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는 한 번은 써먹을 수 있는 정신과 지식에 대해서 알아보는 시간입니다.
아는 것만으로 잘난체를 할 수도 있고, 직접 써먹을 구석도 많은 지식!
오늘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집중력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입니다.
학생이시라면 공부를 잘 하기 위해 어떻게 집중력을 유지할지, 더 나이가 있으셔서 자식을 낳은 분이라면 자녀 교육에 어떻게 적용할지 생각하시면서 읽으시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집중력이라는 말은 정신력과 비슷하게 뭔가 만능처럼 쓰이는 정신능력 입니다.
학생들이 뭐 잠깐만 다른 것을 하면 집중력이 부족하네... 어쩌네... 하면서 상당히 힘들게 만들지요.
사실 하루 종일 공부하는 것은 집중력보다는 인내력에 가까운 능력 아닙니까? ㅋㅋ
여하튼 정신건강의학과에서 바라보는 집중력과 이런 미신들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보겠습니다.
먼저 집중력이란 무엇인지 정확히 정의를 하고 들어가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위의 학생들의 예처럼 전혀 집중력과 상관 없는데 그걸 집중력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아서요.
일단 정신건강의학과에서는 집중력을 '주의력'이라고 합니다. 주의를 기울인다 할 때의 그 주의입니다.
그래서 ADHD도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라고 하지요.
주의력이 뇌의 구조 자체 때문에 저하된 질환이지요. (충동 조절 능력도 떨어집니다.)
그러면 이 주의를 어떻게 구별하느냐?
지속적 주의/선택적 주의/분할 주의 이렇게 3개로 나눕니다.
지속적 주의 능력이란 것은, 뭔가를 하는 상황에서 시간이 지나도 계속 그 일을 할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띠- 소리가 들리면 버튼을 누르라고 했을 때, 얼마나 오랫동안 띠- 소리에 반응해서 버튼을 누르는 작업을 반복해서 할 수 있느냐로 이 지속적 주의 능력을 평가합니다.
선택적 주의 능력은 여러가지 자극이 동시에 주어질 때 필요한 자극에만 주의를 유지할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검사자가 '가, 1, 나, 마, 3, 1, 바, 가, 1, 3, 4, 마, 바, 사, 자, 차, 3, 5, 6' 이렇게 순서대로 읽어줬을 때 보조도구(손가락 등)을 이용하지 않고 숫자를 몇 개 말했는지 기억하는 능력으로 이 선택적 주의 능력을 평가할 수 있습니다.
분할 주의는 같은 시간 동안 2가지 과제를 동시에 진행하는 능력입니다.
이건 게임도 많이 있죠? 키보드 좌우 버튼으로 균형을 잡으면서 wasd로는 왔다갔다 하는 것이라던가...
어? 이건 멀티 태스킹이지 주의력이 아니지 않나요?
라고 하실 수 있는데, 인간은 원래 멀티 태스킹이라는 것을 못 합니다.
인간은 한 번에 한가지 생각밖에 할 수 없어요.
이미지로도, 언어로도 한 번에 한가지 밖에 떠올릴 수 없죠.
이 생각을 매우 빠르게 바꿔가면서, 즉 하나에서 다른 하나로 매우 빠르게 집중을 옮겨가는 능력이 바로 멀티 태스킹인 것이죠.
이렇게 3가지가 가장 유명한 주의력입니다.
정리하자면 내가 주의를 기울이고 싶은 것에만, 필요한 만큼 주의를 유지하고, 거기에 더해서 내가 필요하면 빠르게 주의를 기울이는 대상을 빠르게 옮겨다닐 수 있는 능력이 주의력이라는 것입니다.
이제 다시 주의력을 집중력으로 바꿔서...
그럼 집중력은 타고나는 것이냐?
라고 하면 맞다. 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왜냐면 안 타고 태어나는 것은 없거든요.
본인의 어떤 상태에 대해서 '이건 타고 태어나나요?'는 현재까지는 의미가 없습니다.
유전자를 갈아끼우는 기술이 아직 없으니까요.
저 기술이 나오기 전까지는, 우리가 해야 할 것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잖아요?
게다가 집중력은 정말 가지고 태어난 것에 비해서 우리가 어떻게 나를 관리하고 다뤄주느냐가 훨씬 더 중요한 능력입니다.
그래서 나는 집중력이 약해 - 가 정말 ADHD나 지적저하처럼 태어날 때 부터 장애 수준의 저하를 앓고 있는 분이 아니라면, 관리하는 것만으로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는 것이죠.
특히 공부에는 더욱 그렇습니다. 예를 들면 ADHD가 있어도 서울대를 갈 수 있습니다.
집중력이 없으면 공부를 못 한다는 말은 일단은 틀린 것이죠.
왜냐면 공부에는 정말 다양한 자원이 들어가는데, 집중력은 그 중에 하나일 뿐이니까요.
그래서 너 집중력이 없으면 공부 못 한다!는 틀린 말입니다.
자자 잠깐 다른 곳으로 왔는데. 그럼 집중력을 향상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 특히 공부를 하는 상황이라면?
사실 좀 이상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집중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아니라 방해하는 요소를 제거하는 것이 먼저 사용해야 할 방법입니다.
집중력은 흥미에 의해서도 변화하는데, ADHD아이들도 컴퓨터 게임은 엄청 오래 집중해서 할 수 있거든요.
거의 유일하게 집중력을 높여주는 요소는 이 흥미인데, 흥미는 이게 조절이 안되잖아요?
이미 싫은 공부를 하고 싶게 만드는 것은 상당히 어렵습니다.
그런데 방해요소는 좀 명백해서 그나마 방향이라도 보이거든요.
첫번째 방해요소 - 저질 체력, 저질 신체
만화 미생의 장면입니다. 이건 인내력에 가까운 설명인데 집중력에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인체는 지속적으로 우리 뇌에 다양한 신호를 보냅니다.
운동을 안 하고 약해져 있는 신체는 이 신호가 강렬해요.
운동을 안 하면 근육이 약해지고, 쉽게 부상을 입기도 하고 뭉치기도 합니다.
통증이 있는 상태에서 집중이 될리가 없겠죠?
통증을 제외하고도 운동으로 육체가 튼튼해질수록 내장기관이 보내는 신호도 강도가 약해집니다.
이게 허용범위가 넓어지는데다가 강도도 약해져서 훨씬 오래 집중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두번째 방해요소 - 가정사와 기분
학생이라는 가정하에, 학생의 감정은 가정의 분위기에 좌우됩니다.
그래서 그렇게 재능은 없는데 그럭저럭 공부 잘하는 아이를 생각해보면, 자연스럽게 가정사 평탄한 자애로운 아버지와 현모양처 어머니가 떠오르죠.
사실 가정 분위기만 적절하게 유지되어도 아이가 중간 이상으로는 공부를 하게 됩니다.
기분은 집중력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거든요.
우울증과 조증의 진단 기준에 집중력의 저하와 주의산만이 들어갈 정도입니다.
부모님이 싸우는 것만으로 아이가 학교에서 공부할 1주일이 날아가는 수준...?
정신질환이 없는 상태에서 기분이 변화하는 것은 오직 하나, Stress 상황일 때입니다.
그럼 그 스트레스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떠올려야하기 때문에 어떤 하나에 집중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인간은 생존이 최우선이니까, 스트레스 해결로 먼저 생각이 흘러가죠.
그런데 가정사의 경우, 학생은 해결 방법이 거의 없습니다.
해결 방법 없는 고민을 계속하고 있게 되고, 공부에 집중할 수 없겠죠.
그래서 스트레스를 적절히 해소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게임이 공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요소는, 적당한 시간 게임으로 스트레스를 완화시켜주는 것으로 기분 조절에 도움을 줘 집중력을 높여 공부 효율을 높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여하튼 그래서 가정사를 원만하게 해야 한다. 수신제가 치국평천하.
마지막 방해요소는 생활습관입니다.
습관은 정신과에서 지속적으로 이야기를 합니다.
이게 하루 이틀이 쌓이면 문제를 일으키는데, 문제는 습관이라서 변화가 어렵습니다.
특히 수면과 관련된 습관, 아침에 일어나서 하는 행동 등이 강력한 습관으로 작용합니다.
생활습관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룰 수 있으니 넘어가고, 수면이 제일 중요합니다.
졸린 상태에서는 절대 집중할 수 없지요.
그래서 잠을 어떻게 자는 습관을 들이냐는 공부 효율은 물론, 업무 효율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게다가 잠은 습관화도 잘 되요.
이런 방해요소를 적절히 통제하고 개선하면 집중력은 자연히 따라옵니다.
오늘 알아 놓으면 좋을 지식을 정리해보면,
1. 집중력은 지속/선택/전환 능력으로 구분된다.
2. 인간은 동시에 하나에만 집중할 수 있다. 멀티 태스킹은 매우 빠른 집중의 전환이다.
3. 집중력은 타고나는 영역보다, 관리의 영역이 더 크게 작용한다.
4. 질병이 있는 것이 아닌 이상, 방해요소를 제거하면 집중력은 자연히 높일 수 있다.
5. 흥미는 집중력의 최고 재료이나, 조절이 쉽지 않다.
오늘도 집중해서! 화이팅!
첫댓글 잘읽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감사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수신제가 치국평천하... 요즘 들어서 더욱 공감가는 것 같습니다. 가정사 문제는... 어휴ㅠㅠ
사실 치국평천하는 수신제가에 비해서 겁나 쉬운 것이라는 말이죠 ㅋㅋㅋ
어째 해당 안 되는 게 하나도 없네..
저런 ㅠ 그래도 화이팅입니다!
여태 올려주신 글들을 다 읽어왔는데 역시 사람의 인생에 있어 가정이라는 가장 소규모 단위의 사회의 안정감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만 늘 깨닫네요
정말 중요하죠 ㅎ 사실 그것만 있어도 삶의 목표가 될 만큼... 그렇지만 극복할 수 도 있습니다!
카페 가면 자연스레 공부좀 하고 책 읽게 되는 이유가 있네요. 집에선 유튜브 안보면 다행이지 ㅜㅜ
집안이 복잡했던 과거가 있는 분들이 카공족이 된다는 연구가 있는지 찾아봐야겠네요 ㅎㅎ
잘 읽고갑니다. 집중력에 대해서 계속 고민하는중인데, 써주신 것들 기반으로도 고민을 좀 해봐야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한 세달전에 인터넷에서 ADHD글 보다가 정신과 다녀와서 검사받았는데.. ADHD 판정을 받고 최근엔 약을 먹고있습니다. 메디키넷이요
먹고나니 차분해지고 정신이 집중되는걸 처음 느꼈을 때 ADHD 커뮤니티에서 봤던 글이 떠오르더라구요 눈이 흐려 하나도 안보이는데 안경을 쓴 느낌..
특히 검사하면서 성인ADHD환자는 본인이 긴가민가하면서 검사를 시작하는데.. 검사도중에 아..난 ADHD가 맞나보다라고 인정하게 되는 계기더라구요
초반엔 집중력이 있어 문제없이 해결하다가 삐 소리나면 누르는거에서 계속 아닌데도 누르고 그러다가.. 여러가지 패턴을 기억하는데선 아예 손도 못되겠더라구요.
제가 어릴땐 ADHD라는 개념이 크게 자리잡히지 않고 정신과를 쉬쉬하던 경향이 강해 이런데를 갈 생각조차 못했지만.. 어릴 때부터 다녔더라면 증상을 많이 고칠 수 있다는 의사선생님 말씀에
정말 안타까웠습니다. 그래도 집중력이 필요할 땐 약의 힘을 빌려서 지내면 되니까요. 혹여나 ADHD가 의심된다면 꼭 병원 가보시길..
진짜 ADHD인 분들은 약 한번에 이제까지 인생을 손해 봤다고 느낄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변화한다고 하더라구요. 저는 어쩌다 한 번 먹어봤는데 효과가 없어서 나는 아니구나... 했었죠.
@아빠나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