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그림을 어깨너머로 배운 사람이다.
중앙초, 청주중학교 미술시간에 그림을 그려 보았고
선린상고에선 상업미술을 배우긴 했어도
전공과목으로 선택해 미술에 전념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그림을 좋아했고
그래서 동양화나 서양화를 불문하고
전시장이 눈에 띄면 찾아가
유심히 눈여겨 보면서 감탄을 하곤 했다.
그래도
여력이 없어 감상으로만 그쳤던 것이었다.
스케치나 채색은 학교 미술시간에 배운 것으로도 충분했다.
특별히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달란트가 주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르단에서 그림을 그리게 되었을 때 겁도없이 도전했고,
몇몇 작품을 남길 수 있었다.
어떤 분이 내 그림을 감상하고 나서
"에니메이션 스타일이군요!"라고 평가해 주었다.
동양화도 아니고 서양화도 아니고 어떤 특정한 분야로 지칭할 수 없는
그림을 벽에다 '되나가나' 그려놓고 왔던 것이었다.
그 일부를 모아 본다.

요르단 마다바의 공립여학교 "화티마자흘라' 현관 벽에 요르단 국기를 그렸다.

그림 윗쪽의 아랍어는 "알 오르돈 아왈란! =Jordan First"이다.
히브리어 처럼 오른 쪽에서 왼 쪽으로 읽어 나간다.
팔레스틴이나 요르단이나 이집트나 다른 출생지에 상관없이
요르단사람이라면 요르단국가를 앞세우자는 표어다.

운동장 벽에 아랍어 문자판을 그렸다.
이 학교의 저학년을 위해서다.

마다바에 있는 성죠지교회의 바닥에
모자이크로 그려진 '예루살렘 성' 모형도이다.
마다바는 성경에 '메드바'로 표기되는 곳이고
번성했던 다른 도시들처럼 '왕의 도로'가 관통한다.
느보산으로 가는 요충지에 있어서 수많은 순례자들이 방문하는 교회다.
별명이 '모자이크 교회'이기도 하다.
이 지도를 기초로 예루살렘 도성을 발굴하여
로마시대의 '막시무스 카르도'(돌도로)를 찾아냈다.
마다바에서 가까운 곳에 '헤스본'의 유적지도 있다.

학생들의 시청각교재로 그려넣은 그림들이다.

무얼 그릴까?

야! 빨리 일어나, 학교 가야지!

'우리 가족'


학교 외벽 대로변에 그렸던 그림
"We are friends"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나가는 소수의 악동들이 돌멩이로 줄을 긋고 지나간다.
젊은 머슴아들 중에 가끔은 험상궂은 표정으로 다가와
자기네 기도문인 "샤하다"를 따라 하라며 협박하는 경우도 있었다.
내가 "아나 마시히!=나는 기독교인이다!" 라고 소개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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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가면 이 그림들은 퇴색할 것이지만
한국의 어떤 사람이 그곳에 그림을 그려 줬었다는 것을
기억하는 사람이
있으리라고 상상해 보면서
그들은 한국인에 대한 좋은 인상을 품고 있으리라고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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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