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운 영남씨
박기순
경자씨가 병원에 입원했다
영남씨가 모든 걸 도와주었다 한다
친구지만 너무 고마웠다
얼굴은 퉁퉁붓고
씻지도 못하고
우리는 서로 안고 울었다
집에 와서도 경자 생각하면
자꾸 눈물만 난다
경자야 힘 내고 울지 말고
빨리 나아서
문학반에 와서 공부하자
녹진 다리 밑에 나들이
박기순
몇 개월 전부터 따뜻한 날 놀러 가자고 의논했다
드디어 그날이 왔다
그런데 서방님이 밭에 가서 여덟시가 넘어서야 온다
밥 먹고 준비하고 가려면 바쁘다
그런데 인자 언니가 경일이 태우고 오고 있대요
그래서 경자부터 데리러 가라니까
옆에서 박병갑 강사님이 그러면 코스가 틀려 욕한다
바쁘니까 입술이 삐툴어지게 발라진다
그래도 신난다
경자네 집 가는 길 어떤 아저씨는 바지만 입고 양치질 하는 걸 보고
한바탕 웃었다
강사님이 십이인승 승합차를 구입하셔서
열두명이 신나게 놀다 점심밥을 먹는데
놀러오신 여자분이 노래를 두곡 째 부르는데
펑하며 멈춘다 놀랬다
강사님이 그곳에서 무료 노래방을 하신다
대전에서 오신 분들은 노래도 잘하고 춤도 잘 췄다
춘지한테 같이 놀자고 앞에서 그런다
춘지는 일어섰다
부끄러워서 얼굴이 빨개졌다
순진한 아짐씨 박수치며 신나게 놀다 왔다
대전 그 양반 진도가서 재미나게 놀았다고 기억할 것이다
옛날 못밥 먹었던 생각
박 기 순
어릴 적 우리 집에 모내기하는 날엔
큰 옴박지에다 막걸리 가득 거르고 옆집
아저씨는 장고방에서 준치를 도마에 잘게
다저주면 엄마는 잘 다진 준치에
미나리 회 무침하고
지실감자 생선조림에
배추김치, 갓김치 온갖 반찬에
큰 가마솥에 밥을 가득해서
옆집 가져다주라고 양푼에 담아주면 그 밥을
조금씩 먹으며 심부름 하던 생각이 난다
모내기하며
동네 아저씨들은 아짐들 등에 흙을 바르며
장난 친 것이 여운이 남아
서로 웃고 떠들며
막걸리 한잔에 하루 피로를 풀고
우리 할머니는 좋아라 춤추고
엄마는 음식 장만에 하루 종일 힘들고
아버지는 하루 종일 논에서 못짐 나르려고
고생하셨어도
그래도 가을풍년을
생각하며 기뻐라 덩실덩실 춤을 추었죠.
우리 동네 자랑 소개
박 기 순
열다섯 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사는 조그마한 동네다
지난겨울부터 동네 담장에
페인트 칠 하니까 온 동네가
깨끗하고 예쁘더니 이제는
화단을 만들어서 예쁜 꽃도
심고 꽃 잔디도 심고
신생동 표지석도 세운다고 하신다
우리 동네이장님은 농사도
많은데 동네까지
예쁘고 깨끗하게 하신다
신생동 김정기 이장님
파 이 팅
내 고향은 진도다
박 기 순
전남 진도군에는 일읍에 여섯 면이 있다
그 중 고군면 모세미 수정앞 동네에서
태어났다 모세미는 바닷가 모래가 많아서
모세미란 동네가 되었다고 한다
지금은 해변도로 내면서 모래는 어디로 갔는지
모래가 없다 나도 모른다
살다보니 진도 의신면 신생동이란 동네로 시집
왔다
나는 세상에서 벌레가 제일
무섭다 우리 옆집에 강원도 언니집에서
찰옥수수 씨를 가져와 심어서 6월 중순
이면 시장에서 아짐은 팔고
아저씨는 따다가
장작불에 삶아서 주고
옥수수는 무 농약으로 키우니까 벌레가 많다
껍질을 벗기면 벌레가 툭 떨어진다
나는 악 소리 와 함께 옥수수가 천장으로 올라가버린다
동네 분들은 웃고
내 등에는 비가 주르륵
내린다 그래도 동네 이웃사촌과 신랑과
사랑하며 사니까 행복하다
늦잠
박 기 순
따-뜻한 이불속에서 이리-저리
액스레이 찍고 또 앞판 뒷판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누구는
시간 되었다고 텔레비전 크게 틀고
얄-밉다 부지런히 밥해먹고
단장하고 복지관 오면 모두가
반갑고 내입은 스마일 하고
맛있는 점심 먹을 생각에 행복하고
진도 장애인 복지관 점심밥
최고여
비온날 아침 기다림
박 기 순
어느 비가 온날 아침에 복지관 갈려고
비오는데 은행잎이 노랗게 떨어져
있었다 내 눈에는 나비가 앉아있는
것처럼 보였다
능행나무는 옷을 다 벗고 있으니 얼마나
추울까 그래도 봄이오면 예쁜 옷으로
갈아 입으니까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릴ㄹ거야
나무야 기다리면 좋은 날이 올거야
기다려 나무야 사랑해
오랜만의 만남
박 기 순
김화숙 선생님을 오랜만에 뵈니까
더 젊어지고 예뻐지셨다
꽃미남 재석씨도 오시고 영남씨도 오시고
우리 꽃녀들은 선생님까지 여덜명
재미나게 수업하고 간식도 주셔서 맛나게
먹었는데 점심까지 무료급식으로 아나바다
장터에서 남은 수익금으로 주셨다
오리 주물럭이 기똥차게 맛있어서 먹고
더 타다 먹엇다 식당 선생님 모두
고생하셔서 맛있는 점심밥 우리들에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복지관 모든 선생님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리모델링
박기순
오월 초 교회 공사한다고
좁지만 교육관에서
예배를 드렸다.
사십일 만에 공사가 끝나니
새로 지은 듯 싱싱하고
정말로 아름답다.
사람도 늙으면 이렇게
리모델링 하여
젊어진다면 그 얼마나
좋을꼬 ㅡ
은팔찌 낄 뻔한 일
박기순
몇 년 전에 옆집 부부가 서울 갈 일이 있다고
하우스에 고추 모종 있으니
햇빛 나면 문 여닫고
짐승 밥 좀 주라고 신랑한테 부탁하고 갔다.
평소 자주 놀러 가는 집이라
저녁때 돼지 밥 주러 가는 남편
나도 따라갔다
냄비에 사골국이 있길래 끓여두고 온다는 생각에
가스 불만 켜놓고 그냥 와버렸다.
일찍 저녁 먹고 교회 갈 생각만 하고 있는데
하우스 문 닫았냐고 전화가 왔다.
그때야 생각났다
가스 불
놀라서 가보니 연기가 집안 가득
냄비에 물을 부으니 뚜껑이 팍 깨져버린다
벽이고 문짝이 다 노랗게 되어 버렸다
가슴은 두근두근
다리는 후들후들
그때 일만 생각하면
진이 엄마 아빠께 미안하다.
진이 엄마는 속상할 텐데
“내가 미안해요” 하니까
“잘하려다 그런 것을 어찌하겠소 할 수 없제”했다
정말 미안했어요
수정굴과 술
박기순
내가 어릴 적에는
집에서 술을 몰래 만들어 먹었다
술밥을 시루에 쪄서 식힐 때
그 고두밥을 먹으면 정말 맛있다.
그때는 집에서 만들면 큰일 났다
불법이다
누룩은 시렁 뒤에 걸고
앞에는 큰 농을 놓았다.
술이 익어가며 뽀글뽀글할 때
먹으면 정말 맛있다.
동생과 함께 먹고
얼굴이 빨갛게 된 생각이 난다
방에서 숙성되면 한 이백 미터 떨어진
조그만 수정굴속에 감춰놓고
조금씩 떠다가 어른들께 대접하신다
할머니는 애미야 애썼다. 맛나다
하시며 드셨다
어머니 생각난다
사랑해요 어머니
자동차
박기순
눈은 두 개
다리는 네 개
와이퍼는 더듬이
버스 타고 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를 보면 꼭
개미가 줄지어 장 보러 가는 것 같다
만약에 나도
자동차가 있다면
저 많은 차 중에 운전해서
저 군단에 끼어 있겠지
꿈이지만
우습다 박기순
꿈 깨라 기순아
정신 차려라
제비집
박기순
우리 동네 버스 정류장에는
제비집이 세 개나 있다
해마다 찾아와서 집을 고치고
알을 낳고 예쁜 새끼를 잘 키워 간다
똑똑한 제비
음력 삼월 삼 일이면 제비가 온다고
누가 그러셨는데 삼월 초하루인데
전기줄에서 지지배배 하며 인사한다
어머 너 왔구나
제비야 안녕
올해도 예쁜 새끼 잘 키워서 행복하거라
제비야
먹고 싶던 라면
박기순
내가 한 열 살쯤에 되었을 때
여름에 마당에서 온 식구가 밥을 먹는데
서울에서 손님이 오셨다
그 시절에는 밥도 꽁보리밥이고
반찬도 시원찮았고
참 난처하셨을 어머니께 그 손님은
가방에서 무얼 꺼내시며 그걸 끓여 달라하셨다
방법을 모른다 하시니
냄비에 불 때서 끓이면 된대요
그것이 처음 보는 라면이다 꼬불꼬불하고
말로는 표현 안 되는 맛있는 냄새
신기하고 먹고 싶고 그 손님은 국물까지 다 먹어 버렸다
아쉬웠다 먹고 싶었는데
행복한 여자
박기순
더울 때 복지관 다녀와서 있는데 그전에
복지관에 근무하시던 선생님이
전화로 우리집에 오시겠다고 하신다
반가운 마음에 기다리고 있는데 오셨다
나보고 요양 서비스 받으라 하신다
한달 쯤 기다리니 요양 선생님이 오셨다
모든 도움을 받으니 너무 너무 감사하다
한번은 복지관 버스에서 내려오는 길에 넘어지는
바람에 내 자가용은 막 도망가더니 언덕으로 굴러 버린다
나는 오도가도 못하고 더운 날씨에 고생한 일이 생각난다
사람도 없고 요즘은 휠체어 한 쪽은 선생님 한 쪽은 신랑
나는 가운데 너무 너무 행복하고 감사드린다
화숙 선생님과 마지막 수업 이라 하니 섭섭하다
계속 함께 했으면 좋겠다
사랑합니다
사촌동생
박기순
나보다 한 살 작은 동생이 있었다
초등학교도 같은 학년이 되었다
동생 별명은 떡판이다
얼굴이 넓적하다고 할머니가 지으신 별명
할머니는 네 강아지 떡판이 오냐 하신다
비가오면 옷을 다 버려서 집에 온다
엄마는 내 옷을 입혀놓고 그랬다
그때는 책을 보자기에 가지고 다녀서 책은 말려서
내 책보에 싸가서 주면 기순이는 남자 책 같다준다고
애들은 놀리고 그랬다 조금 커서 밤에
친구들과 놀때는 껌도 사주고 나를 많이 챙겨주었다
지금은 농기계 수리 공장하면서 잘 살고 있다
우리 복지관 후원도 하고 있다
동생아 고마워 건강하고 좋은일 많이해요
파이팅
사랑하는 우리어머니
박기순
설날 아버지께 새배 드리고 어머니 산소에
가지 못하니 어머니께 죄송했따
그날밤 꿈에 어머니가 찾아 오셨다
무엇인지는 모르는데 맛있는걸 만들어 주셨다
아침에 일어나려니 몸이 무거우서
이리둥글 저리둥글 겨우 일어나서 아침을 챙겨
먹고 그냥 누워버렸다 옆구리가 아프더니
밥먹고 트름하면 깜짝 놀라게 아푸다
몇일 만에 병원에 갔더니
대상포진 초기란다
약먹고 주사맞고 이제는 좀 괜찮다
어머니 보고싶고 사랑합니다
기순이는 꼴았다
박기순
구정 지나고 있었던 일이다
어제 아버지께 새배드리고 어머니 산소를 혼자서는 못가니까
죄송한 마음인데 꿈에 어머니가 오셨다
맛있는 걸 만들어 주셨다 아침에 일어나기가 영
힘이 들었다 그래도 밥을 해서 먹고 났는데도
온몸이 아푸다 어깨에 바람이 솔솔 들어온다
누우면서 나 이불좀 덥어 달라고 하면서 누워버렸다
옆에서 이불을 들썩들썩 좀 가만이 있재 왜 그래
하면서 소리를 꽥 질렀다 미안했는지 반대쪽으로 누웠다
점심때가 다 되는데 들에 나간다 평소 같으면
이제야 뭐하로 가냐고 할 텐데 싫었다
두시가 넘어서야 왔다 그때서야 점심을 먹고
이강남 선생님이 주신 책을 읽고 있는데 고구마
그릇을 살그머니 내밀어서 안먹는다고 고개 흔들흔들했는데
콧 웃습이 피식피식 나온다
참말로 기순아 왜 그러냐 애기 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