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했습니다/첨부파일과 동일>
2024 이천문협 원고
<피카소가 그린 얼굴>
아무것도 없는
하얀 백지에 피카소는
자기가 본 얼굴을 그렸다
피카소의 그림에 내 얼굴을 얹어 본다
왼쪽에서 오른쪽에서
위에서 아래에서
속에서 밖에서 보여 지는
수천 개의 미소들이 한 순간
하나의 얼굴에서 쏟아지기 시작했다
우리의 얼굴에는 눈도 코도 없다
우리의 얼굴에는 입도 귀도 없다
우리의 얼굴에는 눈물도 미소도 표정도 없다
진짜 얼굴 모양은
거울 속에도 없다
보는 자의 눈 속에 있다
<윤년의 달>
오늘은 달이
날짜도 모르고
제 맘대로 떴다
자유롭게 일그러진 달이
제 멋대로 떠 다닌다
미움 받을 용기라는 책을 읽다가
창 너머 달을 보았다
미운달의 얼굴빛이
오늘은 해보다 눈부시다
해를 배신한 달 위에
내 얼굴을 얹어 본다
<호랑나비에게>
벌레에서
천사가 된 것은
한 순간이었지
아무도 너를 이해 할 수 없다
이해받을 수 없는
변신을 한 것이지
주름을 줄무늬로 바꾼
너의 새벽밤 몸부림에는
순간의 신비가 있었다
어차피 이해 받을 수 없는
줄무늬 날개를 단 너는
이제 도도하게 날개를 펴야한다
<헌옷가게에서>
헌 옷가게 들어왔다
쓸만한 멋진 옷들이 진열장에 빼곡히 걸려 있다
북적대는 사람들 틈에서
누군가 입던 명품 옷 하나
슬쩍 내 몸에 대어본다
슬쩍 나를 대어본다
엘리엇의 옷은 누가 가져갔을까
빈 옷걸이만 앙상히 걸려있다
맞춤옷 가게로 가는 길에는
빈티지 가게가 하나 있다
첫댓글 반갑고 감사합니다
수고 많으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