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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상 시인의 동시세계 발췌 수록
인묵 김형식
《김종상시인의 동시세계/ 故 박성배 아동문학가》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을 하셨고, 계간문예작가회 회장, 평통예모 DMZ문학 고문이셨던 아동문학가 박성배 장로님(꽃동산 교회)이 2021년 10월 천국으로 가셨다, 늘 겸손하시고 온유하신
분으로 많은 후배작가들의 사랑을 받으신 분은데, 아까운 나이에 하나님의 품으로 돌아가셨다.
2018년 12월15일 민들레 영토 종각점에서 해빙이란 주제로 DMZ 문학 송년시회가 있었는데,
박성배선생님께서 '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녹아든 김종상의 동시세계' 란 내용을 발표하셨는데
그 자료를 보관했다가 최근 발견하여 회원들에게 올려드립니다. 김종상 선생님은 누구나 존경하는 아동문학의 원로이시며 올해 구순을 넘은 나이시며, 박성배 선생님은 3년전 아까운 나이로 70대 중반에 소천하셨습니다.
박성배 선생님이 쓰신 이 평론을 보며 두 분께 감사와 존경을 다시한 번 올립니다.
(평통예모 문학분과 DMZ 문학 회장 윤윤근 시인)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녹아든 김종상의 동시 세계/ 아동문학가 박성배
1. 한국 동시문단의 큰 물줄기 김종상 시인
1908년에 '소년 창간호에 실린 최남선의 신체시 <해(海)에게서 소년(少年)예계>가 자유시 및 동시의 출발이었고, 이어 1919년 주요한의 <불놀이>로 시작하여 본격적인 자유시가 발표되기 시작했다.
동시는 조금 늦은 1926년에 <어린이> 에 발표된 손진태의 <옵바 인제는 돌아오서요>라는 작품에서 '동시' 라는 용어가 사용되었다.
이후 동시는 1933년에 간행된 윤석중의 동시집 <잃어버린 댕기> 이후 1937년에 김영의 <자유시론>으로부터 시작되어 이원수, 박목월, 강소천 등으로 이어졌으며 광복 이후에는 권태웅, 박화목, 어효선 등이, 6·25동란 후 1950년 대에는 최계락, 이종택, 이종기, 박홍근 등이, 이어서, 1950년대에 등단한 유경환·신현득·김종상, 박경용 등이 동시문학의 큰 물줄기가 되었다.
이 흐름을 이어 1960년대로 오면서 석용원, 조유로, 이상현, 김원기, 최일환, 엄기원, 문삼석 등의 활동으로 동시의 전성기를 맞아 오늘 에 이르고 있다.
이 중 신현득과 김종상은 2059년에 등단 회갑을 맞게 된다. 김종상은 소설로 등단하지만 다양한 분야에서 집필활동을 했다. 특히 김종상은 왕성한 창작활동으로 그가 집필한 책을 소개하는 두꺼운 책이 나오기도 했다. 글의 종류도 시, 수필, 동화, 동시, 창작법, 기행문 등 다양하다. 김종상은 2018년도에도 아동문학인 뿐만 아니라 전체문인 중에서도 가장 많은 책을 출판하여, 필력으로 보면 왕성한 청년 문인이다.
다음은 김종상이 문학가가 된 과정을 쉽게 알기 위해 김종상이 쓴 '나는 동시를 이렇게 쓰고 있 다' 라는 글의 일부분이다.
1958년에는 "새교실, 4월호 4.5.6학년 편에 자유시 (너를 찾아 가린다」 를 발표하고, 8월호에는 소설 「부처손」 이 독자문예란에 뽑혔다. 그 때부터 몇 편의 시와 소설을 『교육자료』와 『새교실』 등에 발표했으나, 그것은 내 아이들에게 읽어줄 글이 되지 못하였다. 그래서 아이들을 위한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하고 동 시를 쓰기 시작했고 1959년에는 『새벗』 현상문예에 동시 <산골>이 뽑혔다.
앞선과/ 뒷산이/ 마주 앉았다.!!
하늘이/한 뼘//
해가 /한 발자국에/ 건너간다.//
햇볕이 그리워/ 나무는/ 목만 길고.!!
바위도/ 하릴없이/ 서로 등을 대고/ 누웠는데.//
산마루를/ 기어 넘는/ 꼬불길가에/
송이버섯 같은/ 초가집 하나//
해지자/한바람 실갈이/ 저녁 연기 오른다.//
(산골, 1959.)
이 글은 나중에 '외딴집」 으로 제목을 바꾸었지만 내가 자란 산골마을 풍경이었다. 위대한 자연 속에서 보면 사람은 참으로 하잘것없는 존재이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은 산수도에 사람을 그릴 경우에는 점만큼 작게 그려넣었다. '초가집과 저녁연기'에서 비로소 사람의 존재를 생각하게 하는 이 글은 옛 산수도와도 같은 표현기법이라 하겠다.
이 때 내가 지도한 아이들 글도 여러 편이 뽑혀 상을 받았다. '상주가 어린 문사의 고장, 동시의 마을'이란 이름에 걸맞는 큰 자랑이었다.
그 해 나는 군에 입대를 하면서 그 동안 쓴 동시를 신춘문예에 보내서 1960년 『서울신문』 에 당선됐다.
동 시 <산 위에서 보면> 이 당선 작품이다.
산 위에서 보면 /학교가 나뭇가지에 달렸어요.//
새장처럼 엮어 놓은 창문에/
참새 같은 아이들이/ 쏙쏙/ 얼굴을 내밀지요.//
장난감 같은 교문으로/ 재조잘 재조잘/
디밀며 날아나오지요.//
2. 어미니와 김종상 시인
김종상의 동시는 그의 삶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몇 가지 변화가 있었다. 이 역시 '나는 동시를 이렇게 썻다'에서 옮겨 적는다.
나의 동시는 '전원의 한가로움'에서 '도시의 이방인'으로 옮겨지고, 다시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으로 시점이 바뀌었다. '시상도 보호색을 띠는지 나의 동시는 생활환경을 따라 이렇게 그 몸빛을 달리해 온 것 같다. 그 후 어느 정도 서울 생활에 길들여진 뒤에는 새로운 변화를 시도해 보았는데, 그 중의 하나는 동시 글을 아이들 속에서 찾는다는 것이었다.'
김종상이 동시를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으로 바꾼 계기를 다음 글로 넉넉히 알 수 있다.
1973년 나는 어머니를 잃었다. 살아 계실 때는 놀랐는데, 잃고나니 그의 빈자리가 너무 넓었다. 어머니는 나에게 사랑과 희망의 불꽃을 끊임없이 피워 주신 불씨였던 것이다. 그 불씨를 피워 뜨거운 사랑으로 우리를 감싸주시고 밝은 빛으로 가는 길을 밝혀 주시는 어머니는 누구에게나 원초적인 사랑이고 영원한 그리움 일 것이다. 그래서 그 불이 꺼지면 모든 빛이 한꺼번에 떠나는 것이다.
한 목숨 산다는 것이/ 불꽃 같은 것이라면/
활활활 날며 타는/횃불일 수도 있을 텐데/
어머니 지나온 일생은/ 잿불 같은 것이었네.//
제 몸을 나누어서/ 새 빛으로 피워 주며/
언제나 아궁이 깊이 /없는 듯 숨어 있어/
보듬어 속으로 뜨거운/ 그러한 불씨였네.//
그 불이 다 사그라져/ 마지막 꺼지던 날/
하늘과 땅 사이는/ 다 빈듯 허허롭고/
이 세상 모든 빛들이/함께 따라 떠났네.//
(불씨, 1973.)
2008년 9월 19일에는 상주시 외남초등학교동창회가 주관하여 외남면 소은리에 김종상 시비 제막식을 가졌 다. 그 시비에는 다음의 두 동시가 새겨져 있다.
아버지/ 김종상
못자리판 논뚝에/찔레꽃이 하얗다/
피사리하시는 아버지/하얀 무명 바지저고리//
황새가 날개를 접으며//논두렁에 내려 앉는다/
햇빛이 눈부실/황새의 새하얀 것옷//
아버지는 허릴 피고/황새를 바라보았다. /
황새도 목을 높여서/아버지를 바라보았다.//
물실린 논뚝 가득/햇빛은 부서져 반짝이고//
들판은 고요하기만 하다.
어머니 / 김종상
들로 가신 엄마 생각
책을 펼치면
책장은 그대로
푸른 보리밭
이 많은 이랑
어디 만큼에
호미들고 계실까
우리 엄마는
글자의 이랑을
눈길로 타면서
엄마가 김을 매듯
책을 읽으면
싱싱한 보리 숲
글줄 사이로
땀에 젖은 흙냄새
엄마 목소리.
이렇게 한 시비 안에 <어머니>, <아버지> 동시를 함께 넣은 시비는 세계에서 최초인 듯하다.
김종상 시인의 부모님은 이렇게 대가가 된 아들이 얼마나 대견스러울까? 또 김종상 시인은 얼마나 마음 뿌듯할까? 특히 <어머니>는 김종상이 상주에서 문학활동을 하던 1968년에 <은방울 >동인지 2월호에 발표한 작품으로 그의 대표작 중에 하나로 꼽히고 있다.
김종상 시인은 부모님의 산소에 시비를 세운 것으로도 특별나다. <아버님 어머님 영전>에라는 제목으로 3연 으로 된 시이다.
3.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이 녹아있는 김종상의 동시
최지훈은 김종상론에서 김종상의 음색으로 '흙손에 땀이 밴 말', '무명, 그 따뜻함', '김종상의 어머니'로 나누어 '어머니'에 집중하여 썼고, 전병호도 김종상의 시세계를 '모성 지향의 시' 라는 제목으로 쓴 바 있다. 이밖에도 김종상의 동시를 논할 때 그의 대표작인 <어머니>와 함께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어머니 관련 동시들을 예를 들어 이야기 한다.
그런데 앞에서 김종상의 동시가 '전원의 한가로움', '도시의 이방인',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 '아이들 속에서' 등으로 변화를 했다고 했는데 이 모든 흐름을 큰 집단으로 감싸고 있는 것이 있다. 이는 김종상 시인이 의식하든 안 하든 상관없이 그의 동시에는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이 녹아있다는 것이다. 김종상 시인 이 주로' 전원의 한가로움 '을 노래했다는 시기인 1964년에 나온 첫 동시집 제목은 <흙손 엄마>, 이다. 책 의 제목이 된 <흙손 엄마>는 이렇다.
메밀꽃도 지고/벼이삭 머리 숙이면//
엄마는/발머리에서/아침 해를 맞고//
언제나 흙손을 털고/지친 허릴 필 때면//
주름진 골짝마다/산그늘이 내리고/어느 산골에서/부엉이 운다//
산비둘기 날아 넘은/고개 저 멀린/큰 마을 넓은 길도 있다더란데//
배고파 기다릴/아기 생각에/부품은 젖가슴을 한 손으로 누르면서//
엄마가 달려 넘는/돌너덜 꼬불길.
김종상 시인이 전원의 한가로움에서 관찰한 것은 흙손 엄마이다. 그럼 '어머니'라는 낱말이 사용되지 않 은 다른 동시는 어떤가? 처음엔 <산골>이었다가 <외딴집>으로 제목을 바꾼 다음 동시를 살펴보자
앞산과/뒷산이/마주 앉았다//
하늘이/한 팀//
해가/한 발자국에 건너간다.//
바위도/하릴없어/서로/동을 대고/누웠는데//
햇볕이 그리워/나무는/목만 길고//
산마루를/기어 넘는/꼬불길 가에//
송이버섯 같은 초가집 하나//
해 지자/한 바람 실감이/저녁연기 오른다.
이 동시를 감상하면 낱말로 나타나지 않은 '어머니'를 그리게 된다. 2001년에 발표된 동시 <큰 사람>은 소곤소곤 속삭이는 듯한 시로 아이들에게 자부심을 심어주고 있다.
한 옛날에 큰 사람이 있어 /그의 두 눈은 해와 달이고/
그의 팔과 다리는 산맥이고 / 그의 머리칼은 숲이었단다.//
그 사람은 얼마나 컸던지/ 그의 소리는 천둥이었고/
그의 숨결은 폭풍이었고/ 그의 몸은 곧 우주였단다.//
아가야, 귀여운 내 아가야/ 그 사람이 누군 지 아니?/
이 엄마의 마음속에는 그게 너란다. 우주만큼 큰.//
이 동시 역시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그 내면에 흐르고 있다. <아가야, 귀여운 내 아가야/그 사람이 누군지 아니?> 이렇게 묻는 엄마의 마음은 바로 시인이 그리는 엄마의 마음이다. <이 엄마의 마음속에는/그게 너란다. 우주만큼 큰> 엄마가 묻고 답하는 이 대답 역시 시인이 그의 엄마에게서 받았던 느낌이다.
김종상의 동시집 중에는 꽃연작동시조집 <꽃도 사랑을 주면 사람으로 다가온다>. 동물 시리즈 연작동시 집 <동물원 우리집은 땅땅땅> '<동물원 우리집은 물물물>, <동물원 우리집은 하늘하늘>, <강아지 호랑이>, <알락달락 나비고기>, 「새야 새야>.<동시에 담은 바닷속 이야기>, 김종상 곤충 동시집 < 어 디 어디 숨었니?>, 동시에 담은 <꽃과 나무 이야기 >등 동식물을 소재로 한 유아시가 많다. 꽃과 나무 이야기에 나오는 식물만 해도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종이다 식물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없이는 시도할 수 없는 작품들이다. 동식물의 모양이나 습관, 생태의 특성을 잡아내어 간접한 시어를 리듬과 음률에 실은 시들은 말을 배우기 시작하는 유아들부터 성인도 흥미 있게 읊조릴 수 있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노루귀>라는 유아시는 이렇다
땅속에 몸을 숨기고/귀만 쫑긋 내세워서//
봄이 오는 발소리를/귀 기울여 듣고 있어요.
이 짧은 시에도 평생 농사를 하셨던 어머니의 모습이 있다. 또 엄마를 기다리면 시인의 어린 시절이 담겨 있다. 어쩌면 동식물을 망라하여 유아들에게 시로 들려주려는 시도 자체가 자연과 생명 중시와 고향과 어머 니로 연결되는 연결고리에서 나온 것이라 유추한다.
물론 이런 유추가 다분히 주관적이고 감상적인 면도 있 음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하나의 식물이 자라는 데는 눈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토양의 자양분이 큰 역할을 한다. 김종상 시인이 자라온 환경에는 특별하게 어머니의 희생과 사랑이라는 자양분이 있었다. 김종상 시인은 그 자양분을 흡수하며 오늘날의 아동문단의 대가가 되었다. 이러하니 김종상 시인의 동시에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이 녹아있다는 유추는 꼭 주관적이고 감상적인 것만은 아닌 것이다.
4. 어머니의 그리움 앞에서는 언제나 아이인 김종상
최근에 김종상의 동시는 힘을 뺀 동시로, 아주 가쁜하다. 힘을 밴다는 건 억지로 되는 일이 아니다. 야구 선수가 몸에서 힘을 뺄 줄 알면 어느 경지에 든 선수이다. 다른 모든 스포츠도 다 마찬가지이다. 힘이 잔뜩 들어간 선수는 삼 선수이다.
2018년 10월에 출간된 문학지 '문학과 통일, 에는 김종상의 동시 <통일해맞이>가 실렸다.
정동진도 호미곶도/아침 해가 떠오른다/
청진에도 흥남에도/동일 해가 떠오른다//
같은 시각 같은 해를/우리 모두가 받아 안는다/
남과 북이 손을 맞잡고/같이 맞는 새아침이다//
백두산과 금강산도/아침해를 맞이한다/
한라산과 태백산도/통일 해를 맞이한다//
같은 시각 같은 해가/우리 산하를 품어 안는다/
금수강산 우리 겨레가/함께 맞는 새 날이다.
쉬운 시어와 흐름으로 읽어가면서 바로 이해가 되고 느낌이 오고 감동이 되는 동시이다. 이 시에서도 역시
김종상 시인이 그리워하는 어머니의 마음을 느낄 수 있다. 김종상 시인은 큰 체구가 장군감이다. 그런데 그의 눈빛을 보면 어린 아이다. 그의 눈빛에는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이 담겨 있기 때문이 아닐까?
김종상은 가상 유언장이라는 글에서 자신이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면 화장을 해서 고향 논밭에 뿌려달라고 했다. 시인은 거기가 바로 어머니의 품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김종상 시인의 종교는 불교이다. 한두실에서 태어났지만 친일세력에게 핍박을 받아 땅을 모두 빼앗기고 살기 위해 들어간 곳이 관음절이었다.
어린시절의 환경이 자연스럽게 불교에 접하게 된 것이리라. 그러나 하나님의 말씀은 모든 인류에게 적용 된다고 본다. 하나님이 모세에게 십계명을 주었는데, 출애굽기 20장 12절에는 부모 공경에 대한 말씀이 있다. "네 부모를 공경하라 그리하면 네 하나님 여호와가 네게 준 땅에서 네 생명이 길리라"
큰 키와 나이와 동시문단의 거목이라는 지위에 상관없이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앞에서는 아이가 되는 김종상 시인은 그가 사는 땅에서 생명이 길 것이다.
첫댓글 인묵 선생님,
대보름 오곡밥을 드셨는지요.
윗글에서 수정할 곳이 있습니다.
박성배 선생님은 소천할 당시 60대 중반이 아니고 70대 중반이셨습니다.
박성배 선생님은
언제나 다정다감하셨던 제게 최고의 스승이셨답니다.
늘 건안하시고 향필 하세요.
서동애 시인님!
그렇군요.
오곡밥 먹고
액운 털어 내고....
시인님
건강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