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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작 시 특 집
홍 문 표
홍 문 표
8월의 기도 외 4편
대지는 어느새 초록 바다
생육하고 번성하라는
당신의 축복은
잎 새마다 햇살을 가슴에 품고
뜨거운 8월의 노래를 부르고 있습니다
자비로우신 주님이시여
저희 어리석은 영혼들도
이 계절의 말씀들로
진한 초록이 되게 하시고
주님께서 명하시는
소명의 언어들을
가슴마다 새기게 하여 주시옵소서
이름 없는 들풀들도
주께서 허락하신 때를 알아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데
저희 믿음도 때를 알아
꽃이 피게 하시고
풍성한 열매로 넘치게 하여 주시옵소서
엉겅퀴, 가시나무, 돌작 밭에서도
솔로몬의 옷보다 고운
샤론의 백합화
그 새하얀 잎새와
뼈 속으로 스며오는 향기
저희 믿음도 초롱처럼 빛나는
한 송이 고운 백합화
그 새하얀 꽃잎이 되게 하시고
영혼의 가슴으로 파고드는
믿음의 향기가 되게 하여 주시옵소서
대지엔 풍요의 강물이 흐르고
메마른 영혼들은
소망의 꽃들로 가득한 세상
시퍼런 권력들도
움켜쥔 욕망들도
모두가 아침 안개
빈손으로 왔다 빈손으로 가는
한 가닥 바람인 것을
목마른 자도
가난한 자도
병든 자도
억울한 자도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당신의 나라에서
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무성한 8월의 동산으로 달려가게 하소서
풋내를 씹으며
충만하다
그렇게 허전하던 빈자리
허기진 바람들만
서성이더니
흑갈색 낙엽들만 쿨럭이더니
어느새 길목은 도떼기시장이 되고
휘황한 밤거리가 되고
달랑거리는 은방울 소리가
환청으로 밀려온다
풋내를 씹으며
유월의 햇살을 씹으며
무명초 짜릿한 향기를 씹으며
새벽하늘
외로운 별빛의 마지막 눈물을 씹으며
세월의 가는 목숨
그 가칠한 등뼈를 씹으며
구비 구비
살진 언덕
토실한 살점
생식해도 좋을
푸짐한 청산
날마다 풋내로 포식하는
푸르른 식탁이다
최후의 대 심판 - 계시록11
마침내 하늘 문이 열린다
허다한 무리들이
할렐루야 구원과 영광과 능력의
하나님을 소리 높여 찬양하고
이십사 장로들
네 생물들도
아멘 할렐루야
전능하신 이가 천하를 통치하시도다
어린 양의 혼인잔치가 시작된다
백마를 탄 사람
예수 그리스도
충신과 진실의 그 이름
공의로 심판하며 새 천지를 만드신다
불꽃같은 눈
머리엔 면류관
옷자락엔 피로 새겨진
당신의 금빛 십자가
하늘의 군대들이 저를 따르고
펄럭이는 깃발들
만왕의 왕
만주의 주
왕들의 고기
장군들의 고기
상고들의 고기
방종과 오만과 욕망으로 타락한
종들의 고기는
새들이 쪼아 먹고
거짓 선지자
짐승의 표를 받고 우상 숭배한 자는
유황불에 던지우고
나머지는 말 탄 자의 입으로
나오는 칼끝에 쓰러진다
붉은 용, 옛 뱀, 사단
저주와 악으로 포식하던
지상의 마귀들은 천길 무저갱으로 떨어지고
그리스도의 천년 왕국이
새날을 다스린다
일곱 교회들에게 - 계시록3
당신의 피 값으로 세워진
지상의 교회들
그 일곱 빛깔의 믿음
처음 사랑을 버린 에베소 교회여
환난과 궁핍을 견디는 서머나 교회여
우상의 제물을 먹는 버가모 교회여
음행을 회개하지 않는 두아디라 교회여
살았다 하는 이름은 있으나 죽어 있는 사데 교회여
끝까지 말씀을 지킨 빌라델비아 교회여
차지도 덥지도 않은 라오디게아 교회여
죽도록 충성하는 교회에는
생명의 면류관을 예비하셨지만
파벌과 분쟁으로 얼룩진 교회
목회자들이 왕노릇 하는 교회
나눔과 섬김과 눈물이 없는 교회
세상의 정치만 있는 교회
그리하여 말씀과 성령과 십자가가 없는 오늘의 교회들은
철창으로 질그릇 깨부스듯 할 것이니
그때나 지금이나 회칠한 교회에 내리시는
당신의 지엄한 책망이
시린 가슴을 더욱 저미고 있습니다
나는 처음이요 나중이니 - 계시록2
일곱 금촛대
불빛 사이로
펄럭이는 당신의 옷자락 소리
금빛 가슴
머리는 양털 같고
발은 풀무에 달군 주석
음성은 맑은 시냇물 소리
오른 손엔 일곱 별
입에서는 좌우의 날선 검
얼굴은 태양처럼 힘차고 두려워
“나는 처음이요 나종이니 곧 산 자라 내가 전에 죽었노라
볼찌어다 이제 세세토록 살아 있어 사망과 음부의 열쇠를 가졌노니“
구름 타고 오실 주님이시여
양과 이리를 가르고
알곡과 가라지를 가르고
진실과 거짓을 가르고
삶과 죽음의 애절한 바다를 가르고
처음과 나종 되시는 주님이시여
천년 왕국의 왕으로 오실 주님이시여
신 작 시 특 집
최 호 림
웃음꽃 외 4편
길을 걸어가며 기분좋은
향기를 맡을 수 있는 것은
사람들이 피운 꽃 때문이다
너와 내가 반갑게 만나
얼굴 가득 함빡 터뜨리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밝은 꽃 때문이다
그 순간 향기가 사방으로 퍼져
지나가는 이웃까지 즐겁게 한다
가까울수록 크게 피고
오랜만일수록 더욱 놀라움에
덥석 손잡고 흔들 때마다
연달아 피는 꽃에 향기가
더욱 진하게 풍겨나온다
이 거리가 이렇게 환한 것 또한
그리운 사람들이 서로
아낌없이 눈빛을 나누는
웃음꽃 때문이다
플라타너스
인천 자유공원 중턱에
국내에서 가장 나이 많은
플라타너스 한 그루 서 있다
잘 생긴 것이 훤칠한 귀골이다
사방으로 팔을 뻗어가며 반기는
큰 어른 같은 듬직한 나무다
세아름이나 되는 둥치가
몇백 년은 거뜬히 갈 나무다
보는 사람마다 걸음을 멈추고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
언제나 기대고 싶은 나무다
약간 비탈진 곳에 자리해도
태풍에도 끄떡 없는 나무다
무성한 잎들이 펼치는 그늘이
칠팔 월 땡볕에도 서늘하다
나를 기다리는 나무다
시간이 날 때마다 찾아간다
누가, 그 나무를 물으면
내 나무라 우기는 나무다
* 유금옥 시인의「살구나무」를 읽고
비 온 뒤
쉼표 하나 찍기에도 짧은 문장
길바닥 웅덩이가 하늘자락을 챙겼다
밤 되자 불빛이 호기심에 뛰어들고
사방으로 흩어져 날던 먼지들이
비로소 안도감으로 내려앉는다
이제 더는 헤매지 않아도 되는
길 잃은 빗방울들이 소풍온 듯 모여
작은 그릇에 넘치지 않게 담겼다
가로수의 가지가 비집고 들어서고
행인이 그림자를 던지고 간다
가까이서 기웃거리는 사물들이
햇빛과 바람을 앞세우고
그림같은 풍경을 만들기도 한다
고요가 수심을 키우는 동안
비켜가며 슬쩍 보았는데
젖은 세상 한쪽이 기우뚱하다
슬픔이라면 엉엉 울고난 다음이다
물고기가 놀기엔 아득히 먼 동화속
일곱 난쟁이들은 지금 어디쯤 오고 있을까
하루, 이틀, 사흘 갠 날이 이어지자
말라서 미끄럽게 된 물비늘 위로
누군가 거칠게 밟고 간 흔적
깊은 상처로 읽는다
틈
이른 아침부터 까치 세 마리가
소란스럽게 짖어댄다
이 나무에서 저 가지로 옮겨다니며
뭐라고 따지고 윽박지르는 것 같다
시끄러운 소리에 창가에 선 아내가
'바람을 피우다가 들킨거라고
지금 암컷이 수컷을 족치는 중이라고
달아나는 놈이 수컷이고.
쫓아가는 놈이 암컷이고
중간에서 깍깍거리는게 첩이라고
바람을 피워도 들키지 말아야지
도둑질을 해도 잡히지 말아야지.'한다
그러고보니 그런것 같기도 하고
머쓱해진 내가 중얼거리자
아내가 보란듯이 나를 쏘아본다
사람이나 짐승이나 잘못이 들통나면
변명의 여지가없이 기가 팍 죽는다
그후 어떻게 되었는지 모른다
암컷이 수컷을 내첬는지
수컷이 삭삭 빌고 들었는지
첩이 떨어져나갔는 지
둘 사이에 다른 것이 끼어들면 틈이 생기고
그때부터 삐걱거리며 도무지
행복할 수 없는 것이다
너가 좋더라
잘나고 똑똑한 너보다는
못나서 손해보는 너가 좋더라
가졌다고 으시대는 너보다는
없어도 비굴하지 않는 너가 좋더라
사사건건 따지는 너보다는
어리숙해서 손해보는 너가 좋더라
못 미더운 너보다는
격려하며 맡기는 너가 좋더라
앞에서는 웃고
뒤통수에 비수를 던지는 너보다는
오래토록 지켜보는 너가 좋더라
갈수록 각박한 세상
고향같은 인정의 너가 좋더라
스펀지같은 너가 좋더라
돈 앞에서는
우리 조상들은
배고프게 살았지만
까치밥으로 홍시 몇알
남겨둘 줄 알았다
산징승과 다람쥐의 먹이로
도톨이열매도 다 줍지 않았다
요즘 사람들은 돈이 된다면
갯벌의 바지락도
강바닥의 꼬막조개도
씨도 남기지 않고 삭쓸이 한다
어진 핏줄도 별 볼 일 없는가
인정사정이 없다
그래서 잘 사는지 몰라도
섬뜩해진다
* 최 호 림
· 78,79년 시문학 현대문학 추천 등단
· 한국문협회원
· 시집: 개살구야 개살구 외
· 연락처: 08336 서울시 구로구 남부순환로 95길, 88,
101동 901호 (개봉동 두산 아파트)
· 전화:010-7322-5528
신 작 시 특 집
홍 문 표
홍 문 표
남산 소나무 외 4편
남
신 작 시 특 집
홍 문 표
홍 문 표
남산 소나무 외 4편
남
신 작 시 특 집
홍 윤 표
분홍신발 외 4편
깎아지른 분단 사이로 피어오른
장미꽃이 향기보다 강한 길을 걷는다
어느 한 사람 밀어 낼 틈 없이
두근거리는 심장의 고동소리를 잠재우며
봄 마차를 타고 분홍신발 신고
찰나의 숨결을 등지고 길을 간다
무엇보다도 아침을 매점매석하는
굳은 지형따라 굵은 곡선을 그리는
찰나주의의 악독한 리듬들
모두 봄이 지나 여름의 뒤를 따라
움직이는 고양이들의 합창, 야옹거린다
곡선은 어디까지 가다 그칠까
꺾어진 분홍신발을 싣고 작열하는
그리움의 박수를 치며 눈썹달이 좋아라
분홍신발에 취해버린다
시간이 분철 될수록 진하게 밀려오는
역사의 반환점 엉킨 귀를 풀려고 애쓰는
허락되지 않는 어둠의 촉각들
이제 모든 삶들이 시나브로 기지개를 켠다
꽃은 가슴에 핀다
꽃은 가슴에 핀다
볼수록 아름다운 꽃
맛볼수록 향기 나는 꽃
기억할수록 슬기로운 꽃
꽃은 한 가슴 숲에 피고지지만
봄 동산은 아름다운 여인처럼 만발해
찬란함에 외로움을 타지 않는다
꽃은 계절의 표면상에서
붉은 날개를 달고 스스로 핀다는 이력서
그래서 정 깊은 가슴언덕에 핀 너는
가슴에 기쁨 꽃이 핀다
또 꽃은 앉은 터가 구겨졌어도
홀로 앉아서 자유로 웃으며 핀다
고독한 가슴 뒤에 숨어서 피고
고독한 가슴 앞에 깨워가면서 피고
고독한 가슴 열어 홀로 피어도 사랑스럽다
뽑기 인형
점주 없이 기다리는 구속된 인형 가게가 몇 군데 문이 열렸다 그저 지폐만 좋다 쏙쏙 집어넣으라한다 유혹에 휘말린 어린 학생들 간혹은 어른도 청년들도 유혹에 휘말린다 인기를 끈다할까 호주머니 속에 잠든 천 원짜리 유혹에 휘말려 홀랑 받아먹고는 몰라라 한다 돈 먹은 죄로 미안해서 그런지 코끼리 인형 한 점 간신히 물었지만 그만 입병이 났는지 헐겁게 놓쳐버린다, 마음이 쓰리다
시내중심엔 유혹의 끈이 몇 가닥 있다
그리움은 고통이다
꺼지지 않는 그리움은 고통이다
그래 고통을 당하지 않고 살아 온
또 사람이 어디 있으랴
고통을 안고 걸어온 인생
고희가 가까워 호수에 마음을 띠울 때
다시는 뜨지 않을 부표인양 돌이킬 수 없는
추억이며 그리움의 강이라고
내 가슴에 차곡차곡 묻어둔다
그리운 세월의 편지며 쌓여가는 뉴스들
시장에 내다 팔수도 없어서
가요무대에 올려놓고 흘러온
청춘악보를 한 마디씩 불러본다
아직은 익지 않은 그리움의
열매가 꼬리를 흔드는 노을 피는 저녁
고통을 엮은 삶의 영화가
아직은 내 무릎 위에서 녹취되고 있어
투덜대고 슬퍼하지 않는다면
그리움은 팔리지 않겠다
뜨거운 눈총
요즈음 관공서에 가도
톱뉴스를 외면한 채
일상드라마에 눈매를 돌린다
석양이 허리를 구부릴 무렵
교수형을 치룬 시래기가
발목 잡혀 누추한 추녀에서 살을 뺀다
해탈의 길을 일탈하지 않았지
고고한 절간도 최근은 침묵의 바다처럼
허공을 향해 대륙에서 쪼아대는
꺼먹 고무신의 눈물자국들
마르며 몸부림치는 시래기의 꿈
언제나 뉘우치는 비밀이 될까
그건 오직
뜨거운 당신의 눈총이었다
* 홍 윤 표 · 시인 · 아동문학가
· 명예문학박사 · 경희대행정대학원 수료
·「문학세계」「시조문학」「소년문학」신인상으로 등단
· 시집:『겨울나기』『학마을』『꿈꾸는 서해대교』
『위대한 외출』『당진시인』외 다수
· 시조집 : 『아미산 진달래야』『어머니의 밥』
· 충남문학대상, 옥로문학상, 아시아문학상 등
· 한국문인협회자문위원, 한국작사가협회원, 한국음악저작권협 회원, 충남시인협회이사, 당진시인협회장
· 우 31776 충남 당진시 당진중앙2로 162-27(읍내동.당진시인협회)
· 010-7434- 3844 · sanho50@hanmail.net
신 작 시 특 집
김 순 권
9월 연가 외 4편
바람 한 점 일고 간 자리
물망초의 사연을 외우게 하는
9월!
가슴 도려내듯
아파한 그때
그 이별을 그리며
오늘 그 자리에서
마알갛게 높아만 가는
저 하늘을 바라본다.
고추잠자리 하나가
햇살을 업고 파르르
창공을 향해 오르는데
나의 고백은
망설이는 베드로가 된다.
속 좁은 옹졸한 마음
이래저래 망설이는 저울질을 하다가
우매한 말솜씨로
또 실언을 하고만 나를
후회로 또 되뇌인다.
코스모스는 하늘을 보고 나부끼는데
나는 이렇게 남아 고독을 씹으며
9월의 연가로 호올로 중얼거린다.
바다의 아침
파도를 잠재우느라
밤새껏 바다는 그토록 속을 태우고
눈 뜨는 새 아침을
이렇게 햇살 보듬으며
환한 웃음으로 솟아오른다.
육지에서 묻어 온
온갖 오염일랑 살라먹고
은비늘 번뜩이며
따사로이 내미는 손이
내 얼굴을 매만지는 부드러움
마음에 묻은
미움의 찌꺼기마저
신선한 바람으로 씻는다.
해 돋는 수평선 저 너머로
새 아침을 여는 반가운 햇살이
날마다 오늘처럼 돋아줬으면 바램이다.
이처럼
바다의 새 아침으로
끝없이 바라 뵈이는 꿈을 보면서
상처나 부서진 마음과 마음을
확 트인 저 바다로
돛단배의 머나먼 항해를 기약해 본다.
출렁이다가 다시금 잔잔해진 파도여
부디 이런 바다로 살아가리라.
그리움
그리운 생각으로
마음 한 가운데가
움푹 파여서 들여다보니
그리운 그의 모습이 자릴 잡고 있어
나에겐 가슴앓이로 들어앉는다.
어딜 가나 그림자처럼 따라 붙는
또렷한 영상 되어
어느 땐 추억으로
또 어느 날 밤엔 꿈으로 그려온다.
하얀 마음 판에
낙서로 남은
여기저기에 그려진 흔적들
어디론가 떠나고 있는 그림자 되어
온 몸에 묻어있는 거울 속의 내 모습이다.
그리움은 소리 없이 찾아드는
나의 취미가 되어
행복감을 주는
나의 속삭임, 바로 그 따뜻한 체온이다.
겨울산
눈부시게 피어난
꽃으로 무게 실은
겨울 산을 본다.
모든 이를 품에 안 듯
팔을 벌이는 성인(聖人)이여
온 세상을 축복하는 은총으로
입은 굳게 다물었어도
바위보다 더한 무게여라.
하늘을 고이고
스치는 구름마저 붙잡는
넓은 포용을 보며
저리도 크나큰 너그러움인데
한편으론 꽃가루 한 줌 한 줌
자상스레 나무마다 뿌린다.
그 눈꽃위에
이름 모를 새 한 마리
파르르 흥분하듯
몸을 흔들어 짝을 부른다.
활짝 핀 눈꽃 위에 올라
사랑을 속삭인 새의 발자국이
이 겨울에 점 하날 남기고
더 깊은 침묵으로
겨울산은 조용하기만 하여라.
대림절
넓은 길 마다시고
좁은 길 어둠 속으로
밝은 빛 비추이시러
낮게 오시는 주님을 기다립니다.
말씀으로 계신 그 자릴 비우시고
첫 눈 내리는 발자국을 만들며
우리 곁으로 “로고스”의 몸 그대로
성탄의 소식 안고서 오십니다.
선지자 이사야가 외쳤듯이
흑암에 행하던 백성이
큰 빛을 보리니
사망의 그늘진 땅에
그 빛이 비치시리라.
2019년의 끝달에 서서
지난날들을 되돌아보며
숱한 점으로 찍어 논
지난 발자국을 봅니다.
더 가깝게 닮는다면서도
말을 앞세우다 바람 따라 살아 온
지난 잘잘못을 꼬집습니다.
오솔길 따라
오시는 주님이
우리 곁으로 하얀 눈 밟으며
12월 순간순간을 읽고 오십니다.
그런 걸음으로
12월 25일엔
온 누리에 내리시는 은총을 안고
또 한해를 축복하시는
큰 종말을 보이십니다.
* 김순권
· 경희대 영문과. 장로회신학대 본과. 콜럼비아선교대학원(석사).샌 프란시스코신학대학(박사) 예장(통합) 총회장역임
CBS 이사장 역임. 대한성서공회 이사장 역임.
· 문학활동 : 1990년 월간 『한국시』로 등단.
· 한국문협 회원. 현대시인 협회 중앙위원
· 수상 : 기독교문학상(2002). 관악문화상. 광나루 문학상. 목양문학상. 기독교문학상.
· 경기도 파주시 책향기로 371(동패동)
동문굿모닝힐@ 607 동 603호
신 작 시 특 집
김 계 식
더 낮게 내려앉기 외 4편
남다른 시력과 색감에
익숙하게 써 오던 파스텔로
어울리는 나이테를 곱게 앉히려는데
심신의 고통에 턱턱 걸려 엇나간다
빗나간 것들 몇 개의 옹이로 내보내고
다시 다잡아보지만
마음이 안긴 고비만은 넘기기 힘이 들어
하얀 바닥을 온통 범벅치고 있다
굵고 진한 나이테
단번에 그려내어
수직상승한 자신의 모습을 내보이고 싶은
과한 욕심이 도진 탓임을 깨닫고
물 흐름에 몸 맡긴 돌멩이로
절차를 섞바꾸지 않는 삶의 자세로
자신을 고쳐 세우기 위해
주어진 내 몫의 시공마저 가만히 내려놓는다.
그럴싸한 엄포
밀폐된 공간
옛날의 지혜로운 선비들은
상상과 영감이
유일한 탈출의 방편이었겠지만
오늘날은
너 나 없이
농밀한 공간을 쉬 벗어나는
재주를 지녔으니
온갖 파장을 붙잡아
막힘없이 안팎을 오고가며
직접 보고 들음보다 던 진하게
온 세상을 제 것 삼고 있지
나 오늘도
무념공간을 훨훨 날아
아름다운 꽃을 찾는 나비의 날갯짓으로
당신을 찾아갈 테니
아예 마음 문 활짝 열고
고이 맞아주소서.
그만큼만
하늘과 땅의 짝짜꿍 궁합
깨가 쏟아지다가
가끔씩 어울림 살라먹고 투정부리는 날에는
해와 달은 팽개쳐진 미아가 되고
산은 온갖 나무와 짐승과 새
깃들여 살게 하는 포근함이어도
같잖은 인간들의 무례가 싫은 날에는
꺽꺽 산울림을 토하고
바다는 모든 걸 받아 안으며
짜디짠 염기로 쌓인 해감까지 정화하다가
때로는 토사곽란으로
배를 엎고 해변을 덮치지
한자리 붙박은 미동의 바윗돌도
햇볕 쨍한 날에는 품은 석영을 반짝이고
푸른 이끼로 숨을 쉬며
바람이 안긴 역사를 갈무리하느라
알은 체도 안하지
어찌 무의미한 존재가 있으랴
별들의 껌뻑임 그 숫자와 의미 모르고 살듯
벌 나비가 여린 촉수로 꽃을 읽는 만큼만
내 몫 내어 살아가면 되는 것이지.
넋두리 한 첩
이름이 뭐야
쟁이덩굴
성은
담
성명을 물었으면
담쟁이덩굴이라고 했지
노인네들은 꼭 아는 걸 묻고 또 묻더라
응 맞아
그건 자기들의 건망증을 치유하기 위한
훈련이레
까마귀 떼들이 떼 지어
깍깍 제 이름 외우기 하느라
한참 시끄러운 초겨울
써서 외우는 게 최고라고
온 세상을 하얗게 덮은 눈벌판을 펼쳐주셨으니
잊은 것 하나하나 쓰고 익혀
망각 없는 세상을 살아가야지.
고향집 옮기다
건사할 길 없어
고향마을에 남겨두고 온 집 한 채
여기저기 돋아난 풀들
신나게 줄달음하는 쥐 떼들
지붕 위의 이름 모를 갖가지 새들에
구석진 곳의 각종 거미들까지
모두가 다 제 나름으로
각양각색 집들을 짓고
이슬도 잡고 바람도 잡고
흐르는 세월도 엮으며 사는지라
토방 마루 방안 여기저기 떠오르는
옛 추억의 그림이며
마당의 개 짖는 소리 닭 울음소리까지
곱게 챙겨들고 물러나오고 만 옛 고향집
이제 고스란히
내 마음 속으로 옮겨놓았지만
수구초심이라더니
고개가 자꾸만 그 쪽으로 돌아감을
어찌 할까.
*김계식
· 전주교육청 교육장 역임
· 2003 시집 『사랑이 강물되어』 출간으로 등단
· 시집 : 『자화상』등 총 19집
· 창조문학대상, 전북PEN문학상, 전북문학상 수상.
· 55348 전북 완주군 소양면 송광새터길 16-16
· 전화 : 063- 901- 2727 010-9774-2727
신 작 시 특 집
박 복 수
가을편지 외 4편
지난 밤 지새우며
찢고 또 찢어 쓴 가을편지
당신이었어요.
곱게 단풍이 든 잎사귀에
한자 한자
추억 되새김질 하면서
별밤 지키며
바람소리가 마치
당신의 소리인줄 착각하고
그리움 비 되어
뒹구는 낙엽 따라 잠들고
외로움 노래한다.
빨간 단풍잎 마다
써내려간 가을편지
뜰에 가득가득 두고
가을 햇살 가득한 날
또박또박 적은 가을편지
바로 당신이었네요.
흔적(痕迹)
계절은 꿈같이 지나가는데
당신의 온기가
언제까지 있을는지
국화 향기에
당신의 향기가 난다.
호숫가에 핀 물안개
점점 흩어지는 흔적(痕迹)들
잊어야할 영상 속에서
몸부림치듯 애틋한 그리움
마지막 입술을 물고
이제 안녕이라고
눈물의 흔적(痕迹) 인사 나눈다.
또 다시 만날 그날을
위해.
중년에 돌아보는 삶
함께 가야할 길이기에
함께 있어야할 시간이기에
시작도 끝도 함께 해야 하지만
때로는 울기도
때로는 웃기도 하지요.
함께 가져야할 꿈
함께 나누어야 사랑
시작도 끝도 함께 해야 하지만
때로는 비바람에 놀랐고
때로는 귀인(貴人) 만남에 반갑지요.
이제는 중년
점점 무거워 지는 나이만큼
함께 있어야할 소중한 시간들
당신이 울면 나도 울고
당신이 웃으면 나도 웃지요.
중년에 돌아보는 내 삶
소박한 행복을 만들어요.
고향 가는 길
중추절에 바삐 가는 고향 길
산허리 휘감고 계곡 물 따라 가다보면
아름답게 갖춘 모양
내 마음에 즐거움을 주었다.
백석(白石) 초입에 들어서니
바윗돌 부딪혀 부서지는 소리
끼-르-륵 갈매기 소리
늘 정답게 나를 반겨주고
동리(洞里)에 가장 높은 곳
가을빛 하늘향한 십자가
답답했던 내 마음
말끔하게 씻어주었다.
뽀글뽀글 매운탕 끓는 냄새가
어릴 적 입맛을 돋고
옆집 아지매 구수한 입담
내 가슴 벌렁하게 만들어
언제나 가고 싶은 고향
갈매기도 놀다가는 곳
나 또한
파도소리에 취하며 잠시라도 놀다가 볼까나?
가을
무덥다고 난리치더니 날
새털같이 가볍게 날아와
어느새 살짝 내려놓은
9월 언저리에
자연(自然)은 가을로 단장하고 있다.
쪽빛 하늘
뭉게뭉게 하얀 구름
장대 위
빙글빙글 도는 고추잠자리
금빛으로 화장하는 벼 그리고 수수
초록 잎사귀마다
빨강 노랑 색동저고리 입혀볼까?
솔솔 부는 가을바람에
한들한들 춤추는 코스모스
말없이 밀려나는 여름
이별의 눈물 흘린다.
* 박 복 수
·『말씀과 문학』신인상 수상
·『좋은 문학』동시부문 신인상 수상 등단
· 좋은 문학 동인회 작가이사 ·창조문학회원
· 한국문인협회·영덕문인협회 회원
· 이메일: pbs9710@hanmail.net
· 시집:「행복합니다」
· 주소: 강동구 동남로 82길 139번지 3층 다사랑교회
· E - mail: pbs9710 @ hanmail.net
신 작 시 특 집
맹 숙 영
피에타 Pieta 외 4편
지고지순至高至純으로 승화된
고통의 늪엔 당신의 사랑만이
깃드려 있습니다
십자가에 달리신 아들을 끌어내려
무릎 위에 올리고
참혹한 죽음까지도 부둥켜 안은
어머니의 팔은 연약함이 아닌
강한 의지입니다
절대 믿음입니다
참혹한 고통 그 처절한 절규
삶과 죽음의 간극 사이로 흐르는
깊은 기도는 대화의 묵상입니다
안으로 안으로만 삼키는 붉은 핏물
온 몸으로 흘러내려
당신의 옷자락이 보혈로 물듭니다
무거운 침묵은 마침내
영혼의 바다에 빛으로 흐릅니다
-피에타Pieta: 슬픔 또는 비탄의 이탈리아 어
카타콤베Catacombe
앞을 보아도 뒤를 돌아보아도
보이는 것은 절망의 그물 뿐
로마군의 박해를 피해
가야할 곳 피난처는 어디일까
‘쿼바디스 도미네’
살아야 한다 살아야만 한다
지상에서는 숨을 곳을 찾을 수 없으니
살기 위해 지하로 숨자
돌무덤을 파 땅 속 묘지로 들어가자
굴을 파고 한층 한층 5층까지 그 이상도
내려가 세상 빛이 차단 된 곳
더 깊이 들어가 그곳에서
촛불을 켜고 예배를 드리도록 하자
갱도를 만들고 누군가 죽으면
묘소를 위해 양쪽 벽면을 파서 묻고
산자도 죽은자도 어둠 속 함께 동거하자
세상과 단절된 돌무덤 속
무덤 밖으로 나갈 날은 언제일까
그 비밀한 날
당신만이 아십니다
- 카타콤베Catacombe:카타콤의 라틴어. 지하무덤
콜로세움Colosseum
하늘과 땅 그 가운데 거대하고
웅장하게 서 있는 둥근 건물은
이천년도 더 전 고대 로마인들이 세운
원형경기장 유적이다
그들만의 건축공학은 현대기술이 따를수 없는
시 공간을 제압한 뛰어난 경기장
건물 그대로가 기념비적이다
4층으로된 원형경기장은 층마다
양식이 서로 다르고 관람객의 신분도
다르게 배치 중후한 건물에 아름다움을 더했다
그러나 경기가 시작되면 어느 한 쪽이
죽어야 끝이나는 피의 함성이 울려퍼지던 곳
기원후 80년 티투스 황제때 완성되었다
그후 시간의 변천으로 화재도 발생 지진도 발생
건물의 파괴를 계기로 성당이나 귀족들 저택 등
다른 건축을 위해 건축자재를 파헤쳐
건물은 피폐한 상태로 오늘에 이르렀다 그러나
그 위엄서린 명성은 세계인의 발걸음으로 줄을 세운다
- 콜로세움Colosseum: 고대 로마 최대 원형경기장으로
피의 함성 울리던 곳
수수꽃다리
바람은 할 일 없이 햇살을
자꾸만 걸러낸다
흔들리는 그림자
살짝살짝 구비쳐도
향으로 품은 꽃은 어여쁘다
동박새 한 마리
휘리릭 날아와 무언가
비밀한 메시지를 주고 간다
가까이 다가가 연보라색
꽃타래 흔들어 본다
물컹물컹 꽃향기 쏟아지고
어디서 웃음소리 달려와 더빙 된다
오월의 향기가 초록잎 속으로
잠잠히 스며든다
한낮의 빛이
사방으로 눈을 크게 뜬다
별꽃
초롱 초롱 푸른 눈 뜨는 여름밤
할머니댁 안채 대청마루에 앉아
사촌들과 별을 헤며 노래 부르며
북두칠성 찾아보며 놀던 때
앞마당 수국잎새 바람물결에 출렁이고
작은 꽃송이들 한데 어울려 조잘대며
초록바다에 은하수 깔아놓는다
그 꽃이름 알기 전 나는
수국을 별나라에서 내려온
별꽃이란 이름으로 혼자 생각했다
은은한 향으로 먼 옛이야기
빛을 입고 실어 나르는 밤
이따금씩 한줄기 바람 일렁이면
속눈썹 먼저 사르르 내려앉던
내 유년의 달콤한 꽃
기억 속의 별 이야기꽃이 오늘밤
가슴 속에 유성으로 흐른다
* 맹숙영 · 창조문학 시, 수필 등단
· 성균관대학교 영어영문학과 졸업
· 한세대학교 대학원 졸업 문학석사
· 중,고 영어교사 역임 · 여의도순복음교회 권사
· 시집 : 『사랑이 흐르는 빛」『꿈꾸는 날개’
『바람 속의 하얀 그리움-韓英대역』『불꽃 축제』
· 주소: 서울, 양천구 오목로299 목동트라팰리스 웨스턴에비 뉴 A-2002 우편-08001
· HP: 010-5261-4437
신 작 시 특 집
한 룡 무
제주도 법환리 모임에서 외 4편
우리는 오늘
특급 전철로
여기 기누가와 온천에
모였다
오랜만의 상봉
서로 악수로 인사를 나누고
회포를 나누었다
총회에 이어
연회에서는
모두다 미소를
지으며
술잔을 각별하였다
회장이 계주봉을
새 회장에게 넘기고
새 회장은 노래로 답례하였다
모두다 제주도 범환리에 뿌리를 내린
2세, 3세, 4세들
그 어디에서 무엇을 해도
법환리 사람
제주도 태생의 긍지와 자부심을 안고
앞으로 2020년 2030년
내다보고
힘차게 나간다 법환리에서
오래 오래 빛나라
낮잠을 잔다
자, 잠자고 무슨 꿈을 꿀가
오후의 1시간 반쯤
이불을 펴고 잠을 잤다
전날의 작업으로
몸이 피곤하고 있었던지
오늘은 일 당번이 아니기에
낮잠을 잤다
꿈도 꾸지 않했기에
깊이 잠들었다
그랬더니 휴대전화가 울려
눈이 깼다
친구부터의 전화였다
어쩐지
낮잠 자고 있다고는 말 못했다
전화를 걸었기에
잠들고 있었다고는
말 못했다
나는 최근에 낮잠을
가끔 자기 시작하였는데
나의 몸에 있어서
낮잠은 윤활유다
머리가 돌고
몸이 가벼워지고
정신도 반짝한다
자, 일어나서 무슨 일을 할까
활보한다
이국땅 일본서 나서 자란 나
철이 들어 길을 가다가도
‘여기는 제 나라가 아니다’
머릿속을 오락가락 한 말
이역 땅이기에
도저히 활보하지 못했어라
‘활보하고 싶다’
속으로는 이 말이
되풀이 스쳐 가는데
활보는커녕
오히려 옛 침략국이니
움추려 버린 나
고향 땅 제주도
서울, 부여 다니면서
구경은 자기 나라 땅에서
활보를 하였다
활보
이국땅 일본에서도
길을 갈 때 활보하는
그런 날이
일찍이 오면 좋구나
구차하게 살아도
구차하게 살아도
마음은 곱다
가난하게 살아도
마음은 한결같다
이국땅 일본에
나서 자라도
우리의 풍습을 지키고 왔다
둘레는 모두 일본사람
우리의 동포는 적다
압박에 지지 눌려도
민족을 배반하지 않았다
도리어 민족심을 자부하였다
구차하게 살아도
우리 민족의 긍지는
남의 나라 사람에게 지지 않는다
마음은 비단천사처럼
마음은 투명한 물처럼
언제나 깨끗하다
시인들이여, 문호들이여
역사상 거대한 산처럼
우아하게 치솟는
시인들이여, 문호들이여
모두다 나라와 민족의 대표인양
찬연히 빛나는 문학자들이여
인간의
희·노·애·락·애·증·욕을
자유자재로 쓰고
역사에 남아 있는 문호들이여, 시인들이여
나라가 위대토울 때
병은 의사가 고치지먼
문학이 나라를 고친다는
신념으로 쓰고 쓴
문호들이여, 시인들이여
세계의 문학전집과
나라마다의 문학사에
찬란히 빛발 치는
시인들이여, 문호들이여
보잘 것 없는 시를 쓰는
나로서는 쭈욱 동경의 대상일 그대들
나의 글은
재능이 부족하고
노력이 부족한 한편씩의 시작품이 불과하구나
* 한 룡 무
․도쿄 출생
․「창조문학」시 등단(2006)
․조선대학교 문학부 졸업
․조선작가동맹 신인상 수상(1980)
․시집『별』외
․저서『한글상용회화사전』『한글기본회화』외 다수
신 작 시 특 집
박 상 진
가을 속에서 외 4편
매일 보던 창밖인데
커피 한 잔에 내다보는 창밖
눈 시리도록 맑은 햇살
설레는 오후
아침 다르고 저녁 다르고
앞산 솔밭 참나무들
치장만큼 빠른 세월
이 시간만은 낙동강처럼 길었으면
빛 고운 은행잎도 눈에 들지 않는지
전깃줄에 매달렸던
하얀 반달은 어느새
해도 안진 하늘 가운데로
무심히 기어오르기만
익어가는 가을 아끼다가
아끼다 식어버린 커피 잔엔
놓치면 다시는 못 볼 것 같은
가을 향기 소복하네
인연
맞바람 타고
창공 높이 날아오른 연
허리가 끊어질 듯한
아픔 속에도
손을 놓지 않는 연줄
필연인가 악연인가
연줄에게 묻는다
감아 때리면 때릴수록
정신 차려
꼿꼿이 서서 도는 팽이
바람 가르며 감아 치는
팽이채
앞 뒤 자르고
악연인가 필연인가
팽이에게 묻는다
숲속의 아침
축축한 숲속
무거운 집 짊어진 달팽이
묵묵히 기어가고
개미들 바삐 가는 이 길
아침 햇살
나무 비집고 들여다본다
나무는 가만히 서서 가는
갈림길에서
어느 길이 참인지
햇살에게 묻는다
어물전에서
물만 뿌리면
생선이 다 생선인가
시커먼 내장
자글자글한 살결
자신이
몇 푼짜린지도 모르면서
검으면 검은 대로 흥정해야
밥상에 오르지
생선이라 우기기만 하면
닳고 닳은 쌈지가 거들떠보나
햇살 밝은데
눈 감으면 모를까
널브러진 똑똑한 바보
지나치는 장바구니가 흘겨보네
머리 굴릴 필요 있나
세상 이치 뻔한데
속 차고 맛있으면 백화점이 대수일까
돌아서는 발길 입맛 참 쓰다
가는 여름
이마의 땀방울로 와서
질퍽하게 놀던 너
여흥 남아
간간히 *시오시매미 소리 낸다
수북이 자란 벼이삭
흔적으로 남겼으니
미련 접어 두고
오는 가을 방해 될라
논둑길로 가거라
*시오시매미 ; 애매미의 통영지방 방언
* 박 상 진
· 경남 통영 출생(사량도)
· 『부산시인』신인상 당선
· 시집:『다 쓴 공책』『사량도 아리랑』
부산문인협회 부산시인협회 회원, 사하문인협회원
· 보령문학제 작가와 문학상 수상
· 주소: 부산시 사하구 비봉로 42
202동 2502호(신평 한신아파트)
· h.p: 010-3840-5378
· mail: sj6327@hanmail.net
신 작 시 특 집
정 연 홍
은혜와 평화 외 4편
은혜는 하나님이 주시는 값없는 선물이기에
눈물비처럼 마음을 적시는 다정한 이름이다
평화는 하나님의 가장 귀한 선물인 예수를 통하여 오기에
은혜 없이는 평화도 없다
그것들은 예수 안에서 그를 통해서만 온다
평화는 화해라고도 하는데
자기와의 화해는 온전,
삶과의 화해는 감사,
성도와의 화해는 형제,
하나님과의 화해는 父子
곧 은혜와 평화의 저수지는 하늘 아버지이시고
그것들이 우리에게 오는 수로는 아들 예수시다
-우리 하나님 아버지와 주 예수 그리스도로부터 은혜와 평강이 있기를 원하노라- (겔1:3)
정의와 평화
오직 정의가 물처럼
강처럼 흐를 때에만
평화는 흐드러져서
바르고 의로우신
예수의 품에서만
평화는 만개한다
핏방울이 맺히는
십자가 위에서만
평화는 안식한다
-오직 정의를 물 같이, 공의를 마르지 않는 강 같이 흐르게 할지어다-(암5:24)
주권과 평화
“네 하나님이 통치하신다”는 소식보다
더 복된 볶음이 있겠는가
더 기쁜 말씀이 있겠는가
자비롭고 정의로운 분이 통치 하시는
나라의 풍경은 평화가 될 것이나
탐욕과 정욕의 지도자가 다스리는
나라의 풍경은 전쟁이 될 것이다
한 문장에 두 주제를 담는 권력자
입으로는 평화를 외치면서도
손으로는 시퍼런 칼을 선물로 주고 받으며
혈맹 공조를 과시하는 두 정상들
이들의 공동전선은 칼가는 소리다
주께서 너희 앞에서 행하시며
너희 뒤에서 호위하신다는 전언은
청아한 종소리 보다 맑고
밤하늘의 별 보다 아름답다
하나님의 주권을 섬기는 사람은
땅에서도 하늘의 평화를 누린다
-좋은 소식을 전하며 평화를 공포하며 복된 좋은 소식을 가져오며 구원을
공포하며 시온을 향하여 이르기를 네 하나님이 통치하신다 하는 자의 산 을 넘는 발이 어찌 그리 아름다운가-(사52:7)
기도와 평화
기도는
하나님과 대화의 다리고
전능자의 능력을 충전하여
그분의 뜻을 이루는 발전소다
블레셋이 이스라엘을 치러 왔을 때
사무엘이 나라를 위하여 여호와께 부르짖으매
이스라엘이 블레셋을 추격하여 성읍을 찾았고
기세등등했던 아모리 사람과는 평화가 있었다
위기가 다가올수록 기도하기 어려우나
부르짖어 간구할수록 주님께 간절해지고
하나님은 부르짖는 자에게 긍휼을 베푸시므로
블레셋의 손아귀에서 땅을 탈환하게 하시고
원수 아모리 사람과는 동맹을 맺게하시므로
이스라엘은 그 땅과 가축까지도 평강을 누렸다
부르짖는 기도는 평화의 관문이다
-블레셋 사람들이 이스라엘에게서 빼앗았던 성읍이 에그론부터 가드까지
이스라엘에게 회복되니 이스라엘이 그 사방 지역을 블레셋 사람들의 손 에서 도로 찾았고 또 이스라엘과 아모리 사람 사이에 평화가 있었더라- (삼상7:14)
믿음과 평화
우상숭배로 저무는 가나안 정복을 위해서
모세는 그 땅에 열 두 명의 정탐꾼을 보냈다
그 중 열 명은 거인 아낙 자손을 두려워하여
불가침을 주장하였기 때문에
온 이스라엘은 통곡의 바다가 되었다
나머지 두 사람, 갈렙과 여호수아는 온 회중에게 말하기를
“하나님께서 우리를 기뻐하시면 우리에게 그 땅을 주시리라”했다
사십오 년 후 믿음으로 가나안 땅을 얻은 동지에게
갈렙은 헤브론이라는 정복하기 어려운 산지를 청원하므로
여호수아는 그를 축복하고 그 땅을 그에게 기업으로 주었다
마음을 다하여 하나님을 섬겼던
갈렙은 대나무 같은 사람이었다
그의 나이 사십 세에 받은 하나님의 약속의 말씀을
팔십오 세가 되도록 심장에 품고 따랐으므로
그 믿음이 줄기차게 자라 온 몸이 청청하여
아낙 자손을 이기고 약속하신 땅을 얻었다
그 땅은 전쟁에서 벗어나 평화가 깃들었다
헤브론은 싱싱한 말씀 속에서 믿음을 끌어올려
젖과 꿀이 흐르는 땅과 하늘의 평화가 어우러져
고색창연한 도시가 되어 과거를 품고 미래를 숨쉰다
오랜 세월 뿌리를 내린 믿음을 통해
평화라는 아름다운 열매로 익었다
-… … 드디어 그 땅에 평화가 깃들었다-((수14:15)
* 정 연 홍
· 한국외국어대학 불문학 · 연세대학교행정대학원 행정학
· 「말씀과 문학」시(2003)으로 등단
· 제20회 창조문학대상
· 시집:『수진원의 시편들』『하늘이 주신 땅』『님』『녹시』 『아버지의 원대로』『사랑은 생명』
· http://www.jeongsomoon.com
· e-mail:somoon@jeongsomoon.com
신 작 시 특 집
양 지 훈
차라리 가을은 외 4편
차라리 가을은 반복되지 않았으면 좋으련만
노을진 석양에 반사된 황금빛 구름이
가난한 내 영혼을 슬프게 한다
탐스런 열매 바라보며 아름답다 하지만
지난여름의 시련은
절망의 언덕을 넘어 눈물 이었지
하얗게 산화된 모습들
익지도 않은 가을을 줍는다
설익은 아픔을 줍는다
약해질대로 약해진 태양빛이
유언처럼 빛을 쏘아주려 힘겨워한다
차라리 가을은 반복되지 않았으면 조으련만
투명한 유리알 같은 하늘이
체색된 가을의 숲과 함께
웃으며 서 있다.
어느 가을날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다 노을진 서쪽 하늘을 바라보며 시를 남기다
그대를 보낸 가을
그대 떠나던 날은 가을
파란 하늘에 한 점 구름
외로운 듯 머물러 있고
우산을 받혀 들고
기다리던 골목길 마져
연무 같은 그리움으로 가득하고
낙엽을 몰고 오는 바람이
억새를 흔들며
내 가슴을 억 누를 때
삶을 찾아 북으로 날아가던 기러기
기럭의 울음에 나의 소식을 전하고 싶다
그대 떠난 가을에
단풍잎보다 더 진한 빨간 거짓말
잊을 꺼라고 잊혀 질 꺼라고
또 하나의 가을이 오면 미련은 커지고
눈물 흘리며 돌아서던 그대의 뒷모습
정말 잊으려
외로움과 씨름하다 눈을 감는다
그대 떠난 이 가을에..............
가을바람
혼자 오기가 부끄러웠나
후미진 골목 길 돌아서
휘몰아치듯 낙엽 모으며
마지막 잎새마저 친구 하자며
흔들어 깨우시는가
곱디고운 단풍이라 노래 하지만
황혼의 길목에 선 자학
그 젊음의 방어기제 마져 소멸되고
맑은 햇살 갈바람 욕심내보는
황금빛 노을의 꿈
촉촉한 피부 검버섯 되어
건조해 질 무렵
가을은 찬바람 앞세우고 오나니
피어나는 그리움 못견뎌하며
한곳만 응시하는 허수아비
가을바람 맞으며
홀로 서 있네.
홍해 바다를 건너며
유대민족이 노예로 살던 430년
해방으로 들뜬 그들 앞을 가로막은
붉은 빛의 지중해
질기디 질긴 민족성 앞세워
그들은 갈대밭을 걸어서 건넜다지만
나는 배를 타고 건넌다
와인 빛의 바다는 파도마저 사라지고
40도의 뜨거운 햇빛이 나를 검게한다
온갖 수식을 동원하여 노래함은
신화 같은 기적 때문일 것이다
뒤 돌아 보고 싶지 않은 기억이 있듯이
되돌아가고 싶지 않은 길 이었으리라
물이 쓰다 부추와 마늘과 고기가 먹고싶다
노래를 원망으로 바꾼 인간의 속성은
우리의 모습
지중해 선상에서 겸손을 배우고
홀로 노래하며 와인 빛의 바다를 건너다.
- 홍해 바다를 배를 타고 건너며 우리민족의 슬픈 역사도 생각 하였습니다.
피라밋 앞에서
중학교 시절 교과서에서 보았지
피라밋을
꼭 한번 가 보리라 결심했지
5천 년 전 왕의 묘지로 만들었다니
2.5톤의 화강암 230만개
영생하고 싶은 권력자의 욕망 케오페 케프렌
10만 명의 노예가 20년 건축 했다니
허리를 구부려 겨우 들어간 묘실의 규모에
난 실망하고 말았다
물리학과 기하학이 동원된 건축이라지만
붉은 화강암 노동을 했던
노예들의 고난을 생각해 본다
"온 세상이 모두 시간을 두려워 하지만
시간은 피라밋을 두려워했다는 "
어느 고고학자의 탄성을 들으며
인간의 욕망은 어디까지인가
상념에 잠기며
세계 7대 불가사의 앞에서
인생무상 가득한 이집트의 푸른 하늘을
바라보고 서 있었다.
* 양 지 훈
· 「말씀과 문학」시(2012) 등단
· 호남신학대학교.장로회신학대학교
· 장로회 신학대학원 · 연세대연합신학대학원
. 미템파훼이스신학대학원
· 총회신학교수역·국제신학대학원교수
· 희망교회원로목사 · 이메일 kidongykd@daum.net
신 작 시 특 집
김 기 욱
꼬마 숙녀의 꿈 외 4편
여명이 새벽을 깨우면
태양은
하루를 드리우고 세상을 흐르다가
석양 땅거미 지면
하루를 거두고 우주 공간을 열어
은하수에게 자리를 내어준다
자리 넘겨받은 은하수는
소녀의 창에 드리워
꿈꾸는 작은 가슴을 영롱하게 비추어
꼬마 숙녀의 꿈도
무지개 언덕을 넘나들며
천사가 된다
낙엽을 밟으며
입동이 문턱이다
낙엽이 제 주인 몸을 떠나 떨어진다
때
때를 알고 철이 든 게다
그게
구르는 낙엽이든
바람에 날리는 낙엽이든
구석에 수북하게 쌓인 낙엽이든
인간 군상에 밟힌 낙여이든
거리 쓰레기와 뒤섞인 낙엽이 됐든
다
모두 다
아름답고 포근하다
추하지도 않고 지저분하단 느낌도 없다
그저
아름답고 마음을 편안하게 이끌어 준다
제 몸 떠났지만
생명력은 그대로인 거다
때를 알고 철이든
낙엽만이 갖는
제 3의 생명력인 거다
그냥
낙엽을 밟으며 그냥 걷고 있다
인간 군상들
누구 할거 없이
부끄러워 할 줄 알아야 한다
가을이다
지하철 안이 한산하고 쾌적하다
졸지도 않았고
똘망 똘망 눈도 크게 떴고
한눈팔지도 정신 팔지도 않았고
딱히 이렇다 할 생각에 젖지도 않았다
어느 틈엔지
내려야 할 역을
훌쩍 지나쳐 버렸다
다시 거꾸로 타야 했다
겸연쩍은 얼굴로 전철 문을 너서는 나를 보고
내 코앞에 둥지 튼 가을이
동행하자 손 내민다
분명
가을이다
자화상
그게
내 보이는 걸로 다 보인 줄로 알았는데
아름다움은 다 보이지 않았다
그게
내 들리는 걸로 다 들은 줄로 알았는데
올곧고 바름은 다 들리지 않는다
그게
내 하는 말로 내말 다 한줄 알았는데
정도의 질곡을 찌르는 말은 하지 못하였다
그게
내 가는 길로 내 갈 길 다 간줄 알았는데
선과 덕의 길은 출발선상 밟지도 못하였다
그게
내 갖은 거는 다 내거라 하지만
맑고 청량한 영혼은 품어보지도 못하고 있다
이렇게
글로 써 보는 것만으로 위안이나 삼아본다
만추(晩秋)
만추
소설이 문턱에 와있다
숲 수목들
곱게 단장했든 옷가지들
모두 훌훌 벗어던지고 홀연히 나목이 됐다
부끄럽지도 춥지도 않은
그저 태연자약(泰然自若)하다
곱디 고운 벗은 옷
아낌없이 산길에
카페트로 깔아놓았다
열갈래 스무갈래 길 다 꽃단장 시켜놓았다
누구나 누구도
다 주인공이 되어
즈려밟고 가란다 가라 한다
* 무봉無縫 김기욱 · 충남 서산 출생
․ 인천송현초등학교 교장 정년퇴직
․「창조문학」시(2012) 신인문학상 당선
․ 2018. 2 제22회 「창조문학」시 부문 대상 수상
․ 저서: 『삶·배움·가르침』『가마우지의 한나절』
『여운이 기인 메아리가 귀를 노크하다』
『여행이 속삭여주는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산에 홀려 홀려 산에 오르니』
『서리꽃 한 바지게 선물 받은 한라산 나목』
· E-mail: mailto:kkwok@dreamwiz.com · Tel 010-7428-0706
· 주소: 인천광역시 남동구 구월로157번길7, 101동/1312호
(간석동, 다정한마을서해그랑블아파트)
신 작 시 특 집
한 봉 균
미소 띤 대화 외 4편
안양천변(川邊) 산책길섶에 활짝 피고 있는 코스모스
가을은 아직 멀고
계절은 초여름인데
분홍빛, 자주빛, 더러는 샛노란빛으로 피고 있다
아침 바람에 꽃대가 한들거린다
꽃향내를 좋아하는지
꽃의 아름다움을 즐기는지
그 위로 배추흰나비 한 쌍과 빨간 고추잠자리 떼가 날고 있다
아침마다 청초한 꽃잎을 바라보면서
그 옆을 지나다니다가
자주 보게 되니 낯익어져
이 아침에는 모두 미소 짓는 듯하다
작은 꽃잎이지만
꽃 이름만큼이나 넓은 우주의 마음으로
반겨준다
“밤새 잘 쉬셨나요?
이 아침에도 건강한 모습으로 뵙게 되었네요.
반갑습니다.”
아침 바람에 가냘픈 꽃자루를 흔들며
온몸으로 인사를 한다
연분홍색, 자주색, 더러는 노란색의 미소가 흘러나온다
나도 빙긋이 미소 지어 보이며
밝게 화답해 준다
숲속의 윤창(輪唱)
산속의 정적(靜寂)은
언제나 한가로움과 여유가 배어 있다
잠시 그 적막(寂寞)함이 깃드나 했더니
이윽고 저쪽 산자락에서
뻐꾹- 뻐꾹-
뻐꾸기 우는 소리,
늘 평화롭다
그 울음소리
평화로운 고요를 깨트린다
곧이어 근처 숲속에서
구욱국- 구국-
멧비둘기 우는 소리,
향수(鄕愁)를 불러일으킨다
마음은 추억 어린 옛 고향 들녘으로 날아간다
그지없이 평화로워진다
저 멀찍이 마을 어귀에서는
꼬끼오-
수탉 우는 소리,
울려 퍼진다
가만히 귀 기울여 보면
길섶에서는
찌르르- 찌익찍-
풀벌레들이 요란스레 울어 댄다
가을이 온단다
입추(立秋) 지나고 벌써 한 주일
아침 산책길섶에서
이름 모를 풀벌레들
찌르륵찌르륵 찌이찌이
애타게 울어 댄다
지나는 이들 들으라고
온 힘 다해 울부짖는다
그 소리
무엇을 알려주려 하는 지를
알 듯하다
해마다
처서(處暑) 가까이 되면
저들은
가는 여름 못내 아쉬운 듯
저렇게 애처로이 울어 댔고
늘 그랬듯이
뒤이어
무더위는 한풀 숙이고
가을바람이 선들거렸기에...
아파트 단지(團地)의 아침 풍경
우리 아파트 단지에는
모퉁이가 몇 군데 있다
이른 아침부터
이 모퉁이 저 모퉁이에는
소형 타이탄트럭이 한 대씩 자리잡는다
그 옆에 놓인 좌판대 위에는
갖가지 청과물이 늘어놓인다
강원도찰옥수수 청송사과 청양고추
황토감자 울타리콩
그 밖에도 여러 가지 농산물이 진열되어 있다
모두 산지(産地)에서 직송되어 온
우리 농산물임을 내세운다
주부 몇 사람이 좌판 앞으로 다가온다
신선한 채소와 과일류가 눈길을 끈다
아파트 단지 사람들의 하루의 생활은
이렇게 펼쳐진다
한 여름철 다리 밑 정경(情景)
어릴 적 살던 내 고향 호산천(湖山川),
찻길 다리 아래는
맑은 냇물이 마을을 가로질러
가깝게 바라보이는 동해로 흘러들어 간다
한 여름철에는
그늘진 다리 밑에서
동네 어른들은 무더위를 식히고
마을 아낙네들은 더위를 피하며 빨래를 하고
저녁이 되면
이웃 아이들은 잠자리를 들고 나와
밤늦도록 이야기꽃을 피우며
냇가에서 여름밤을 지내기도 했다
오늘날
내가 사는 동네 근처의 안양천(安養川),
다리 밑 공터는
이 한여름 내내
사람들이 더위를 피하는 휴식 공간이 되고 있다
책을 읽고 있는 이
악기를 연주하는 이
노래를 부르는 이
체력을 기르는 이들도 있다
*호산천 : 강원도 삼척 원덕읍 호산리의 냇물
*안양천 : 경기도의 의왕시 백운산에서 발원하여 군포시 안양시 광명시와 서울의 금천구 구로구 양천구 영등포구 등을 지나 한강에 합류 하는 하천
* 한봉균
· 강원 삼척 출생
· 연세대학교 상학과 졸업
· 한국은행 창원지점장
· 강원은행 상무이사
· (주)대양상호신용금고 상임감사
· 창조문학 수필부문 등단 (제 89회 2013.겨울 호)
신 작 시 특 집
조 승 호
가을 갈치낚시 외 4편
가을에도 우린
파도를 타고
멀리 나간다
동그랗게
수평선 너머로
점점이 떠 있는
너는 나의 분신
난 네 아바타
한 몸이어도
나는 섬
너도 섬
우린 섬으로 태어나
가을 바다
그 위에서
꿈꾸듯 출렁인다
은백색 광택
단단한 네 뱃살
낚시꾼 마음 설레고
휘어지듯 감겨오는
나일론 줄 끄트머리에서
눈부시게 빛났다
바다
깊은 바다가 주는
이
평온함
품어주어
아기는
양수 안에서 잠들었다
깊은 바다가 주는
이
평온함
채워주어
마음에
하얀 고요함 가득하다
깊은 바다가 주는
이
평온함
단 한번도
같은 적 없었던
너다!
평정심
왠지 여유롭다
교회 계단에
그냥 앉아 있다가
멍하니
잠자리 떼 유영에
두 눈만 왔다갔다
햇살 따뜻하게
느껴지는데
어느 다른 행성 같고
눈꺼풀이 스르륵
고개 젖히다
화들짝 놀랐다
기도하는 계절
이 계절 기도합니다
하나님께 빈 마음 다하여
간절하게 빌어봅니다
조금 더 정하게 하시어
절실하게 찾는 것을
만날 수 있도록 도우소서
조금 더 환하게 밝히시어
목마름으로 찾는 것을
시원함으로 마시게 하소서
조금 더 가까이 이끄사
보고 싶은 눈동자 가득
젖어들도록 채우게 하소서
아, 이 계절 기도합니다
당신께 가난한 마음 다하여
숨 골라 탄원 드립니다
만나 만져보도록
가슴 시원하도록
눈동자 하나 가득 채우고자
소자는
가을이라서 이토록
기도 올려 드립니다
나의 바다
나의 푸른 바다는 너무 멀었어요 헤엄치다가 치다가 결국 가라앉는군요 그래서 거기에서 모두 눈물을 흘렸어요 조개도 울고 크릴새우도 울었어요 살고픈 의지를 다 떠내려 보내고 이제 푸른 바다에 드러누워 배영만 해요 푸른 나의 바다는 붉은 카펫을 깔고 흰 파카를 말아서 베개 베게 했어요 조용히 조용히 숨을 고르며 시나브로 돌아누워 거기에 안깁니다
* 조승호 · 등단연도 : 2016년
· 주소 : 경기도 파주시 연다산길 50
· 주요 경력 : 전남대학교졸업, 총신신학대학원졸업
1985년 서울 양천구에서 교회를 개척하여 2004년 파 주에 예배당을 건축하였고 지금까지 한 교회에서 35 년째 설교하며 섬기고 있음
現 은샘교회 담임목사
· 연락처 : 010-5008-0691
신 작 시 특 집
김 수 철
들꽃 외 4편
하늬바람에 맞서고
다시금 일어나고 쓰러진다
진물이 흐르고 찢어지고
워낭소리에 운다
봉두난발 서걱거린 이파리
품었던 영그는 씨앗
기약 없는 이별이 다가와
마지막이라는 느낌
허공에서 헤맨 바람
허허벌판에 나뒹굴든 모습
돌 바위에 부딪히고
물창에 묻힌다
숙명적인 고행을 마치고
북풍한설 뚫은 작은 미소
봄 마중으로
너도나도 웃는다
담쟁이
막다른 골목길
넘을 수 없는 절벽이 있다
오르지 못할 벽을 쳐다본다
고양이가 살금살금 기어가듯
푸른 잎은 고개 떨 듯이
줄기에 매달고
실뿌리는 벽체에 보이지 않는
울퉁불퉁한 구멍에 의지한다
거미손처럼
갈퀴처럼
실핏줄 흐르듯 벽을 탄다
첨단 넘어선 새로운 세상을 향하여
온몸 붓으로 삼아 풍경화를 그린다
고사리
꽃피는 봄날에
먼동이 다가오고
비녀 끼운 머리 올림으로
평생 화장한 적이 없는 듯
아침이슬 머금은 얼굴
그대 찾으려 거친 들판을 헤매다
그대 보기 위하여 허리 굽어야 했고
팔 뻗어 그대 허리를 감았다
이 세상에서
허리 굽어본 적이 없는 사내가
사랑을 위하여
고개 숙여 허리를 굽힌다
등대의 유혹
말간 눈동자에
새겨진 불빛
사랑에 목마른 여인의 눈웃음으로
한갓지게 회전의자에 앉아
달빛 아래에서
사내에게
눈빛으로 비나리 친다
장작 불꽃
그대 입맞춤으로
따뜻한 온기가 흐르고
귓가에 맴도는 속삭임
그대 앞에 다가간다
변하지 않은 모습
가부좌 틀어 앉은 그대 옆에서
숨 쉬는 화석이 된 몸
바투 다가가
뜨거운 열정,
활활 타오르고
넘친 사랑에 취한다
그대 몸을 어루만지면
두 눈에 푸른 광채가 피어오르고
타닥타닥 따 스르르
신음에 깜짝 놀란다
이 세상에 없는 그대 뜨거운 입김에
무쇠 녹이듯
뜨거운 사랑을 갈구한다
발효가 되는 사랑이 되어
붉게 물든 낙엽이 지듯
사그라지는 불씨에
깊고 깊은 사랑이 피어오른다
* 김수철
· ·「창조문학」제105호 시 (2017)등단
· 「함덕문학」회원
· suchskylove@hanmail.net
· (주)대양상호신용금고 상임감사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조천읍 함덕 18길43
강 철 원
신 작 시 특 집
만 원짜리 번개 외 4편
종일 비가 주룩주룩 내린다
하늘도 우중충한 날.
온몸이 쑤시고 마디마디 궁시렁댄다.
문자 메세지가 울린다.
만원 들고 광장시장 앞으로~!!
누군가 빗소리에 기다려지는 마음을
서로 헤아려 주는양,
지공선사 다섯 명이서
종로 5가역에서 뭉쳤다.
질퍽대던 마음을 장바닥에 내려놓으면
모두가 생동감이 있고,
걸음과 움직임, 그리고 힘이 넘치는 대화들.
굽고 움츠렸던 어깨가 절로 펴진다.
빈대떡, 순대, 시래기된장국에
막걸리 배 두드리며 먹고 마셨는데
아직도 돈이 남는다.
만원의 위력이 대단한 재래시장.
나머지 잔금도 막걸리로 채우고 나오니
진종일 청승맞게 내리던 비도 그쳤다
땅거미가 완연히 지고,
굉음과 라이트 킨 자동차 질주.
번개 맞길 잘했다며 일렁이는
불빛을 바라보는데,
저 멀리 보이는 커다란 興仁之門이
거꾸로 누워서
“어때, 좋았지!!” 하고 손짓한다.
방황(彷徨)
한 마리의 나비와
한 마리의 벌
어디서 왔는지
어디로 가는지
서로 묻지 않는다.
날개!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
끝가지 가 보자는 데도
늘 중심을 찾지 못해
날다가 힘들면
쉬어도 가고
하늘과 땅 사이
수없이 헤메이고 있다.
꽃을 만나게 되면
그제야 고백하련다.
순례자로 다시 태어나
깊은 잠에서 깨어나니
봄이 찾아 왔다.
물론 내 마음도
부활이 되어 움틀 거리고 있다.
벌판에 쏟아지는 별빛을 따라
저 멀리 스페인 이베리아 반도를 향해
순례자가 되어
이천리길이나 되는 대장정속에
스스로의 에네지로서는 턱도 없는
별이 내려앉는 그 들판위로
나는 보았다.
그 별이 내가 살아가는 바램의 모습으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갈 수 있던 힘을.
주님의 놀라우신 사랑이~!!
그분을 흠숭하는 믿음과 기도로
동행한 놀라운 역사를.
벌판에 누워 쏟아지는 감동.
눈물 속에 비추이는 별을 보면서
다시금 내 인생의 봄이 가슴속에서
피어오르고 있었다.
포기하지 말라!!
희망을 놓치 않으면
모든 일은 스스로 이루워 지리라!!
늘
내가 너와 함께 할 것이다~!!
이른 봄
그리움이 파도처럼 밀려와
내 마음 깊은 곳 까지
흠뻑 적시어 주고 있다.
오랫동안 보내지 못한 그대를
이제는 보낼 수 있을 련지..
화창한 봄날
음 추려 접혀졌던 裸木들이
분주 해진다.
예쁜 모습을 뽐내려고
밤을 지새웠나 보다.
꽃망울 터지는 소리가
눈과 귀에 감동을 주며
닫혔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생동감 넘치는
부활절 아침.
발길을 재촉하며
성모님 상 앞에
꽃다발을 봉헌한다.
회자정리(會者定離)
만난 날부터
헤어짐을 우려하듯
운명이란 수레는
마음 깊은 정수리 속으로
함묵(緘黙)의 그림자를 안고
자꾸만 멀어져 간다.
자연의 섭리와 우주의 이치속에서
우리의 감성은 차츰 무력화 되고
남은 여백까지도 상실하면
하얀 담벼락을 배경으로 자화상을 그리련다.
나의 외침과 때론 속삭임도
당신의 귓전에 맴돌 때,
나의 미소와 표정이
당신의 눈동자에 머무를 때
진정코, 사랑과 느낌이 일치가 될테인데~
냉기가 도는 지하도에서
그토록 사랑스러운
추억을 떠나보내지 못하고
아직도 서 있는가...
화사한 봄날의 꽃향기가 피어 오른날.
가슴을 열어 놓고,
기다림이 구원이 되도록
아름다운 노래를 준비하렵니다.
그대가 내마음에
향기로운 꽃이 되어 다시 오도록....
* 강 철 원
· * 강 철 원· 성균관대학 행정학과 졸업
· 고대 경영대학원 석사과정 · (주)신동 수출부장
· (주)에스지엠코 대표
· 주소: 서울 송파구 중대로24 220동 706호
· 메일 :cwkang30@hanmail.net · 핸드폰 :010-3347-0706
신 작 시 조 특 집
오 동 춘
못 잊는 나의 임 외 4편
잊자 잊자 해도 해도
못 잊는 나의 임아
해님 얼굴 너무 멀리
아슬이 떠나버려
한사코 임 생각 깊어
가슴 심히 아리네
달로 별로 곱게 떠서
몹사리 그리운 임아
하오래 소식 깜깜
보고픔에 뒹군다
만남 꽃 활짝 필 새봄
어느 해나 오려는가
무슨 사연 앵도라져
망각 깊이 잠겼는가
목숨보다 더 귀한 임
학수고대 울고 있다
안겨요 용광로 품에
한몸 이뤄 삽시다
탄핵 돌맞은 대통령
부모덕 그늘 속에 나라 웃치 되어 봐도
나라 겨레 섬길 몸가짐 왼통 잃고
호올로 갇힌 그 슬픔 가슴 절절 아프리
부부사랑 자식 낳고 가정 살림 겪어 보고
인생공부 날로 엮어 주뜻대로 살았다면
온 국민 앉힌 그 자리 나라빛이 컸겠지
피붙이 살붙이가 남남보다 훨씬 낫다
탐욕 많은 남과 새겨 얻은 열매 무엇인가
치마에 매달린 놈들 지금 다 어디 갔나!
진리는 반드시 따르는 자가 있고
정의는 반드시 이루는 날이 있다
안도산 일깨는 말씀 가슴 새겨 사시오
남은 참삶 되새김에 십자가 바라보고
못된 유혹 다 물리치고 나라 겨레 사랑 쏟아
부모님 남긴 빛자취 거울 삼고 사시구려
무적해병 찬가
1,
삼군 앞장 우뚝 선 나라 방패 무적해병
충무공 순국정신 불타는 멋진 사나이
해병은 아무나 되나 선택 받은 자만 된다
2.
1949년 4월 15일 해군 사병 300명
장교 80명 가려 뽑아 진해 덕산 비행장에서
장사병 하나로 뭉쳐 해병대가 태어났다
3.
공비토벌 공로 빛낸 해병 6.25. 맞이하여
통영상륙작전 인천상륙작전 도솔산고지 탈환작전
동해안 양도작전 김일성고지 탈환작전에 승리하여
귀신 잡는 해병대 가는 곳마다 승리뿐이다
4.
서부 전선 이상 없다 김포 강화 서해 오도
해병 대포 장갑차 수륙양용차 현대 무기로
오늘도 나라 지키는 해병용사 용감하다
5.
월남 자유 지켜 준 해병 청룡부대 금자탑
서울 현충원 하늘 빛나고 호국영령 누워 있다
튼튼한 대한의 방패 해병대를 사랑하자
어린 천사 꽃누이 못 잊어
나라 햇빛 다시 밝은 그 이듬해 새봄
너무도 예쁘고 귀엽게 태어난 꽃누이
온동네
어린 천사 얼굴에 사랑 철철 쏟았다
지리산 정기 서린 마천 고향 떠나서
함양읍 인당동네 이사간 세든 집에
다섯 살
천사 꽃누이 홀연 숨이 꺾였다
뼈저린 가난 속에 곱게 꽃피지 못하고
그만 인당 뒷산 한줌 흙이 된 꽃누이
오정자
보고픈 생각 여든 한평생 앓는다
푸른 밤하늘 예쁜 어린 별꽃 천사야
하늘나라 훨훨 가신 아빠 엄마 뵈었느냐
부활로
다시 만나자 오빠 기도 뜨겁다
불타는 스승기도
제멋대로 오해 질투하여
스승 가슴 창 찌른 제자
사탄 덫에 넘어진
가엾은 전도사야
일어나
십자가 붙잡고
골고다로 올라가라
너무 깊이 정든 인연
매정히 싹뚝 끊고
미련 없이 달아나면
배신 꽃 어디 심을건가
뉘우쳐
어서 돌아오라
스승기도 불 탄다
생명같이 아낌없이
온몸으로 사랑한 스승
가슴에 상처 화살 쏘고
등진 배신 보답인가
지금 곧
회개해 울면
나도 용서 울음 쏟으리
* 오 동 춘
· 화성교회 원로장로,문학박사,국문학자,한글운동가,시조시인
· 부산날개문학동인<1958>.시조집 <짚신사랑>으로 등단<1972>
· 국제펜 한국본부,한국문인협회,한국장로문인회,한국기독시인협회
· 한국현대시인협회 등 고문,짚신문학회 회장,한국통일문인협회 상임이사 · 제2회 흙의 문학상,15회 노산문학상,27회 외솔상,한글공로국무총리 표창 2회 등 받음 저서:짚신인생 나라사랑, 한글나무,동해 해 뜨는 나라 등 18권 있음 수필집:한알의 밀알이 되어 등 5권 있음
현 영 원
신 작 시 조 특 집
봄 마실 외 4편
향그러운 흰 목련 하늘이 다 환하다
반가운 소식 올 듯 앞뜰에 나서자
어느새
마실 온 사슴
눈짓하며 반긴다.
이름 모를 산새들 하나둘 날아들고
외로움도 길이 들면 가을빛 같은 것을
나 여기
마실 나와서
목련꽃 아래 섰네.
낙랑 하늘 그리며
- 시부(媤父)의 그림 ‘낙랑기와’ 앞에서
그 옛적 낙랑시대
기와들이 살아나다
그 님의 붓 끝 따라
천 년 잠 벗어 던지고
아, 나도
낙랑의 여인
오랜 잠을 끝내자
바라보면 창연(蒼然)해라
볼수록 고운 미소
어디쯤 낙랑 하늘
걸어두고 왔을까.
아, 문득
귀를 적신다.
왕자 호동 말발굽 소리.
일기(日記)
까만 밤
별이 돋듯
생각 하나
떠오르다
받아서 이을 말이
뱅뱅 돌다 사라져
한밤을
말무리 속에
떠돌다가 다 놓쳤다
확대경
어쩌다 한 눈 멀어
외눈으로 책을 보면
고맙게도 확대경이
동무 되어 앞장서고
해처럼
동그란 얼굴
갈피갈피 비쳐주네
천지의 차
모를 땐, 알고 모름이
천지의 차 같지만
알고 보면 종이 한 장
차이도 아니지요
멀고 먼
하늘과 땅도
맞붙어 보이듯이
· 현영원 · 시조시인
· 서울에서 출생. 시조집『타는 노을 옆에서』와『낙랑하늘 그리며』,『소나무 생각』, 『길 없는 길』에서가 있다.『미주동포문학상』우수상,『시천시조문학상』, 제1회 김종회『해외동포문학상』대상, 한국 『시조생활시인협회』로부터 해외공로 대상을 수상했다. 2009년에는『현석주 아동시조문학상』을, 2012년에는『PEN 송운 현원영 시조문학상』을 제정했다.
신 작 동 시 특 집
김 사 빈
코다가 오는 날 외 4편
코다가 오는 날
아침은 부산하다
코다가 무얼 좋아하지
밥은 무얼 먹을까
종종 거리는 소라가
문을 활짝 열고서 기다린다
검은 눈에 하얀 반점
검은 강아지를 보고 못난이네
코다는 고개를 팍 숙이고 있다
네 이름은 코다야 해도
아빠 손에 끌려온 코다는
오 코다야 네 집이야
얼싸 안지만
코다는 눈을 착 내려 감고서
쳐다보지 않는다
사라가 코다야 네 집이야
간신히 얼굴 들고 쳐다본다
코다가 나를 싫어 하나 봐
사라가 소리친다
부끄러워서 그럴거다
엄마는 불쌍해라
하며 쓰다듬어 주니
그제야 꼬리를 친다
우리는 한 가족이야
코다가 콕콕 한다
무얼 잘못 먹었나
코다가 우리 집 식구 되었으니
검진을 받아야 한다고
사라가 병원에 데리고 갔다
동물 의사는
코다가 감기가 들었다 말했다
약을 주었다
집에 돌아온 코다
낑낑 하다가 콜록 콜록 한다
아이고 불쌍해라
사라가 꼭 안아 준다
고마워 눈을 감고 말한다
어제 저녁에
엄마가 발톱 깍아 주다
발꼬락에 피가 났다
미안 해 코다야
정말 미안해 쓰다듬어 주지만
눈을 착 내려 깔고 말이 없다
죽으면 어떻 하지
사라는 안절부절 했다
이른 아침에 코다는 꼬리를 치며
한 바퀴를 돌더니
눈이 초롱초롱하다
감기가 나갔네
사라가 소리치니
꼬리를 살랑대는 코다
우리는 이제 한 가족이니까
코다와 함께
코다와 사라가 산책을 나섰다 .
간밤에는 코다가 오줌 쌌다
한국서 쳉이를 머리에 씌우고
소금꾸러 보내던 작은 오빠 생각 난다
순이 엄마가 작은 오빠 쳉이 쓴 걸 보고
사람은 오줌 안 싸고
개만 싼다. 소금을 뿌렸다.
엉엉 울고 들어온 작은 오빠
사라는 코다에게
여기가 오줌 쌀 곳인가 하고
이제 너도 오줌 가릴 때는 되지 안했나
할머니가 호통을 치고
코다는 고개를 갸우뚱 왜 그러지 한다
코다가 껑충껑충 뛰어 도망가고
사라는 질질 끌려 간다
호호 하하
코다의 하루
아침은
사라가 코다와 아우성으로 열린다.
코다 귀를 쫑긋 갸우뚱하고
내 신발 어디 갔어.
코다 몰라 몰라 돌이돌이
점심엔
코다야 왜 여기다 오줌 쌌어
소리 지른다
코다 나무 뒤에서 숨어
미안해
얼굴을 팍 숙인다.
저녁엔
아빠를 보고 껑충 껑충 뛰어 올라
바지를 잡아당기며
반가 반가 한다
아, Good boy
마당에 데리고 나가서 쉬하라고 하지만
돌이 돌이
쪼르르 뒤따라 들어온 코다
아빠 방에 몰래 들어가
카펫에 쉬를 한다.
아, Bed boy 소리친 아빠
오늘 저녁엔 여기서 자
말하고 문을 쾅 닫고 들어가는 아빠
문밖에 벌을 세웠다.
코라는 미안해
안 그럴게 하지만
사라의 편지
4살짜리 사라가 꼬부랑글씨로 Dear Grampa I Luve you 라고 썼다 할아버지 고놈 잘 썼네. 몇 번이고 카드를 쓰다듬더니 앞 바람벽에 붙여 놓았다 바람에 팔랑 거릴 때 마다 허허 웃으시던 할아버지 친구가 오면 자랑하려고 그런 줄 알지만 엄마는 지저분하다고 떼어 냈다 할아버지 밤새 꽁꽁 앓아누워서 헛소리 한다 사라야!사라야! 엄마는 다시 붙이어 놓았다 언제 아팠나.
일어나 허허 하시는 할아버지
· 김사빈
· 주부 백일장 “시” 입상 (한국) · 한민족 통일 문예제전 일반부
· 외교부 통상부 장관 상 동화( 순이와 매워새 )
· 광야 문예 시 입상 · 문예창조 8월호에 동시로 등단(박화목추천) · 저서 시집:『내안에 자리 잡은 사랑』『그 고운 이슬이 맺히던 날』
동화집:『하늘로 간 동수』『수자의 하늘』『순이와 매워새』등
수필집:『행복은 별건가요』『그대는 뒤를 돌아보는가,」
『깡통과 어미나, 이민풍광기』
동시 집:『언니네 앵무새』
· 현 하와이 문인협회 회원, 하와이 백향목 교회 전도사로 시무
· 주소 47-757 HUI KELU ST,#801 KANEOHE, Hawaii 96744
(C)(808) 990-1365)
이 양 복
▪「창조문학」시(1995) 등단
▪창조문학대상 수상 ▪한국창조문학가협회 운영이사
▪시집『그 선명한 구름꽃들』『그대를 기다리며』출간
▪이메일: lyblyb@hanmail.net
가을 시단
야간 비행
슈퍼보름달이
구름 사이로 어른거린다
머리가 들리더니 이륙인듯
간간이 흔들린다
긴장감이 고루고루 전달된다
어두운 하늘
쾌속으로 항진한다
시속 400km ?
대구 상공을 통과중
옆에서 속삭인다
현기증은 묵살당한다
200여명 승객들
고요함이 놀라울뿐이라
두근거리는 이 전율
가라앉는 전율이
우리를 다독거린다.
스튜어데스는
키가 큰 미모군단이로군
나는 실감한다
언제 어디서나 생명은
완전한 하나님의 소관임을.
내릴 준비하라고?
창밖을 내다보니
후꾸오카의 초롱초롱한 불빛이
겨울하늘을 밝힌다
가을 시단
* 임용식 · 사비문학 시 부문 신인상 등단
· 농민문학 시 부문 신인상 등단
· 시집:『사랑에 칸타빌레』』『사랑에 아리아』
· 한울문학, 국보문학, 한국자유문학세대, 부여문학
사비문학 등 수십 편 발표| 해병신문 월 15회 발표, 부여신문 50회 발표
· 궁남지 연꽃 시연회 3회 참가
· 수상: 한국문학정신 문학상, 시와 수상문학 시인상
· 이메일: iys2356@hanmail.net
임 용 식
아비는 외 1편
춘몽에 흥겨웠던 날들이 꼬리를 감추어도
재잘되던 제비들의 노란 주둥이들
재롱에 아비는 기쁨이
한 보따리
발가벗은 햇살속으로
아비는 쓸개 물 씹어 삼키며, 각혈을 토해도
가슴을 비벼 짜내던 진실한
사랑으로
아비의 호수에 허상의 별들이 가득한 교뇌의 강
그대와 나는 노도 속에 유혹의 촛불로 태우다
늪에서 왜가리로 울다
무정한 세월을 가슴에 깃털을 뽑아 훨훨
날리다
아비는 여정의 바다에서 꽃구름만 그리고 그리다
기쁨도 애정도 미움도 사랑도 분홍빛 하늘
그림자
속
으
로
꽃과 나비
그대는 아름다운 꽃이랍니다 사랑은 향기랍니다
그대는 사랑으로 피는 축복의 장미꽃이랍니다
그대는 꽃! 나는 향기로 사는 사랑의 나비랍니다
가을 시단
․ 전홍섭
․ 충남 아산 출생. 호 석포(石浦)
․ 시인, 교육칼럼니스트 ․ 계간『창조문학』등단 (2002)
․ 시집『닭의 머리 전설』
․ 교육칼럼집『학교여, 종을 울려라』외
․ 이메일: jhs10111@hanmail.net
전 홍 섭
선농단(先農壇) 외 1편
뚝배기 한 그릇,
설렁탕을 먹을 때면
평생 농부로 사셨던
아버지가 생각난다.
생전 설렁탕 한 그릇도
제대로 못 사드렸으니
못난 자식의 마음은 짠하다.
오늘은 제기역에 내려
‘선농단’을 둘러봐야겠다.
농사를 장려하기 위해
친경(親耕)을 베풀고
백성들과 함께 나누던
서울의 음식, 설렁탕!
농법의 신(神)에게
제사를 올리던 선농단의
제물에서 유래되었으니
나라님의 도타운 정이 녹아 있다.
저녁에는 옴팡집에 들러
가마솥에서 설설 끓는,
뽀얗게 우러난 진국 설렁탕을
두 그릇 주문해야겠다.
아버지와의 영원한 겸상을 위해…
*선농단: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에 있는 제단으로 서울시 사적 436호로 지 정되어 있다.
말맛
막걸리를 좋아하는 친구가
먹골역에서 만나자고 하기에
거기가 ‘먹자골목’이냐고 물었더니
아니고,
옛날에 ‘먹’을 만들던 곳이란다.
그러면, 안주로
‘묵’을 한 접시 시키면 되겠네.
내 제안에
그는 그러자며 껄껄 웃ㅎ는다.
*먹골: 중랑구 7호선 먹골역 근처에는 조선시대 ‘먹〔墨 〕’을 만들던 마을이 있었다.
가을 시단
·「창조문학」48호로 시 등단
·공주대학 사회교육원 문창과 수료
·한국창조문학가협회 회원
·백강문학 (부여문인회) 회원·대전 시인협회 회원
·시집 : 『그리움으로 익어가는 사랑』
『그대로 나무이고 싶다 』
·이메일: yangcoffee@hanmail.net
양 복 순
솔 향만큼만 닮아라 외 1편
태산이 높다 하여
산등성 업고 지키는 솔향기만 할지어니
내 눈빛 사로잡는 그대!
삼라 만성 세상 곳간에
어느 인심 그리 후할까
말없이 흐른 눈물
뉘 강인들 알아챌까
미세먼지 자욱한 세상인심 깨일까
교회 첨탑 높다 한들 무리의 냉소함
시베리아 예서 온 소풍객인지
우매한 세상에
푸른빛 드리우는 산 넘어
사랑으로 넘실대는
향기조차 아까운데
뉘 그를 닮은
인생 살았다 큰소리 치련가
생은 갈꽃이여
청잣빛
퍼런 하늘이
시리도록 아름답다
비록
한 삶이 하나 둘 흩어져
갈 꽃잎처럼 사라진다 해도
몸의 한 부분 제 구실 어렵다 해도
우린 슬퍼하지 않으리
아름답게 피워 보인 숙연한 갈꽃처럼
그 이름 다하여 떠나지 않았던가!
짧은 이 가을 원망 없이
행복한 눈빛으로 마주하며 떠나 주지 않았던가!
그 시린 바람 모두 견디며
가을 시단
・ 충남 논산 출생
・ 대전여고・숙명여대국문과
・ 논산제일감리교회권사
・ 한국문인회시등단, 수필등단
・ 시집: 『꽃 반짇고리』
공 병 옥
바다 위의 집 1편
1
저 푸른 바다 위에
집 한 채
짓고 싶다
억년 두고
스스로를 씻어 내며 씻어내며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경이로운 겸손 위에
문명을 모르는
원시의 집 한 채 지어
살고 싶다
듣기 싫은 세상소리
보기 힘든 세상 일
바다에 묻고
해질녘엔
바다에 내려온
노을과 놀면서
태초의 뜰악 같은
원시의 집 한 채 지어
그림같이 살고 싶다
2
백사장엔
영롱한 조가비 껍질
“두껍아 두껍아
헌집 줄게 새집 다오“
읊조리며
모래성 쌓았다 지우고
이끼 낀 몽돌 밭을
맨발로 누비는
자연이
아아 -
원시가 그립다
찰랑대는 물결 위에
문명 얼굴 내밀지 않는 집 한 채 지어
황홀토록 외로운
원시를 살고 싶다
이산가족
피흘리는 이땅
선 하나만 넘으면
갈 수 있을 것을
저만치 보이는 저 하늘 아래
하머지가 어머니가
아들이 딸이
사고 있는 고향인데
무엇이 잘못되었나
무엇이 우릴 이리 만들었나
눈도 금도 없는
이념이 사상이 혈육을 찢었구나
두동강난 몸통에 흐르는 선지피
반쪽은 북에서
반쪽은 남에서
이제는 빛깔도 썩어 문드러져
선명치 않고
검게 산하를 물들였구나
아아
남쪽의 핏물 한강물되고
부쪽의 핏물 두만강 되어
강은 오늘도 불면의 밤을 흐르며
말이 없구나
삼일만 피하고 오마던 세월
한달만 지나고 만나자던 약속
70년 생 이별로 피를 토하다
명약 없어 죽어간 이산 가족들 이 민족
죄없는 하늘만 원망하다
지친 모친은 늙어 세상 떠나고
누구의 잘못인가
따지기도 지쳐버린 이땅
오늘 말문이 막혀서 차라리 벙어리 되었네
바보천치들 되었네
얄팍한 회담 같은 것은
말뿐인가
사치인가
되지도 않을 일
이제 이 민족
지칠대로 지친 혈육들
어찌해야 하나
전쟁보다 더 한 비극
죽음보다 더큰 슬픔
지척에 두고도 못보는 생이별
70년
세상에 이런 일
지구상 이 땅 말고는
어디에도 없구나
둘도 없구나
소월 선생의 시구처럼
부르다가 죽을
이름들!
부르다가 부르다가
눈 못감을
이름들!
이 한 나
가을 시단
· 이한나(본명: 이정섭 · 경기도 인천 출생
· LA 미주한국 기독문학 (시부문) 신인상
· 미주한국기독문학회 회원 · 뉴욕 시문학회 회원
· 창작클리닉 문학회 회원 · 창조문학 신인상
· 시집: 『나는 오늘도 청보리 빛 꿈을 꾼다』
· 퀸즈감리교회(뉴욕) 이후근목사(원로) 사모
· email – hannah7@gmail.com
Hannah Lee 47--28 188th St.
Flushing New York, 11358 U S A
뻐꾸기시계 외 1편
새집 이사 기념 뻐꾸기시계 선물
덕담하며 건네주던 해맑은 웃음
십여 년 기억 너머 웃고 있는데
아슴아슴 찰랑이는데
칠순 넘긴 기해년 정월
조용히 떠나간 님,
교회 위해 손발로 뛰던 충성
높고 높은 가파른 고갯길
피눈물 얼룩진 40여년 이민의 삶
그 세월 보이는 듯 보이는 듯,
흐느끼는 삼남매 어깨마다 오롯이
진한 그리움 토해낸다
즐겨 입던 빨간색 투피스 수의
가지런히 포개놓은 고운 두 손
눈 감은 하얀 얼굴 위로
생전 웃음 잔잔히 흐른다
- 수고했어요, 안녕히 가세요 -
마지막 작별인사 건네는 귓가에
뻐꾹, 뻐꾹 뻐꾸기시계 소리 은은하다
시들지 않는 꽃동산
저린 아픔 없는 아늑한 비단 길 너머
거기서 다시 만나자고,
손잡고 함께 거닐자는 약속처럼.........
뻐꾹, 뻐꾹, 뻐꾹, 뻐꾸기 노래 소리
- 30여년 교회생활 함께하던 [고]이 덕희 권사님을 추모하며
붕어빵을 먹으며
한인 마트 입구
붕어빵 가게
“방금 잡아 올린 싱싱한 붕어
펄쩍펄쩍 뜁니다”
갓 구운 뜨거운 붕어빵 한 봉지
건네주는 아저씨 얼굴
함박웃음 귀에 걸렸네
학생시절 오가던 길 옆
국화빵 작은 점포,
얄팍한 주머니 털어 받아든
터질 듯 달콤한 단팥
호호 불며 친구랑 많이도 행복했지
나누는 서로의 부푼 꿈
샘솟는 열정
헐렁한 겉옷 속, 사탕처럼 녹아들어
청춘의 푸른 기운 마구 내뿜었지
따끈한 빵만큼 가슴깊이 새긴
그 시절 타오르던 꿈의 이력서
친구도 청춘도 멀리 가고
긴 세월 그림자 딛고 선 지금,
꽃샘바람 요란한 차창 밖
둘이 함께 먹는 붕어빵
모양은 달라도 그때 그 맛,
물안개처럼 잔잔히 퍼지는
봄빛 그리움 삼키네
쑥 송편
슈퍼마켓 음식 코너
투명그릇 안에 색색의 송편이 가지런하다
파란 쑥 냄새 향긋하게 코에 머물고
병아리 색 녹두고물 꽉 찬
어머니의 큼직한 쑥 송편,
홀로 땀과 정성으로 익힌 손맛
이웃을 향한 어머니의 사랑 방식이었으리.
5남매가 부르는 찬송을 들으며
고요히 눈을 감으시던 마지막 모습
선명한 그리움으로 다가온다.
추석날 아침,
꽃다발 한 아름 안고
함께 누워계신 부모님을 뵈러가야지.....
큰 딸이 좋아해 자주 만들어 주신
어머니의 쑥 송편 마음껏 그리워하면서
임 형 선
· 임형선 · 충남 금산 출생(1947)
· 중앙대학교 사범대학 가정교육과 졸업
· 문예창작교육: 대전 동구문화원 수강(강사: 빈명숙)
· 한남대 평생교육원 수강(강사: 손미)
· 한밭 문학아카데미 동인
· 이메일: limh4747@hanmail.net
· 34424 대전시 대덕구 한밭대로 1297번길 339
· 전화: 010-2311-8251
가을 시단
여름밤의 전쟁 외 1편
야음을 틈타 홀연히 나타난 날 강도
모-스 부호로 교신을 하며
꽃잎 뒤에 숨었다가
거침없이 창문을 넘는다
제물 되었던 수서생활의 한
가족의 피의 이동 경로를 따라
물불을 가리지 않고 달려든다
안중에 없는 작은 미물
숨어드는 간첩작전
협상 없는 도전장을 내민다
붉은 도장 하나 찍고
영역표시를 한다
깊이 파고드는 복수의 칼날
사망선고를 예고하고 떠나기도 하는 모기
원치 않는 살생을 감행하는 응전
그 여름밤의 전쟁이다
이장(移葬)
당신께 마지막 지어준 집
봄볕 들면 밤송이 같이
뾰죽한 생각을 드러내면서도
저항을 닫은 곳
날카로운 칼날 무장한 솔잎
바람 따라 내려앉으면
힘없이 사그라지는 궁상
무너진 지붕이 마음이 아리다
열조와 조상의 집
폐쇄된 가족들만의 공간
대리석으로 지은 아파트
잡초는 길 건너 머물고
병풍처럼 둘러 있는 뒷산
따사로운 햇살 하루 종일 잡아 놓는 곳
잘 견디는 완전한 바램
욕심 지워버린 간단한 몸
또 한 번 마지막 이사를 한다
시비를 멀리 하고 화평케 한 분들의 가족
지는 모습 아름다운 분들 머문 곳이라고
묘비를 세운다
가을 시단
* 서주열․동아대학교 국어국문과 졸
․창조문학 시(2009) 등단 ․국제펜클럽한국본부 회원
․한국문인협회 재졍특별위위원 ․한국문학신문 편집위원
․부산문인협회 이사․사)강변문학낭송인협회 이사장
․한국창작연구원 원장․부산북구문인협회 회장
․저서: 시집 바시리 연가 외 6권
․수장: 월간한국시문학대상외 다수.
․주 소 : 부산광역시 북구 만덕2동 삼성@ 7동 406호
․연락처 : 010-9633-4572
․이메일 : seojoo111@hanmail.net
서 주 열
석류
애처러워서
지우지 못한 정
버릴 수 없기에
가슴에 메인 멍울들
유월이 오면
빨갛게 달아올라
푸른 이파리에
불을 붙여
여름을
훨훨 훨
태우는 석류꽃.
가을 시단
* 박수만 ․한국문인협회 회원
․부여 시 낭송회 회원
․지방 신문 다수 연재 ․참샘 산딸기 농장 운영
․충남 부여군 규암면 반산 1리 132번지 충절로
2350-7-11
박 수 만
무제
천년전 왕의 사랑을 듬뿍 받던
왕비가
사랑이라는 단어가 없었던 시절
처음 사랑이라는 말이 입밖으로 튀어나와
나에게
사랑한다 말하고
나는 통 무슨 말인지 몰랐다
가슴이 터져
죽고
아 그 원혼이
오늘
궁남지에서 만나다니
지금에야
그 사랑이라는 말을 알아 차린
나는
그 꽃속에 묻혀
죽고 말았다
김은 수렁
시궁창에
깊이 뿌릴 박고
곧은 대궁
높이 솟아
사랑을
이를줄이야
가을 시단
▪「창조문학」시(2011)등단
▪ 한여울 문학회6기 회장 역임
▪「창조문학」운영이사
▪시집:『봄이 오고 있잖아요』공저:『한여울의 맑은 꽃』
▪ 이메일: hee7975@naver.com
봉 순 희
먹구름의 소망 외 1편
하얀
물비늘을 일으키고 싶다
내 영혼의 하늘바다에
욕망으로 찌든
육신의 검은 찌꺼기를
천둥의 굉음으로
찰나의 불꽃으로
산산이 깨트리고 싶다
그래서
내 영혼의 맑은 호수에
키우고 싶은
청둥오리 한마리
바람의 운명
기억 한다
지난 봄
마음을 흔들던 그 꽃향기를
불타는 태양과
초록그늘 하나 되어
열매 맺힐 때
이 가슴도 뜨거웠다
아직도 꺼지지 않는
그 애련愛戀의 불씨이련가
북한산·속리산 가슴을 발갛게 태우고
내장산 속살까지
지금
저 열기를 꺼야만 하는 게
나의 운명인가
차가운 독백
고개 숙인
낙엽 한 잎
최 규 학
가을 시단
· 최규학「창조문학」시 등단
· 부여고등학교 교장 역임 · 한국교원대학 강의교수
· 서천신문, 21c 부여신문, 공주금강뉴스 칼럼위원
· 사비시낭송회회장 · 010-2747-4209
· cforest@hanmail.net
궁남지에 연꽃이 피기까지
백제 연못 궁남지에
연꽃이 피기까지
뜨거운 여름이
천 번도 더
왔다 가고
방장산 신선이
백번도 더
꿈을 꾸고
궁남지 이무기가
열 번도 더
승천하고
서동왕자 사랑불이
만 번 도 더
불타 올라야 했다
박 종 선
가을 시단
* 박종선 ·「창조문학」시 등단
· 초등학교 교장으로 정년퇴직
· 백제 서각 체험교실 운영 · 한국서화 협회 초대작가
· 한국서화 협회 심사위원(서각)
· 한국국사편찬 사료조사 위원
· 부여 홍산 임천 노인대학 강사 · 전화: 016-450-4747
· 주소: 323-807 충남 부여군 부여읍 신정리 379
연꽃
물속에서 식구들이
살아가는
속삭임을 듣고 깊다
비에 젖지 않고
물들지 않는
그 정결한 모습
어둠 속에 숨겨온
바른 외길
달님이 보고 있다
물속에서 건져보는
깊고 맑은
신선한 네 모습
옷깃 여미고
벙어리 되어
네 거울만 보고 있다
가을 시단
※ 유화선
· 창조문학 등단
· 건국대 화학과
· 총신대신대원
· 말씀교회 담임(현)
유 화 선
꽃길 외 1편
주님 말씀 위에 눈길 남긴 할머니
나도 매일 눈길 따라 말씀을 본다
할머니와 함께 이 아름다운 꽃길을 걷는다
그 길에서 백합보다 향기로운 주님을 만나서
장미보다 불타오르는 그분의 말씀을 따른다
지옥과 천국
지옥은
자유가 없는 곳에 자리를 펼 것이다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을 받은 존재가
자유를 누리지 못한다면 노예는 될지언정
창조주의 자녀는 되지 못할 것이다
천국은
이 땅이 주님의 뜻을 이루어가는 길목이 될 것이고
인간의 존엄성이 열매맺는 낙원이 될 것이며
사랑의 하나님이 다스리시는 나라가 될 것이다
가을 시단
구 연 민
※ 구연민
· 국립 공주사범대학 수학교육 학사
· 건국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육행정학 석사
· 한국연합신학대학 사회복지학 석사
· 사단법인 대한노인회 강남지회 부설 강남노인대학 부학장
· 『나는 돌뱅이다』 수상집 출간.
· 동문 동호회에서 시작활동 중.
· 전화:010-3368-0035
· e-mail: san415@hanmail.net
사랑의 둥지를
- 봉은사 언덕에서
효심(孝心)의 밧줄로
어설픈
사랑의 둥지를 만들고 만가(輓歌)를 불렀다.
눈꽃 송이송이 휘몰아 밀려와
저주(咀呪)의 송곳에 찔리고
사랑이 미움으로 잉태(孕胎)되었다.
돌아서면 될 것을
눈물 녹여가며 만리장성(萬里長城)을 외롭게 쌓았으니
사랑도 미움도 모두가 불타 재로 남았다
허전한 마음 달래보아도
사랑 못한 아쉬움이 천근만근(千斤萬斤)
지울 수 없는 사랑 상처
말로 다 할 수 없는
가을 시단
· 박 만 종· 공주사대 부고 졸
· 명지대학교 · 현 한글학교 문해 교사
· 부여시사랑연구회원
· 참가정실천운동본부 부여군회장
· 「백마강시인들」에 다수 발표
· (우) 33183 부여군 장암면 의자로 돌모루 2길 14
· 전화: 010-8581-2519
박 만 종
현충일 외 1편
무궁화의 꽃송이들이
사랑을 바치시고
구름으로 피며 올라 떠도는 임이시여!
산천초목도 고개 숙여
임들의 그 뜨거운 사랑을 우러르니
빛의 고향에서 편히 쉬옵소서
아카시아 꽃들이 피고지고
해밝은 장미꽃이 피고 져도
변치 않는 임의 향기여
제 64회 현충일 맞아
나비 되어 소풍 즐기며
무궁화를 더욱 빛내소서
우리의 새 꽃송이로 활짝 피우소
둘째 손자 첫돌을 맞아
할아버지가 되어
우리 둘 째 손자
우리 3ㅅ 아가 박성훈
1919년 6월 12일 오전 7시 53분
첫돌을 맞아
무슨 이름으로 축하할까
우리 3세 아가야
보드라운 연두가
푸르름으로
업그레이 되어가고
핑크빛 꽃들이
더욱 짙게 피어나듯
나의 꿈이여
무럭무럭 잘 자라거라
우리 3세 아가야
우리 강아지야
싱싱하게 솟는 대순처럼
하늘로
하늘로
높이 오르거라
우리 3세 아가야
민들레 눈송이가
바람을 이고가서
더 높이
더 멀리
사뿐히 내려앉아
웃으며 노래하며
꽃 피우거라
우리 3세 아가야
산에는
높고 깊은 산에는
키 큰 나무가 많단다
굳세게 자라거라
우리 아가야
가을 시단
박 화 현
* 박 화 현 · 청량리성결교회 장로
· 서라벌예술대학교 동양화전공
· 주월한국군 사령관실 근무
· Singer`s Control`s Co.,근무 (호주)
· 명지대학교 경기대학교 근무
· 글로벌신학대학원 이사장
· 의식개혁협의회 사무총장
· 세계문자대회 준비위원장 · 전화: 010-3251-3129
오직 외 1편
마음과 뜻과 정성을 다해 주 너희 하나님을 사랑하라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
네 부모를 공경하라
살인하지 말라
간음하지 말라
도둑질 하지 말라
네 이웃에 대하여 거짓 증거하지 말라
네 이웃의 집을 탐내지 말라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무엇을 입을까 염려하지 말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항상 기뼈하라
모든 일에 감사하라
땅 끝까지 이르러 주님의 증인이 되라 하신 주님
하라 하신 것 하겠습니다
하지 말라 하신 것 하지 않겠습니다
오직
주님 말씀에 순종하며 살겠습니다
주님 말씀 하시네
사랑하라 네 이웃을
믿어라 나를
바라라 천국을
공경하라 네 부모를
웃어라 언제나
정직하라 누구에게나
열심히 하라 모든 일을
충성하라 주이인 일에
주어라 달라는 이에게
지켜라 너의 본분을
기도하라 쉬지말고
기뻐하라 항상
감사하라 모든 일에
지고 가라 십자가를
달려가라 천국을 향해
가을 시단
※ 본명 : 김 미순 (필명: 금미)
· 저서 : 꿀벌 펜션 , 참치 하역사
· 신라문학상 대상, 독도문학상 대상,
대한민국 장애인 문학상
김 미 순
육십 아홉 개의 눈 외 1편
둥둥 떠 있는 육십 아홉 개 섬들의 숨구멍 가운데 서있다
물살 따라 서로 교환하는 소리를 주워 모으고
항로바위를 만난다
눈을 보면서 표정을 짓는다
엄마품안에 안긴 듯 무엇인가 중얼거리며
생각들이 바위틈으로 빠르게 움직인다
건기의 야자수 나무에 물이 차오른다
물줄기 벌어진 짧은 만남
등 뒤에 우뚝 솟은 숨소리에 놀라고
물빛을 흔들어 깨우는 수채화
늦기 전에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세계를 만난다
서로의 선택은 갈망으로 마주한 채
혼란에 빠진 나를 본 사람은 태연히 걸어가고
노랫가락이 목덜미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크루즈 선장 명령에 부력을 넣어가며
두툼한 구명조끼를 다시 어깨에 걸친다
지퍼가 나를 잠근다
육십 아홉 개로 펼쳐진 병풍은 턱이 빠지도록 파도를 친다
석회 물은 속력을 내고
의아한 표정으로 눈꺼풀을 깜박거린다
마지막이라 생각한
나의 수 십 개의 눈을 보면서 자꾸 흔들린다
표정 속에서 입을 다물지 못한다
어둠속을 배회하는 갈매기들 분주하다
금요일이 사라졌다
실험은 굉음과 함께 모두 폭발 되었다
빗줄기에 시야가 없어진다
고통은 없었어요 쓰레기통이 목표를 달성 할 수 있도록 완화해 줄 거야
왼쪽으로 돌면 나가는 문이 있다
옥상으로 올라간다
초인종 소리 감시카메라 모니터에 활당국 요원이 나타났다
일곱 송이 꽃들은 각자 맡은 임무에 접속한다
요원은 아이를 로봇에 가두고 실험한다
“약속대로 너의 왕국에 왔다”
하나의 생물, 너흰 내 그림자일 뿐이야
인류 역사상 가장 심각한 비판가들은 숫자를 비밀로 하지
완벽한 세상에서는 아이를 낳고 아이의 정서적 조건에 부합되지
미래를 맡겨 주세요 다 함께 생존 할 거예요
무슨 짓이야 눌러요
“내 동생 심장은 어디로 갔어요”
동생들한테 모범을 보여야지 너희를 지키기 위해서란다
여긴 절대 못 넘어, 벗어날 수 있는 길은 두 가지 있어
담을 뛰어 넘을 수 있어, 뛰다 담 벽에 걸릴 수 있어
요원은 처리센터로 보내버리라고 명령 했다
이런 거금은 불법으로 승진하는데 도움이 되지
돈은 아무리 먹어도 냄새가 난다
냉동 수면기에 넣어서 자정이 지나면 죽여 버려
구리 빛 약물을 토한다
실체를 알아 낼 거야 빨리 나가야 해
우리가 존재 했다는 유일한 증거를 지워야 해
아이들 생존을 위해서는 이젠 끝낼 때다
전송 완료
가을 시조단
이 병 용
★ 이병용
· 문학박사, 시인, 문학평론가, 민속연구자
· 월간문학, 시조문학, 시조시학, 창조문학 등에서 등단.
『守靜詩抄』외 9권 시집 출간
· 서울 송파구 삼전로 13길 5-4, 비동 302호
(잠실동, 태종아트빌)
· 연락처: 010-7540-4120
달팽이시장
하루의 좌판에 푸성귀가 시득시득
장보는 발걸음 한나절 맴맴 도니
할머니
주름위에로
민
달
팽
이
걸어간다
솔솔한 흥정으로 동전이 짤랑거리고
술판에 길어진 입담 시간을 좀먹는다
주머니
지폐 깝살려
집
달
팽
이
달아난다
가을 시조단
※ 정 광 옥
· 창조문학 시조(2016) 등단
· 목향한글서예연구소 소장
· (사)충효예실천운동본부 춘천지회장
· 한국예술문화원 캘리그라피 춘천센터소장
· (사)강원여성서예협회 이사장
· 춘천시민상 /신사임당상 수상
· 강원 춘천시 지석로 63. 208호
(석사동 현진에버빌상가), 24414
· 전화: 033-253-2992 / 핸드폰: 010-2339-4179
정 광 옥
보릿고개 외 1편
연두 빛 산골짜기
오월의 그믐날
남풍이 불어오는
바람소리에 보리밭은
종달새 한 마리
알을 품으며 익어간다.
한나절 재잘거린
참새 떼 잠이 들었나
나뭇잎으로 감싼
하지 감자 캘 무렵이면
오월의 보릿고개는
어머니가 스쳐간다.
효자동 매화
매화를 등에 지고 효자동을 걸었다
찬 서리 눈보라에 일지춘 一枝春 군자향君子香 이라
봄 전령 설중매화는 달 밝은 옥 같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