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연예인 여러분, 다음 콘서트 때 이 자리를 가득 채워주십시오. 유럽의 아티스트 여러분, 탈북민들을 위해 캠페인을 해 주십시오. 그룹 U2의 보노씨, 아프리카 난민들을 돕듯 탈북민을 도와주십시오. 사회활동을 활발히 하시는 할리우드의 맷 데이먼 씨도 탈북민들에게 관심을 가져 주십시오. 전세계 선량한 시민들이 함께해 주실 때 그동안 외면당했던 탈북민들의 생명이 보존되고 우리와 함께 이 땅에서 아름답게 살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탤런트 차인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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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인표 씨가 탈북자들을 위해 주변국들에게 호소하던 도중 입술을 굳게 다물며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이대웅 기자 |
50명 이상의 국내 연예인(콘서트 참석자 49명)들이 중국에 억류돼 강제북송의 위험에 처해있는 탈북자들과 “함께 울겠다”고 다짐했다. 차인표 씨와 개그우먼 이성미 씨가 탈북자 실태를 알리고 이들의 생명을 구하고자 동료 연예인들과 함께 결성한 ‘Cry with us’에 동참한 이들 대부분은 기독교인이다.
주최측은 당초 탈북자들과 내외신 기자들만을 초청했으나, ‘Cry with us’ 콘서트가 열린 4일 오후 7시 연세대학교 백주년기념관에는 홍보가 잘 되지 않은 탓(?)인지 일반인들도 다수 참석했다. 객석 절반 이상을 차지한 탈북자들은 손에 장미꽃을 든 채 공연 내내 눈물을 흘리거나 연예인들에게 고마워했다. 행사장에는 국내에서 난민 인정을 받고 머물고 있는, 탈북자들과 같은 처지의 여러나라 외국인들도 참석해 탈북자들을 위로했다.
이날 참석한 연예인들은 ‘Cry with us’ 운동이 정치적 입장과 무관하며, 탈북동포들의 생명을 살리기 위함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사회를 맡은 미스코리아 출신 탤런트 이하늬 씨는 “이 자리는 어떠한 정치나 외교 등을 대표하지 않으며, 탈북동포들을 함께 걱정하고 세계인들이 함께 울어주셨으면 하는 자리”라며 “한국에서 가족들의 안위를 걱정하는 탈북자들 마음을 위로하는 공연”이라고 말했다.
‘탈북동포들에 대한 관심을 호소’한 개그우먼 박미선 씨도 “저는 인권운동가도 아니고 정치도 모르지만, 한국의 개그우먼이자 아내, 두 아이의 엄마로서 가족의 소중함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용기를 냈다”며 “탈북자들 대부분은 정치적인 의도가 없고, 추위와 배고픔을 견디다 못해 따뜻한 불빛이 있는 곳으로 향했을 뿐”이라고 울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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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선 씨가 눈물을 머금은 채 탈북자들을 위해 도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
박씨는 “더 가슴이 아픈 것은 중국에서 붙잡힌 이들이 강제북송되면 공개처형은 물론이고, 정치범수용소로 끌려가 죽음보다 고통스러운 삶을 살게 된다”며 “언제 잡힐지 모르는 공포 속에서 살아가는 동포들에게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지만, 그저 그들에게 관심을 가져달라고 부탁드리고 싶고 이러한 작은 관심들이 모이면 그들을 살릴 수 있는 충분한 동기가 되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주변국들에게 호소’한 차인표 씨는 “지난 2008년 실제 탈북루트를 따라 영화 <크로싱>을 촬영하면서, 탈북자들이 벽에 닿기만 하면 밀어내버려 오도가도 못하는 ‘핀볼게임’의 핀볼 같다는 생각을 했다”며 “지금 중국에 잡혀있는 분들이 북송된다면 중국 각지에 퍼진 수만 명의 탈북자들의 운명도 그러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차씨는 “지금까지 전세계에서 그 누가 탈북자들을 환영했나? 몇십 년 동안 같은 상황에서 고통당하고 사라져갈 때 대신 울어준 사람이 있는가”라고 반문한 후 “지금부터라도 여기 모인 우리들을 시작으로, 어둠과 암흑 속에서 울음조차 울 수 없는 탈북자들을 위해 대신 울어주자”고 강조했다. 또 “국제사회에 호소한다”며 “아프리카 기아난민들을 위해 콘서트를 열고 캠페인을 벌이듯, 지진이 나고 쓰나미가 몰려왔을 때 전세계가 그들을 도왔듯, 지금부터 고통에 처한 탈북민들을 위해 동참해 달라”고 전했다.
이후 ‘Cry with us’ 호소문이 한국어(강원래)와 영어(낸시랭), 중국어(진미령)로 각각 낭독됐다. 호소문에는 “중국에 갇힌 수십명의 탈북자들이 북송된다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추모기간 중 탈북한 배신행위로 간주되어 탈북자와 가족들은 죽음을 면키 어려울 것”이라며 “탈북자들은 울 힘조차 없는 세상에서 가장 약한 자들이고, 울어도 아무도 듣는 이들이 없어 암흑 속에서 신음하고 있는 사람들이니 여러분들께서 그들을 위해 대신 울어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중국 정부를 향해 “빈천지교(貧賤之交)는 불가망(不可忘)이라 했듯, 전세계는 여러분의 친구됨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고 간곡히 호소했다.
이어 탈북민 대표로 이경화 씨(27·연세대)가 강제북송 경험 등을 담은 편지를 탈북자들을 대표해 낭독했다. 시종 울먹인 이씨는 ‘중국에 감금돼 있는 부모님들과 언니·오빠·동생들’에게 “추운 날씨보다 아무도 나를 도울 수 없다는 서러운 마음 때문에 가장 힘드실텐데, 비록 어린 저희들이지만 작은 힘이나마 보태 함께 기도하고 있고, 세계 많은 사람들이 여러분들을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며 “그러나 여러분들이 희망의 끈을 놓아버리면 저희도 뛸 수 없으니 절대로 먼저 포기하지 마시고 꼭 살아달라”고 했다.
이씨는 또 “우리 탈북자들은 애도기간 중에 북송되면 죽음을 면키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여러분들을 살리고 싶어 애쓰고 있다”며 “우리들 뿐 아니라 한국 연예인들, 세계 모든 사람들과 함께 한마음으로 열심히 노력하고 있으니 제발 조금만 더 견뎌주시길 간절히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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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차 멤버 김태형 씨가 탈북자들을 위해 함께 울겠다고 서약하며 눈물 흘리고 있다. ⓒ이대웅 기자 |
이후 연예인들이 관객들 앞에서 두세 명씩 무리를 지어 “탈북자들을 위하여 함께 울겠습니다” 라고 말하는 서약의 시간을 가졌다. 최고령자인 탤런트 송재호 씨부터 걸그룹인 쥬얼리(하주연, 김은정, 박세미, 김예원)까지 49명이 모두 동참했다.
마지막으로는 모든 연예인들과 여명학교 탈북 청소년들이 무대에서 영화 <크로싱>의 주제가이기도 한 ‘Cry with us’를 합창하며 콘서트가 마무리됐다. 콘서트에서는 가수 윤복희 씨가 ‘여러분’을 열창한 것을 시작으로, 황보·나오미·쥬얼리 등이 ‘거위의 꿈’을, 박상민 씨가 ‘해바라기’, 장혜진 씨가 ‘내게로’, 이무송·노사연 부부가 ‘사랑으로’, 박완규 씨가 ‘You raise me up’ 등을 불렀다.
이들 외에도 강경헌·구준엽·권재관·김범수·김송·김영희·김태형·노현희·박지헌·별·송은이·신애라·심태윤·안선영·이매리·이성미·이윤미·이충희·임우일·장희웅·전익령·조승희·지기득·진미령·차인표·최란·최정원(UN)·최필립·황보 등이 콘서트에 직접 참석했다.
지난 2008년 영화 개봉 당시 만들어진 ‘Cry with us’ 뮤직비디오에는 이들 외에도 가비앤제이·길건·김현정·변진섭·마야·마우티마우스·엠씨더맥스신지(코요태)·원더걸스·유오성·유리상자·이지훈·인순이·SG워너비 등이 참여하기도 했다.
참석한 관객들은 “이제까지 관심이 없거나 잘 몰랐던 탈북자들의 사연을 콘서트를 계기로 알게 됐다”며 “주변에 이들의 이야기를 적극 알리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입력 : 2012.03.05 06: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