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식사와 주말 먹거리를 사기 위해 마트로 향합니다.
“뭐 먹지?” 고민하며 가장 먼저 발길이 닿은 곳은 전세움 씨가 좋아하는 요거트 코너입니다.
“아~ 저 이거 좋아해요.”
이 요거트 좋아하니까 담고 저 요거트도 좋아하니 담으려다가, 유제품이라 유통기한이 짧다는 것을 확인하고 한 종류만 한 묶음 고릅니다. 다 먹고 나서 그때 또 사면 됩니다. “그다음에는 무얼 사지?” 집에 있는 시리얼과 함께 먹을 우유도 챙깁니다.
주말 먹거리도 고릅니다. 전세움 씨가 “집에 뭐가 있죠? 냉동만두 있고.”, “냉동만두랑 어울리는 음식이 뭐가 있지?” 고민하며 냉동 코너를 둘러봅니다. 먹고 싶은 치킨너겟 대신 치킨만 보입니다. 전세움 씨가 “아니면.... 이건 어때요?” 하며 떡갈비를 꺼내어 보입니다. “마침 제 눈앞에 이게 보였습니다.”
다음은 냉장고 산 날에 가장 첫 번째로 말했던 과일!을 사야지요. 과일 코너로 향하던 중에 전세움 씨의 발걸음이 수프 가루 앞에서 멈춥니다. 자신 있게 해 먹을 수 있는 요리였는지, 한 가지를 골라 담습니다. 이어 도착한 과일 코너에서 포도를 찾았지만 보이지 않자, “그러면은!”하고 복숭아를 대신 장바구니에 담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요거트, 떡갈비, 우유, 과일, 수프 가루를 펼쳐놓고 어디에 어떻게 보관할지 구분합니다. 포장지 앞뒷면을 꼼꼼히 살피며 ‘냉장보관’인지, ‘냉동보관’인지, 냉장고 밖에 보관해야 하는지 확인하는 모습이 사뭇 진지합니다.
전세움 씨가 냉장고 칸의 용도를 묻습니다.
“이건 뭐예요?”
“이 칸은 과일이랑 채소! 넣는 칸입니다.”
“아~”
“이 칸은 뭘까요?”
“??”
“우유나 음료를 넣으면 돼요.”
마침 사 온 복숭아와 우유가 있으니, 제자리에 알맞게 쏙쏙 넣어둡니다.
장 보러 출발할 때 전세움 씨가 앞으로 구매는 어떻게 할지 물었습니다. 식사 거리는 전세움 씨가 입금한, 전세움 씨 돈인 공동식비로 구매하고, 아이스크림이나 음료수 같은 간식은 개인카드로 사기로 했습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전세움 씨가 다시 집을 나섰습니다. 마트에 가서 아이스크림과 음료수 사 들고 돌아옵니다.
“세움 씨 군것질 안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군요. 과자는 싫어하고.”
“네, 싫어해요.”
“아이스크림은 좋아하는구나.”
“네, 엄청 좋아해요.”, “(좋아하는 것) 또 있어요. 환타랑 이거(토레타제로)요.”
“세움 씨 취향이 이렇게 드러나네요.”
“ㅎㅎ네.”
언젠가, 김** 씨 냉장고에 두었던 전세움 씨의 스파게티 소스는 한 번 먹은 뒤 손대지 않았고, 냉장 보관을 해야 할 요거트도 자기 방에 두곤 했습니다. 김** 씨가 사서 냉동실에 넣어둔 전세움 씨 몫의 아이스크림도 가장 마지막에야 사라지곤 했습니다. 아무리 허용했다고 한들, 타인의 공간을 빌려 씀이 조심스러웠던 걸까요. 내 돈으로 사두어도 온전한 내 것이 아니라고 여겨졌던 걸까요. 내가 직접 결제한 것이 아니라면 더더욱이요.
그래서 냉장고 속 재료를 관리할 필요나 의미를 찾지 못했던 걸까요.
하지만 오늘은 다릅니다. 미루어둔 자신의 취향을 내 냉장고에 차곡차곡, 부지런히 채워 넣습니다. “완료!”를 외치고 “와 부자다~ㅎㅎ” 하며 기분 좋게 방으로 들어갑니다.
‘무엇을, 얼마나 채워 넣겠어?’ 반신반의하는 말이 있었는데요. 그 시선이 무색하게도 전세움 씨의 냉동실은 벌써 먹거리로 가득 차 있습니다.
이번 주말과 다가올 아침 식사는 더욱 풍요롭고, 잘 챙겨 먹겠지요. 오직 나를 위해서, 내가 먹으려고, 내 취향껏 골라 담은 음식이 ‘내 냉장고’에 들어있으니까요. 언제든 편히 두고, 또 꺼내어 먹을 수 있는 나만의 공간입니다.
이미 자기 식사를 해 나가고 있던 전세움 씨. 그런 전세움 씨에게도 ‘전세움 냉장고’라는, 오롯이 독립된 공간이 필요했습니다. 내심 바라고 있었던 겁니다. 모두가 공용 냉장고를 쓰면 몰랐을까. 나 혼자 내 냉장고가 없었으니까요.
‘필요하지.’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한 그 사실. 오늘 목격하고서야 생생하게 와닿습니다.
2026년 6월 19일 금요일, 이다정
시설에 살아도 (한 집에 살아도) 각각 독립된 존재로 저마다 자기 삶이 있게 도와야 하는 이유가 분명하네요. - 21더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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