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고은 동물그림작가, “북극곰은 사실 하얀색이 아니라…”
동물에 씌워진 편견을 ‘그림’으로 깨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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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희 기자
▲ 동물 그림을 그리는 작가 이고은을 명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 ? © 송현지 기자 ?
(뉴스컬처=양승희 기자)
‘동물 그림 작가’라 스스로를 소개하는 작가가 있다. 개와 고양이뿐만 아니라 호랑이, 곰 부엉이, 앵무새, 심지어는 꽃게, 달팽이, 모기에 이르기까지 모든 종류의 동물을 화폭에 담는 작가는 닉네임 ‘북극곰자리’로 알려진 이고은(26)이다. 현재 광고회사의 기획 작가이자 매거진 ‘M25'의 웹툰 작가, 자신의 그림으로 전시를 여는 개인 작가 등 다방면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 작가를 지난 9일 명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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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은 아둔한 동물? 아름다운 동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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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보기에 사람은 눈 크기라든지 코의 모양이라든지 대부분 비슷하게 생긴 것 같아요. 그런데 동물은 목이 말도 안 되게 길다든지 코가 엄청나게 길다든지 다양하잖아요. 그릴 수 있는 폭이 넓은 동물을 그리는 게 훨씬 재밌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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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가가 그림의 주소재로 ‘동물’을 선택한 것은 기본적으로 동물에 대한 사랑과 관심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릴 때부터 동물에 관심이 있었던 그는 가장 좋아하는 고양이부터 그리기 시작했다. 고양이만 주로 그리다가 비슷한 호랑이와 치타를 그려보고, 이후에는 개나 늑대를 그렸다. 네 발 달린 포유류만 그리던 것을 조류, 어류, 파충류 등까지 조금씩 범위를 넓혀나갔다. “동물 그림이라면 모든 잘 그리는 작가”가 되기 위해 그는 평소 동물 다큐멘터리, 화보를 보거나 아쿠아리움을 방문하는 등의 노력도 마다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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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고은 작가가 본 북극곰은 '하얀 곰'이 아닌 붉기도 푸르기도 노랗기도 한 곰이었다. ? ? © 그림=이고은 그가 동물 그림을 통해 사람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기본적으로 ‘동물에 대한 편견 깨기’다. 예를 들면 이 작가가 닉네임으로 쓰는 ‘북극곰자리’의 북극곰은 곰이기 때문에 ‘아둔할 것’이라는 편견과 ‘하얀 색’ 털을 갖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덧씌워져있다. 하지만 이 작가가 본 북극곰은 아둔한 동물이 아니라 바다 속을 유유히 헤엄치는 ‘아름다운 생명체’였다. 더구나 그림을 그리기 위해 관찰한 북극곰 사진 중에서 ‘흰색인 곰’은 하나도 없었다. 햇빛에?바래져 노란빛이 돌거나 바다 속에 있는 북극곰은 푸른색이었다. 하다못해 털에 이끼라도?낀 곰은?초록빛이 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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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곰은 아둔하지 않고?하얗기만 한 것도?아니라는 생각에 이르자 아름다운 북극곰의 모습을 다양한 색깔로 그려봐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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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동물에 대해 가지고 있는?편견을 깨기 위해 이 작가는 주로 ‘색깔’을 활용한다. 빨간색과 청록색, 노란색과 남색 등 보색 관계에 있는 색을 조합하는 방식으로 언뜻 잘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색을 한 그림에 사용하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그의 그림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색깔들이 묘한 조화를 이루어 강렬하고 선명한 인상을 준다.
?낯설게 다르게 처음 보는 것처럼 그리기?
그림 안에 넣을 ‘스토리’를 고민하는 일도 그가 하는 작업 중 하나다. 웃긴 것이든 슬픈 것이든 혹은 날카로운 풍자든 부드러운 유머든 반드시 작품 속에 특정한 스토리를 담으려고 한다. 그것은 “동물에 대한 편견을 깨고 싶다”는 작가의 대전제로 수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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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동물의 이름이나 특성을 가지고 말장난을 하는 작업을 많이 했어요. 예를 들어 꽃게는 이름에 ‘꽃’이 들어가니까 집게발을 꽃으로 표현해봤어요. 또?먹이로 밤(chestnut)을 먹는 다람쥐는 밤(night)을 먹는?다람쥐로 그려보기도 했죠.”
사실 이 작가는 그림과 상관이 없는 국어국문학을 전공했고, 출판계로 진로를 생각했다. 그런 그를 ‘그림 작가’로 변화시킨 시점은 대학교 4학년 때였다. 어렸을 때부터 취미로 그림을 그려왔지만, 대학교 4학년 때 문득 “내가 취직을 하면 앞으로 제대로 그림을 그릴 시간이 없겠다”는 걱정과 “이대로 그냥 가면 분명 후회할 것“이라는 생각이 함께 밀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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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휴학을 결정한?그는?9개월 동안 오직 그림에만 매달렸다. 마음껏 그림을 그리고 홍대 프리마켓에서 판매도 하고 다른 작가들과 함께 전시도 열었다. 그 과정이 재밌어서 도저히 그만둘 수가 없었던 그는 결국 2010년 본격적으로 그림 작가의 길에 뛰어들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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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문과에서 배운 스토리텔링은 그림에 이야기를 넣는 작업에 큰?도움을 줬다. 특히 학교에서 가장 중요하게 배웠던 ‘다르게 보기’는 현재 그의 작품 세계의 큰 축으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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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의 깃털을 목련으로 표현한 작품 '꽃나무'는 이 작가의 대표작으로, 공작의 아름다운 자태가 땅에 뿌리를 내려 꽃을 피운 식물 같다는 발상에서 나왔다. ? ? ©그림=이고은
“같은 물건을 보더라도 낯설게 보고, 다르게 보고, 처음 보는 것처럼 편견 없이 보는 훈련을 많이 했어요. 글을 쓰든 과제를 하든 이것을 가장 중시하며 공부를 해왔는데 이제는 그림으로 옮겨진거죠. 동물을?볼 때?조금 다르게 생각해보고, 다른 색깔로 칠해보려고 하는 시도에 반영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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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그림으로 '동물 보호'에 힘을 보태다?
동물에 대한 이 작가의 사랑은 ‘동물 보호’로 이어졌다. 직접적으로 활동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재능 기부를 통해 힘을 보태고 있다. 작년 동물보호단체 ‘카라(KARA)’에서 만든 달력에 그의 작품 ‘눈내리는 치타’가 실렸고, ‘고양이 보호협회’에?기부한 고양이 그림은 엽서 6종으로 만들어졌다. 달력과 엽서 등은 판매를?통해 동물보호기금으로 사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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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견 문제나 동물 학대 문제 등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현 시점에 이 작가는 “길고양이나 비둘기 등을 혐오하는 것처럼 극단적으로 동물을 배척하는 것도 문제지만, 무조건적으로 보호만 하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길고양이를 중성화시키는 ‘TNR 사업’이나 비둘기 개체수를 조절하는 ‘먹이주기금지운동’처럼 “사람과 동물이 공존할 수 있는 방향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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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자신의 작품을 좋아해주는 사람을 보는 일이 가장 기쁘다”고 말하는 그는 앞으로 “작가라 불릴 수 있는 모든 분야에 도전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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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작가라는 타이틀이 좋아요. 23살 처음 홍대 프리마켓에 나갔을 때, 아무 것도 아닌 저를 ‘작가’라고 불러주는게 정말 좋더라고요. 앞으로는 그림뿐만 아니라 동화, 만화, 소설, 여행 작가 등 다방면으로 창작물을 낼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가 되고 싶습니다. 누군가 제 작품을 보고 특별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면 참 뿌듯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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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필]
이름: 이고은
직업: 동물 그림 작가,?웹툰 작가,?기획 작가
학력: 한양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전시경력: 2010년 당신의 취향은 무엇입니까 전(갤러리 Door, 서울), 인천 국제 디자인 페어(송도 컨벤시아, 인천) / 2011년 백화요란(한국 대사관, 일본 도쿄), 헬로키티?캐슬(킨텍스, 일산) / 2012년 동물화, 북극곰자리 첫 개인전(광화랑, 서울), 캐릭터페어(코엑스, 서울)?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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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을전하는문화신문=뉴스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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