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본당에서 오늘 1년 동안 전례에 사용할 초를 축성합니다. 봉헌 축일에 초를 축성하는 것은 초가 가지고 있는 3가지 특성 때문입니다. 초의 3가지 특성은 예수님께서 걸어가신 삶을 드러냅니다.
첫째, 초는 밝은 빛을 줍니다.
예수님께서는 빛으로 이 세상에 오셨습니다. 그리고 제자들에게도 말씀하셨습니다. “여러분은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소경의 눈을 뜨게 해 주셨습니다. 진리의 빛을 가려서는 안 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둘째, 초는 따뜻함을 줍니다.
예수님께서는 절망 중에 있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었습니다. 고통 중에 있는 사람들에게 위로를 주었습니다. “나의 멍에는 가볍고, 편하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외로운 이들, 슬퍼하는 이들은 모두 나에게로 오라고 하셨습니다. 죄를 지은 사람들을 용서하셨습니다. 돌아온 탕자를 따뜻하게 받아들이는 아버지의 마음은 곧 예수님의 마음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아프리카 케냐를 사목 방문하시는 동안 성직자와 수도자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우는 것을 멈추지 마십시오. 한 사제, 한 수사, 한 수녀에게서 눈물이 마를 때,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들이 있습니다. 자신의 불충실 때문에 우십시오. 세상의 고통 때문에 우십시오. 내쳐지는 사람들 때문에 우십시오. 버려진 노인들, 살해된 아이들을 위해 우십시오.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들 때문에 우십시오.”
셋째, 초는 자신의 모든 것을 태워서 세상을 밝게 비추는 것입니다.
이는 곧 예수님의 희생과 십자가를 의미합니다. 사람의 아들은 반드시 고난을 받을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나를 따르려는 사람은 자신의 십자가를 지고 따라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자신을 온전히 바치는 십자가의 희생은 가장 숭고한 봉헌입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기도해야 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말씀하십니다. “기도하는 것을 멈추지 마십시오. 기도를 멈추면 여러분의 영혼은 메말라집니다. … 축성 생활을 하는 사람이 기도를 버리면, 영혼이 메말라집니다. … 흉한 모습을 한 마른 나무 가지처럼, 기도하지 않는 사제나 수도자들은 흉한 영혼입니다.”
주님 봉헌 축일을 맞이하는 오늘 교회는 미사를 통해서 우리 자신이 한 해 동안 사용할 초를 축복하게 됩니다. 우리 역시 오늘 전례 안에서 봉헌되는 초들처럼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서 세상을 밝히 비추고, 세상을 끊임없이 정화시켜나가는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느님께 필요한 은총을 간구하는 시간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