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부인과 식용견 논란 유감
유튜브를 돌아다니다가 얼핏 영부인께서 완전한 식용견 금지를 추진하겠다고 하였다는 것을 보았다. 나이 70이 넘으면서 정치인도 젊은이도 학생들도 우리 시절의 생각과는 너무 달라서 다른 별에서 온 사람들 아니 내가 다른 별에서 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시골에서 자란 나는 어려서부터 한여름에 지치고 가난한 농부들이 개 한 마리를 넷으로 나누어 영양 보충을 하며 일하는 에너지를 충당하는 것을 보며 자랐고, 나도 영양도 좋고 맛있는 보신탕을 즐겨 먹는 사람 중이 하나이다. 개고기를 식용으로 한 것이 언제부터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1610년에 허준이 편찬한 ‘동의보감’에서 기록을 찾을 수 있는데, 작은 글씨의 주를 달아서 본초(본초강목, 1596년 명나라에서 출간)에서 인용하였다고 되어있으니 동양에서는 훨씬 이전부터 중요한 음식으로 취급되었던 것 같다. 동의보감은 동의학을 집대성한 말 그대로 보물같은 책인데, 필자가 특히 감탄하고 고마운 것은 여러 병증별로 비싼 탕약을 쓰지 않아도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동물, 식물, 광물을 한 두가지 구해서 병을 치료하는 단방(單方)을 소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책 중에서 오장육부(五臟六腑)를 고루 보하는 23종의 단방을 소개하고 있는데, 그 중에 개고기(狗肉)가 있으며 ‘오장(五臟)을 편안하게 하니 오미(五味)를 양념하여 팔팔 끓여서 공복에 먹으며, 누렁개 고기가 좋다’라고 되어있다. 개고기는 적어도 400년이 넘는 동안 우리 서민들과 함께 하면서 경제적 부담이 적게 우리 건강과 영향을 지켜온 소중한 식재료였다. 지금 보신탕의 옛 이름은 '개장국'이었는데, 우리가 즐겨 먹던 '육개장'의 어원은 개고기가 아닌 '소고기를 넣은 개장국'이라는 뜻이다.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 풍요롭게 된 십수년 전부터 개와 고양이를 기르는 사람들이 나타났고 최근에 이르러 크게 증가한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근래의 취미나 이념으로 수백 년 전 우리 조상들부터 지속되어온 식습관을 하루아침에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니 한심할 뿐이다. 물론 그들이 동물을 사랑하고 반려 생활하고 있는 것을 탓하고 싶지는 않다. 그들은 그들대로 동물을 사랑하고 나는 나대로 음식을 취할 뿐이니 자기의 생각을 남에게 강요하지 말라는 것이다.나는 그들이 사랑하며 함께 살고있는 작고 귀여운 애완견이나 진돗개와 풍산개와 같이 귀하고 비싼 개를 식용으로 하지 않고 다만 속칭 “0개”를 식용으로 하고 있다는 것을 말하고자 한다. 개는 수백 종류가 있는데 자기가 개를 키우고 있다고 해서 세상의 모든 개를 식용으로 하지 말고 보호하라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생각된다. 귀여운 애완 쥐 팬더마우스를 키우는 사람들이 모여서 세상의 모든 쥐를 잡지 말고 보호하자고 주장하면 따를 것인가? 동물이 생명권이 있다고 한다면 소나 돼지, 염소는 생명권은 중요하지 않는가?
공원이나 야산을 산책하다 보면 젊은 부부로 보이는 남녀가 강아지를 한 마리씩 안고 가는 것을 자주 본다. 그들은 자녀를 낳아 고생하는 것보다는 강아지를 키우고 재미있게 사는 것이 훨씬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 같다. 또한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살면서 적적함을 메우기 위해 개나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얼마 전에 대통령 부부가 애견과 함께 TV에 나오는 것을 보았다. 대통령이 앞장서서 자녀를 낳고 기르는 것보다는 애견과의 생활이 행복하다는 것을 전 국민에게 시범으로 보여주는 것은 아니라고 믿고 싶다.
사법 리스크로 도배되어있는 대표와 하루가 멀다 않고 코메디를 생산하는 불쌍한 야당이 있는데도 지지율이 올라가지 못하고 크게 떨어지는 이유가 부질없는 사안에 힘을 쓰고 있는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될 것이다. 영부인께서는 ‘0개’를 보호하는 데 애쓰시지 말고 인구 절벽을 해소하고, 현대판 고려장에서 학대받는 노인들을 살피고, 공동화되어가는 농촌을 되살리시도록 대통령을 조용히 도와주시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