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흥! 아무리 막아봐라! >
제가 유일하게 하느님과 지키는 약속이 있다면,
그건 ‘절대 주일미사를 거르지 않겠다.’는 겁니다.
2009년 주님께 다시 돌아온 후로는 이 약속을 한 번도 어긴 적이 없습니다.
서울에 있을 때는 문제 되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동네마다 성당이 있고 미사 시간도 새벽부터 밤까지 다양하게 있으니까요.
하지만 지방이나 해외는 녹록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얼마 전, 체코 프라하에 갔을 때가 그랬습니다.
프라하의 성 비투스대성당에서 미사를 드리고
바로 다음 장소로 이동해야 하는 일정이었습니다.
반드시 ‘이곳’에서 ‘이 시간’에 ‘미사’를 드려야 했죠.
유럽의 성당 대부분이 그렇듯 성 비투스대성당도 유명 관광지 중 하나입니다.
체코의 중심부인 프라하성 안에 있는 이 성당은
역대 왕의 대관식이나 왕실 행사가 진행되었던 곳입니다.
외부도 그렇지만 내부 또한 웅장하고 화려해서
세계 곳곳에서 찾아온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 곳이죠.
하지만 가톨릭 신자에게 성당은 ‘관광지’ 그 이상의 의미가 있지 않겠습니까?
저 역시 건축적으로, 예술적으로, 역사적으로 어떤 가치가 있느냐보다
하느님을 만날 수 있는 곳, 미사를 드릴 수 있는 곳이라는 게 가장 우선이었습니다.
미사를 드리기 위해 찾아간 것이죠.
성당은 미사를 시작하기 위해 관광객의 입장을 막고 있었습니다.
저는 당당하게 미사를 드리러 왔다고 말했죠.
하지만 성당을 지키는 관리인은 제 말을 듣기는 한 건지
“관광객은 들어올 수 없다.”라고 했습니다.
관광객이기는 하지만 지금은 미사를 드리러 왔다고 아무리 말해도 소용없었습니다.
저를 ‘가톨릭 신자’가 아닌 ‘관광객’으로만 보았습니다.
미사 시간이 거의 다 되어갔고 다급한 마음에 저는 열변을 토하기 시작했습니다.
“오직 그분만이 나를 막을 수 있습니다. 당신은 자신이 할 수 없는 걸 하고 있습니다.”
완강한 그 관리인은 끝내 저를 들여보내 주지 않았고
성당 사무실에 가서 읍소를 해 보았지만, 시간만 흐를 뿐이었습니다.
하는 수 없이 근처 다른 성당을 알아보고 찾아갔는데
하필 가톨릭이 아니라 성공회였습니다.
저는 또 다른 성당을 찾아보기 시작했고 무려 2km 떨어진 구시가지에
‘틴 성모성당’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바로 뛰기 시작했습니다. 전속력을 다해 뛰었습니다.
숨이 차오르다 못해 심장이 입 밖으로 튀어나오기 직전까지 뛰어 도착하니
신부님께서 입장을 하고 계셨습니다.
그 순간, 울컥! 심장이 아니라 눈물이 먼저 튀어나왔습니다.
미사를 드리지 못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과 서러움이
미사를 드리게 되었다는 안도감과 기쁨으로 변해 뜨거운 무언가를 만들어 냈습니다.
그날 드리는 미사가, 그날 모신 성체가 얼마나 달콤했는지 모릅니다.
미사를 드리고 나오면서 속으로 외쳤습니다.
‘흥! 아무리 막아봐라! 내가 미사를 거르나!
나를 막을 수 있는 건 오직 주님뿐이야!’
정승제 안토니오 | 수학 강사
글·구성 서희정 마리아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