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토종닭으로 만든 짝퉁 안동찜닭
얼마 전 경상남도 의령에 갔다 오는 길에 안동을 들렀습니다.
의령은 아버님의 고향이라 아버님은 거기에서 자리하셨고 우리가족은 매년 월동 준비가 끝나면 의령으로 가서 묘사를 지냅니다. 그날도 새벽부터 일찍 서둘러 묘사음식을 챙겨 출발 했습니다. 정선 집에서 대구까지 3시간 그리고 대구에서 의령까지 1시간을 가서 묘사를 지냈습니다.
서둘러 집으로 오면서 상욱이가 ‘맛있는 거’를 먹자고 했습니다. 집 사람도 동의를 하는 눈치입니다. 정선에서는 좀처럼 외식할 기회가 없습니다. 그리고 외식을 해도 외식 분위기를 내기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집에서 먹는 것이나 정선읍에서 외식하는 것이나 품목이 거의 같기 때문입니다. 중국집이나 프라이드치킨 외에는 전부 집에서 평소 해 먹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상욱이는 조금 멀리만 나왔다고 하면 ‘맛있는 거’ 타령을 합니다. 사실 저도 마찬가지구요.
우리식구들은 먹는 걸 참 좋아 합니다. 예전에 서울에서 살 때는 주말에 TV에서 맛있는 먹거리 소개를 하면 바로 가서 먹고 오는 게 다반사 였습니다. 심지어는 부산의 기장 짚불 꼼장어가 나오면 바로 당일치기로 기장까지 내려가서 꼼장어를 먹고 간 김에 하루자고 부산의 명물 자갈치에서 회도 먹고 했었습니다. 그러니 주로 여행은 구경보다는 각 지역의 먹거리를 찾아다니는 여행을 위주로 하곤 했습니다. 살찌기 딱 좋은 취미고 습관이지요. ^^
그러다 보니 상욱이는 특성상 키가 안 크기 때문에 살이 찔 수밖에 없었습니다. 마구 옆으로 벌어지는 겁니다. 그래서 맞춤형 다이어트를 들어갔습니다. 물론 상욱이와 상의해서 한 것입니다. 상욱이 다이어트의 원칙은 하루 세끼 중 한 끼는 스트레스 안 받게 먹고 싶은 것을 양껏 먹이고 나머지 두 끼는 아주 가볍게 먹기로 상욱이와 합의를 봤습니다. 또 음료수는 일주일에 2병만 먹는 걸로 하고 주로 외식할 때 먹곤 합니다. 그리고 운동으로 조절을 하는데 기본이 일주일에 4~5일은 2시간 정도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고 일주일에 3~4번 정도는 8km정도 걷는 것입니다. 날씨가 좋으면 더 하는 날도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2012년 12월부터 지금까지 계속 지키고 있구요 그 결과 몸무게는 4~5kg정도 줄었습니다. 하루 2시간씩 웨이트 트레이닝을 했더니 힘도 좋아지고, 가슴근육도 생기고 이제 남자(?)가 돼 가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상욱이가 이것 먹고 싶어요 하면 거의 다 들어주는 편입니다.
일단 민원인들의 민원이 들어 왔으니 머리를 마구 돌려 봅니다. “뭘 맛있는 것을 먹지?” 그때 떠오른 ‘안동 찜닭’.
여담이지만 닭과는 제가 참 인연이 깊나 봅니다. 어릴 때는 닭다리에 관한 가슴 아픈 추억이 있습니다. 제 어머니는 간장 닭조림 요리를 참 잘하셨습니다. 형(서울에서 하숙을 하던)이 방학 때 집에 오면 만들어 주는 요리입니다. 그런데 이놈의 닭이 다리가 두 개 뿐인 겁니다. 하나는 아버지, 하나는 장남인 형의 몫 인 겁니다. (어머니 입장에서는 아버지보다 형이 우선이겠지만) 순서가 둘째라 순서에 밀린 나는 거기까지는 참아 보겠는데 아버지는 항상 막내 여동생에게 그 닭다리를 주십니다. 하나뿐인 딸이라고~ 그러니 그놈의 먹음직스러운 닭다리는 항상 나한테는 불만의 대상이었고, 차별의 원흉이었던 것입니다. 어른이 되어 가끔 식구들이 모여 치킨을 시켜 먹을 때나 간장찜닭 요리를 먹을 때면 그 이야기가 나오곤 합니다. (다리 하나 먹지 못한 내 마음을 지들이 알아? 먹은 사람이나 아름다운 추억이지! ) 그때 먹었던 간장찜닭이 바로 안동찜닭 인 것입니다. 지금 저희 농원에서 토종닭을 키우는 이유도 아마 제가 닭에 관한 특별한 추억에 원인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래, 바로여기가 그 유명한 찜닭의 고장인 안동인 것입니다!
안동은 양반의 도시이고 유명한 간 고등어가 있으며 한정식이 유명한 지역입니다.
안동찜닭, 헛 제사밥, 간 고등어 정식, 안동 양반 한 정식 등 입맛을 자극하는 여러 요리들이 우리를 유혹 했지만 우리는 안동 찜닭으로 방향을 정하고 맛 집을 검색했습니다. 스마트 폰의 위력으로 금새 맛 집 검색을 끝냈습니다.
반찬이 김치 조금과 무 조금 뿐인 안동찜닭
안동에 도착해서 안동의 찜닭골목인 구 시장에 들러 아까 차에서 인터넷검색으로 미리 찾아둔 식당으로 갔습니다. 생각보다 허름한 집이었는데 주인아주머니는 꽤 친절 하였습니다. 우리는 찜닭 하나를 시키고 기다렸는데 과연 소문대로 먹음직스러운 찜닭이 나왔습니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메인요리에 자신이 있으면 반찬은 간단하게 나오게 됩니다. 저는 또 그런 집이 좋구요. 전부 밥 한 그릇씩 뚝딱 해 치우고 택배도 가능하다는 말에 명함을 받아들고 나왔습니다.
그러고 보름쯤 뒤 상욱이가 또 찜닭이 먹고 싶다는 겁니다. 택배를 시킬까 하다가 과감히 우리 토종닭을 가지고 찜닭에 도전해 봤습니다. 원래 닭의 수명은 10년 이상 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아마 거기까지 사는 닭은 없을 듯합니다. 닭의 시장가격이 너무 싸서 우리가 일반적으로 먹는 육계용 닭은 3~4개월 이상 키우면 사료 값 때문에 손해를 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시중에서 사먹는 닭들은 보통 3~4개월 산 영계기 때문에 연하고 부드러운 것입니다.
제가 여기 정선에 처음 왔을 때 동네 어르신들이 저보고 토종닭 숫닭을 3년 이상 키워 잡아먹으면 보약이라고 해서 저는 그냥 계속 키우고 필요하면 잡고해서 우리 닭들은 나이들이 조금씩 있습니다. ^^ 그래서 많이 질깁니다. 평소 백숙을 해 먹을 때 3~4시간을 푹 고아 먹어도 일반 닭 보다 질깁니다. 국물은 끝내 주지만~ 그런데 저는 개인적으로 이 질긴 맛이 더 좋아 합니다.
우리 토종닭이 질기니 우선 닭을 잡아 깨끗이 씻고 토막을 내는 등 장만해서 맥주를 한 병 부어 한 2시간 푹 삶았습니다. 그리고 우리집표 양념간장을 만들어 넣고 감자, 당근, 생강, 마늘, 청양고추 등도 넣어 약 1시간 조렸습니다. 향긋하고 맛있는 냄새가 올라오는데 조수 상욱이는 옆에서 “아빠, 맛있겠다.”를 연발하며 입맛을 다십니다. 저는 여기 정선에 와서 요리하기를 좋아 합니다. 그리고 내가 요리할 때 항상 상욱이는 조수입니다. 심부름도 하지만 리액션이 좋아 일 하는 분위기를 잘 띄우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상욱이도 먹는 것을 너무 좋아해 요리를 배우겠다고 조수하기를 자청해서입니다.
우리집표 찜닭이 다 되고 이 요리를 어떤 술과 먹으면 좋을까? 를 고민하는데 상욱이가 맥주를 들고 옵니다. “그냥 맥주로 입가심이나 해~” 그렇게 저녁을 먹는데 “이게 뭐지?” “어떻게 이런 닭 요리를~ 내가?” 이건 너무 환상적으로 맛있는 겁니다. 우리 닭의 쫄깃쫄깃한 맛과 청양고추의 매콤한 맛, 닭고기 특유의 고소한 맛 그리고 씹을 때 마다 뭔가를 알 수 없는 오묘한 맛이 끝내 줬습니다. ^*^
우리 집 토종닭으로 만든 유사 안동 찜닭
자세한 레시피는 ‘마누라도 몰라, 며느리도 몰라’ 인 비밀입니다.^*^
사실은 즉흥적인 요리라 정리된 레시피가 없습니다. ㅎ ㅎ ㅎ
첫댓글 요리하는 거,나도 좋아하는데...
맛집 가는 것도 좋아 하는데...
상욱이 맛집 가서 먹고 싶당!
맛 있는데~
함 오셔서 먹어도 되는데~
ㅎㅎㅎㅎ
(입맛 접쩝 다시며~~ )손님께서 남기고간 장수막걸리가 한병있는데... ㅋㅋㅋ
진자 맛 있게 먹었다는~ㅋㅋㅋㅋ
레시피가 없으면 어때요.
간이 맞으면 되고, 맛있게 먹었으면 되지요.^^
먹고싶다아......^^*
사진보니 후딱 먹고싶어지네요
상욱엄마 솜씨가 장난 아닌가봐요 김장도
그렇쿠~
네, 타고났나 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