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부부상담 프로그램을 시청합니다. 어느 부부의 이야기였습니다.
아내는 화가 나거나 마음이 힘들 때마다 남편에게 “이혼하자”는 말을 자주 했습니다. 정말 이혼하고 싶어서 하는 말은 아닌 것 같았습니다. 남편은 그 말을 들을 때마다 힘들어하면서도 아내를 달래고 설득하며 관계를 지켜가고 있었습니다.
상담자가 남편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남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는 아내를 사랑합니다. 그런데 아내가 자꾸 이혼하자고 합니다. 만약 정말 이혼하게 되면 저 사람은 갈 데가 없습니다.”
상담자는 남편을 보며 “이만한 남편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남편의 말에는 아내를 사랑하는 마음뿐 아니라, 아내를 책임지고 보호하려는 마음도 담겨 있었습니다.
그다음 상담자는 아내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상담자는 아내가 정말 이혼하고 싶어서 그런 말을 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그리고 아내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남편이 당신을 떠날까 봐 두려운 것 같습니다. 버림받을까 봐 두려워서, 남편이 먼저 떠나기 전에 당신이 먼저 이혼하자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그 말을 들은 아내는 갑자기 눈물을 터뜨렸습니다.
아내가 “이혼하자”고 말한 것은 정말 남편과 헤어지고 싶어서라기보다, 마음 깊은 곳에서는 이렇게 말하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당신이 나를 떠날까 봐 무서워요.”
“그래도 나를 사랑하는지 확인해 주세요.”
“나를 버리지 말아 주세요.”
그러나 아내는 자신의 두려움이 어디에서, 왜 오는지 제대로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당신이 떠날까 봐 두려워요”라고 말하는 대신 오히려 남편을 밀어내는 말을 했습니다.
겉으로 나온 말은 “당신과 헤어지고 싶다”였지만, 그 말 아래 숨어 있던 진짜 마음은 “제발 나를 떠나지 말아 주세요”였던 것입니다.
상담자가 겉으로 드러난 말이 아니라 그 아래 숨어 있던 두려움을 알아주자 아내는 눈물을 흘렸습니다. 자신도 분명하게 알지 못했던 마음을 누군가가 알아주었기 때문입니다.
우리 마음에 떠오르는 생각도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많은 생각과 감정은 우리 안에 쌓여 있는 무의식에서 올라옵니다.
우리는 흔히 마음에 떠오른 생각을 현재의 사실이라고 믿습니다. 그러나 떠오른 생각이 언제나 현재의 진실인 것은 아닙니다. 과거의 상처와 두려움이 지금의 상황을 통해 다시 올라오는 것일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어떤 생각이 떠올랐을 때, 그 생각이 어디에서 온 것인지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생각은 지금 일어난 일만으로 생긴 것이 아니구나.”
“내 무의식 안에 있던 오래된 두려움이 올라온 것이구나.”
“버림받을까 두려워하는 내 안의 상처가 반응하고 있구나.”
이렇게 알아차리는 순간, 생각과 나 사이에 작은 거리가 생깁니다. 이전에는 떠오른 생각을 곧바로 사실이라고 믿고 끌려갔다면, 이제는 한 걸음 떨어져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
이렇게 알아차리면 생각에 끌려가지 않고 감정도 서서히 평정을 찾습니다.
평정은 생각과 감정이 없어지는 상태가 아닙니다. 생각과 감정이 올라와도 그것에 휩쓸리지 않고 바라볼 수 있는 상태입니다.
침묵기도는 이처럼 내 안에서 일어나는 무의식의 움직임을 알아차리는 길입니다.
침묵 속에서 우리는 생각과 감정, 상처와 두려움이 나의 전부가 아님을 깨닫습니다. 그리고 내가 만든 Homemade Self의 반응에서 벗어나 하나님 안에 있는 참자아를 찾아갑니다.
침묵기도는 프로그램화 된 무의식의 반응에 끌려가는 삶에서 깨어나, 사랑과 자유 안에서 새롭게 살아가는 길입니다.
첫댓글 와아!
나에게 많은 생각과 감동을 주는 글입니다!
고맙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