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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라는 뜻의 띠그레 지역은 부에노스아이레스 시에서 가장 가까운 휴양지로 승용차나 기차로 삼십 분 거리에 있다. 삔도(Pindo)라는 야자나무를 가로수로 심은 띠그레는 이국적 정취가 느껴지는 강변 도시이며, 군데군데 보트보관소가 보이는 별장 지대이기도 하고, 천오백 년대 말부터 역사가 시작된 곳으로 아르헨티나에서는 유서 깊은 곳에 속한다.
부에노스아이레스 주변에서 가장 유망한 관광지로 손꼽히는 띠그레는, 과거 스페인의 이사벨 공주와 찰스 황태자가 조용히 피서를 보낸 곳이기도 하며, 아르헨티나의 마르셀로 알베아르와 도밍고 사르미엔또 대통령이 여생을 보낸 곳이기도 하다.
띠그레는 이 지역의 가장 큰 강인 ‘리오 루한’과, ‘델따 델 빠라나’라고 불리는 삼각주 지역 일부를 포함해서 말한다. 아직 개발되지 않은 처녀림이 많은 이곳은 라쁠라따 강 상류의 토사가 해마다 1억 톤 가까이 밀려와서 실제 땅이 넓어지고 있다.
이 삼각주에는 대략 350개에 이르는 크고 작은 하천이 거미줄처럼 숲과 늪지에 얽혀 있다. 당연히 주요 교통수단은 선박이다. 이태리 베네치아의 곤돌라 같은 것은 없지만, 수상 택시와 수상버스라고 할 크고 작은 연락선 ‘란차’(Lancha)들이 부산하다. 연료용 기름・프로판가스 등 일반 식품점에서는 취급하지 않는 품목과 야채・과일을 포함한 다양한 물건을 싣고 다니는 수상 식품점인 알마센 배들과 유람선인 까따마란(Catamaran), 모터보트 사이로 크고 작은 조정들이 살처럼 물살을 가르며 달리는 모습이 상쾌한 곳이다.
북부지방에서 생산되는 농산물과 임산물을 실은 선박들, 해군과 해양경찰의 함정들이 줄을 잇고, 우루과이의 몬떼비데오로 직항하는 선박이 이곳에서도 출발한다.
띠그레와 부에노스아이레스는 오래 전부터 주택지와 상가로 이어져 서로 붙어있다. 주 교통수단이 선박이던 때에는 강변을 따라 주거지와 상가가 형성되었고, 따라서 도로와 철도도 강변을 따라 건설됐다. 1865년에 부설되기 시작한 철도가 두 개나 되고, 그 철도는 불과 수km의 거리를 두고 거의 평행을 이루며 달리고 있다.
하나는 ‘미뜨레’노선이라고 불리는 일반열차로 띠그레로 가는 가장 빠르고 경제적인 교통수단이다. 마을을 중심으로 달리는 이 열차는 20분마다 출발하고 종착역까지 요금은 64센트로 24시간 오전 5시 반부터 다음날 오전 2시까지 운행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띠그레 지역이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뿌에르또 마데로에서 꼬스따네라 노르떼, 산페르난도, 산이시드로, 마르띠네스와 서로 연계해서 빠르게 발전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기차역과 선착장이 있는 띠그레의 중심은 넓고 시원하다. 96년 새로 개관한 띠그레 역사(驛舍)는 아주 넓은 공터에 한적하고 우아하게 지어졌다. 오랜 역사를 지닌 띠그레에는 아르헨티나에서는 예외적으로 중심 공원이 없기 때문에 그렇게 넓은 공간을 만든 모양이다.
이 역사는 개관식이 끝나고 반년이 넘도록 운영하지 않아서 참 묘한 나라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하긴 어느 나라든 이상한 구석이 있는 모양이다. 한국은 세계 최고급이라는 기차를 외국에서 들여와 빈차로만 오락가락하게도 하니, 아마 이곳에도 사정은 있었을 것이다.
기차 역 정면의 광장과 로터리를 지나 강변에 보이는 붉은 벽돌의 단층건물이 여객 선착장(Estacion Fluvial Tigre)이다. 여러 선박회사 사무실가과 매표소가 들어선 이곳에는 대개 지역 주민보다 관광객이 많다. 여기서 출발하는 여객선(Lancha Colectiva)은 삼각주 델따에 사는 주민에게는 버스와 같은 것으로 주민이 사는 구석구석을 운행한다.
유람선과 숙박업소, 야영장
관광 성수기에는 물론 일년 내내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 이곳에는 여러 가지 유람선이 운행된다. 단거리와 장거리 일주 유람선, 식사가 포함된 유람, 식사에 숙박까지 포함된 유람 등이 있다. 단거리 유람은 델타 지역을 한시간 정도에 돌아보는 것으로 가격은 5불에서 10불 사이로 유동적이다. 큰 유람선에는 매점과 찻집이 있다.
수상 택시인 ‘란차(Lancha)'는 12명까지 승선할 수 있는 큰 것도 있는데 요금은 흥정이 관건이지만 대략 한 시간에 50불 정도다.
식사가 포함된 유람은 한 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섬까지 배를 타고 가서 섬에 있는 식당에서 식사한 후 그 지역을 구경하고 돌아오는데 대여섯 시간 소요되고 요금은 20불 정도.
어떤 여행에서나 마찬가지지만 특히 아이들의 화장실 문제를 미리 염두에 두어야 한다. 작은 배에는 화장실이 없고, 한 시간 반 이상 가는 경우도 많은데, 즐거운 여행을 곤혹스럽게 만들지 말기 바란다.
숙박을 겸한 유람은 가격이 다양하다. 1907년 문을 연 ‘리오 호텔 라우라(Rio Hotel Laura)를 예로 들면, 일박이일의 경우 오전 9시 터미널에서 출발해서 10시30분에 ’리오 빠라나 데 라스 빨마스(Rio Parana de las Palmas)‘에 위치한 호텔에 도착한다. 강으로 둘러싸인 넓은 숲에 위치한 이곳에는 테니스장과 당구장 등 체육・위락시설이 구비되어 있고 숲 속으로 산책로가 있다. 점심, 저녁, 아침 식사가 포함된 요금은 60불 선이다. 주말에는 20불을 더 내야하며 방갈로를 숙소로 하면 다시 20불을 더 내야 한다.
삼각주 지역에서 하루 지내는 것도 좋다. 해뜨는 것을 볼 수 있는 곳은 어느 곳이나 감동이 있지만, 습지의 새벽은 색다르다. 새벽에 이슬에 젖은 산책로를 지나 강가로 나가면, 잔잔한 수면 위로 흐르는 짙은 물안개가 수풀과 어우러져 새벽 늪지의 적막을 더한다. 깊은 안개 속에 섬처럼 거대한 수초 덩이가 움직여 오는 것을 보면서 자연의 경이와 신비를 느낄 수 있다. 이어 작은 새들이 고요한 새벽의 틈을 가르고 아침이 온 것을 알린다. 온갖 희귀조를 사진에 담을 수 있는 아주 인상적인 곳이다.
그밖에 야영장과 낚시터도 여러 곳 있다. 천막을 칠 수 있는 공터 옆에 식탁과 의자, 아르헨티나 대표 요리인 아사도를 할 수 있는 ‘빠리샤’(Pallia)란 시설이 준비되어 있고 , 대개는 편안히 낚시를 할 수 있도록 나무로 된 잔교(Muelle)가 있다. 요금은 하루 5불 선.
이 지역에서 한가지 불편한 것을 띠그레의 가장 큰 적이라 할 수 있는 모기의 등장이다. 최적의 별장지대를 만든 강물과 수풀은 숙명적으로 모기와 연결 되어있다. 긴 옷이 필요하며 낚시를 하거나 별장지대에서 하루 묵을 생각이라면 바르는 모기 약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띠그레의 별장은 보통 1년 단위로 임대하는데, 1주일이나 몇 일의 짧은 기간 임대도 가능하다. 가족 단위로 여러 날을 지내려면 호텔보다 별장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별장은 인모빌리아리아라는 복덕방에서 알선하며 비용은 시설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시에서 운영하는 여행안내소가 띠그레 선착장 맞은 편에 있다. 선착장옆 다리 건너로 우루과이 직항 선착장 옆에 위치한 조그만 건물이다. 이 지역에서 하루라도 묵을 생각이라면 이곳 직원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이 좋다. 띠그레에 대한 모든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이 곳은 평일 오후 5시까지 열려 있다.
여행 안내소에서 강변 길을 따라 가면 죽 볼거리가 이어진다. 강물을 거슬러서 가는 것은 뭔가 불편한 느낌이 들기 때문에 가장 위에 있는 띠그레 문화원부터 시작해서 강물을 따라 내려오면서 차근차근 구경하겠다.
띠그레 문화원
띠그레와 델따의 섬들은 모두 별장지대로, 부유층들이 모이기 마련이고, 한가한 시간을 같이 즐길 수 있는 모임(Club)이 자연스럽게 생겼다. 그리고 1800년대 후반부터는 모임을 위한 장소로 큰 건물들이 세워졌다. *사진*은 1900년에 지어진 띠그레 클럽이라는 건물로 아르헨티나에서 처음으로 룰렛이 설치되었고 카지노로 운영되기도 한 곳이다. 1976년부터 시의회와 문화원으로 바뀌었고, 97년에 보수공사를 거쳐 지역의 문화예술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 클럽 건물은 노대(露臺)가 큰 특징이다. 노대는 건물 이층에서 건물 앞 강변도로를 교량 형태로 가로지른 후 강변으로 길게 ‘ㅜ’자 모양으로 건축되었다. 노대 바로 아래로 강물이 유유하다.
숲과 강물에 이는 바람에 잔잔하게 부서지는 달빛을 배경으로 물소리와 음악에 맞추어 춤추는 화려한 무도회가 그 노대에서 열렸었다고 한다.
지금도 저녁이면 크기와 빛깔이 둥근 달과 아주 비슷한 은은한 조명등이 난간을 따라 켜진다. 화려하면서도 고요한 분위기에 은근히 마음이 들뜬다.
건물 옆 식당의 노천식탁에 앉아 술잔을 기울이면서 맑은 하늘과 구름, 강 건너의 짙은 수풀과 달빛에 어우러진 발코니를 바라보노라면, 지난날 달빛아래서 선율을 따라 춤추던 사람들의 모습이 절로 그려진다.
춤추는 당사자들은 물론 좋았겠지만 바라보기밖에 할 수 없었던 서민들에게는, 달에 비친 그림자로 움직이는 그 모습에서 자기는 영원히 가지 못할 선경처럼 비쳤을 듯하다.
전시회 음악회 등 여러 가지 행사가 열리는 이곳의 위치는 빅또리까와 살디아스 교차점(Paseo Victorica y Saldias)이며 띠그레 기차역에서 택시로는 3-4뻬소 정도의 거리다.
아르헨티나 해군 박물관((Museo Naval de la Armada Argentina)
그곳에서 강물의 흐름을 따라 다섯 블록 내려오면 해군박물관이 역시 강물을 마주보며 자리잡고 있다. 1892년에 문을 연 이 박물관은 1880년부터 1890년까지 해군 선박 수리소의 숙소였다고 한다. 이곳에는 갈대로 엮거나 통나무 속을 파서 만든 초기의 원시적인 배, 영화 ‘벤허’에서 나오는 여러 모양의 군선, 콜럼부스 당시의 각종 범선들, 미국 서부영화에서 볼 수 있는 증기선, 물레방아(수차)가 달린 배, 잠수정, 잠수함, 각종 군함과 항공모함 등의 실물과 정교한 모형이 전시돼 있어 아르헨티나는 물론 세계 해양사 전반을 실감나게 관람할 수 있다.
별도의 전시실에는 5m에 이르는 실제의 각종 어뢰들과 수뢰들, 구식 권총・기관총・곡사포・직사포・무반동총 등 각종 화기와 포탄, 사격・관측・통신 장비들도 볼 수 있다.
야외 전시장에는 2차대전과 포클랜드(말비나스)전쟁 당시의 전투기들이 십여 대 전시돼어 있다. 이 중에는 특히 포클랜드전쟁에서 전파된 군함의 선교를 철판이 찢긴 상대 그대로 옮겨 놓고 그 아래에는 전투상황과 전사한 장병들의 명단을 기록한 간판을 세워, 패전의 참화가 어떤 것인지를 현장 그대로 국민 가슴속에 새겨 넣는다.
그밖에 전시물로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받은 예술적 가치 높은 기념물들, 해양생물표본, 해양에 관한 각국의 우표가 있으며, 우표 중에는 포클랜드전쟁 기념 영국우표도 전시됐다. 또 우리 나라의 역사와도 관계가 매우 깊은 1905년 대한해협에서의 러시아 대 일본의 해전에 관한 자료와 깃발들, 왜장 ‘도고’의 낡은 사진도 전시돼 격동기인 신세기 구한말의 우리 역사를 되새기게 한다.
박물관 앞 길 건너편에는 15cm두께의 철판이 비석처럼 서있다. 10cm정도의 직경으로 곱게 구멍이 뚫려 있는데 유심히 살피면 포탄이 관통한 흔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차 세계대전 때 주요 대전차화기인 106미리 무반동총의 철갑 관통력이 40cm인데, 이 작은 철판 하나로도 전쟁무기의 엄청난 파괴력을 손으로 만지며 느낄 수 있다.
이 박물관 하나만 보기 위해서라도 띠그레에 갈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된다. 위치는 빠세오 빅또리까(Av. Paseo Victorica)602번지, 개관 시간은 평일은 8시에서 12시 30분, 토요일과 일요일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30분까지다. 12세 이상부터 2뻬소의 입장료를 받는다.
안내설명을 받으려면 미리 전화예약 해야 한다.(749-0608)
띠그레 공원
해군박물관에서 다시 강을 따라 두 블록 아래로 내려오면 밝은 조명의 깨끗한 산책로가 나타난다. 이 길은 93년에 새로 단장했으므로 다른 곳에 비해 매우 깔끔하며 새로 심은 나무들도 아직은 어려서 새 옷을 걸친 듯 어색한 감도 있으나 산뜻하고 치안 상태도 매우 좋다.
산책로는 강을 따라 가지만 길을 구불구불 만들어서 편안함을 느끼게 하고 곳곳에 등나무가 그늘을 만들어 주는 긴 의자가 놓여져 있다. 잔디밭, 계단, 길가, 난간, 두서너 걸음마다 걸리는 연인들의 속삭임이 끝없다. 우리 눈에는 지나칠 정도로 다정다감한 이 나라 연인들은 세상만사를 접어두고 강물의 흐름처럼 세월을 잊고있다. 동서 고금에 전해지는 낙원의 한 구석을 보는 듯하다.
길가에 즐비한 식당과 술집은 평일에도 자정까지 영업을 한다. 밝은 주황색의 가로등과 강물, 아이들... 시간가는 줄 모르게 그 분위기에 젖어 있을 수 있다.
산책로가 끝나는 지점에서 강 건너를 보면 고풍 어린 5층집이 보이는데 ‘레가따 데 라 마리나(Rgata de la Marina)’라는 요트동호인들의 건물로, 약 130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나룻배가 이삼십 분 간격으로 운행된다. 그곳은 회원제로 운영되는 곳이지만 회원이 아니어도 식당이나 ‘바르(Bar)’를 이용할 수 있다.
이 산책로 일대의 식당과 ‘바르’의 음식과 음료의 값은 저렴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잘 꾸며 치장한 것과 유원지라는 것을 생각하면 비싼 것은 아니다. 허름한 집보다 깨끗하고 좋은 집으로 갈 것을 권한다. 음식 가격 차이가 별로 없다.
이 산책로에는 강물 따라 흐르는 바람 때문인지 한 여름에도 모기가 많은 날은 별로 없다.
이 산책로 끝에 있는 국기 게양대 앞 건물은 해양 경찰 건물로 내부에 박물관이 있다.
빠르께 데 라 라꼬스따
게양대에서 강 건너로 큰 놀이 시설이 눈에 띄는데 ‘엘 빠르께 데 라 꼬스따(강변 공원)’이다. 디즈니랜드 식의 위락 시설로, 97년에 1억 2천만 불 규모의 공사 끝에 문을 연 이 공원은 15헥타르 넓이에 4만 명의 관람객과 5천 대의 자동차를 수용할 수 있다.
3면이 강으로 둘러 쌓인 이 공원 중앙에는 춤추는 분수가 있다. 힘차고 때로는 잔잔한 분수의 물줄기 움직임이 음악과 조명에 아주 잘 어울린다. 청룡열차, 초대형 화면의 아이멕스극장, 노천극장, 서커스장 등 수십 가지의 놀이시설이 있고, 분수와 강이 바라보이는 곳에 식당과 술집들이 있다.
개장 시간은 수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오전 11시에서 익일 새벽 2시까지이며 주말과 공휴일은 새벽 3시에 문을 닫는다. 입장료는 6불이고 1년 동안 아무 때나 사용할 수 있는 특별입장권은 90불이다.
레꼰뀌스따 박물관과 해경 박물관, 사르미엔또 박물관
띠그레란 스페인어로 호랑이라는 보통명사인데 이런 단순하고 좀 유치한 이름의 유래는 이곳 시내에 있는 ‘탈환, 재정복’이라는 뜻의 레꼰뀌스따 박물관(Museo de Reconquista)에 가면 알 수 있다.
반달형 쥐덫과 똑같은 모양이나 크기가 1.5m가 넘는 육중한 호랑이 덫이 소장되어 있는데, 코끼리 다리라도 부러트릴 만큼 크고 튼튼하다. 아마도 그 덫에 걸렸던 호랑이는 목이건 몸통이건 그대로 부러지지 않았을까 한다. 이런 강력한 덫들이 효력을 발휘했기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아무튼 지름 띠그레에는 호랑이가 없다. 사람이 죽어 이름을 남기듯 호랑이도 죽어서 이름을 남겼는데 덧과 함께 남겼다.
물론 이곳에 살던 호랑이는 백두산 호랑이처럼 줄무늬 호랑이가 아니고 표범을 말한다.
이 레꼰뀌스따 박물관은 비교적 최근인 67년도에 완공되었으나 18세기양식으로 지었고, 이중으로 쌓은 벽으로 한여름에도 서늘하다. 이 건물에 사용한 벽돌은 폭이 좁고 면이 넓으며 길이가 긴 옛날 식으로, 박물관을 위해 특별 제작했다고 한다. 2층인 이 건물은 물이 범람하는 지역 특성상 토대를 높게 올려서 다른 건물보다 돋보이고, 추녀 아래의 회랑과 지붕에서 고풍스런 냄새가 물씬 난다.
전시물로는 아르헨티나에 침입했던 영국인들에게 빼앗은 무기들과 대포와 소총・칼 등 여러 가지 무기, 옛날 병사와 경찰 제복・생활용품, 초상화를 비롯한 갖가지 그림과 문서들이 있다. 부설 도서관에는 띠그레 역사 자료와 서적이 있고 열람도 가능하다.
개관시간은 수요일에서 금요일은 오전 10시에서 오후 6시, 토・일요일은 오후 2시에서 6시까지이며 입장료는 없다.
주소는 리니에르스(Liniers)1264.
해경박물관(Museo de la Prefectura Naval Argentina)은 레꼰뀌스따 박물관에서 다섯 블록정도 떨어진 리니에르스(Liniers) 1264번지에 있다. 가정집처럼 보이는 박물관의 작은 마당에는 헬기 한 대가 전시돼있고 서너 개의 전시실에는 항해계측기, 통신장비, 전투용 개인 화기, 여러 가지 비행기와 배의 모형・그림・사진이 전시되어 있다. 조금 한적한 곳인 탓도 있겠고 또 지금은 바뀌었을 지 모르지만 연세 지긋한 담당직원의 친절이 감동적이다.
선착장과 가까운 델따에는 ‘사르미엔또 박물관 (Museo Sarmiento)’이 있다. 1855년에 지어진 이 건물에는 과거 1870년대 대통령이던 사르미엔또가 살던 곳으로, 이곳에 소개한 대다수의 건물과 마찬가지로 역사 기념물로 지정되어 있고, 그가 쓰던 가구와 서적, 집기류 등을 볼 수 있다.
특산물 시장
델따역과 가까운 거리에 ‘뿌에르또 데 푸루또스(Puerto de Flutos)’라는 특산물 시장 겸 항구가 있다. 이곳은 북부지방에서 온 수공예품과 토산품을 주로 취급하는 시장이다. 여러 가지 토속 주류와 치즈, 꿀, 열대 과일 등 시내에서 보기 어려운 상품이 많고, 알가로보라는 단단한 재질의 목재품이나 가구를 싼값에 살 수 있다. 이곳은 델따 역에서 일곱 블록 정도로 떨어진 강가에 있다. 기차가 오던 방향으로 걷다가 큰길이 나오면 기찻길을 건너 두 블록정도 걸으면 선착장이다. 이곳 역시 크고 작은 유람선들이 있으며 큰 유람선의 경우, 오후 1, 3, 5시에 출발하며 주말에는 오후 7시에 한번 더 떠난다.
약간 우습게 생각되겠지만 이곳은 다른 곳과는 달리 깨끗한 공중화장실도 있다.(부에노스아이레스에는 공중화장실이 거의 없고 다방이나 술집의 화장실을 사용하도록 되어 있다)
시내에서 이곳까지 직접 오는 버스(343번)가 헤네랄 빠스와 리바다비아 길에서 출발한다.
강변 열차(Tren de la Costa)
‘뜨렌 데 라 꼬스따’라는 강변 열차는 부에노스아이레스와 띠그레 사이의 경관 좋은 강변을 달린다. 이 열차의 출발지는 부에노스아이레스 시내가 아니어서 한번 갈아 타야하는 수고를 해야하지만, 하나의 철도 종점에서 내려서 길게 이어진 종합 상가 안을 지나서 다른 종점에서 갈아탄다는 데서 여행의 재미를 더한다.
강변 열차를 타려면 먼저 한국의 서울역인 레띠로 역에서 출발하는 ‘미뜨레’ 노선을 탄다. 레띠로에서 시작되는 모든 노선이 그렇지만 이 노선도 드넓은 빨레르모 공원을 비롯해서 기찻길 좌우가 수목이 넉넉한 편이고 다른 노선보다 차창 밖 풍경이 한적한 느낌이다. 부설한 지 오래고 기찻길 주변 개발은 다른 곳보다 늦은 만큼 지나간 시대의 속을 달리는 느낌이 든다. 지나치는 역사(驛舍)에는 폐허에서 느낄 수 있는 고풍이 어려있다. 첫 열차는 낡은 것이고 또 오래된 역사들을 지나지만, 나중 열차는 모든 것이 새것이다. 첫 종점에서 내리면 새 역사는 바로 전동 계단(에스컬레이터)으로 이어지고 이 계단을 지나면 모든 풍경이 일시에 현대식으로 바뀐다. 극장과 음식점, 상가가 늘어선 곳을 지나면 강변 열차 종점이 나온다.
관광 열차라고 할 수 있는 이 열차는 95년에 개통된 전기철도인데 차량은 유럽에서 수입한 것으로 최신 통제시설이 갖추어져 있다. 단 2량이 한 조를 이루어 12분 간격으로 여섯 시부터 자정까지 운행되는 이 열차는 문 옆 단추를 누르면 문이 열린다. 객석과 운전석은 유리로 분리되어 있어서 가까이 가면 기관사처럼 전방의 경치를 보면서 갈 수도 있다.
역은 모두 11개로 역사 근방은 대개 부촌으로 주변환경이 좋다.
기차 색깔처럼 짙은 녹색으로 치장한 새 역사들은 모두 깔끔한 모습이고, 몇몇 역사는 백화점 형태의 상가가 들어서서 새로운 문화 중심지 역할을 한다. 그 중에 가장 돋보이는 곳은 아르헨티나에서 가장 부촌인 ‘산이시드로’ 역이다. 강변 열차가 다니기 전에도 주말이면 벼룩시장이 서는 등 매우 붐비는 이곳은 다른 지역 사람들도 많이 찾는다.
특기할 만한 것은 기차 길을 따라 자전거 산책로를 만들어 놓아서 주말이면 자전거나 롤러스케이트를 타는 사람들이 안전하게 강바람을 맞으며 운동할 수 있다. 이 자전거 길은 출발 역 쪽에서부터 약 7km 정도 이어졌다.
띠그레 가는 길
띠그레 가는 길은 이미 언급한 대로 레띠로에서 출발하는 기차가 두 노선이 있고, 버스는 시내의 꼰스띠뚜시온 역을 출발해 도심 여러 곳을 지나는 60번을 비롯한 많은 노선이 있다.
곧 띠그레까지 쾌속유람선이 운행될 예정이다. 각광 받는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요지 마데로 항구(뿌에르또 마데로)에서 띠그레 선착장까지 20분에 주파하는 고속 유람선이 곧 등장될 것으로 보인다.
승용차를 이용하려면 리베르따도르(Av. Libertador) 대로를 따라 올라가면 된다. 이 길은 아르헨티나에서 가장 부촌으로 꼽히는 올리보스, 빈센떼 로뻬스, 산이시드로 등을 지난다.
리베르따도르 17,000대를 지나 십분 남짓 가면 작은 다리가 나오는데 이곳부터 띠그레 지역이다. 다리건너의 좌측이나 우측, 아무 길로나 한 블록 가다가 다시 십 분쯤 달리면 띠그레 역이 나온다.
띠그레 지역의 구경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은 ‘악세소 노르떼(Acceso Norte)'라는 고속도로로 오는 것이 편하고 빠르다. 이 길은 이 나라의 대동맥이라 할 ’빤 아메리까나(Pan Americana)'고속도로로 이어졌고 부에노스아이레스 중심까지 27km이다.
리베르따도르 길에서 오른편으로 조금 들어가면 별장과 강변, 식당, 술집들이 계속 이어져 있다. 한가하면 이 쪽의 골목길을 다녀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