면 그건 분명 고통일 거다. 사랑한다는 말의 뉘앙스는 여러 각도로 말하기도 하고 들리기도 한다. 말이란 때와 장소에 따라서 좋게도 다르게도 들린다. 동물은 발정기 때라야 교미를 하는데, 우리는 좀 다르다. 책임의식도 없이 성욕만으로 유희하는 동물은 인간뿐이다. 그렇다고 다 그렇다는 건 아니다. 마하마드 칸디는 갓 설흔이 넘었을 무렵부터 그날까지 그 일을 접었다고 일대기에서 밝힌다.
저녁 내내 그 기녀의 성욕을 채워 준 사내가 지금도 살아서 돌아다닌다는 데 소문만 무성할 뿐 본 사람이 없다 하는 구나.
첫댓글 댓글이 생각나질 않네요~~~~~~~~
만족합니다. 댓자만이라도 고맙습니다.
첫댓글 댓글이 생각나질 않네요~~~~~~~~
만족합니다. 댓자만이라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