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도시는 오스트리아 그라츠로, 영화 ‘터미네이터’의 주인공 아놀드 슈워제네거의 고향이며, 영화 ‘티벳에서의 7년’의 주인공이 사는 곳이자, 티벳으로 출발한 기차역이 있는 곳이다. 또 이문열의 소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의 배경이 된 도시이기도 하다. 전체 인구의 20%가 대학생, 25%가 실버세대이며, 독일과 미국의 자동차 관련 핵심 장비가 생산되는 산업도시인 독특한 도시, 디자인으로 사회문화를 통합하고 있는 그라츠를 거닐어 보자.
- 14세기 그라츠 중심부의 가장 높은 요새인 슐로스베르크에는 합스부르크가의 왕족들이 거주했고, 1797년 나폴레옹의 침략시 끝까지 저항하며 막아냈지만, 정작 빈에서 황제가 항복하면서 점령당하게 되었다. 이때 프랑스군이 슐로스베르크에 있던 요새를 폭파시켜 버려 지금은 시계탑과 종탑만이 남아 있다. 슐로스베르크에서 내려다 본 그라츠는 붉은색 지붕으로 뒤덮인 역사도시 그 자체이다.
‘디자인 서울’ 정책의 일환으로 ‘한강 르네상스’라는 사업이 한동안 관심을 끌었었고, 그 중에서 수상 구조물을 통해 새로운 기능과 공간을 형성한 세빛섬은 정치적 논란을 떠나 독특한 실험이었다. 세빛섬의 근원적 아이디어는 바로 오스트리아의 작은 도시 그라츠에 떠 있는 인공섬 ‘무어인젤(Murinsel)로부터 비롯된 것이었다.
그라츠는 특히 작으면서도 강한 문화적 중소도시의 대표적 사례로 자주 언급된다. 그라츠를 방문하는 여행자들이 처음 만나게 되는 그라츠 중앙역사의 그래픽은 초현실주의 벽화를 연상시키고 이 도시가 가진 창의와 혁신의 개념을 잘 보여준다. 정육면체에 가까워 보이는 내부 벽면과 천장에 그려진 붉은 빛의 물결 같은 역동적 이미지는 흐르는 듯한 공간의 느낌과 착시를 불러일으키며 도시가 전해 줄 환상적 체험감을 고조시킨다.
- 2012년 완공된 그라츠 중앙역 교통허브는 철도 선로에 자연광을 제공하고, 이 위를 덮은 광장은 ‘황금 눈(Golden Eye)’이라 불리는 타원형 고리형태의 인상적인 버스정류장을 중심으로 디자인되었다. 내부공간의 벽화는 2003년 설치된 것으로,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 출신의 유명 멀티미디어 예술가인 페터 코글러(Peter Kogler)의 작품이다.
그라츠는 인구가 약 25만 명밖에 되지 않는 작은 도시이지만 수도 빈(Wien)에 이어 오스트리아 제2의 도시로, 빈에서 남서쪽으로 약 150㎞ 정도 떨어진 무어(Mur) 강변에 위치해 있으며, 헝가리와 슬로베니아를 잇는 교통의 요지에 자리 잡은 대학도시요, 교육과 문화의 중심지이다.
1586년 설립된 카를 프란첸스 우니베르지테트 그라츠 대학교와 1811년 설립된 그라츠 기술대학 등을 비롯한 6개의 대학이 있고 4만 여명의 학생들이 학습하고 있는 이 오래된 도시는 중부 유럽지역에서 가장 잘 보존된 구시가지와 녹음이 우거진 숲을 갖고 있어, 역사지구가 1999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되었다.
- 슐로스베르크의 바위 산 속에는 2차 세계대전 기간에 연합군의 공습을 피하기 위해 만든 6.3㎞의 터널이 있다. 약 4만 명이 동시 대피할 수 있는 이 터널은 현재 그라처 슐로스베르크 그로텐반(Grazer Schlossberg Grottenbahn)이라는 꼬마열차를 타고 피노키오 같은 동화 주인공들의 인형과 노래들을 보고 들을 수 있는 코스로 활용되고 있다. 슐로스베르크의 정상부에는 그라츠를 상징하는 28m 높이의 시계탑이 있는데, 1712년부터 매시 정각을 정확히 알려주고 있다. 1894년 운행을 시작해 2004년 새로운 차량으로 교체한 그라처 슐로스베르크반(Grazer Schlossbergbahn)이라는 푸니쿨라를 타면 슐로스베르크에 쉽게 오르내릴 수 있다.
도시의 중심부 북쪽으로 푸니쿨라(Funicular, 일종의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면 시의 전경을 감상할 수 있는 해발 473m의 슐로스베르크(Schlossberg) 언덕이 있다. 여기에서 내려다보이는 그라츠는 고딕에서 르네상스, 바로크, 유겐트 양식에 이르기까지 1000여개가 넘는 건물들이 연출하는 붉은 지붕으로 가득한 역사도시 그 자체이다. 그라츠를 동서로 가르는 무어강 동북쪽에 자리잡은 슐로스베르크를 내려오면 동서를 연결하는 보행교 개념의 독특한 구조물을 발견할 수 있다.
그라츠는 2003년 유럽문화수도(European Capital of Culture)로 지정된 바 있는데, 당시 ‘문화를 매개로 한 도시 변혁과 계층 간 통합’이라는 개념이 높이 평가되었다. 대개 강을 끼고 있는 도시들에서 나타나는 현상 중 하나가 서울의 강남과 강북이 그렇듯이 강의 양쪽이 사회적, 경제적 격차를 보이는 것이다.
그라츠 역시 무어강을 기준으로 과거에 슐로스베르크 쪽에는 왕족과 귀족이, 반대편에는 평민들이 거주하면서 낮에는 강 건너에 가서 일을 하고 저녁에는 다시 강을 건너왔던 역사 때문에 두 지역의 보이지 않는 구분이 뿌리 깊이 자리하고 있다.
- 무어인젤은 2003년 그라츠가 유럽문화도시로 선정되면서 함께 지은 구축물이다. 위쪽에서 보면 입을 반쯤 벌린 조개나 강물의 소용돌이를 형상화한 모양이며, 강수량에 따라 높이가 조절되도록 설계되었다. 인공섬 외부는 약 230㎡ 규모의 야외무대로 꾸며져 있어 소규모 콘서트와 다양한 문화행사가 열리는 장소로 쓰이고, 안쪽에는 투명유리 공간으로 된 카페가 있다. 무어인젤은 슐로스베르크 쪽이 다소 높고 교량형식으로 연결된 부위의 동선도 훨씬 긴 편이다. 슐로스베르크 쪽의 강가에는 산책로가 있고, 그곳에서는 전체의 연결구조와 세팅형식의 측면을 정확히 살펴볼 수 있다.
여기에 2003년 1월 인공섬 ‘무어인젤’이 설치되었는데, 강 양쪽을 이어주는 지점에서는 교량이 되지만 가운데에 카페와 놀이터 등의 공간을 가지고 있는 구축물이 되기 때문에 인공섬으로 분류된다.
무어인젤은 강수량에 따라 높낮이가 일정하게 유지되도록 설계된 길이 47m, 넓이 20m 정도의 시설물로, 그라츠 출신의 미술 전문기획자 로버트 푼켄호퍼(Robert Fukenhofer)와 뉴욕의 예술가 비토 아콘치 (Vito Acconci)가 기획력을 발휘해 구시가와 신시가를 잇는, 그리고 남녀노소, 주민과 관광객이 만나는 장소를 만든 것이다.
- 무어인젤을 건너게 되면 매 순간 형태가 변화하는 동적인 느낌을 강렬하게 받게 된다. 구조를 지탱하는 사선형의 구조체들과 유기적 곡선의 쉘구조가 뒤틀리면서 보여주는 이미지 때문이다.
이 구축물은 바다조개라는 애칭답게 위에서 보면 조개 같은 모습을 띠고 있고 소용돌이치는 강물 같기도 한 형상이다. 외부에는 소규모 콘서트와 다양한 문화행사를 위한 작은 야외무대를 가지고 있고 돔이 덮인 안쪽으로 조금 내려가서는 카페가 있는데 테이블 높이와 물높이가 비슷한 것처럼 설계되어 색다른 경험을 준다. 아울러 아이들이 놀 수 있는 작은 놀이터도 있어 오가는 사람들에게 작지만 꽤 쓸모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 무어인젤의 내부에는 생각보다 큰 공연장과 카페가 자리하고 있다. 카페는 평일에는 밤 8시에 문을 닫지만, 금요일과 토요일 밤에는 24시까지 운영된다.
일반적으로 교량은 통행이 주기능이지만 무어인젤은 사람들이 만나고 즐길 수 있는 곳으로 개념을 바꾸었다. 정리해 보면 인공섬 무어인젤은 바로 그라츠 지역화합의 상징적 아이콘인 것이다.
- 쿤스트하우스는 현대미술관을 지칭하는 용어이다. 오스트리아에서는 대개 브레겐츠의 쿤스트하우스와 린츠 의 쿤스트하우스와 함께 그라츠의 쿤스트하우스를 3대 미술관으로 인정하고 있지만, 화제성 측면에서는 ‘쿤스트하우스 그라츠’가 압도적이다. 이곳은 본래 그라츠 대학교의 박물관이었고 건물의 왼편 일부는 과거의 형태 그대로 남아 있다.
그라츠는 건축과 미술의 도시이기도 하다. 실제로 그라츠의 곳곳에는 훌륭한 현대건축이 산재해 있으며, 도시 전체가 하나의 미술관처럼 다채로운 미술 행사와 1906년부터 해마다 열리는 그라츠 가을 박람회(Grazer Herbstmesse) 같은 지속적인 문화행사도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문화의 중심에는 상대적으로 빈곤한 신시가의 무어 강변에 설정된 아트존(Art Zone)과 이 재개발의 결과로 들어선 짙은 청색 애벌레 형상의 ‘쿤스트하우스(Kunsthaus; house of modern art, 현대미술관)’가 있다.
- 로비 벽면에 쿤스트하우스의 전체구조를 설명하는 내용이 인쇄되어 있다. 쿤스트하우스의 전시는 1960년대 이후부터 현재까지의 작품 전시만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2003년에 건축된 이래, 그라츠의 문화적 위상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건물로 인식되고 있는 이 건물은 피터 쿡(Peter Cook 과 콜린 포니어(Colin Fournier)에 의해 디자인되었고, 그들은 이 건물을 ‘친근한 외계인(friendly alien)’이라 칭했으며, 거대한 비누방울, 문어발, 땅콩 같은 다양한 묘사가 가능한 독특한 디자인을 보여준다.
초기에는 주변과 어울리지 않는 느낌을 강하게 준다는 이유로 시민 80%가 반대했었지만 현재는 그라츠만의 전위적이고 실험적인 건축을 대변하는 측면에서 인정받고 있다.
- 쿤스트하우스 그라츠의 애벌레 형상 상부에 붙어 있는 수평의 전망 복도 공간 끝에 소파가 놓여 있어 편히 앉아서 시내 중심부와 슐로스베르크 언덕을 조망할 수 있다. 우측 끝에서는 쿤스트하우스의 외관을 둘러싸고 있는 재질과 결합방식을 관찰할 수도 있으니 반드시 들러보아야 할 공간이다.
사실 쿤스트하우스는 신축된 건물이 아니라 기존의 근대 건축 구조를 바탕으로 증축형식으로 지어진 것이다. 내부에 들어가면 기존의 건물과 마당을 볼 수 있다. 쿤스트하우스의 전시는 현대미술, 미디어아트, 디자인 기획전이 주를 이루고 있고, 이를 위해 실내 상층부에 넓고 어두운 공간을 가지고 있다.
최상층부의 긴 복도에서는 구시가의 시청사와 거리가 멋지게 내려다보여 도시전망대로서도 훌륭한 기능을 하고 있다. 아울러 700개의 원형 형광등을 일종의 픽셀로 사용하여 유기적인 곡면의 외피 바로 아래에 저해상도 미디어 파사드를 만들어낸다.
- 1층 로비에서 상부 갤러리로의 이동은 무빙워크를 통해 가능하며, 전시실에는 원형의 불규칙한 구멍을 통해 자연광이 스며들어온다. 건물의 곳곳에서 외부의 유기적인 형상에 대응하는 벽면과 천장면을 경험할 수 있다.
야간에 보도에서 바라보거나 슐로스베르크에서 내려다보면 글씨나 패턴이 서서히 변화하는 멋진 영상쇼를 볼수 있다.
- 쿤스트하우스 그라츠의 기본구조는 콘크리트이지만 눈에 보이는 부분은 전체가 짙은 네이비 색채의 푸른 아크릴 패널이다. 내부에서는 강철로 만든 그물이 공간을 지탱하고 있고, 픽셀을 만들어내는 조명이 이 그물에 걸려 있는 구조를 이루고 있다.
또 쿤스트하우스는 스스로 소리를 내는 건축물로도 유명한데, 이 사운드 작업은 사운드 아트의 세계적 거장인 막스 노이하우스(Max Neuhaus)의 타임 피스 그라츠(Time Piece Graz)라는 작품으로, 오전 8시 50분부터 밤 9시 50분까지 매시 정각 10분 전에 5분간 초저음의 진동음을 낸다.
도시 전체로 퍼져 나가는 낮은 울림의 소리는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며, 교회에 갈 시간, 학교를 마치는 시간, 심지어 현재 시간을 직감하는 수단으로 매일 시민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한다.
- 요하네움박물관의 확장 프로젝트는 다른 세기에 지어진 다른 용도의 건물 3동이 후면부를 맞대며 생긴 마당부의 지하공간을 활용한 프로젝트였다. (이미지-www.domusweb.it 참조)
그라츠에 있는 또 하나의 인상적인 미술관으로 ‘요하네움박물관(Landesmuseum Johaneum)’을 확장한 ‘노이에 갈레리 그라츠(Neue Galerie Graz)’를 꼽을 수 있다.
이 미술관 확장 프로젝트는 스페인 건축가 푸엔산타 니에토(Fuensanta Nieto)와 엔리께 소베하노(Enrique Sobejano)가 팀을 이룬 니에토 소베하노 건축사무소의 작품으로, 18세기에 지어진 자연사박물관, 19세기말 지어진 현대미술 신갤러리, 오스트리아 남부의 한 주(州)인 스타이어마르크(Steiermark) 지역도서관 등 3개의 박물관 단지에 새로운 컨퍼런스 홀과 지역도서관 확장, 전시실 등을 추가하는 프로젝트이며, 2007년에서 2008년 사이에 계획되어 2009년부터 4년여의 공사 끝에 2011년에 완성되었다.
확장에 의해 새로운 문화공간이 생겼음에도 건축물 기존 외관이 그대로여서 박물관의 존재를 알기 어려웠지만, 황금빛으로 도색한 거대한 유류 운반 열차 조각이 건물 앞에 놓여 있어 미술관 성격의 공간이 존재함을 알려주고 있다.
- (위)노이에 갈레리 그라츠 프로젝트는 공공진입부와 로비, 컨퍼런스 홀, 도서관, 서비스 공간을 수용하는 복합시설로 계획되었다. 기존의 역사적 구조물을 존중 하기 위해 철저히 지면 아래의 공간만을 활용한 흥미 롭고 발전된 방식을 보여주고 있다. (이미지-www.gratis-photos.com 참조), (아래)노이에 갈레리 그라츠의 내부공간은 낮에는 망점이 인쇄된 곡면 유리표면을 통해 빛이 내부로 투과되고, 밤에는 반대로 인공적인 빛이 새어나가 광장을 밝힌다. (이미지-www.poolima.de 참조)
이 공간은 3개의 역사적인 건축물로 둘러싸인 중정의 지하를 개발한 접근방식으로 2006년에 당선되었는데, 수직적, 수평적으로 확장될 수없는 공간을 어떻게 개발할 수 있는지, 또 역사적 보존지구와 새로운 요구를 어떻게 결합할지를 보여준 좋은 사례이다. 노이에 갈레리 그라츠는 요하네움박물관의 중정부에 있는 4개의 커다란 원추형 유리구멍을 통해 자연광이 유입되는 지하전시실로, 그 중에 가장 큰 원뿔을 뒤집어 놓은 형상의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진입할 수 있다.
내려가면서 보이는 지하공간은 박물관의 로비이자 자료실과 세미나실, 식당 등으로 구성된 복합문화시설이다. 파리 루브르박물관에서 아이오 밍 페이(Ieoh Ming Pei)가 제안했던 돌출된 피라미드 구조와는 또 다른 내부로 함몰되는 방식의 지하공간 개발의 전형을 보여준다.
4개의 원추는 진입을 위한 가장 큰 원추와 채광과 조형적 효과를 위한 3개의 원추로 구성되며, 맨 왼쪽에 작은 원추 2개가 조합되어 형성된 지하공간은 원추형의 유리가 겹쳐지면서 만드는 시각적 특성에 의해 매우 신비로운 조형감을 표현한다. 또 반대로 지하에서 지상을 바라볼 때는,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 기울어진 유리면으로 공간에 긴장감을 더하는 장치가 되기도 하다.
- 그라츠의 중심부인 헤렌가세 거리의 전경, 무기박물관 란데스조익하우스의 실내 전시 전경, 성모 마리아상 곁에서 시가지를 내려다볼 수 있는 15m 높이의 마리엔리프트처럼 과거와 현재를 잇는 갖가지 다양한 문화적 디자인을 그라츠 시내 곳곳에서 감상할 수 있다.
시청 앞 헤렌가세(Herrengasse)에 있는 중앙광장(Hauptplatz)의 시민회관 란트하우스(Landhaus)는 르네상스 양식의 멋진 건물로 그라츠의 여행자에게 중요한 장소가 된다. 그라츠 시내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중앙광장은 2002년 새 디자인으로 조성되었지만 각종 공공시설물의 색채와 형태를 잘 정리하여 예스러움과 자연스러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자크스트라세(Sackstrasse)에 있는 카스트너&외흘러(Kastner & Öhler)백화점과 같이 역사적 건물의 파사드를 유리지붕으로 멋지게 표현한 디자인이 2003년부터 민간 영역에서 시도되기 시작하여 2010년대에도 여러 곳에 적용되고 있다. 란트하우스 건물 1층의 여행자안내소에서는 지도를 무료로 제공하는데, 그 내용이 매우 알차서 이 지도 한 장으로 시내의 길찾기가 모두 가능할 정도이다.
또 이 건물은 영화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의 배경이 되기도 했고, 광장을 사이에 두고 무기박물관과 시청사과 마주하고 있다. 구도심에서 흥미로운 것은 성모마리아상 옆으로 설치된 ‘마리엔리프트(Marienlift)’라는 투명한 엘리베이터인데, 건물도 없이 15m 높이의 엘리베이터 하나만 설치되어 있다. 2003년 이후 그라츠에 세워진 도심 내 공공미술 작품중 하나인 이 엘리베이터는 전형적으로 체험을 지향하며, 여기에 오르면 시청광장을 중심으로 시가지를 전망할 수 있다.
광장의 란데스조익하우스(Landeszeughaus)는 중세 기사들이 사용했던 투구와 갑옷, 칼, 방패, 창 등을 전시한 일종의 무기 박물관이다. 1642년 당시의 무기고를 보존한 현재의 박물관은 약 2만 9천여 점의 엄청난 병기들을 소장하고 있어 세계에서 가장 다양한 종류와 가장 많은 수량을 가진 중세무기박물관으로 알려져 있다. 있는 그대로 역사를 전달하는 것의 가치와 시간성의 힘을 느낄 수 있다.
- 슈타트할레의 2개 트램 선로까지 돌출된 지붕의 위압감은 도시 스케일과 대비되기 때문에 더욱 강렬 한 인상을 가져오고 랜드마크로서의 기능을 수행한다.
그라츠 중앙광장에서 트램으로 10분 정도의 거리에 다양한 산업박람회가 열리는 슈타트할레(Stadthalle), 즉 시민센터가 있다. 이 건물의 특징은 2003년 달라이 라마 방문 당시 1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그의 강연을 듣고 ‘달라이 라마의 지붕’이라는 애칭을 붙인 엄청난 넓이의 지붕이다.
길이가 150m, 폭이 70m에 이르는 지붕은 대지경계선을 훌쩍 뛰어넘어 트램이 질주하는 도로 위까지 튀어나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현대화된 시설을 갖춘 대공연 및 컨벤션 시설로 클라우스 카다(Klaus Kada)가 설계했으며, 4개의 기둥을 제외한 내부가 텅 빈 거대한 구조설계가 일품이다. 규제 중심적이고 대지경계선을 한 치도 넘을 수 없는 우리네 도시설계 정책에 비추어 보면, 일견 이러한 창의를 가능케 해주는 그네들의 유연한 법체계가 부러워진다.
- 야코미니플랏츠는 중앙광장을 지나온 모든 트램이 각 방향으로 분기되는 주요 환승교통광장이다. 화려한 노란색의 향연으로 구성된 환승교통광장 야코미니플랏츠의 공공시설물들은 유사한 색채와 콘셉트로 통일되어 있지만, 디테일 요소들에 있어서는 조금씩 차별화된 형태와 구성으로 다양성을 보여준다. 5각형의 가로등이 보여주는 조명 연출은 독특한 광장 이미지를 형성해 장소성을 자극한다.
1996년 외르그(Jörg)와 잉그리드 마이어(Ingrid Mayr), 요하네스 피들러(Johannes Fiedler)가 디자인한 그라츠 최초의 교통광장인 야코미니플랏츠(Jakominiplatz)는 그라츠의 가로디자인을 흥미롭게 보여주고 있어, 트램을 타고 슈타트할레로 가는 도중에 잠시 내려 둘러볼 만하다. 디자인한 시기가 믿겨지지 않을 만큼 훌륭한 공공디자인 개념과 현재도 놀랄 만큼 잘 관리되고 있는 광장에서 이들의 공공시설 관리력을 엿보게 된다.
이 광장은 대중교통 환승허브로서의 기능을 위해 현대적 형태로 구성되고 다양한 색채를 사용했지만 파스텔톤으로 적절하게 조합된 가로시설물의 훌륭한 색채계획을 볼 수 있다. 또 수백 개의 가로등 불빛을 통해 주간에는 가장 산뜻한 색채를, 야간에는 가장 밝은 빛을 뿜어내는 명소로 각인되어 있어 야간경관을 살펴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라츠는 과거의 유구한 역사적 유산과 현대적 라이프스타일을 새로운 미래로 연결시키는 훌륭한 도시디자인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