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과 똑 같은 열매
妙仙 이 혜 선
발기의 악산 부근에 우데나왕이 다스리는 나라가 있었습니다. 우데나왕에게는 보리왕자라는 아들이 있었는데 성질이 아주 난폭했답니다.
보리왕자는 욕심이 많아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궁전을 짓고 싶었습니다. 그는 기술이 제일 좋다고 소문 난 목수를 불러다가 아주 아름다운 궁전을 지었답니다 . 그러고는 그 목수가 다른 왕에게도 이렇게 아름다운 궁전을 지어 줄까봐 걱정되어 목수가 앞을 못 보도록 눈알을 도려내버렸습니다.
이 무서운 사실이 나라 안에 널리 퍼지자 부처님의 제자들이 법당에 모여 웅성거렸어요 .
“저 보리왕자가 그 목수의 눈알을 도려내었다네 . 참으로 난폭하고 잔인하지 ? 어 , 무서워 !”
마침 부처님이 그 이야기를 듣고 물으셨어요 . 비구들이 사실대로 말씀드렸지요 .
그 이야기를 들은 부처님이 말씀하셨습니다.
“ 비구들이여 , 그 왕자는 지금만이 아니라 전생에도 난폭하고 무자비하였다네 .”
옛날에 범여왕이 바라나시에서 나라를 다스리고 있을 때 , 보살은 사방에 이름을 떨치는 큰 스승이었습니다 . 그 큰 스승은 득차라시라는 지역에 있었지만 전 인도 안에 있는 무사족 ( 武士族 )이나 바라문족의 청년들이 학예를 배우러 모여들었습니다. 범여왕이 아직 왕자일 때 , 그도 큰 스승을 찾아가 3 베다를 배웠습니다. 보살은 그의 성질이 사납고 거칠며 잔인한 것을 염려하여 그에게 일러주었습니다.
“ 그대는 성질이 사납고 잔인하며 무자비하다. 무자비한 사람이 얻은 권세는 오래가지 못하는 법이네. 그가 권위를 잃게 되면 넓은 바다에서 타고 있는 배가 부서졌을 때처럼 아무에게도 의지할 곳이 없어진다네. 그러니 자네는 그 무자비한 성질을 바로잡아 어진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게.” 하고는 시를 지어 그를 훈계해 주었습니다.
범여왕자여 !
그 안락과 재산은 그대의 육신처럼 언제나 있는 것이 아니다.
훗날 이익을 잃고 나서 헤매지 말아라,
마치 바다에서 파선당한 사람처럼.
사람은 누구나 제가 한 일을
뒷날에 가서 제 몸에서 본다.
착한 일을 한 사람은 그 착함을
악한 일을 한 사람은 그 악함을
날마다 제가 뿌린 씨앗에서
그 씨앗과 똑 같은 열매를 거두게 된다.
범여왕자는 건성으로 듣고는 바라나시로 돌아와 그 아버지에게 학예를 자랑하였습니다.
그리고 아버지가 죽자 동시에 왕위에 올랐습니다.
그에게는 핑기야라는 성질이 잔인한 사제관(司祭官)이 있었습니다. 사제관은 신에게 제사지내는 일을 맡아 하는 관리인데, 옛날에는 그 권세가 대단히 높았습니다 . 그 사제관은 명예욕이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이 왕을 온 인도의 왕이 되게 하자. 그렇게 되면 이 왕은 오직 한 사람의 왕이 될 것이요, 나는 단 한 사람의 사제관이 될 것이다.’ 라고 생각하고 왕에게 말하여 승낙을 받았습니다.
그 때 인도는 여러 작은 나라로 나뉘어 있어서 왕도 여럿이고, 사제관도 여럿이어서 그 중의 하나라는 자기 지위가 못마땅했던 것이었습니다.
범여왕은 대군을 이끌고 전쟁을 일으켜 다른 나라 왕을 사로잡았습니다. 또 다른 나라 왕을 사로잡고,또 그 옆의 나라로 쳐들어가고 .... 이렇게 해서 사로잡은 일천 명의 왕을 다 데리고 보살이 계시는 득차라시로 쳐들어왔습니다. 보살은 그 나라의 수도를 수리하여 단단한 성을 쌓고, 누구도 침범하지 못하도록 미리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범여왕은 항하강 가에 있는 큰 니구율 나무 밑에 천막을 치고, 그 위에 일산을 받치고 (인도는 더운 나라지요) 그 밑에 침대를 만들어 거기 머물러 있었어요 . 그는 전 인도의 천 명의 왕을 다 데리고 왔지만 득차라시를 빼앗을 수 없는 것에 화가 나서 사제관에게 물었습니다.
“존사여, 우리는 이 많은 왕들과 함께 왔는데, 득차라시를 빼앗을 수 없으니 어쩌면 좋겠는가?”
“ 대왕님, 일천 왕의 눈을 도려내고, 그 배를 째어 다섯 겹의 맛난 살로 이니구율 나무위에 사는 천인 ( 天人 )을 위해 제사지낸 뒤에, 그 나무 주위에 구덩이를 파고 다섯 손가락 깊이의 피를 거기 쏟으십시오. 그러면 우리는 곧 승리를 거둘 것입니다 .”
그 때에, 사제관은 하늘신의 말씀을 알아듣는 사람으로 여겼기 때문에 그의 말은 곧 하늘의 말이었습니다. 왕은 이 말을 듣고 곧 실천에 옮겼습니다. 천 명의 눈을 도려내어 죽이고, 그 뼈는 항하강에 흘려버렸습니다.
그렇게, 제사를 지낸 뒤에 북을 치면서 다시 싸우러 나가려 했습니다.
바로 그 때 앞에 있는 망루( 望樓 ) 위에서 한 야차가 나와서 눈 깜짝할 사이에 그의 오른쪽 눈을 도려내어 가버렸습니다. 그는 너무나 아파서 정신이 돌아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니구율 나무 아래 있는 침대에 번듯이 누워 있었는데, 마침 그 때 솔개 한 마리가 그 나무 꼭대기에 앉아 뾰족한 뼈에 붙어 있는 살을 다 뜯어먹고는 뼈를 떨어뜨렸습니다. 높은 나무에서 떨어지는 뼈 끝이 뾰족한 쇠꼬챙이처럼 왕의 왼쪽 눈에 꽂혀 눈을 뭉개버렸습니다.
범여왕은 비로소 예전에 보살이 들려준 ‘ 모든 생물은 그 뿌린 바 씨앗에 상당하는 열매처럼 제가 저지른 일( 업 : 業 )에 마땅한 결과를 받는다 ’ 라고 한 말을 생각했습니다. 그는 중얼거리면서 무언가 깨달은 것처럼 시를 지었습니다.
이것은 내 스승의 말씀이네.
네가 지은 잘못된 업, 이 다음에
너를 괴롭게 할 그런 일을 하지 말라고 .
핑기야여, 이렇게 가지를 벌린 나무는
내가 몸을 장식하고, 향기 좋은 향을 바르고,
찰제리 천 명을 해친 그 장소라네.
그들의 고통이 이제 내게로 되돌아왔다네.
범여왕은 이렇게 슬픔에 잠긴 시를 읊고는 그의 왕비를 생각하며 다시 시를 읊었어요 .
울파리는 온 몸에 전단향 가루를 황금처럼 바르고
마치 저 아름다운 나무의 곧은 가지 같았네.
나는 그녀를 못 보고 이제 죽게 되었네.
이것이 내게는 더 큰 고통이네 .
왕은 이렇게 중얼거리면서 지옥에 떨어졌습니다.
인도에서 오직 한 사람의 권위를 갖고 싶어서 왕을 충동질하던 그 사제관은 더 무서운 지옥에 떨어졌겠지요 ?
생각키우기
부처님 가르침 중에 우리가 일상 생활 하면서 꼭 명심해야 하는 것 중에 하나가 <인과응보>입니다. 이과 응보란 즉 '콩심은 데는 콩 나고, 팥 심은데는 팥 난다.'는 것입니다.
잔인하게 정복한 나라의 왕을 잔인한 방법으로 죽인 벌로 범여왕은 자기가 행한 그 방법대로 비참하게 죽어 지옥에 떨어졌습니다. 그것이 바로 인과 응보인 것입니다.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생각해 봅시다.
(본생경 제 353 화 가지를 벌린 전생 이야기 )
자민 이혜선 (滋忞 李惠仙)
동국대 국문학과와 세종대학교 대학원 졸업 ( 문학박사 ).
1980 〜 81 년 월간 《 시문학 》 으로 등단 . 시인 , 평론가 .
동국대 외래 교수와 한국 현대시인협회 부이사장을 지냄 . 현재 동국문학인회 회장 .
시집 『 운문호일 雲門好日 』『 새소리 택배 』 외 다수 . 윤동주 문학상 , 동국문학상 , 현대시인상 외 다수 수상 . < 세종도서 문학나눔 >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