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가의 사상은 조선 후기 실사구시(實事求是)와 이용후생(利用厚生)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는 명분과 정통성에만 매달리며 백성의 삶을 외면하던 조선 사회의 허례허식을 강력히 비판했는데, 특히 청나라의 선진 기술과 문물을 적극 받아들여 상공업을 진흥하고 적극적인 해외 무역을 통해 국가의 부를 늘려야 한다고 보았다. 또한 적절한 소비가 있어야 생산을 자극하여 경제가 살아난다고 주장했고, 아무런 생산 활동 없이 도덕적 명분만 내세우는 양반 사대부층의 무능함을 날카롭게 지적했다.
오늘 이런 박제가의 사상을 공부하며 문학 시간에 단골로 등장해 1년에 1번은 수업을 하곤 했던 연암 박지원의 소설 『허생전』과 『양반전』이 떠올랐다. 박제가가 강하게 비판했던 사대부층의 가식적인 모습은 『양반전』에서 글만 읽으며 경제적으로 무능한데도 신분적 특권만 누리려는 양반의 모습에 겹쳐졌다. 또한 박제가의 사상 및 주장 하나하나에서 『허생전』에서 허생이 매점매석을 하며 조선의 허약한 경제 구조를 폭로하고, 말로만 북벌을 외치는 위선적 조정 관료들을 꾸짖는 장면이 생각났다. 박제가의 사상을 배우고나니 두 소설이 좀더 깊이 이해되었고, 또 반대로 소설을 떠올려보니 박제가가 품었던 상공업 진흥, 양반 사회 비판이라는 실학적 이상이 문학이라는 거울을 통해 더 선명해진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