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는 세상에 불필요한 생명체" 주장 '대체로 거짓'
[오마이팩트]
강석찬입력 2023. 6. 25. 11:21 오마이뉴스
[팩트체크] 카카오 꽃가루 옮기고 의학 연구 활용... 모기 박멸시 수중 생태계에 악영향
[강석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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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기(자료사진) |
ⓒ envato elements |
과학 유튜버 "모기는 세상에 불필요한 생명체"
6월 21일 유튜브 채널 '유병재'에 출연한 과학 유튜버 '궤도'는 "곤충학자들조차도 싫어하는 곤충이 딱 하나, 모기"라면서 "세상에 정말 불필요한, 없어져도 되는 생명체가 바로 모기"라고 말했다. 실제로 얼룩날개모기의 학술명 'Anopheles'의 어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모기 박멸 계획'을 실험하기도 한다. 영국의 생명공학 회사 옥시텍은 유전자 변형 모기를 개발, 모기가 변형된 알을 낳아 그 유충이 성충이 되기 전 사망하도록 하는 기술을 적용한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이렇게 모기가 과학자들도 기피할 만큼 세상에 정말 불필요한 곤충인지 따져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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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튜브 채널 '유병재'에 출연한 유튜버 '궤도'는 "세상에 불필요하고, 없어져도 되는 생명체가 모기다"라고 발언했다. |
ⓒ 유튜브 채널 '유병재' |
[모기의 쓸모①] "모기 사라지면 초콜릿 못 먹는다?"
프라우케 피셔와 힐케 오버한스베르크는 지난해 펴낸 <모기가 우리한테 해준 게 뭔데?>라는 책에서 '모기가 없으면 초콜릿을 먹을 수 없다'고 설명한다. 좀모기과 모기는 카카오 꽃가루를 운반하여 수분을 매개하는 곤충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 따르면, 카카오꽃은 매우 작고 구조가 복잡하다. 따라서 3mm가 채 되지 않는 좀모기과 모기만 꽃 속으로 침투할 수 있다. 좀모기과 모기가 카카오꽃의 꽃가루를 확산시켜 주지 않는다면 카카오 열매 자체가 멸종해 수확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모기는 카카오꽃뿐만 아니라 다양한 종류의 꽃가루를 옮긴다. 2017년 에리카 맥 알리스터가 쓴 <비밀스러운 파리의 삶> 책에서는 "모기 한 마리 자체는 다른 곤충들에 비해 꽃가루를 운반하는 역할이 크지 않지만, 수가 워낙 많아 중요한 수분 매개자 역할을 맡는다"고 밝혔다.
[모기의 쓸모 ②] 혈전 방지 및 피부 면역 연구에 응용
모기의 흡혈 방식은 의약품 개발 연구에 응용되기도 한다. 곽재식 숭실사이버대 환경안전공학과 교수는 자신의 저서 <아파트 생물학>(2021년)에서 모기의 타액에 있는 '아노펠린'의 효과를 설명했다.
우리 핏속에 있는 '트롬빈'이라는 효소는 피를 응고시키는 역할을 하는데, 아노펠린은 이 트롬빈의 화학반응을 방해해 피가 뭉치지 않게 한다. 피가 굳지 않고 원활하게 피를 빨기 위한 흡혈 방식에서 아노펠린이 나온다는 것이다.
이 방식을 응용해 혈전증 치료를 위한 화학적 응고 억제 연구가 진행 중이다. 혈전증은 혈관 속에서 피가 굳어 덩어리지면서 혈관을 막아버리는 질병인데, 이를 아노펠린으로 완화하겠다는 아이디어다.
지난 2012년 생물학자 아나피게이레두는 '말라리아 벡터의 항응고제인 아노펠린에 의한 독특한 트롬빈 억제 메커니즘' 논문을 통해 '모기의 아노펠린은 효과적인 트롬빈 억제제'라는 사실을 구체적으로 밝혀냈다.
모기에 물린 부위를 엄밀하게 분석해 피부 면역 치료에 응용시키는 연구도 이뤄지고 있다. 1995년 D.R 맥코맥의 '모기에 물린 아나필락시: 전신추출물을 이용한 면역요법' 연구에서는 모기 추출물을 사용한 면역 치료를 받아 효과를 본 실제 사례가 제시됐다.
또한 2022년 <네이처> 지에 게재된 데이비드 게레로의 '모기 물린 부위의 인간 신체 내 통제 모델에서 피부 면역 반응 평가' 논문에서는 "모기에 물린 인간 피부 면역 유전자는 여러 염증 질환에 적용되는 새로운 표적 백신과 치료법 개발에 활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모기의 쓸모 ③] 먹이사슬 연결고리
단순히 초콜릿과 의학 기술 때문에 모기가 필요한 건 아니다. 모기가 생태계 먹이사슬에서 사라지면 도미노 효과로 다른 생명체도 위험에 빠져 생태계 전체에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양영철 을지대 보건환경안전학과 교수는 22일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모기 박멸로 모기의 먹이사슬과 연관된 특정 종의 증가 혹은 감소로 이어지는 생태계 혼란을 우려했다.
그는 "모기의 유충인 장구벌레는 단백질이 높은 먹잇감인데 장구벌레가 사라지면 이를 잡아먹는 송사리 등의 개체수 감소로 이어져 수중 생태계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먹이사슬의 한 축을 담당하는 인간도 그 굴레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2013년 한국습지학회지에 게재된 '습지생태계의 공익적 서비스 연구 1. 자생어류을 이용한 모기유충의 효과적인 생태학적 제어방법' 연구에서는 "왜몰개, 미꾸라지 등이 장구벌레를 잡아먹는데, 특히 송사리는 수표면에서 95%의 높은 (장구벌레) 포식률을 보였다"고 밝혔다.
'박멸' 아닌 '개체 수 관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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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월 국내 말라리아 환자가 40명을 넘어서고 일본뇌염 주의보가 작년보다 19일 빠른 지난 3월 23일 발령되는 등 때 이른 더위에 모기 활동도 빨라지고 있는 5월 18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에서 연구원이 모기 분류작업 시연을 하고 있다. |
ⓒ 연합뉴스 |
모기는 질병을 옮겨 사람을 위험에 빠뜨리기도 한다. '말라리아'가 대표적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 3월 발표한 2021년 말라리아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말라리아 환자가 2억 4700만여 명 발생했으며, 그 가운데 61만 9천여 명이 사망했다.
그러나 모기가 질병을 옮긴다고 해서 완전히 박멸하기 보다, 생태계를 파괴하지 않는 선에서 개체 수를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양영철 교수는 "생물 다양성이 유지되는 건강한 지구를 위해 쓸모없는 생명체는 없다"며 "모기 개체수를 유지할 정도로 방제 관리가 필요한 것이지, 모기를 아예 박멸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WHO는 질병을 옮기는 매개체(벡터)를 제어하는 전략(2017-2030년)에 "생태학적으로 건전하고 지속 가능한 질병 통제 및 퇴치를 위하여 설정된 글로벌 목표를 달성하도록 제어(Control)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밝히고 있다.
[검증결과] "모기는 세상에 불필요한 생명체" 주장 '대체로 거짓'
모기는 말라리아 같은 질병을 옮기는 해충으로 많이 알려져있다. 그러나 카카오꽃의 꽃가루를 운반하고, 혈전 방지와 피부 면역을 높이는 연구에 응용될 뿐 아니라 생태계 먹이사슬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따라서 "모기가 세상에 불필요한 생명체"라는 주장은 '대체로 거짓'으로 판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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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는 인간에게 쓸모없는 생명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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