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크리스마스, 늑대아저씨!
미야니시 타츠야 글
내일은 크리스마스. 아기 돼지 열두 마리가 트리와 화환을 예쁘게 꾸미면서 노래 불렀어요.
“신나는 신나는 크리스마스
우리 마음은 두근두근
상냥한 마음이 가득가득
신기한 일이 생길 거예요.
우리 우리 크리스마스.”
그때 배고픈 늑대가 아기 돼지를 몰래 훔쳐보았어요.
“신나는 크리스마스 좋아하네! 당장 저것들을 잡아먹을 테다. 고것 참 맛있겠군. 히히히.”
늑대는 아기 돼지들을 쫓아가면서 화환과 크리스마스트리를 마구 망가뜨렸어요.
“이까짓 게 다 뭐야!”
와지끈 뚝딱! 우두둑 우두둑! 그러고는 눈 깜짝할 사이에 아기 돼지 열두 마리를 붙잡았죠.
“히히히. 정말 신나는 크리스마스가 되겠군. 오늘 밤엔 배불리 먹어야지.”
그렇게 말하며 성큼성큼 걸어갈 때였어요. 늑대는 자기가 부러뜨린 트리에 발이 걸려 꽈당 넘어지고 말았어요. 아기 돼지들은 부드러운 풀 위에 떨어진 덕분에 다치지 않았어요.
잠시 뒤 정신을 차려 보니 늑대는 침대 위에 있었어요. 온몸이 너무 아파서 손도 발도 까딱할 수 없었죠.
“아, 깨어났다!”
아기 돼지 한 마리가 말했어요. 그러자 늑대가
“너희를 잡아먹겠다아아아!”
하고 소리쳤어요. 하지만 입에 붕대가 친친 감겨 아기 돼지들에게는
“우우우 우웃우우우우우!”
하는 소리로 들릴 뿐이었어요.
“우리한테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가 봐.”
“이제 괜찮아요. 늑대 아저씨. 약 발랐으니까 금세 나을 거예요.”
“그, 그게 아냐! 아픈 데가 나으면 너희를 잡아먹을 거라고!”
늑대는 바락바락 소리쳤어요. 하지만 아기 돼지들에게는
“우우우! 우우우웃 우우우……우우우웃!”
하는 소리로 들릴 뿐이었죠.
“이번에는 고맙다고 인사하는 건가?”
“내 말은 그게 아냐! 너희를 잡아먹을 거라니까!”
하지만 아기 돼지들에게는
“우, 우우우우우웃! 우우우…….”
하는 소리로 들렸어요. 늑대는 분해서 눈물이 찔끔 나왔어요.
“앗, 늑대 아저씨가 울어.”
“무지무지 아픈가 봐 ……. 늑대 아저씨, 조금만 참으세요. 내일이면 말끔히 나을 거예요.”
아기 돼지는 늑대 눈물을 닦았어요. 늑대는 한숨을 내쉬고 스르르 눈을 감았답니다.
그날 밤이었어요.
“메리 크리스마스, 늑대 아저씨. 이거 선물이에요. 빨리 나으세요.”
아기 돼지들은 침대 위에 빨간 장갑을 살며시 내려놓았어요.
다음 날, 크리스마스 아침이에요. 아기 돼지들이 일어나 보니 늑대가 보이지 않았어요. 밖에 나가니 말끔하게 고친 화환이 문에 걸렸어요. 마당에는 크리스마스트리 열두 그루가 세워졌고요.
“우와!”
아기 돼지들의 노랫소리가 숲 속에 울려 퍼졌어요.
“즐거운 즐거운 크리스마스.
우리 마음은 두근두근
상냥한 마음이 가득가득
신기한 일이 생길 거예요.
우리 우리 크리스마스
신나는 크리스마스.”
늑대는 절뚝절뚝 다리를 절면서 느릿느릿 걸어갔어요. 그리고 입에 감긴 붕대를 풀고 나직이 말했습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첫댓글 늑대 멋쟁이! 가벼운 듯하면서도 아주 기분 좋아지는 동화네요. 여러분도 메리 크리스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