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2년 1월 23일 수요일 맑음.

아침 7시 40분에 호이안(Hoi An)에 도착했다. 내릴때 보니 기사가 바뀌었다. 어제 밤 휴게실에서 새로운 기사가 타서 운전을 대신했단다. 차를 몰던 우리 기사는 앞좌석에서 다리를 뻗고 잠을 자고 있다. 신카페 앞에서 아침 7시에 출발하는 차를 갈아타고 후에에 가려했는데 우리 차가 조금 늦게 도착한 것이다. 할 수 없이 오전에 여기에서 머물고 오후 1시에 출발하는 차를 타기로 했다. 신카페에서 간단히 세면을 하고, 배낭을 사무실에 맡겨놓고 나왔다. 시내구경을 하기로 했다. 금강산도 식후경. 오래되 보이는 식당에 들어가 쌀국수를 한 그릇씩 먹었다.

호이안이라는 도시는 다낭 바로 밑에 있다. 호이안은 다낭에서 남쪽으로 30km 떨어진 곳에 있는 작은 마을로 일찍이 외국 무역상들의 출입이 빈번했던 국제 항구 도시였다. 16세기 신항로 개척으로 에스파냐와 포르투갈을 선두로 서양의 나라들이 동남아시아와 동아시아로 진출하기 시작하였다. 이에 16세기 이후 세계적인 교역망이 형성되었고, 많은 무역항이 발달하게 되었다. 믈라카 해협의 도시 국가인 믈라카는 페르시아 만에서 명까지 연결되는 항해에서 가장 중요한 항해지였다. 믈라카는 중국, 일본, 인도네시아, 말루쿠 제도와 서쪽의 벵골 만 및 인도양과의 교역을 중개하면서 번영을 누렸다.

포르투갈 사람들은 믈라카를 점령한 이후 베트남 중부 해안에 있는 호이안을 중심으로 교역에 종사하였다. 당시 호이안은 중국, 일본 및 동남아시아 각지에서 많은 상인들이 모여들던 무역항이었다. 당시 도자기가 주로 거래되었다. 이러한 이유로 호이안은 도시 자체가 유럽과 중국, 일본 등 여러 나라를 압축시켜 놓은 듯한 느낌을 주는 건축물들로 가득하다. 언뜻 하노이의 구시가지와 비슷한 분위기를 연출할 것 같지만, 외국 무역상들의 자취를 체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면모를 발견할 수 있다. 마을의 외국인 중 일본 무역상이 최초로 집단으로 거주해, 한때 천 명 이상의 일본인이 상주했다고 한다. 이후 중국인들이 진출하여 마을에 거주했는데 아쉽게 현재 일본인의 자취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호이안에는 2,200년 전의 것으로 추정되는 도자기 파편이 출토되어 일찍부터 인간이 거주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2세기부터 10세기까지 참파 왕국의 중심지로서 그 위상을 떨쳤다. 인근에 미 썬 유적지가 대표적이다. 1999년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에 등록되었다. 올드 하우스라고 부르는 지역은 쩐 푸(Tran Phu) 거리, 남쪽 응우옌 타이 혹(Nguyen Thai Hoc) 거리, 강변의 박당(Bac Dang) 거리 골목이다. 쩐 푸 거리 서쪽 끝에 있는 내원교 주변에 볼거리와 식당, 상점들이 몰려 있다. 1999년 11월 29일부터 12월 4일까지 모로코의 마라케쉬에서 개최된 제23차 유네스코 회의에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많은 관광객이 찾는 관광지이다.우리로 말하면 민속촌 비슷하다. 옛날 건물들이 그대로 보존되어있다.

베트남의 옛날 건축 양식을 볼 수 있다. 그들의 삶의 모습이 흥미로운 곳이다. 안내 책자도 없고 정보도 없어서 길 따라 걸어가며 눈치껏 살펴보기로 했다. 다행히도 강 따라 도로가 바둑판처럼 직선으로 되어있어 다니기에 수월했다. 일단 걸어서 강 끝까지 간다. 다리를 건너간다. 옛날 집들과 꽃이 많다. 옛날 집이라 해도 현재와 다른 것은 나무 기둥과 나무문인 것 같다. 마침 결혼 전에 신부 집을 찾아가는 신랑 집 하객들의 행렬을 만났다. 제일 앞에는 신랑과 아버지인 듯한 사람이 앞장서고 그 다음 케익을 들고, 그 다음은 각종 음식을 들고, 꽃도 들고 한 줄로 따라간다. 아주 오래된 양복을 입은 키 작은 영감님들의 모습이 귀엽다. 신부 집을 잘 못 찾는지 신랑이 헤맨다. 모두 웃는다.

아주 오래된 다리위에는 개 형상이 조각되어있다. 또 다리에는 지붕이 목조로 만들어져 있고 한문으로 래원교라고 씌어 있다. 골동품 가게들이 즐비하다. 호이안 박물관도 보인다. 둥근 나무로 달마대사를 조각하고 있다. 여행 가이드를 공부하는 젊은이들이 교사의 설명에 따라 건축양식을 설명 듣고 있다. 일본인 관광객이 제법 많이 보인다. 직선 길을 따라 가다가 강 쪽으로 꺾어지니 재래식 시장이 나온다. 다라이를 놓고 길에 늘어서서 정성스럽게 준비한 채소를 종류를 팔고 있다. 우리네 시골 장터와 비슷하다. 우물을 중심으로 넓게 펼쳐져 있다. 채소 종류가 우리보다 많은 것 같다. 닭 과 오리, 알 종류 모두 풍성하다. 열대 과일과 채소류가 더 풍성하고 사람도 풍성하다. 활기차고 재미있는 시장이다.

홍콩이나 마카오에서 본 남 중국 스타일의 건물들이 뒤에 길게 이어진다. 시장에서 오이와 바나나를 샀다. 신카페 앞의 빈 공원에서 점심을 먹었다. 빵과 버터, 오이, 바나나, 우유, 고추장을 펼쳐놓고 입맛대로 조합해서 먹는다. 1시에 신카페 앞으로 가니 또 그 차에 그 운전사에 그 조수다. 피곤하지 않을까? 물론 한참 가다가 대리 운전자를 태웠다. 오후 1시 15분에 출발했다. 낯이 익어 운전사와 눈인사를 했다. 차는 아주 깨끗하게 청소되어있다. 바다를 끼고 북으로 달려가는데 산악지역이다. 꼬불꼬불 산길을 올라간다. 곳곳에 망가진, 고장 난 차들이 멈춰서 수리를 하고 있다.

멀리 눈 아래는 해안선이 길게 곡선으로 보인다. 산악 길은 길도 좁고 험하다. 힘들게 올라간다. 고개에 올라서니 휴게실이 있다. 산 아래로는 안개로 보이지 않는다. 쌀쌀하다. 휴식하는 동안 화장실에도 다녀왔다. 유료다. 베트남 가족과 사진 찍는 외국인의 모습에 모두 즐겁다. 통나무를 잘라서 만든 손잡이까지 붙어있는 미끄럼 방지 물건이 재미있다. 언덕에서 차가 고장 나서 멈추면 미끄러지지 말라고 바퀴에 괴어 놓는 통나무다. 만들어서 팔고 있다. 이색적인 모습이다. 잠시 쉰 후 안개 속을 뚫고 차는 또 꼬불꼬불 내려간다. 바다가 보인다.

오후 6시가 되어서 후에에 도착했다. 꼬박 4시간 정도 달린 것 같다. 우리 버스가 멈춘 곳은 우리가 하룻밤 머물 호텔이다. 더블룸이 10달러란다. 깎아서 8달러까지 해 준단다. 시간의 여유가 있어 더 저렴한 숙소를 알아보기로 했다. 사전에 알게 된 정보에 의하면 타이빈 호텔을 찾으면 라오스 국경도 쉽게 갈 수 있고 숙박비도 싸단다. 타이빈 호텔을 찾아가니 가격은 10달러이고 방도 없단다. 숙소를 소개하는 삐끼 아저씨가 달라붙는다. 5달러짜리 숙소를 안내해 주며 명함을 준다. Hoang Ngoc 호텔을 찾아간다. 약간 시내에서 떨어져 있다.

5분 정도를 걸어가니 호텔이 있다. 더블 룸이 5달러인데 방을 보니 넓고 잘 만 했다. 약간 서늘한데 더운 물이 안 나오는 게 흠이다. 이곳도 원래 방 가격은 10달러란다. 숙소는 조용했다. 짐을 풀어놓고 식사를 하러 시내 중심가로 나왔다. 식당에 들어가 메뉴를 보고 주문했다. 소고기와 야채볶음, 볶음밥 등이 나온다. 중국집 스타일이다. 접시에 담아서 먹었다. 먹을 만 했다. 숙소로 와서 밀린 빨래를 해 놓고 일정을 얘기한다. 방안에 빨래가 가득하다. 오랜만에 잠자리에 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