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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본행집경 제38권
42. 사비야출가품(娑毘耶出家品) ①
이때 북천축(北天竺)에 특차시라(特叉尸羅)[수나라 말로는 삭석(削石)이라 함]라는 성이 있었다. 그 성 안의 어떤 집에서 부인이 아들딸 쌍둥이를 낳았다.
아이의 부모는 관상 보는 이를 불러 상을 보게 하였는데, 그가 점을 치고 나서 이렇게 말하였다.
“딸은 박복한 상이오. 좋은 일이 없을 것이오.”
부모는 그 말을 듣고서 생각하였다.
‘우리 딸이 좋은 상이 없고 길상하지 않은데 이 다음에 장성하면 누가 며느리로 맞을 것인가?’
그들은 이렇게 서로 의논한 뒤에 학문하는 어떤 외도의 부인에게 딸을 맡겼다.
그 외도의 이름은 파리파사(波梨婆闍)[수나라 말로는 행행(行行)이라 함]라 하였는데,
딸의 부모는 그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내 이제 당신에게 부탁합니다. 이 딸아이를 키워 주시고 도법(道法)을 가르쳐 길러 주시면 모든 필요한 물건들을 당신에게 보내 드리겠습니다.”
그리하여 외도 파리파사는 곧 그 딸을 데려다 길렀다.
이렇게 보살피는 가운데 그 딸은 차츰 자라났고, 마침내 결혼하기에 적당한 나이가 되었으며, 여자로서의 뜻과 지혜도 이루었다.
그때 그 외도 파리파사의 부인은 딸이 다 큰 것을 보고 곧 그 딸에게 여러 가지 주술과 온갖 기예를 다 가르쳐 주었다. 지혜가 총명하여 여러 가지 모든 논을 밝게 알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더욱 단정하여 비길 데가 없게 되자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보면 좋아하게 되었다. 그녀의 몸은 부드럽고 생김새는 남보다 뛰어나며 뼈마디가 성숙하고 신체가 반듯하여 결점은 한 군데도 없었다.
어느 날 그녀는 사치의(奢絺衣) 한 벌을 입어 허리 아래 걸치고, 또 한 벌의 사치의는 어깨 위에 걸치고는 세수할 때에 물병을 올려 두는 곳인 삼발이[三奇立拒]를 손에 들고서 온 마을과 성, 그리고 온갖 읍과 왕문(王門) 등을 다녔으니, 모든 외도를 찾아가 논쟁을 벌여서 외도들을 꺾으려 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차츰 걸어 나가다가 문득 최묘자재승타(最妙自在勝他)라는 이름의 파리파사 도인과 마주쳤다.
그는 여러 곳을 돌아다니던 중에 남천축에서 북천축으로 오는 길이었다. 그 도인도 역시 생김새가 반듯하고 단정하기가 견줄 데가 없었으며 나이도 꽉 차 그를 보는 사람들은 저마다 마음에 호감을 가졌다. 또한 얼굴 생김도 남보다 나았으며 신체도 균형이 잘 잡혔고 팔다리가 보기 좋아 논사(論師)들 중에서 가장 유명하였다.
때에 그 도인은 이토록 사랑스럽고 단정하며 용모가 뛰어나 사람들이 호감을 갖게 생긴 이 파리파사의 여인을 보자 이 여인에게 애착하는 마음이 생겼다.
또한 이 파리파사 여인도 파리파사 도인에게 애욕의 마음이 생겼으며 서로가 탐하고 사랑해 마지않게 되었다.
그러자 그 파리파사 도인은 곧 파리파사 여인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훌륭하신 당신이여, 나는 이제부터 당신과 함께 세상일을 즐기고 싶습니다.”
그 여인도 대답하였다.
“내 마음도 당신과 한 곳에서 지내며 즐기고 싶습니다.”
그때 파리파사 도인은 말하였다.
“우리 두 사람은 출가하여 수도하는 몸입니다. 만약 이렇게 법을 수행하는 몸으로 세상일을 즐긴다면 모든 사람들이 우리들의 이런 모습을 보고 곧 우리들을 비난하고 욕할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이제 모든 사람들 앞에서 함께 서로 논쟁을 벌이되, 논쟁에서 진 사람이 이긴 사람을 받들어 섬기자는 약속을 합시다.”
그러자 여인은 곧 이렇게 말하였다.
“만약 내가 이기고 당신이 이기지 못한다면 이 일은 옳지 못합니다.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어찌 남자가 여인을 섬기겠습니까?
만약 여자가 져서 남자를 섬기면 이 일은 옳은 일이요 순리일 것입니다.”
그 도인은 여인에게 대답하였다.
“훌륭하십니다, 덕스러운 여인이여. 당신의 말은 이치에 잘 맞습니다. 당신의 말이 맞습니다.
그리하여 파리파사 도인은 곧 대중들 가운데서 논쟁을 벌이겠다며 북을 치면서 이렇게 고하였다.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 중에 누가 나와 논쟁을 벌이겠는가?
파리파사 도인이나 파리파사 여인 중에 누구든 나와 토론할 수 있는 자가 있는가?
만약 할 수 있다면 좋은 일이 될 것이다.”
이렇게 세 번 외치자 그 파리파사 여인이 대중 가운데서 그 말을 듣고서 곧 소리쳐 말하였다.
“내가 당신과 토론을 하며 묻고 답해 보겠습니다.”
그때 그 여자는 조용한 행동거지로 대중 속에 있으면서 도인에게 문제를 내었다. 그러자 그 파리파사 도인은 이내 풀이하여 맞추었다. 다시 그 파리파사 도인이 그녀에게 반문하자 역시 잘 풀이하여 맞추었다.
이렇게 각자 두 번씩 서로 문제를 내었고 각자 잘 맞추었다.
마침내 세 번째에 이르러 그 파리파사 도인이 여인에게 이치를 물었다.
그런데 그녀는 충분히 알고 있었고 답을 맞출 수도 있었지만 그 도인을 보호하기 위하여, 그리고 마음으로 서로 사랑하는 까닭에 문제를 풀지 못한 척 묵묵히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그 파리파사 도인은 대중들 한가운데서 그 여자를 항복받았다.
이렇게 여인이 파리파사 도인에게 항복하였으므로 곧 대중 앞에서 그 파리파사 도인의 손에서 가죽신과 삼차거(三叉拒)를 받아 들고 갔다.
그 두 사람은 이미 이런 더럽고 음란한 일을 서로 피하지 않고 함께 한 곳으로 갔다. 그들이 서로 어울리자 여인은 이내 임신한 몸이 되었다.
그런데 여인이 임신을 하자 본래의 행을 어긴 까닭에 용모가 미워지고 다시는 단정해지지 않게 되었다.
그러자 그 파리파사 도인은 그 여인의 몸이 본래의 안색을 잃은 것을 보고 이내 싫증을 내고 미워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그에게 말하였다.
“나는 다시 당신과 한 곳에서 같이 살 수 없습니다.”
그러자 여인이 그 도인에게 말하였다.
“우리 두 사람은 함께 도를 닦다가 함께 뜻을 잃었습니다.
지금 나는 당신 때문에 임신하게 되었는데, 당신은 그런 나에게 꽃다운 빛이 없다고 하여 홀연히 나를 버리려 하니, 나는 선 자리에서 죽을 것이요, 만약 죽지 못하더라도 반드시 큰 고통을 받을 것이오.”
그러나 그 도인은 이미 떠날 마음이 정해졌으므로 그 여인에게 금가락지를 한 개 주어 그것으로 약속을 하면서 다시 이렇게 말하였다.
“당신이 만약 딸을 낳으면 이 가락지로 물건을 바꾸어 아이를 기르는 데에 쓰고,
만약 사내아이를 낳거든 이 가락지를 주어 징표로 삼아서 나를 찾게 하시오.”
이렇게 가락지를 맡긴 뒤에 그 여인을 버리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남천축을 향하여 떠나가 버렸다.
그 파리파사 여인은 임신한 몸을 이끌고 온갖 곳을 두루 흘러 다니며 걸어 다니다가 차츰 마두(摩頭) 마을에 이르렀다.
그 마을 변두리에 백운(白雲)이라는 곳이 있었는데, 그곳의 한 현(縣)에 머물다가 마침내 사내아이를 낳았다.
아이를 낳자 그 현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측은하게 여겨서 우유를 주기도 하고 혹 기름을 주기도 하며 그 밖에 필요한 것을 모두 보시해 주었다.
한편 그 파리파사 여인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이 아이를 이 마을에서 낳았으니 이제 마을 이름을 따라서 아이의 이름을 사비야(娑毘耶)[수나라 말로는 현관(縣官)이라 함]라 지어야겠다.’
그 파리파사 여인이 아들 사비야를 법답게 기르고 거두어 젖을 먹이니 사비야 동자는 무럭무럭 자라났다.
아들이 점점 자라면서 뜻도 커져 가자 그 여인은 아들에게 글과 그림, 산수, 결인(結印)하는 법과 주술들을 가르쳤고, 그 밖의 모든 논도 다 가르쳐 주었다. 그 동자는 매우 영리하고 총명해서 배우는 것을 다 통달하여 모르는 것이 없었다.
어느 날 사비야는 어머니에게 물었다.
“어머니, 제 아버지는 누구입니까? 지금 어느 곳에 계십니까?”
그 어머니는 아들에게 대답하였다.
“사비야야, 네 아버지는 지금 남천축에 있다. 너는 이제 그곳으로 가서 네 아버지를 찾아야 한다.”
그리고 나서 어머니는 남편이 주고 간 금가락지를 내어 주었다.
“너는 이것을 증표로 삼아 네 아버지를 찾아라.”
사비야는 그 어머니에게 대답하였다.
“어머니 말씀을 받들어 떠나겠습니다.”
사비야는 그 증표를 받아 들고서 남천축을 향하여 길을 떠났다.
이 마을에서 저 마을로, 이 동네에서 저 동네로, 이 성에서 저 성을 거치면서 점점 남천축 지방으로 다가갔는데, 이르는 곳마다 논쟁할 사람을 만나면 모두 항복시키면서 차츰 아버지가 사는 곳에 이르렀다.
그런데 그는 아버지를 몰랐으며 또 누구에게도 물어보지도 않았으므로 논쟁을 알리는 북을 치며 이렇게 말하였다.
“이곳에 혹시 파리파사 도인이나 파리파사 여인이 있다면 누가 능히 나와 함께 논쟁하고 문답해 보겠는가?”
그때 사비야 동자의 부친이 동자를 보자 문득 저절로 아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생겨났다. 그리하여 파리파사 도인은 동자에게 물었다.
“너 착한 동자야, 너는 누구며 어디서 왔느냐?”
그러자 동자는 곧 파리파사 도인에게 자기가 찾아온 내력을 자세하게 말하며 가락지를 내어 보였다.
파리파사 도인은 그 가락지를 보자 동자에게 말하였다.
“너는 바로 내 아들이다.”
도인은 아들을 만나고 나서 곧 여러 가지 주술과 기예를 더 가르쳐 주었다.
또한 그 도인은 이미 오래전에 모든 선정을 닦았으므로 차례로 아들에게 선정(禪定)의 법을 가르쳐 주었다.
그후 오래지 않아 파리파사 도인은 목숨이 다하여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사비야는 부친이 세상을 떠나자 그곳을 떠나 바닷가로 가서 그곳에 초가 암자를 짓고 살았다.
그곳에 살면서 고요히 생각하고 앉아서 오래지 않아 4선과 5신통을 두루 증득하였다.
그는 이미 증득하고 나서 마음으로 이렇게 생각하였다.
‘세간의 모든 아라한들은 제 스스로 자기는 나한이요 아라한도를 얻었다고 말한다.
나도 그들에 비하면 나한이라고 이름하여도 그들과 조금도 다름이 없을 것이다.’
이때 사비야 동자의 모친은 목숨을 마치고 이내 삼십삼천에 났다.
당시 세존께서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하고 녹야원에서 위없는 법륜을 굴린 뒤였다. 그때 모든 지거천(地居天)들이 차례로 서로 소리 높여 이 소식을 전하였는데 이런 소리가 서로서로 전해져서 위로 삼십삼천까지 이르게 되었다.
그때 동자의 모친인 도리천신은 이 소리를 듣고 생각하였다.
‘내 아들은 지금 어느 곳에 있을까?’
그는 바른 생각으로 관찰하여 곧 그 아들이 바닷가에 살고 있음을 보았다.
이때 그 천신의 몸의 빛은 다른 하늘들보다 뛰어났는데 한밤중이 되자 하늘의 광명을 놓아 아들이 있는 곳을 비추면서 자신의 아들 사비야 파리파사가 수행하는 곳으로 가서 말하였다.
“사비야는 나한이 아니요, 아직 아라한 도나 나한 법에 들어가지 않았다. 너는 나한의 경지를 구하는 법의 차례에 아직 들지도 않았다.”
사비야가 그 하늘에게 물었다.
“천신은 누구십니까? 천신께서는 아라한이십니까? 아라한 도와 법에 들어가셨습니까?
만약 아라한 법의 가르침을 알고 계시다면 저를 가르쳐서 아라한을 얻게 해 주십시오.”
그러자 그 천신이 사비야에게 대답하였다.
“사비야야, 지금 세존ㆍ다타아가도ㆍ아라하ㆍ삼먁삼불타가 현재 바라나국 녹야원의 선인이 살던 곳에 머물러 계신다.
그 세존이 바로 아라한이요 아라한 도에 들어갔음을 스스로 알고 또 사람들로 하여금 아라한 법을 얻도록 가르칠 수 있다.”
사비야는 또 물었다.
“그대 큰 천신이여, 나는 지금 잘 모르겠습니다.
어떤 방편으로 그가 다타아가도ㆍ아라하ㆍ삼먁삼불타임을 알 수 있습니까?”
그러자 그 천신은 사비야에게 말하였다.
“파리파사야, 너는 이렇게 법의 뜻을 물어라.
‘당신은 이와 같이 비구의 이름을 받았는데 무엇을 조복하였으며 어떤 선을 행하였습니까?
무엇을 이름하여 부처라 하고 무엇을 비구라 하며 무엇이 사문이요 또 바라문입니까?
어떻게 청정해집니까, 어떤 것이 지혜이며 또 지혜의 복전(福田)입니까?
어떤 것을 방편을 잘 안다고 하며, 무엇을 이름하여 선인(仙人)이라 하며, 무엇을 듣는다[聞]고 하며, 무엇을 수순한다고 합니까?
어떤 것이 용(龍)이며, 어떤 것을 받음[受]이라 하며, 어떤 것을 성인[聖]이라 하며, 어떤 것을 행을 행한다고 하고, 어떤 것이 도를 구하는 것입니까?’
사비야야, 만약 어떤 사람이 너의 이런 질문을 받고서 하나하나 너에게 풀이해 주어서 너를 크게 기쁘게 해 준다면 너는 그 사람에게서 범행을 행하라.”
사비야 파리파사는 그 천신에게서 이런 말을 듣고는 마음속에 기억해 둔 뒤에 곧 여러 성ㆍ읍ㆍ촌락이며 나라들을 돌아다니면서 가는 곳마다 북을 쳐서 토론하기를 청하며 이렇게 크게 외쳤다.
“사문이나 바라문 가운데 나의 물음에 답해 줄 사람 없습니까?”
하지만 어느 곳에서도 함께 논의할 사람은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사비야가 가는 곳마다 그 때까지 그곳에 오래도록 앉아서 법을 사유하고 있거나 혹은 논의를 하고 있던 사람들도 그가 다가온다는 소문을 들으면 모두가 달아나서 끝내 그와 함께 토론하고 대화를 나눌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때 사비야 파리파사는 차츰 나아가다 점차 바라나성에 이르렀다.
마침 그 성에는 여섯 명의 유명한 스승이 있어 각각 자기가 이 세상에서 가장 으뜸이라고 자처하고 있었으니, 이른바 부란나와 내지 세 가섭과 니건자 등이었다. 그리하여 사비야는 곧 부란나 가섭 등을 찾아갔다.
그리하여 부란나와 서로 만나 위로하고 문안을 하며 인사를 주고받은 뒤에 물러나 한쪽에 머물렀다.
불본행집경 제39권
42. 사비야출가품 ②
그때 사비야 파리파사는 부란나 가섭 등에게 무엇이 비구이며, 나아가 어떤 것을 구도(求道)라 하는가 하는 위의 물음을 던졌다.
사비야가 이렇게 가섭 등에게 묻자 가섭 등은 그 말을 듣고 마음과 뜻이 헷갈리고 어지러워져 대답하지 못하였다. 그 뜻을 알지 못하였기에 더욱 눈살을 찌푸렸고 미간을 찡그리니 주름이 세 줄 나타났으며 마음에 원한과 분노를 일으키며 쓸데없이 중얼거렸다.
사비야 파리파사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장로는 나의 물음에 털끝만큼의 뜻도 풀이해서 답하지 못하며, 또 내 뜻도 뒤바뀌게 듣고 착각하여 이해하지 못하고 문구에 막히어 매우 부끄러우니까 분노와 원한을 일으키고 쓸데없이 크게 부르짖는구나.’
그러자 사비야 파리파사는 부란나 가섭 등에게 싫어하는 마음이 일어나 그를 버리고 떠나갔다.
그리하여 마사가리구사리(摩娑迦梨劬奢梨)와 니건자들을 찾아갔다. 그곳에 이르자 니건자를 만나 좋은 말로 문안하고 위로한 뒤에 물러나 한쪽에 섰다.
사비야는 니건자에게 위에서 말한 것과 같이 무엇이 비구이며 나아가 구도라 하는가를 물었다.
그러나 그 니건자도 사비야의 이런 물음을 듣자 마음과 뜻이 어지러워 대답하지 못하였다.
사비야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모든 장로들도 끝내 털끝만큼의 뜻도 이해하지 못하는구나. 내가 묻자 마음과 뜻이 미혹하고 거칠어져 도리어 성만 내고 앞의 사람들처럼 소리만 지르는구나.’
이때 사비야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였다.
‘혹시 또 다른 사문이나 바라문 중에 세간에서 일체의 지혜를 가진 아라한이라 이르는 그런 사람이 있다면 나는 그에게 가서 마음의 의심을 물을 것이요, 만약 이해하게 되면 나는 마땅히 받들어 섬기고 공양하고 정례하며 아침 저녁으로 그를 떠나지 않을 것이다.’
그때 사비야는 또 이런 생각을 하였다.
‘큰 사문이 지금 바라나 녹야원의 여러 선인들이 머물던 곳에 있는데, 세상 사람들은 그를 지혜 있는 아라한이며 매우 총명하다고 말하니, 나는 이제 그 사문에게 가서 의심나는 뜻을 물으리라.’
그러다 그는 다시 생각하였다.
‘이곳 사문 바라문으로서 나이 많은 대덕이며 오랜 세월 범행(梵行)을 닦아 각각 모든 나라의 왕사(王師)가 될 만하며 세간에서 각각 총명하고 지혜로운 큰 아라한이라고 일컬어지는 이른바 부란나 가섭과 니건자들도 내가 묻는 것을 알지 못하였는데
하물며 이 사문은 나이도 젊고 출가한 지도 얼마 되지 않거늘 내가 묻는 것을 어떻게 알 것인가?’
또 거듭 생각하였다.
‘그 사문을 가볍게 여기거나 기만해서는 안 된다. 왜냐 하면 그 사문이 비록 나이는 어릴지라도 어쩌면 총명하고 큰 지혜가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이제 그곳의 큰 사문에게 가서 마음에서 일어나는 의심을 물어 보아야 한다.’
그리하여 사비야 파리파사는 부처님 처소에 나아갔는데, 멀리서 세존을 보니 마치 허공 가운데 뭇 별이 장엄한 것처럼 대중 가운데서 법을 펴고 계셨다. 그는 이런 모습을 보자 마음에 믿고 행할 생각이 일어났다.
‘이는 반드시 예전에 소문 들었던 바로 그 여래ㆍ세존ㆍ다타아가도ㆍ아라하ㆍ삼먁삼불타일 것이다.’
그리고 나서 부처님 처소에 나아가 곧 세존을 대하여 여러 가지 좋은 말로 인사를 드리고 한쪽에 물러나서 게송으로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사비야란 도인(道人)입니다.
멀리 다른 지방에서 일부러 왔습니다.
의심이 마음에 생겨나 대지(大智)에게 물으리니
저를 위해 분별하여 말씀해 주소서.
제 마음의 의심을 끊어 주시고
낱낱이 생각하여 절 위해 말해 주소서.
제가 묻는 뜻과 문구를 차례대로 풀이하고
낱낱이 깨우쳐 어긋나지 않게 하소서.
사비야는 이렇게 게송을 읊고 나서 묵묵히 앉았다.
그런데 모든 부처님 법에는 세 가지 신통문(神通門)이 있어서 교화시킬만한 자는 곧 교화시킨다.
세 가지란 무엇인가?
첫째는 이른바 출현하는 신통이요, 둘째는 가르쳐 보이는 신통이요, 셋째는 가르쳐 행하는 신통이었다.
세존께서는 그 사비야 파리파사의 마음에 의심이 있음을 아시고 사비야를 향하여 곧 게송으로 대답하셨다.
나에게 마음의 의혹을 묻고자 하여
너 사비야는 먼 길을 왔구나.
너는 이제 말해 보아라. 내가 설명해 주리라.
어떤 물음이든지 내가 다 받으리라.
물음의 뜻에 어긋나지 않게 하리니
너 사비야는 빨리 말해 보아라.
마음껏 묻고 싶은 것 의혹하지 말라.
낱낱이 묻는 대로 자세하게 베풀리라.
세존께서 이런 게송을 읊으시자 사비야 파리파사는 생각하였다.
‘나는 이전에 여러 곳에서 모든 사문이나 바라문들을 만났다.
그들은 나이 들었고 덕이 높으며 출가한 지 오래되어 왕의 스승이 될 만하고 세간에서 대아라한이라 일컬을 정도로 지혜롭고 총명한 사람들이었지만
그들에게 내 마음에 의심난 뜻을 물었으나 그들은 다 잘못 생각하고 마음이 혼란스러워져 나에게 그 뜻을 대답하지 못하였다.
나의 물음에 대답을 하지 못하자 그들은 부끄러운 마음을 품고 얼굴을 찌푸려 주름을 만들었으며 성내고 원한을 품으면서 쓸데없이 중얼댔다.’
그때 사비야는 마음에 희유함을 내었다.
‘그런데 이 대사문은 나의 물음에 성내거나 분해하지 않고 더욱 청정해지고 용모에 즐거운 빛이 감돌고 다른 빛이 없다.
나아가 더욱 빛을 내면서 나의 물음에 나를 위해서 설명해 주리라고 허락하였다. 이 분은 모든 근(根)이 고요하여 그릇됨이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알고 나서 그는 크게 기뻐하는 마음을 일으켜서 환희에 차올라 이기지 못하였다.
그리고 나서 곧 게송으로 그 뜻을 물었다.
대성이여, 무엇을 비구라 이름하며
성현들의 조복이란 무엇을 항복 받는 것이며
어떤 일을 알고 보는 것을 깨달음이라 이름하는지
세존이시여, 저를 위해 설명해 주소서.
그때 세존께서는 곧 게송으로 그에게 대답하셨다.
고행하여 걸림없이 보리를 찾고
모든 의심을 건너 열반 언덕을 향하네.
유(有)가 있고 없음을 모두 버리고
범행으로 누(漏)가 다하면 비구라 하네.
모든 것을 버린 데서 바른 생각으로 행하되
세간에 살면서 남을 해치지 않고
청정하고 탁함이 없는 몸을 얻어
모든 얽힘을 벗어남을 조복이라 하네.
만약 안팎으로 모든 근을 거두어
이렇게 항복하면 곧음이라 이름하고
이 세상과 뒤 세상을 싫어하여 떠나며
열반을 기다림을 선행이라 이르네.
모든 겁(劫) 가운데 부지런히 닦아
나고 죽는 두 끝을 업을 따라 받으며
세간의 번뇌 없고 속박 벗으면
이것을 생사를 다한 깨달음이라 하네.
그때 사비야 파리파사는 이 게송을 듣고 크게 기뻐하며 다시 게송으로 부처님께 여쭈었다.
어떤 것을 범행을 닦는 것이라 이름하며
사문의 청정함은 또 무엇입니까?
대지(大智)라 말한 것은 무엇을 조복하는 것인지
세존께 여쭈니 절 위해 풀이해 주소서.
이때 세존께서는 또 게송으로 그에게 대답하셨다.
모든 죄를 버리고 때[垢]의 얽힘도 없이
선정을 잘 얻어 바로 머물러
홀로 번뇌의 바다를 초월할 수 있으면
이것을 성스럽게 범행 닦는 이라 하네.
복덕을 쌓고 모아 모든 악을 버리면
이 세상 저 세상 번뇌가 없는 줄을 알고
모든 생사를 없애는 까닭에
이것을 증득하면 사문이라 부르네.
모든 존재의 업보를 다 없애 버리고
일체 세간의 모든 안팎과
어떤 천신도 인간도 그를 더럽히지 못하니
이런 것을 이름해 깨끗한 몸이라 하네.
모든 얽힘 다 끊어 걸림이 없고
일체의 세간과 안팎에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 모두 벗어나면
부처님은 크게 지혜로운 사람이라 부르네.
사비야는 거듭 게송으로 물었다.
모든 부처님께서는 무엇을 복전(福田)이라 하시고
어떤 것이 교묘히 아는 방편이오며
어떤 것 이름해 대선(大仙)이라 하는지
세존이시여, 저를 위해 말씀하소서.
부처님께서는 또 게송으로 대답하셨다.
모든 세계를 낱낱이 분별해 알고
모든 하늘 범천들의 공양을 받을 만하며
과보의 집착에 얽힘을 벗어나면
이런 것을 이름해 복전이라 하네.
업(業)의 뿌리와 과보의 열매가 나는 바를
모든 하늘 범천들은 다 분별하네.
온갖 인욕으로써 근본을 끊으면
이런 것을 이름해 교묘한 지혜라 하네.
피차의 깨끗한 인(因)을 선택하여
일체 세간 안팎에 있는 모든 것은
내가 거두지 못하거나 머물지 못할 곳 없으니
이런 것을 좋은 방편[善權]이라 하네.
모든 법의 유무(有無)를 알고
일체 세간의 안팎이 없이
이 세상 천상 인간의 공경을 얻어
걸림없이 홀로 초월한 것을 선인이라 하네.
사비야는 이 말을 듣고 나서 또다시 게송으로 물었다.
어떤 것을 얻었기에 들었다 하며
어떤 것이 수순이요 정진이오며
어떤 것을 이름해 큰 용(龍)이라 하는지
제발 세존께서는 저에게 말씀해 주소서.
부처님께서는 또 게송으로 그에게 대답하셨다.
일체법을 다 듣고 알며
모든 허물과 공덕까지도
초월하고 다시 의심 없으며
일체에 집착 않음을 들음이라 하네.
명(名)과 색(色)은 다 허망한 인연
안팎의 근(根)과 진(塵)은 근심의 장본
이렇게 모든 곳에 해탈하고 나면
부처님은 그것을 수순하는 마음이라 말하네.
모든 죄의 얽힘을 버리고
지옥의 괴로움 떠나려면 용맹해야 하니
거기에서 해탈하고 물들지 않으면
이를 이름하여 정진하는 사람이라네.
세간의 애욕을 모두 멀리하여
속박과 해탈을 모두 끊으며
모든 누(漏)가 다하여 다시는 찔리지 않으니
이런 몸을 이름하여 용이라 하네.
사비야는 이 말을 듣고 나서 또다시 게송으로 물었다.
어떤 것을 이름해 받음이라 하고
어떤 것을 성인과 행을 행한다 하며
어떤 인연을 일러 구도하는 사람이라 하는지
지금 세존께 여쭈니 말씀해 주소서.
그때 세존께서는 다시 게송을 읊어 대답하셨다.
모든 위타론을 낱낱이 가려
사문이나 바라문이나
그들이 아는 것을 이미 증득해 알며
그들에게 다 받아 취하여
사견을 베고 그물을 끊으면
그 지인(智人)은 다시 태를 받지 않나니
세 가지 상(相)의 마음 진흙을 없애어
분별을 내지 않음을 성인이라 하네.
모든 신통을 바로 모두 다 얻고
평등하게 일체법을 알아
능히 모든 세간에 잘 갈[善逝] 줄 아나니
이렇게 아는 것을 행을 행한다[行行] 하네.
모든 법이 지닌 괴로움의 결과에
위이거나 아래거나 혹은 중간까지도
명색(名色)의 경계를 두루 아나니
이런 사람을 일러 구도자(求道者)라 하네.
그때 사비야 파리파사는 모든 뜻을 세존께 여쭈어 모두 그 본심에 적절하게 알았다.
그러자 크게 기뻐하여 부처님 발에 머리를 대고 절을 하고 합장한 뒤 세존을 우러러보고 찬탄하여 말하였다.
“훌륭하십니다, 세존이시여. 세간에는 62가지 견해들이 있는데 모두 다 쓸모가 없습니다. 세간의 이런 것들은 모두 허망한 법입니다.
저는 이제 위없는 세존께 귀의합니다.
오직 세존만이 분별하여 아시는 대장부이십니다.
오직 세존만이 설법할 줄 아십니다.
오직 세존만이 일체의 도(道)를 아십니다.
오직 세존만이 모든 고해를 건너십니다.
오직 세존만이 영원히 모든 누(漏)를 다하셨습니다.
오직 세존만이 가장 큰 위력이 있습니다.
오직 세존만이 홀로 지혜가 많습니다.
오직 세존만이 능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으셨습니다.”
그리고 게송으로 찬탄하였다.
저 이제 대장부께 정례합니다.
참으로 광명을 놓아 널리 비추시고
천상과 인간 모든 세간 안에서
감로 북[鼓]의 문을 잘 여신 분이시여.
제가 먼저 가졌던 의심쩍던 마음을
오직 세존만이 풀어 주셨네.
세존은 이미 큰 선인(仙人) 깨달으신 분
모든 티끌과 때를 다해 남음이 없고
그 뒤에 다시 몸을 받음도 없어
일체 생(生)의 인연 모두 멸하고
세존은 이미 청량한 곳 얻어서
만족을 아는 깨끗한 마음 항상 실행하시네.
이러한 세존은 용과도 같으시니
가장 큰 장부께서 금구(金口)로 말씀하시니
제석천왕이며 모든 천왕들과
모든 선인(仙人), 모든 성인 즐거이 듣네.
세존은 이미 참으로 깨치신 분
세존은 남을 잘 가르쳐 인도하시며
세존은 모든 마(魔)의 무리를 항복 받으셨고
세존은 능히 모든 번뇌를 끊으셨네.
자기를 건지시고 남도 건지시며
모든 죄와 복에 모두 평등하시네.
어느 것에도 욕심내거나 집착 않고 초월하시며
천상 인간 세간을 밝게 아시네.
지진(至眞) 무상존(無上尊)이신 부처님만이
이미 온갖 그릇된 도를 벗어나셨고
모든 누(漏)와 유(有)의 인을 멸하셨으니
마치 보름밤의 밝은 달을
하늘 가득 뭇 별들이 에워싸듯
이렇게 세간을 고루 비추시네.
식(識)과 명색(名色)이며 수명들과
왕사성에 살고 있는 모든 인민들을.
비부라(毘富羅)라는 산이 있는데
가장 훌륭하고 가장 으뜸가네.
또 모든 산 중에는 설산이 으뜸
날아가는 자가 허공에서는 가장 높고
모든 물 중에는 바닷물이 가장 깊고
또 모든 별 중에 달이 제일이니
만약 조복한 이에게 귀의하려면
오직 위없는 이 분에게 귀명(歸命)하리라.
세간의 가장 높은 이께 귀명하며
바른 마부 중에서도 으뜸가는 분께 귀명하며
위없이 높은 선서(善逝)께 귀명하며
더 이상 견줄 데 없는 지진(至眞)께 귀명하리라.
마치 제사에 불이 가장 높고
의론(意論)에는 주술이 으뜸이며
인간 가운데 왕이 가장 자재롭고
모든 강물 중에 바다가 가장 넓고
모든 별 가운데 달이 가장 빛나고
모든 밝음에는 햇빛이 가장 힘세며
상하 여섯 갈래의 선취와 악취
이른바 삼계의 모든 세간과
일체 형상 있는 천상과 인간에서
오직 세존만이 가장 으뜸이시네.
그러므로 저는 이제 합장하고서
머리 조아려 위없는 세존께 절을 올립니다.
사비야는 이런 게송으로 여래를 찬탄하고 나서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훌륭하십니다, 세존이시여. 부디 세존께서는 자비로 불쌍하게 여기셔서 저의 출가를 허락하시고 저에게 구족계를 주소서.”
이때 부처님께서는 사비야에게 이르셨다.
“잘 왔다, 잘 왔다. 너 사비야야, 내가 말하는 법행 가운데서 바로 모든 괴로움을 다하고 해탈을 얻기 때문이다.”
그때 장로 사비야의 몸은 곧 비구가 되었고 구족계가 이루어졌다.
그 사비야는 출가하고 구족계를 받은 지 오래지 않아 행(行)ㆍ주(住)ㆍ좌(坐)ㆍ와(臥)에 도반도 없이 홀로 지냈는데 한번도 집착한 적이 없었다.
그리고 몸과 입을 삼가하여 감히 게으르지 않았으니, 도를 구하고자 하여 머리에 붙은 불을 끄듯 정진하였고,
이렇게 하는 동안 오래지 않아서 그 선남자는 바른 믿음으로 용맹스럽게 집을 버리고 출가하여 위없는 청정한 범행을 닦아 현재에 모든 법을 보고 자기 마음을 증득하여 알고 말하였다.
“나는 이미 모든 생과 사를 다하고 범행의 과보를 얻어 후세의 존재[有]를 받지 않으며, 할 일을 이미 다하였음을 스스로 이렇게 안다.”
그 사비야는 이미 이런 것을 증득하여 알고 아라한과를 얻어 마음이 잘 해탈하였다.
그리하여 세간에는 93명의 아라한이 있게 되었으니, 첫째가 세존이시고, 나아가 마지막 사람이 사비야이다.
세존께서 성도하신 뒤에 바라나 녹야원에 계실 때 부처님을 합하여 8명이었는데, 6월 16일에 안거를 시작하여 9월 15일에 이를 때에는 모두 93명이 안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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