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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 5월 15일 일요일, 흐림, 비, 바람.
이제는 여행이다. 오늘은 땅 끝 마을로 알려진 피니스테레(Finisterra)와 무씨아(Muxía)를 간다. 아침 식사는 숙소에서 제공해 주는 뷔페로 한다. 풍성하게 준비되어있다. 아침 7시에 식사를 했다. 살라미라는 소시지를 배웠다. 말린 소시지다.
1730년경부터 이탈리아에서 만들어 먹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게 되었다. 각 지방마다 특징이 있으며, 가장 유명한 살라미 종류로 페페로니(Pepperoni)가 있다. 소고기나 돼지고기에 소금 간을 세게 하여 건조한 향이 강한 소시지다.
이탈리아어로는 'Salame(살라메)'라 하며, 소금을 뜻하는 'Sale'에 접미사가 결합된 형태이다. 소금이 많이 들어가고, 저온에서 긴 시간 동안 건조하기 때문에 오래 두고 먹을 수 있으며, 익히지 않고 먹어도 된다.
살라미는 짜고 건조하기 때문에 주로 얇게 썰어서 샌드위치, 피자, 카나페(Canape) 등의 요리에 활용한다. 요리하지 않고 먹을 때는 주로 와인 안주로 곁들인다.
살라미는 유럽의 지역에 따라 특색을 가지는데, 이탈리아 남부에서 먹는 살라미가 바로 페페로니(Pepperoni)이다. 이 밖에도 훈제해서 향을 입히는 것 등이 있으며, 프랑스나 독일스페인에서도 살라미와 비슷한 형태의 소시지를 볼 수 있다.
소고기나 돼지고기를 소금에 절인 후 껍질 속에 넣고 말리면 완성된다. 짧게는 10일에서 길게는 100일 정도 건조와 숙성을 거쳐 만들며, 최대 2년까지도 보관이 가능하지만 너무 오래되면 딱딱하게 변한다. 요리하지 않고 먹을 때는 주로 와인 안주로 곁들인다.
빵 사이에 넣어 먹어보니 그런대로 먹을 만 했다. 아침 8시 45분 알라메다 공원 앞에서 버스를 타고 간다. 피니스테레로 먼저 간다. 날씨가 잔뜩 흐리더니 비가 내린다. 축축해 보이는 창밖의 풍경은 차분하다. 거기에 바람까지 분다.
피니스테레는 산티아고에서 88km정도 떨어진 곳이다. 한 시간 반 정도가 걸려 도착했다. 주변은 비바람에 시야가 가려 언 뜻 바다가 보이곤 한다. 주차장에서 잠시 대기하다가 비가 멈추는 것 같아 용기를 내서 내렸다. 바람은 그대로 분다.
처음 만난 것이 바위 위에 세워진 석조 십자가상(Cruceiro faro de Fisterra)이다. 여기의 공식적인 명칭은 피니스테레라고 불리기도 하지만 피스테라(Fisttera)란다. 비와 바람을 피해 얼른 십자가 상 옆의 목조 대피소로 갔다.
대피소 처마에는 아름다운 도형들이 그려져 있다. NUDO, TRIQUEL ESPIRAL, ARBOL 이다. 아마도 와인이나 상품 로고인 것 같다. 문양들이 개성 있고 특이하다. 아내를 위해 산 목걸이 문양도 있다. 우비나 우산이 소용이 없을 정도로 바람이 불고 비가 날린다.
등대가 있는 방향으로 걸어갔다. 아담한 호텔(Hotel O Semaforo)이 있다. 일출과 일몰을 구경하려면 이곳에 묵는 것이 좋단다. 호텔 앞에는 순례자 조형물이 만들어져 있다. 피니스테레, 끝이라는 의미를 가진 이 지명은 육지가 끝나는 지명을 가리키는 땅 끝 마을이다.
초기 순례자들은 그동안 입고 있던 옷과 신발이 너무 남루하여 마을사람들이 이들에게 옷을 나누어 주었는데 남루한 옷은 태웠다고 한다. 태우는 일을 성당 부근에서 하다 보니 문제가 생겨서 이 땅 끝 마을에 와서 하게 되었단다.
형편이 나아지고 옷을 얻어 입지 않아도 되는 시기가 되어서 사람들은 무슨 신비한 의식을 치루 듯이 순례길 내내 신었던 신발을 이곳에서 태웠다고 한다. 순례의 최종 목적지이다. 로마시대 사람들은 이곳이 세상의 서쪽 끝이라 생각했단다.
'대륙의 끝'이라고 불리는 이곳은 더 이상 걸어갈 수가 없다고 알리는 '0.00km'라는 표시석이 세워져 있다. 예수님의 제자 야고보가 선교를 위해 처음으로 발을 들여 놓은 장소라는 이야기가 있다. 순례자들에게 중요한 장소로 꼽히고 있다.
순례 객은 산티아고 대성당에 도달하여 미사에 참여하면서 순례를 마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곳 땅 끝까지 다시 걸어와서 신발을 불사르며 대단원의 막을 정리하는 의식을 거행한다고 한다. 순례 길의 종착지를 알리기 위해 순례 길에서 사용한 장비나 옷가지들을 태우는 의식을 한다.
과거 순례자들은 순례를 마친 후 , 스페인 서쪽 끝 피니스 테레로 이동한 후 새롭게 태어난다는 의미로 신발을 태웠다 한다. 그러나 최근 환경문제 등 여러 문제로 신발을 태우는 일은 금지되었다고 한다. 산티아고 0km 표지석이 있다. 재미있다는 생각이 든다.
출렁이는 바다가 눈 아래 펼쳐진다. 흐리지만 거칠게 파도가 일어나는 엄청난 바다다. 등대 방향으로 바람을 가르며 걸어간다. 커다란 암벽에는 여러 개의 기념 동판들이 붙어있다. 등대(Faro de Fisterra)를 마주했다. 길 끝 벼랑 위에 견고하게 버티고 있다.
파로(Faro) 등대는 19세기 중반에 세워졌다. 세상 끝에서 대서양을 지나가는 배들의 안전을 위하여 변함없이 자리를 지키면서 불을 밝혀주는 피스테라 등대를 보니 뿌듯하고 감회가 새롭다. 망원경도 옆에 설치되어있다. 멀리 바다 건너의 무엇이 있는지 지도로 표시되어있다.
등대를 오른쪽에 끼고 절벽으로 간다. 조그만 집 한 채가 있다. 바위 길로 내려간다. 청동으로 만들어진 등산화 조형물이 바위 위에 있다. 순례자 신발(Pilgrim Boot), 한 켤레가 좀 부족하고 외로워 보인다. 발견의 기쁨, 만남의 기쁨을 주는 조형물이다.
옆에 세워진 철제 구조물에는 순례자들이 붙여 놓은 갖가지 것들이 비바람에도 떨어지지 않고 견고하게 붙어있다. 가운데 호세 마리아 킨텔라 산체스 찬양 십자가 석상도 있다.
버려진 등산화가 잔뜩 젖은 채 몇 켤레 모여져 있다. 불을 태웠던 흔적이 바위 사이에 보인다.
엄청난 바다가 내려다보인다. 회색 수평선이 물보라와 함께 내려와 있다. 바위 사이에는 들국화 같이 생긴 야생화들이 바람에 흔들린다.
쑥갓 꽃을 닮은 것 같다. 잠 시 바다를 보며 멍 때리다가 돌아 올라간다. 호세 데 산 마르틴 장군 흉상을 만났다.
아마도 해군 제독인 것 같다. 등대 아래 절벽으로 돌아가 보니 절벽아래 바위 사이에서 염소들이 보인다. 위험해 보이지만 편안해 보인다.
기둥에는 지구에 평화가 깃 들기를(May peace prevail on earth.) 글이 보인다. 비는 내리지 않는데 바람이 장난이 아니다.
호텔 오 세마포로 데 피스테라와 바 오레푸시오(Bar O’Refuxio) 앞에는 돌고래 형상과 세계 주요 도시 방향을 가리키는 표지판이 붙어있다.
거리도 적혀있다. 베를린 2599km, 더블린 2610km, 마이애미 6561km, 방콕 10539km. 한국은 보이지 않아 좀 아쉬웠다. 외롭게 놓여 진 벤치에는 커다란 노란 화살표가 그려져 있다.
화장실에 잠깐 들렀다. 노랗고 하얀 들꽃들이 바람에 잘 견디고 있어서 반가웠다. 버스를 향해 간다.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 광장(Praza Stephan Hawking Fisico) 표지판이 있다.
아름다운 장소 세상 끝 여행을 즐겼다는 글도 있다. 2008년 9월에 방문한 것 같다. 최근에 만들어 놓은 표지석 같다. 오전 11시 30분이다. 이제 버스를 타고 무씨아(Muxía)로 간다.
약 20분 정도 걸린다. 비는 그쳤다. 여기도 땅 끝이다. 무씨아는 영화 더 웨이(Thy Way)의 엔딩 장면으로 유명해진 곳이다. 아들이 어느 날 산티아고 순례 길을 걷는다고 떠난 후 사고로 사망을 하자 주인공인 아버지는 아들의 유해를 인수하러 프랑스 생장으로 온다.
그리고 생각을 바꾸어 스스로 카미노 길을 걷게 된다. 아들이 가지고 가려 준비한 배낭과 아들의 유골가루 상자를 들고 간다. 그러면서 겪게 되는 사람들과의 만남 등 여러 이야기가 전개된다.
길을 다 걸은 후 무씨아로 와서 남은 유골가루를 바다에 뿌리면서 영화는 끝난다. 꼬불꼬불 좁은 길을 조심스럽게 간다. 무씨아 마을의 좁은 골목을 힘겹게 빠져나가 드디어 바다가 보이는 땅 끝 주차장에 멈춰 선다.
주차장에는 사람들도 많고 차들도 많다. 하얀 등대(Punta da Barca)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여기는 절벽이 없이 평평하게 바다로 이어지는 순한 바위지역이다. 둥글고 넓적한 바위들이 보인다. 바닷가 가까이에 있는 흔들바위가 보인다.
무씨아 등대 앞에 흔들바위가 있는 바닷가를 본다. 전설에 의하면 사도 야고보가 이곳 갈리시아에서 복음을 전하는데 실패하여 좌절한다.
낙담하고 있는 사도에게 용기를 심어주기 위해 성모 마리아는 돌로 만든 배를 타고 왔고. 흔들 바위는 성모 마리아가 타고 온 배의 선체라고 여겨졌다.
강인하게 보이는 꽃들이 바위틈에 자라고 있다. 기념품 노점상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넓은 바위 위에 세워진 성당(Santuario da Virxe da Barca)이 있다. 바르카 성당이 세워진 곳, 이곳은 원래 켈트족의 성소가 있던 장소라고 한다.
12세기에 기독교를 받아들였을 때, 그때 이 자리에 은둔 기도소가 지어졌다. 그 후 17세기에 현재의 교회가 세웠다. 2013년 12월 번개로 인한 화재가 발생, 소실된 것을 복원했다고 한다.
성당은 생각보다 넓다. 내부는 금빛으로 화려하고 넓어 보인다. 주일이라 예배중이다. 교회 앞에는 넓적한 바위가 눈에 들어온다. 카드리스의 바위(Pedra dos Cadris)란다.
바위가 콩팥같이 생겼다고 해서, 신장염, 요통, 골다공증, 관절염... 등에 효험이 있다고 한다. 파도가 부서지는 장엄한 전망을 만들어내는 바위들이 넓게 펼쳐져 있다.
썰물 때 파도가 부서지면서 작은 동굴이 만들어지고 거품이 인다. 바위에는 오랜 세월동안 기록된 커플들의 이름도 있다. 언덕위에 커다란 조형물이 보인다.
걸어서 올라가본다. Miradoiro Jesus Quintanal 라는 팻말이 붙어있는 작품이다. 예수 전망대란다. 성당 앞 언덕에 세워진 라 에리다(La Herida ‘상처’A Ferida) 조각 작품이다.
2002년 무씨아 앞 바다에서 유조선 프레스티지(Prestige)가 좌초되어 66,000톤의 기름이 유출되었다. 그로인해 바다와 해양생물이 입은 상처를 표현한 11m 높이의 거대한 화강암으로 만든 작품이다.
조형물 앞에 산티아고 0.000km 표지석이 있다. 시간에 여유가 있어 무씨아 마을로 넘어간다. 바다를 보면서 넘어가는 길이 참 시원하다. 또 육지가 끝나는 땅 끝 마을이다.
전망대에 오르면 햇살을 받아서 유난히 푸른 바다가 앞에 펼쳐지고 가슴이 탁트이는 경험을 한다. 파도가 육지에 닿아서 부서지는 소리와 파도 모양은 사람의 삶을 닮았다. 넘어가는 길에서 오래되 보이는 성당(Igrexa de Santa María de Muxía)을 만났다.
돌계단 위에 종탑이 따로 세워져 있다. 참 멋지다. 마당 돌담 위에 십자가 표시가 줄지어있다. 무씨아 마을에 들어섰다. 무씨아 항구 선착장에는 주로 어선들이 보인다. 한가해 보이는 항구와 방파제, 공원광장이다.
무씨아는 스페인 북서부에 위치한 어촌마을로, 이 마을과 3km 떨어진 거리에 12세기에 세워진 베네딕드 수도원이 있고, '무씨아'라는 이 이름은 이 수도원을 설립한 수도자에 의해서 지어 졌다고 한다.
무씨아는 '죽음의 연안'이라 불리는 대서양 연안 부근에 위치하고 있다. 대서양에서 사고가 난 배들이 파도에 밀려 이 곳까지 들어 온다고 한다.
2002년 유조선 사고로 많은 양의 원유가 유출되어 해양 오염으로 막대한 피해가 있었는데, 이 사건을 잊지 않기 위해 배를 형상화해서 세워진 기념비를 우리는 잠시 전에 보고 왔다. 소박해 보이는 시청사(Concello de Muxía) 건물을 중심으로 식당과 호텔 등이 보인다.
직접 손으로 떠서 자수 작품을 만드는 작은 사무실이 보인다. 직접 만드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작품이다. 그 옆 식당에서 한국 젊은이를 만났다.
혼자서 산티아고를 걷고 산티아고에서 이곳까지 버스를 타고 왔단다. 하루에 세 번 여기오는 버스가 있단다. 차를 마신 후 이제는 피니스테레로 버스를 타고 갈려고 한단다.
마침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우리도 젊은이가 추천해 주는 식당(A FURNA)을 찾아갔다. 사람들이 엄청 많다. 2층으로 되어있는데 겨우 좌석을 잡고 앉았다.
돼지고기 구이와 커피를 주문해서 점심을 먹었다. 고기 덩어리가 크고 야채도 풍성하다. 16유로다. 비가 그치기를 기다렸다가 식당을 나왔다. 바람을 가르며 주차장으로 간다.
성당 바위 계단을 올라 그 뒤로 난 절벼길을 올라 정상에 선다. 언덕 위 십자가 석상(Mirador Monte Corpiño) 이 있다. 코르피뇨 전망대에서 바라본 무씨아 마을 전경이 참 예쁘다.
버스를 탔다. 바람이 불어 모든 것이 흔들리는 길을 따라 산티아고로 돌아온다. 산티아고는 날씨가 좋다. 알라메다 공원을 산책한다.
알라네다 공원을 올라가는 계단 앞에 세워진 기념물(Monumento a Manuel Ventura Figueroa)에서 사진을 찍는다. 계단을 내려가니 새로은 공원과 이어진다.
넓게 잘 가꾸어진 정원(Campus Vida)이다. 잔디와 조형물 오래된 나무들로 대칭을 이루고 있다. 알라메다 공원 아랫 길을 따라 숙소로 걸어간다.
도로변에 붙어있는 작은 주유소(Galp)가 신기하다. 저녁식사는 KFC에서 치킨으로 한다. 8.29유로다. 저녁 7시 호텔 로비에서 PCR 검사를 한다.
예쁘게 생긴 간호사가 코를 쑤시는데 엄청 아파서 눈물이 찔끔 난다. 쑤신 본인도 미안한가보다. 이렇게 하루가 끝난다. 내일은 기차를 타고 마드리드로 이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