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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칭찬 좀 해주세요!” |
청소년의 소리 ⑬ 신부님, 칭찬 좀 해주세요! 신부님은 다 좋으신데, 미사 강론을 하실 때 복음이나 독서 말씀의 내용이 무엇인지 물으시잖아요. 그때 저희가 대답을 못하면 너무 심하게 혼내세요. 그리고 저희한테 한꺼번에 물으셔서 저희가 대답을 못하고 있으면 ‘머리가 나쁘다’고 하시는데, 그것은 솔직히 우리 머리가 진짜 나쁜 게 아니고, 그 어려운 성경 말씀을 빨리 이해를 못하고 혹은 순식간에 말씀이 지나가 버리니까 생각이 안 나는 거예요. 근데 신부님께서는 성경 말씀을 미사 전에 미리 보시고 다 알고 계시면서, 저희가 질문에 대답을 못한다고 ‘머리가 나쁘다’ 하시는 거잖아요. 저희는 그말을 들으면 기분이 좀 나빠져요. 물론 신부님께서 진심으로 그러시는 게 아니라는 건 알지만 그래도 기분이 나빠지는 건 어쩔 수가 없는 거 같아요. 그러니까 혼내지 마시고 오히려 저희가 저절로 성경 말씀에 재미를 가질 수 있도록 문제를 못 맞혀도 심하게 혼내시거나 머리가 나쁘다 하시지 마시고, 칭찬을 해주시면 더 좋을 것 같아요. 신부님, 앞으로 강론하실 때 칭찬 좀 해주세요! 초등부주일학교 5학년 학생 함께하는 소리 “세상을 변화시키는 말 세 마디가 있다고 합니다. “죄송합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죄송합니다.” 저희가 그렇게 인색했군요! 도대체 얼마나 칭찬을 안 해 줬으면…. “잘했어”, “훌륭해”, “멋있다”, “예쁘다”, “귀여운 짜식~”, “힘내”…. 그러고 보니, 이런 단어가 어색한 걸 보면 저 역시도 인색했습니다. “잘 좀 하자”, “이것밖에 못 해”, “조용히 좀 해”, “혼날래?”…. 공부에, 시험에, 학교에, 학원에, 짜증나는 사회현실에, 여러분에게 힘과 용기, 응원은 못 해줄망정 더욱더 지치게 하고 힘들게 해 죄송합니다. “고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당에 나와줘서, 미사가 진행될 수 있게 도와줘서, 신부님들과 선생님들 말씀에 귀 기울여줘서, 따뜻한 말 한마디 칭찬 한마디가 인색한 이곳을 떠나지 않아 줘서, 적절한 놀이공간도 휴식공간도 없고, 딱딱한 분위기, 여러 가지 규제된 부자유 속에서도 이곳을 찾아줘서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여러분을~! 비록 제대로 된 칭찬 한마디 못해줬지만, 이제 노력하겠습니다. 예수님께서 여러분을 사랑하는 만큼은 못되겠지만, 더욱더 많은 관심과 말 한마디, 눈빛과 몸짓으로 사랑하겠습니다. 이제 우리 메마르고 인색했던 이곳을,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세 가지 말과 칭찬으로 변화시켜 봅시다. 그 변화의 출발점으로 ‘리액션(Reaction)’을 제안해 봅니다. 우리가 재미있게 즐겨 보는 ‘예능프로그램’의 특징은 바로 출연자들끼리 주고받는 ‘리액션’, 출연자와 시청자가 주고받는 ‘리액션’ 때문에 회를 거듭할수록 재미있어진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성당에서 또는 미사시간에 어떤 ‘리액션’을 취합니까? 반응 없는 얼굴들, 입도 뻥긋 안 하는 친구들, 고개 숙이고, 핸드폰으로 문자하고 게임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런 리액션들은 서로를 힘들게 합니다. 우리, 조금은 가식이 섞였더라도 ‘신부님, 오늘 강론 좋았어요’, ‘님 좀 짱인 듯’같은 칭찬 좀 합시다. 그러면 신부님들도 변화될 것입니다. 사랑은 주고받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칭찬도 주고받는 것입니다. 분명 그 주고받는 말 속에 서로의 마음이 건네지고, 신뢰가 싹트며, 사랑이 싹틀 것입니다. 서로의 칭찬으로 신명나는 성당을 만들어 봅시다. 염지원(베드로) 신부 | 공도성당 주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