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의 역설
KBS기자 출신의 민주당 비례대표인 민주당 의원이 쓴 글이다. 외대 출신으로 1958년 당진 태생, 그의 책은 처음인데 최신작이 아니었다. 2015년에 쓴 것을 2022년 2월 4일에 2판 발행을 내가 잘 못 보고 골랐다. 따끈따끈한 내용을 기대했으나 기자답게 여기저기 조각 글을 모아서 끌고 가고 있다.
양적완화에도 불구하고 달러의 가치는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는 영국, 일본, 유로 등 여타 경제권이 비슷한 방식으로 돈을 풀기 때문이다. 주요 경제권이 동시에 저금리와 양적완화 정책을 펴니 기축통화인 달러가 강세를 띠고 있다는 진단이다. 그러나 남발하면 그 가치는 장기적으로 떨어지는 게 이치다. 정부가 채권을 발행하여 자금을 조달하면 그것은 국가의 빚이 된다. 채권은 이자는 물론 원리금을 갚아야 한다. 반면 화폐는 차용증서가 아니다. 돈을 찍어내면 원금을 갚아야 할 의무는 없다. 금본위제면 소유자에게 금을 태환해 줘야 하지만 지금 그런 일은 없다. 어느 나라든 양적 완화식 돈 풀기는 정부부채를 통화 화하는 것이다. 찍어낸 돈은 사라지지도 않는다. 과도한 정부부채는 화폐 증발로 이어지고 인플레이션을 유발한 역사적 경험이 적지 않다.
양적완화는 세수 감소와 적자 누적으로 금리를 내릴 수준까지 내린 선진국들이 선택한 유일한 경기부양책이다. 자국 통화 약세는 수출을 촉진해 경기를 부양하려는 목적이다. 한 나라의 통화가치가 떨어지면 그 나라의 채권을 보유한 국가는 그 가치가 떨어져 환차손을 감수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양적완화는 이웃 나라를 가난하게 만드는 ‘근린궁핍화정책’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정부나 중앙은행이 선진국의 통화정책에 맞서기 위한 환율방어에 나선다면, 대다수 국민은 고통이 커진다. 환율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돈을 풀면 수출업체의 이익은 커지지만, 내수업종과 소비자는 원자잿값의 상승으로 물가 부담이 커진다. 빚이 많은 기업은 금리하락으로 이자는 줄지만, 은행에 예금을 한, 퇴직자는 소득이 준다. 그러니 이익의 사유화, 손실의 사회화가 이뤄진다. 이는 양적완화에서 기인한다. 2008년 금융위기에 공적자금을 수혈받은 금융사들이 다시 돈 잔치를 벌이는 것이 이익의 사유화, 손실의 사회화를 넘어 도덕적 해이의 극치를 보여주는 것이다.
개발도상국에 대한 10대 개혁방안으로 ‘워싱턴 컨센서스’라는 방안이 1990에 나왔다, 이의 핵심은 시장개방과 자유화였다. 이는 미국의 정책을 다른 나라에도 적용하겠다는 의도다. 최초 적용국이 1990년 남미의 아르헨티나였다. 다음이 1997년 동아시아의 위기에 한국, 태국, 인도네시아 등인데 공통점이 IMF의 구제금융을 받고. 신자유주의 제도를 받아들인 것이다. 금융 자유화 1차 목적은 상업은행의 수익성을 높이는 규제 완화다. 외국자본의 유동성을 증대하는 데 방해가 되는 것의 제거가 목적이다. 인수 합병도 비효율적 기업을 대상으로 삼기보다는 효율적인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정부도 금융자본의 이해를 뒷받침하기 위해 자본시장을 부양하는 정제정책을 실행하지 않을 수 없고, 결과 금융 불안은 일상화되고 금융위기는 잦아졌다. 자본시장의 개방은 경제정책의 양대 축인 통화정책, 즉 경제주권을 제한한다.
금융 변동성을 키운 것은 IT 기술이다. 실시간으로 원거리에서 직접 참여할 수 있게 됐으며, 다양한 정보를 획득하고 분석할 수 있게 됐다. 금융환경 변화는 금융기관의 대형화, 금융상품의 다양화, 금융 시장의 세계화를 촉진했다. 금융거래의 장이 사이버공간으로 이동하면서 세계화에 탄력을 받아 지역 간 자금 이전 비용이 감소하고 정보취득도 비용이 절감됐다. 이에 자본시장을 개방하고 자본이동을 자유화하는 국가들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경쟁은 금융 위험에 직면한다. 금융상품은 정보재이자 네트워크 재화다. 여기에 보이지 않는 위험, 즉 ‘그림자 금융’이 도사린다. 리먼브라더의 부실 규모가 얼마인지 파악이 쉽지 않았다. 이유는 구조화 투자회사 SIV의 파생금융상품 구조였다. SIV는 저금리 단기채권 발행으로 자금을 마련하고 ‘서브프라인 모기지’ 채권과 연계된 자산담보부증권 ARS 등에 투자한다.
‘쌍둥이 적자‘란 재정수지 적자와 경상수지 적자를 말한다. 이들의 악순환이 미국에서 꾸준히 제기되는 문제다. 경상수지 적자는 과잉 투자, 과잉소비의 결과다. 달러화가 강세를 유지해도 실질실효환율 기준으로 1996~2001년에 38% 상승했다. 재정수지 적자로 미국 정부의 부채는 이자만 해마다 2,000억 달러가 넘는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빚을 진 미국의 대마불사 신화를 믿고 있다. 미국이 파산하면 대미수출에 의존하는 나라들은 크게 흔들리고 달러가 휴지가 되면 투자된 달러 표시 자산은 쓸모가 없다. 미국이 깨지지 않는 것은 이런 두려움 때문이다. 미국은 다른 나라처럼 중앙은행 단일은행 시스템이 아닌, 12개 지역 준비은행과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연방공개시장위원회 등으로 이뤄졌다.
석유도 금융상품이다. 1970년대 초반까지는 미국이 세계 최대 산유국이었다. 미국 에너지 정보국은 유가가 1배럴당 45달러 이하면 미국 셰일 오일 생산업체들이 손실을 본다고 본다. 그렇다고 유가가 하락하면 미국은 불리하지 않다. 제일 먼저 타격은 이란, 베네스웰라, 러시아가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유가가 하락하면 산유국을 제외한 나라들은 긍정적 효과를 본다. 유가 하락과 함께 러시아 루블화가 폭락하기 시작했다. 1달러에 32루블에서 72루블로 하락했다.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전에, 83루블에서 반 토막 난 120~130루블이다.) 결국 러시아는 연 10.5% 금리를 17%로 올리고도 모라토리엄을 선언하고 IMF 구제금융을 받았다. 통화전쟁은 미국이 이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70년 이상 통화전쟁의 승자는 미국이었다. 일반적으로 달러 유입이 급증하면 다음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첫째는 수출품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더라도 자국 통화의 가치가 오르도록 내버려 두는 방안이다. 둘째는 반대로 물가 불안을 무릅쓰고라도 외환시장에 개입해 유입된 달러를 사들여 비축하는 것이다. 셋째는 아예 세금을 물리거나 자본 통제를 통해 외국 자금 유입을 원천적으로 억제하는 것이다. 문제는 두 번째 방식을 채택하면 통화전쟁에서 스스로 발목을 잡는 결과를 가져온다. 통화전쟁은 이처럼 처음부터 미국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게임이다. 원하는 대로 달러를 찍어낼 기축통화국이기 때문이다.
아시아 국가들은 외화보유액이 급증한 것은 달러를 사들여 자국 통화가치를 낮춤으로써 수출경쟁력을 유지하는 전략을 썼다. 아시아 국가들이 반고정 환율제도를 통해 불안정한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 달러화 가치가 떨어지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대상은 아시아 국가인 대미 채권국들이다. 이는 아시아 중앙은행들이 달러화 하락을 중단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할지, 달러화 급락화 여파에서 벗어나기 위해 싸워야 할지 딜레마에 빠져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규모 달러화 매입으로 자국 통화량이 늘면서 유동성 버블이 심각해진다. 특히 중국이 심해 중국 부동산 시장은 헤지펀드를 핵심으로 하는 양대 글로벌 버블은 연준이 금리를 올리거나 과도한 투기적 수요를 압도할 때 붕괴할 수 있다. 실제로 리먼 브라더 파산 후 미국발 금융위기가 일어났다. 중국 인민은행이 결정하는 공식 환율인 공정환율과 외환 조절센터에서 형성된 조절환율을 중국은 쓰고 있다. 여기서 2000년대 들어서 미국이 중국을 때리기가 시작된다. 미국의 무역적자는 미국인의 저축률이 떨어졌기 때문이라 지적한다. 당시 개인 저축증가율은 0%였다. 재정수지도 3년간 적자다. 미국이 중국과 무역에서 일방적인 손해를 보는 것도 아니다. 어차피 과잉소비와 저축 부족으로 다른 나라와 교역을 해야 한다. 상대적으로 값이 싼 중국제 수입은 미국 소비자에 이득이 된다. 그런데도 미국은 중국에 위안화 가치를 절상하라 압력을 넣어, 때리고 있다. 반면에 중국도 달러 가치가 폭락하면 두렵다. 중국이 안고 있는 불안은 ’그림자 금융‘이다. 그렇다고 위안화가 국제화되기는 갈 길이 멀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2022.03.06.
달러의 역설
정필모 지음
21세기 북스 간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